[감상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북미, 2D)
홍콩, 북미, 일본 등지를 시작으로 9~10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걸쳐 BD 발매가 속속 진행되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아직 한국내 정식 발매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발매 자체는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체로 마블 히어로즈에 관심있는 영화 팬분들은 BD의 퀄리티가 어떻든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시리즈와 짝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구입하실 건 확실하니까, 주로 구매 의사 판단에 도움이 되고자 작성하곤 하는 제 BD 감상문에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렇다고 시빌 워의 내용에 대해 이래저래 늘어놓는 것도 개인 스타일은 아니고- 덕택에 스포일러는 없을 것입니다만- 해서 MCU에 관심이 없던 분들께서 이 BD를 구입할만한 근거를 제시하기도 어렵고. 물론 시빌 워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개 두세 번은 봐야 완전히 납득이 가는 복잡한 모양새를 띄고 있으며 그 기저에 개별 히어로들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도 참고해야 하므로 MCU의 시작으로 이 영화와 그 BD를 권장하기도 애매합니다만.
이런 까닭으로 새로 만든 스믈여덟자... 가 아니라 본 BD 감상문의 논조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일기 + BD 스펙의 전달 쪽에 초점을 맞출까 합니다. 그러니 바로 시작~
* 본 리뷰는 9월 13일(현지시각) 발매된 북미판 베이스입니다. 한국 발매판은 발매 일정 미공개 상태.
1. 디스크 스펙(2D 판본 기준)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39:1/ 비트레이트 23.8Mbps
음성스펙 DTS-HD MA(24/48) 7.1ch 영어 외
총 148분(스태프 롤과 쿠키 영상 제외하면 순 본편은 137분 가량)의 러닝타임에 대략 평균적인 요즘 헐리우드 BD 평균 비디오 비트레이트는 나옵니다만, 138분에 평균 30M 대로 수록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같은 디즈니 출시작)에 비하면 글쎄... 서플 총 러닝타임이 대략 70분 가량이긴 해도 이 역시 깨어난 포스 BD도 비슷해서 결국 아주 만족스럽다 하긴 어렵습니다.
참고로 북미판 3D 판본(3D BD + 2D BD의 2Disc 세트)을 보자면 3D판을 1Disc에 넣기 위해 2D 판본도 비슷한 수준의 퀄리티로 깔맞추려다보니 평균 비트레이트를 이 정도로 결정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3D 판본은 서플도 전부 제외해서 1Disc에 맞췄을 정도라. 그런데 이러다보니 후술하는대로 2D 판본은 디지털 아이맥스 촬영 신의 화면비 변환도 없기 때문에 본편에 있어선 어째 2D 판본보단 3D 판본의 우월성이 눈에 띄기도 하고?
한편 2D 디스크에만 수록되는 서플의 경우 영상 특전은 1, 2부 합쳐 총 46분 가량의 메이킹 영상을 중심으로 4~5분 가량의 캡틴과 아이언 맨의 설정 및 스토리 보강 특전 영상, 다음 MCU 시리즈로 예고된 닥터 스트레인지 관련 영상(4분), 삭제신 모음(총 8분 가량), 개그 릴(3분 정도)이 수록되며 음성 특전인 오디오 코멘터리가 역시 2D 판본에 한해 수록됩니다.
2. 영상 퀄리티
시빌 워는 Arri Alexa XT Plus (2.8K 촬영)를 중심으로 레드 에픽 촬영 구간을 덧붙였고, 아이맥스 신의 경우 6.5K 디지털 카메라인 Arri Alexa 65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DI 스펙도 4K로 맞춰져 있어 이미 영화관 상영 당시부터 화질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왔으며 BD 수록 영상 역시 비록 비트레이트가 충분한 느낌은 아니지만 촬영 스펙에 흠을 내는 수준은 아닙니다.
화질적인 최초의 임팩트는 암부에서도 별다른 노이즈 성향 없이 깔끔하게 & 우수한 계조 표현력을 보여주는 초반 도입부 부터 잘 드러나는 편이며 이는 러닝 타임 내내 변치않고 나타납니다. 디지털 촬영에다 별다른 화면 스타일 조정(= 아날로그 필름 촬영과 흡사하도록 필터를 까는 식으로)을 따로 하지 않았으며 비트레이트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노하우도 확립된 헐리우드 스튜디오 제작품답게, 이 영화에서 연출상 상당히 중요한 암부의 재현면에서 별달리 흠잡을 데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주로 밝은 장면에서 두드러지게 감지되는 소품의 질감, 배우의 피부 톤 등은 대체로 차분한 컬러와 그 궤를 같이 하며 이것은 전체적으로 (특히 유광의, 총천연색 스타일의)코믹스 끼를 빼고 시네마틱 유니버스만의 영역을 확보함과 동시에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본 작품의 분위기 전달에도 최적의 화면을 띕니다. (아직 디즈니가 공시한 바 없지만)이 작품의 UHD-BD가 나온다면 그 확장 색역에서 어떤 느낌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BD의 색감은 상영 당시의 그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므로 표현 의도를 잘 나타낸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점수를 줄만하다고 봅니다.
