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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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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기동전사 Z 건담 메모리얼 BD 박스 소개 Part.2 (감상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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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14 21:25:26

1985년 3월 2일부터 일본 내 방영을 시작하여 1986년 2월 22일에 종영한 50부작 TV 애니메이션 < 기동전사 Z(제타) 건담 > 은, 제가 가장 처음 접한 건담이고 이후 개인적인 애니메이션관(이라고 하기는 거창하지만)을 결정지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경로는 아버님 친구분의 LD장에서였는데, 당시에는 뭣도 모르고 큼직하게 그려진 멋진 로봇과 어딘가 익숙한 인물들의 그림이 있어서 보여달라고 부탁드렸더랬습니다. 후에 알았지만, 당시 제가 아주 좋아하던 < 컴배틀러 V >(대개 콤바트라 브이로 발음하던)라는 로봇 만화의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 씨가 이 제타 건담의 캐릭터 디자인도 담당했고, 그게 인연이 되어서 이 작품도 보게 된 셈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렇게 멋에 끌려서, 계속 보다보니 어딘가 무겁지만 기를 쓰고 보았고, 다 보고나니 이상하게 여운이 남은 이 작품의 BD가 어떤 모양새로 나왔는지, 여기서는 그에 대해 주로 다뤄볼 생각입니다.


 

1. 디스크 스펙 (마지막 권 기준. 모든 디스크가 거의 동일한 스펙입니다.)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4:3/ 비트레이트 38.75Mbps
음성스펙 LPCM(16/48) 일본어 모노럴/ 자막 없음

제타 건담 TVA BD는 발매 당시 일본에서는 아직 흔치 않았던 HDCAM SR을 동원하여 1080P/24 스펙 & AVC 코덱으로 수록했습니다. 비디오 비트레이트 역시 BD의 풀 스펙을 쓰면서 & 듀얼 레이어 디스크를 한껏 활용하여 장당 5화씩 수록.


그대신 서플은 다소 빈약한 편. 박스 1의 Disc 1과 박스 2의 Disc 2에 각각 논텔롭 OP&ED(전/ 후기 버전) 및 방영 선전 필름이 수록된 게 다입니다. BD 초창기라 본편 외에는 오소링도 쉽지 않았던 것을 감안해야 하고, BD 서플 개념 자체가 빈약했던 시기이긴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운 편.(정가로 계산할 때 권당 7000엔/ 화당 1400엔인 셈이니.)

아울러 텔롭 사항도 방영 당시의 필름에 입혀진 것을 그대로 썼기 때문에, OP/ ED의 경우 방영 당시의 관행대로 가사 자막이 화면에 표기됩니다. 대신 서플의 논 텔롭 버전에선 이 가사 자막도 모두 제거.



2. 수록 퀄리티

제타 건담은 방영 당시 보편적이었던 셀 방식으로 제작되어 16mm 필름에 입혀진 작품이며, OP와 ED만 35mm 필름 전사 버전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본편의 경우 OP/ ED도 (본편과 함께 쓰인)16mm 전사 버전에서 스캔 & 마스터링 처리했고, 35mm 필름 전사 버전은 서플로 포함된 논 텔롭 버전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논 텔롭 OP의 같은 장면. 이처럼 동일한 스캔 & 마스터링 처리를 거치더라도 필름 판형에 따른 차이는 큽니다. 이것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실사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16mm 아날로그 필름의 디지털화 종착점은 결국 BD라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술하듯 16mm 판형인 본편의 화질은 DVD(+ 업스케일)과 비교할 때 마스터링 파라메터 변경 정도의 차이만 보여주는 것이 사실.

따라서 제타 BD의 화질은 BD라는 간판에 걸맞는, 눈에 확 띄는 수준은 아닙니다. 필름 특유의 그레인감이 DVD보다 도드라지고, 컬러면에서 6500K & BT.709 표준 색역에 보다 가깝게 조정된 것 정도. 하지만 후자도 기준점인 논 텔롭 OP/ ED와 비교해 보면 만족스런 수준은 아닌데, 이것은 원래의 네거에서 마스터링하여 조정할 수 있는 한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소 뜨는 기색이 있는 소위 LD 블랙이 그대로 들어 간 DVD와 달리 BD는 암부를 좀 더 조여놔서, DVD(+ 업스케일)에 비해 조금이라도 색감이 싱싱한 것은 사실. 또한 이러한 처리 덕택에, 전체적으로 밋밋한 감이 있는 DVD에 비해 BD는 다소나마 입체감 있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투명감 면에서도 약간의 개선이 있어 화면 내 레이어의 구분이나,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한 필름의 상처 같은 것도 조금이나마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이때는 16mm 애니메이션의 BD화에 있어서 과도한 스케일 처리를 하지 않았기에, 특히 윤곽선이 미끈미끈하고 어색하게 표현되는(마치 빠다를 바른 듯한) 현상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최근 발매되는 16mm 일본 애니메이션 BD들은 종종 아주 어색할 정도로 이런 화면이 자주 나오는데, 차라리 몰라서 못했던, 기술이 미비했던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이정도 차이밖에 안 나니 DVD 박스를 가진 사람이(혹은 훨씬 저렴하게 거래되는 DVD박스와 BD박스 사이에 구매를 저울질 하는 사람이) BD 박스를 사게 하는 요인이 되기엔 약한 것은 사실. 절대적인 화질 평가 항목으로 평할 때 제타 건담 BD 박스의 화질은 별 다섯 개에 세 개나 줄까말까합니다.

