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어라이벌(컨택트) * BD 베이스, 내용 스포 없음
드니 빌뇌브 감독의 최신작, '어라이벌'(Arrival, 2016)은 북미에선 작년 11월에/ 국내에선 '컨택트'란 제목으로 2월에 개봉하여 현재 상영중인 영화입니다. 러닝 타임은 116분.
한편 이 영화의 물리 매체는 BD/ UHD-BD가 북미 지역에서 2월 14일 동시 발매. 양국간 개봉 텀이 있긴 했지만 물리 매체 발매도 다소 빨랐던 통에, 오랜만에 아직 상영중인 영화의 BD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한국어 자막이 있는 판본 중 가장 발매가 빠른 것은 3월 15일 발매 예정인 체코판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정식 발매 일정은 아직 미정. 그럼 이만 거두절미하고, 바로 디스크 탐구로 Go.
1. 디스크 스펙
BD-ROM 듀얼 레이어(50G),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39:1/ 비트레이트 27.34Mbps
음성스펙 DTS-HD MA(24/48) 7.1ch (평균 비트레이트 4.2Mbps) 외
한편 서플 사항은 총 5종. 모두 영상 특전입니다.
- Xenolinguistics: Understanding Arrival (1080p, 30:03): 원작에 대한 언급과 영화화 과정의 설명
- Acoustic Signatures: The Sound Design (1080p, 13:59): 사운드, 연출, 표현 등의 기술적 설명
- Eternal Recurrence: The Score (1080p, 11:24): 사운드 메이킹과 스토리와의 어울림 등에 대한 이야기
- Nonlinear Thinking: The Editing Process (1080p, 11:20): 편집 및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
- Principles of Time, Memory, & Language (1080p, 15:24): 스토리 핵심 사항 탐구
서플은 양적으로도 나쁘지 않고, 나름대로 작품 이해에 도움도 줍니다. 다만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플 속에서 약간 자뻑 기질(농담)이 느껴지고, 영화의 심층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해에는 아무래도 제대로 접근하기 어려운 인상. (제 영어 히어링 실력 탓도 있겠으나, 서플에서도 암시하듯이)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원작 소설을 같이 접하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2. 영상 퀄리티
이미 접하신 분들께서는 모두 아시겠으나, 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아주 명백하게 밝은, 자연광'을 별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거의 모두 인공적인 조명이거나, 어두운 실내거나, 야외라도 CG 광원을 추가한 식. 때문에 BD의 경우 재생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타이틀로, 밝은 실내 조명 + 일반적인 LCD(LED백라이트 포함) 감상시엔 많은 장면을 장님 문고리 잡는 식으로 보면서 지나갈 위험까지 있습니다.
때문에 먼저 주변 조명을 끄고, 디스플레이 캘리브레이션을 주의깊게 실행한 화면으로 감상을 개시할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화면으로 본 이 BD는, Arri Alexa XT 시리즈를 통한 2.8K 촬영 & 2K DI를 거친 작품 = BD 스펙으로는 충분 혹은 살짝 넘치는 수준의 소스답게 기본적인 정세함은 확보한 느낌. BD화 스타일은 제작자가 의도했던 영상을 가감없이 충실히 보여주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사료되며, 시청자 입장에서도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타이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 거의 시종일관 차가운 인상의 색감이 잘 표현되어, 황량한 인상의 배경과 시너지가 뛰어난 화면, 2. 영화의 스타일상 아주 중요한 암부의 계조가 정말 일부를 제외하곤 무너지지 않으며, 3. 전술한대로 주의깊게 캘리브레이션 한 표준 화면에서 볼 때 암부의 디테일도 잘 재현되는 편이란 것이 미덕. 이런 경향은 감독의 전작 < 시카리오 > BD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본작은 여기에 한층 신경 쓴 인상입니다.
그대신 해상력 측면에선 글쎄... 나쁜 건 아닌데 아주 좋다고 하기도 어려운 중상급 느낌. CG와의 조화나 촬영 이념 탓도 있겠지만, 이유를 떠나 화면 자체가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최상급 선예도를 보여주는 타이틀에 비해)다소 멍한 모양새입니다. 또한 몇몇 장면에선 (암부의)밴딩 노이즈나 매크로 블록 현상이 보여서 눈에 거슬립니다.(스포 자제차 장면 설명을 첨부하지 못하는 건 양해 부탁.)