그밖에 BD 수준에선 충분한 해상감, 디테일의 재현도 괄목할만하며 AA65 촬영 신들은 더욱 발군의 수준을 보여주는 레벨. BD 초창기 바이퍼 필름 스트림 카메라 촬영(2K 디지털 카메라) - 2K DI - 샤프함을 최대한 살린 BD 수록으로 인해 특히 칼로 베는 듯한 윤곽선의 샤프함으로 각광받았던 < 조디악 > BD의 그것을, 촬영이나 수록 레벨에서 '별로 힘들여 의식하지 않아도' 비슷한 레벨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보이는 것)은 촬영과 수록 모두 진일보한 현재의 BD 제작 레벨을 웅변한다고 봅니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역시나 XT 촬영 구간과 65 촬영 구간 사이의 해상감 격차가 디스플레이에 따라 좀 튄다는 정도? 그리고 아주 밝은 신에서 CG 합성의 영향이 있어서인지 간혹 현실감이 떨어지는 티가 확 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HDR 마스터링 된 화면의 디그레이딩에 따른 영향인지, 아니면 CG 본연의 이질감이 높은 해상감 때문에 티가 나는 것인지 BD에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UHD-BD가 나온다면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인 듯.
아울러 전술한대로 공항 전투 신 같은 (디지털)아이맥스 촬영분도 2D판본에서는 화면비 전환이 없습니다. 화면비 전환은 3D판본에서만 존재하며 전환되는 화면비는 1.85:1. 시빌 워는 디지털 아이맥스 촬영작이라 상영 소스의 아이맥스 신 화면비도 1.90:1(17:9 기준)으로 맞췄으며 때문에 일반적인 16:9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도 아이맥스 필름 촬영작과 달리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정보량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약간의 트리밍은 필요합니다. 17:9의 4K 픽셀 기준 4096 x 2155 (원 픽셀은 4096 x 2160)화면을 16:9인 가정용 디스플레이 픽셀 기준 1.85:1인 3840x2075 (원 픽셀은 3840 x 2160)로 맞춘 뒤 2K로 다운 컨버트 했을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 '별로 최선을 다 하지 않는' 최근 디즈니의 실사영화 BD 제작 성향에도 불구하고, 시빌 워는 원 촬영 소스가 좋다보니 일부러 화질을 다운 시키려는 시도라도 하지 않는 한 좋게 보일 수밖에 없는 잇점이 있어서 별로 흠잡을만한 데가 없습니다. 3D 판본 BD는 직접 보지 않았기에 입체감을 논할 수는 없지만 아이맥스 화면비 전환만으로도 3D 판본 쪽의 가치는 분명해 보입니다.
3. 음성 퀄리티
시빌 워 BD의 사운드 포맷은 DTS-HD MA(7.1 채널)로 상영 소스의 돌비 앳모스는 전 세계 어느 판본의 BD에도 수록되지 않습니다. 일단 이것도 그리 탐탁치는 않습니다만, DTS-HD MA의 퀄리티는 그보다 좀 더 탐탁치 않은 편.
구체적으로 거론하자면 타격감의 둔탁함이나 일부 중저역 볼륨감은 충분하지만, 고역쪽이 별달리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라 밸런스가 그다지 좋지 못한 느낌이며 전체적인 다이나믹스 면에서도 그냥그런 수준. 이러다보니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감이 없이 좀 답답한 서라운드감으로 청자를 포위'만' 하는 느낌이라, 내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가라앉는 것도 아닌 좀 불안한 대치 상태 비슷한 모양새가 떠오릅니다. BG면에서나 SE면에서나 뭔가 '레퍼런스 타입'의 DTS-HD MA 사운드에 비하면 투명감이 부족한 느낌.
좀 어거지로 갖다 맞추자면 영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데도 있는 감이라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걸 추구하고 사운드 디자인을 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또 요즘 디즈니의 실사 영화 BD에서 흔한 '태업끼'가 의심되는 모양새. 그나마 대사 전달면에선 또릿또릿한 감은 있으니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를 구석구석 잘 전달해야 하는 이 작품에서 최소한의 미덕은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글쎄... 굳이 비교해서 말하자면 <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 BD의 사운드와 자웅을 겨루는 레벨이라고 말씀드리면 이해가 빠를 듯도 하고.