굳이 따지면 이것은 모두 소스의 문제라... 현행 최신 리마스터링 기술을 써서 새로 제작한다 해도 딱히 대단한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혹시라도 지금 이 BD 박스를 산다해도 개선 버전이 나올 가능성도 낮고 나오더라도 새로 살 마음까진 안 들게 하리란 것 정도가 장점 아닌 장점이라고 총평합니다.

한편 본 BD 박스의 수록 사운드 포맷은 LPCM 모노럴. 제타 DVD는 돌비 디지털 모노럴로 사운드를 수록했는데, BD는 마스터 릴에서 새로 마스터링한 사운드를 수록했습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원 소스의 열악함이 있어서 아주 커다란 개선까지 감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손실 압축이 무압축이 되었다 해도, 살려낼 손실분 자체가 미미해서... 하지만 차이가 없는 것 또한 아닙니다. BGM과 대사, SE에 걸쳐 보다 투명하게 울리는 것은 사실이고, 덕택에 계속 듣다보면 이 인간 군상들의 드라마에서 오가는 대사들과 그 연기감 또한 좀 더 와닿는 것도 사실.

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제타 DVD > BD의 개선점은, 화질 개선보다는 음질 개선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절대적인 개선폭으로 재면 화질쪽이 더 크지만, 만족감은 음질쪽이었달지. 하기는 이땐 화질 개선 기술의 노하우보다 음질 쪽이 더 수준이 높았으니 당연한 결과기는 합니다.


일반적인 TV 스피커로 들었을 때도 어렴풋이 정도는 인식할 수 있고, 보다 품위를 갖춘 시스템이라면 좀 더 분명해지는 이 사운드 퀄리티 차이를 중시한다면, 아무래도 BD 쪽을 권하게 됩니다.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여기에서 더 개선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퀄리티이기에 더더욱.



3. 총평

이 소개문 파트 1에서도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 < 기동전사 Z 건담 > 이란 작품에 갖고 있는 상념은 꽤 각별한 편이라,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과 이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3박 4일은 너끈히 지새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선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이게 떠오르는군요.

 

제타란 작품에는 수많은 인상적인 장면이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최종화의 저 부분.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샤아/ 시로코/ 하만 + 까뮤가 접점 없는 서로의 주장을, 마치 연극을 하듯 그러나 실감나고 절실하게 내뱉는 부분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 만화영화란(저급한, 비교육적인, 공부하려면 멀리해야 하는^^;) 걸로 이런 표현이 가능하구나 하고 충격과 일종의 패배감(?) 같은 걸 느꼈던 이 장면은, BD로 몇 번이고 돌려봐도 새롭습니다.

제타 건담이란 작품은 전작 기동전사 건담에서 보여준 희망찬 결말도, 알기 쉬운 정의감도, 하다못해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TV 방영 2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극장판 제타 건담에서는, 결말이 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좋아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했을 당시 많은 일본 애니들이 곧잘 보여주었던 이런 면모들이 모두 배제된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땐, 솔직히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말의 산을 쌓아도, 혹은 저보다 더 뛰어난 분들의 평가나 리뷰를 보아도, 여전히 이 작품에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여운이 있고 여전히 반응이 곤란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일본 애니메이션 물리 매체는 종종 애정의 과시나 소장 욕구 충족 측면에서만 간신히 가치를 인정받기도 합니다만, 이 제타란 작품의 물리 매체는 그게 어떤 형태이건 애정 과시나 소장 욕구보다는 순전히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기 위해서 우선 필요하다고 최소한 저는 생각합니다.

이 두 파트에 걸친 나름 장문의 소개문은, 딱히 이 작품의 감상과 구입을 권장하는 목적을 갖지는 않습니다. 북클릿은 괜찮지만 요즘 이 정도 동봉품은 흔하고, 서플은 빈약하고, 거기에 한국어 자막도 없고, 정가는 70만원도 넘는 BD 박스라니. 그 돈으로 정발 타이틀 한 30장쯤 사다가, 스크롤 압박 인증샷을 올리는 쪽이 관심도 더 끌고 소장감도 더 있지 않을까 싶군요.-_-ㅋ


그러니까 달리 보면 이 소개문은, 공용 게시판을 빌린 넋두리에 불과합니다. 다만 그럴싸한 형식을 빌려서 신고 사유만은 면하고자 노력하긴 했습니다. 이 영양가 없는 문면 덕에 이 작품에 관심을 갖는 분이 생기신다면 오히려 제가 놀랄 일입니다만, 그래도 그런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물론 이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읽기 쉬운 소개문이 넘치는 작품이므로, 관심을 가진 분께선 그쪽을 찾아보시면 더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아, 작품 분위기와 비슷하게 문장을 만들려고 하니 어렵네요.) 그럼 이만!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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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1-01 19:41:51

후반부 몰아치는 연출은 지금 봐도 정말 대단하죠...

특히 제타 엔딩은 개인적으로 건담 시리즈 통틀어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WR
2017-01-01 20:13:37

저도 가장 좋아하는 건담 애니메이션은 역습의 샤아지만, 엔딩만은 이 TV판 제타의 그것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기가 막히는 완급 조절과 몰아치기 끝에 맞은 허무와 여운이 워낙 강력해서.

2017-01-01 20:18:05

성인을 위한 애니라는 생각에 공감 합니다.

WR
2017-01-01 20:31:33

네. 주변 사람들을 잃어가면서 성장하지만 끝내 망가지는 모양새는, 확실히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아니긴 합니다.

2017-01-01 22:20:37

뭐 본편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전 나중에 나온 3부작 극장판도 나름 좋아하는데, 작화를 섞지 말고 다 신작화로 했음 하는 아쉬움이 항상 있습니다. 

WR
2017-01-01 22:55:31

저도 극장판은 극장판 나름의 맛으로 즐기곤 합니다.^^ 그 구+신작화 건도 나름대로 멋지게(?) 교차하는 편집술을 흥미롭게 보면 재미있는 맛도... 허헛;

2017-01-01 22:46:18

가장 좋아하는 건담 작품입니다.

WR
2017-01-01 22:56:12

전 굳이 따지면 두 번째지만, 이런 작품에 순위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단 생각은 듭니다.^^

2017-01-01 23:49:24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를 가장 먼저 봤는데, 그냥 빨려들어가더군요.

 z건담은 그 이후에 봤는데 작화나 색감은 약간 떨어진 감이 있었지만, 시종일관 전투씬이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건 정발이 안 되나?

WR
2017-01-02 06:57:25

네. 거기에 제타는 시종일관 전투지만, 겉멋 액션을 위한 전투가 아니라 하나하나 무게가 있고 주제나 스토리와 연결되는 모습에 지금도 감탄하곤 합니다. 정식 발매가 되어 이런 면면들을 더 많은 분들이 편하게 접하시면 좋겠습니다.

2017-01-02 01:01:41

명작이죠. 부끄러운 일이지만 오래전에 용산에서 거금 주고 산 짝퉁 자막판 디비디로
아직도 전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꼭 봐야만 했던 작품이었으니까요.
디피 시리즈로 이걸 추진해 준다면 가격이 얼마라도 살 의향이 있습니다만..

WR
2017-01-02 07:02:52

네, 정식 발매가 되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2017-01-02 08:33:39

중학교 때 다이나믹 콩콩 "마크로스와 제타건담"백과, 딱다구리 성심도서 "제타건담" 시리즈로 접했던 것이 어언 30년이 되었네요.

제가 직접 번역한 것은 아니지만 한글자막을 직접 만들기도 한 작품이라서 더 애착이가네요.

일판은 너무 비싸서 미국판DVD, 미국판블루레이 part1을 구입했네요.

건담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WR
2017-01-02 09:05:27

하핫, 네. 주제가가 빠진 거 빼면 북미판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퀄리티는 그렇다쳐도 일본판은 너무 비싸기도 해서.

2017-01-02 10:46:21

저 같은 일맹에게는 그 나마 영어자막이라도 위안이 됩니다.

하지만 Johjima님이 말씀하셨듯이 DVD, 블루레이 모두 오프닝, 엔딩을 BGM으로 대체하는 만행이 정말 암울하긴 하죠...ㅎㅎ

Updated at 2017-01-02 14:14:37

다이나믹 콩콩 시리즈에서는 제타가 아니라 제트 건담이라고 했죠.

더블 제타도 제트제트 건담.. ^^ 

그래도 해적판 치고는 퀄리티는 꽤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WR
2017-01-02 14:45:08

다이나믹 콩콩은 그거 말고도 등장 인물 이름도 멋대로 적어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커커커;

2017-01-02 16:25:43

크와트로 파치나 대위 -> 크와르트 파치나(다이나믹 콩콩 번역)

샤아 -> 스어 (다이나믹 콩콩 번역)

무사이 -> 사이무 (다이나믹 콩콩 번역)

지온그 -> 지오크 (다이나믹 콩콩 번역)

 

2019-06-17 09:47:32

그때 애들끼리는 쌍제트 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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