참고로 시빌 워는 홍콩판에 한국어 자막이 있다고 하는데(표지의 스펙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디스크 내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단, 제가 직접 확인하진 않았습니다.) (* 작성후 추가: 홍콩판에는 한국어 자막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 몇몇 국가 판본의 경우 최고 스펙 사운드가 DTS-HD HR 영어 7.1ch입니다.(현재 스펙이 알려진 홍콩, 대만 등 일부 아시아권과 브라질 등의 판본) 정발 BD의 스펙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으므로 예단은 금물이긴 한데... 일단 참고로 일본판 BD의 음성 스펙은 DTS-HD MA 7.1ch 영어 & DTS-HD HR 7.1ch 일본어. 디즈니는 BD를 통해 일본의 탈아입구를 대행해 주는 것 같군요.
4. 총평
이 작품이 갖는 화두는 모두 자신의 힘을 정의를 위해 쓰고자 하는 영웅들조차 어떤 계기를 통해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제가 이 작품에 대해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게 생각하는 부분은 대립하는 양측 각자의 주의주장과 철학에 대해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 둘이 '적절한 수준에서' 공존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는 비단 대단한 힘을 가진 영웅들뿐 아니라 현실에서 선악을 재단할 수 없는 미묘한 저울질이 필요한 여러가지 일들을 직시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중요한 미덕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개인적인 게시물에선 되도록 시의성을 배제하는 편이고 이 BD도 마침 지금 나왔으니까 감상으로 소개하는 것뿐이지만, 우연히도 지금의 DP 블게에서 필요한 미덕 같기도 하고.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일 따름입니다만.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보자면, 또 한편으론 그런 다소 철학적이랄까 미묘한 주제를 말하면서도 + 그 주제를 설파하기 위해 내보낸 많은 캐릭터들을, 그간 MCU 개별 영화를 통해 각자 밀도있게 다루기도 했으나 아직 그러지 못한 캐릭터들도 있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그들의 참전 이유와 행동에 대한 개연성의 전달(비록 본편 기준 137분을 쓰고도 충분하지는 않아서 암시 수준이나 좀 불완전하게 다룬 느낌의 캐릭터들도 없지는 않지만)도 잊지 않은 = 상당히 오밀조밀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상영 당시 감상만으론 이야기 전달이 충분하다 생각되지 않았지만, BD를 통해 몇 번인가 다시 보면서 이 작품이 마치 레고 블럭을 쌓아올린 듯한 정교한 감으로 축조되었기에 깜빡 지나칠 수 있다 > 그래서 완전한 이해를 위해선 반복해서 다시 볼 필요가 있겠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물론 현대 영화 기준으로 긴 편에 속하는 이 작품이 단지 탁상공론만을 열심히 했다면 지루해서라도 다시 볼 엄두가 나기 어려우니- 실제로 저도 반복 감상에 있어 초중반은 좀 지루하단 감도 있었습니다.- 화끈한 액션 신도 잘 배치되어 있으며, 비록 신급의 히어로들이 참전하지 않아서 싸움의 레벨이 좀 특이한 인간 수준(웃음;)으로 격하된 감은 있지만 그대신 이야기만큼이나 오밀조밀하게 합을 따지는 액션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있어서 개인적으론 여러모로 정교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판타지틱한 영웅들을 + 정교하게 잘 움직여서 내적인 이야기 측면에서도 만족을 주고 + 조밀한 느낌의 액션을 통해 지루함도 타파하면서 + 최종적으로 다루는 주제를 곱씹을 수 있도록 시청자를 달래가며 끌어간다는 점에서 전 그간의 MCU 작품들 중 이 시빌 워를 가장 빠져들어 보았습니다.
딱 한가지 문제는 이러한 작품을 두고두고 다시 보려는 시청자가 현재 택할 수 있는 최상의 매체인 BD의 퀄리티란 게... 나쁘지는 않은데 완전한 찬사를 바칠만한 레벨은 아니란 것이라... 영화 감상자와 동시에 AV재생자란 시청자의 입장에선 작품만큼 만족을 주는 건 아닙니다. 영상면에선 그래도 4K DI 작품에다 원 촬영 때깔도 있으니 충분히 선방했고, 향후 UHD-BD를 기대해 볼 구석도 있습니다만 음성면에선 이게... 뭐, UHD-BD에선 돌비 앳모스를 살려 수록한다면 그걸 들어보고 최종적으로 평가할 문제겠지만 그게 좋다면 BD의 가치는 진짜로 3D 외엔 쫄아드는 것이고 UHD-BD에도 이 맹맹한 DTS-HD MA 사운드가 그대로 수록된다면 그건 정말 곤란할 것 같고... 뭐, 기다려 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스플레이: JVC DLA-RS35 (D-ILA 프로젝터) x Da-lite NCV 110인치 (게인 1.3)/ 파나소닉 TC-P55VT50 (PDP)
플레이어: OPPO BDP-103 커스텀
셋팅: 연결 플레이어 재생을 통해 계측한 6500K 표준 색역 캘리브레이션, 기타 사항은 별도 문의시 추가 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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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을 못했는데 일본에서도 출시소식이 나오다보니 더더욱 빨리 보고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