이런 문제들은 공통적으로 1. 최근 UHD-BD의 등장과 함께 2. 애초부터 HDR 그레이딩을 염두한 촬영/ 마스터 핸들링 과정을 거친 타이틀에서 종종 나타나는데(ex: 배트맨 v 슈퍼맨 BD)... 이때문에 이 작품의 UHD-BD도 한 번 직접 감상해 보고 싶네요.(파라마운트 출시작이라 한국어 자막 포함 판본이 발매될 가능성이 낮고, 따라서 해외 구매가 필수라는 게 흠입니다만.) 하여간 본작 BD의 영상 퀄리티는 촬영/ 수록 스펙에 비해선 좀 아쉬운 편이고, 일반적으론 괜찮은 정도의 수준이라 총평합니다.
3. 음성 퀄리티
본작은 상영 소스에도 차세대 객체기반포맷(앳모스, DTS:X 등)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BD에서도 마찬가지. 대신 당금의 최고 스펙 수준인 24비트 DTS-HD MA 7.1ch 포맷으로 수록되었습니다. 사실 영화 내용상 앳모스 믹싱을 했다면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올 장면들도 꽤 있는데... 하지만 DTS-HD MA도 충분히 검증된 & 오랜 사운드 디자인 노하우를 쌓은 포맷이고, 파라마운트 역시 허투루 작업하진 않기는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소리의 디테일감이 꽤 좋은 편. 덕분에 서라운드 정위감도 잘 살아나서, 객체기반포맷의 장점인 '정확하고 기민한 소리 위치 지정'이 아주 아쉬운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이런 재주를 부리느니 그냥 처음부터 앳모스로 밀었으면 되잖아... 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는데, 제작진에게도 시간이라든가 예산이라든가 하는 어른의 사정이 있었을 터이니 뭐.(웃음)
이외에 대사 전달력도 좋은 편이고, BGM의 전달력도 선명하고... 하여간 두루두루 별로 모난 데 없는 퀄리티를 들려주는 게 장점. 물론 뒤집어 말하면 콕 집어서 최고 레벨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건 좀 인색하게 수록한 오디오 비트레이트 탓도 있는 것 같고. 물론 영화 내용상 엄청나게 광광 때려대거나 음악이 너무 뛰어나게 시청자를 사로잡으면 안 될 것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요즘 시대엔 너무 평범한 것 같기도 하고?
감독의 전작 '시카리오'가 상영 마스터에서도 앳모스를 구현(가정용 매체에는 BD/ UHD-BD에 모두 앳모스 수록) & 3.4K 소스 > 4K DI 등 스펙적으로도 꽤 만전을 기한 것과 달리, 본작은 뭐랄까... 스펙적으론 최신 기예엔 다소 등한시한 감입니다. BD 퀄리티도 글쎄, 2010년대에 나왔으면 투 썸즈 업이랄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2017년.
4. 총평
이 작품은 소위 '문과계 인터스텔라'라고 불리는 걸로 아는데, 개인적으론 글쎄... 원작의 영상화 하기 어렵거나 지나친 설명조가 될 우려가 있는 부분들을 교묘하게 잘 변형해 가며, 나름대로 2시간 내에 관객들을 이해시키려고 애쓴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불친절하다는 시각과/ 한편으론 감독이 영상에 집착하다보니 원작을 무시하거나 놓친 게 많다는 상반된 비난에 시달리는 것도 같습니다만, 제 생각엔 (개인적인 드니 빌뇌브 감독에 대한 신뢰도 포함해서)지금 이 영화의 모양새가 원작을 영상화한 거의 최상의 결과물이라 봅니다.
그 반면 BD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이 있는 편. 각 항목에서 자세히 다뤘지만, 촬영과 음악면에서 호평받은 본작의 모양새가 정작 최신 기술 사용에는 인색해서 '보다 쉽게,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끔 하는데는' 좀 어려웠지 않나 합니다. BD화 퀄리티도 마구다지는 아닌데... 파라마운트가 최선을 다한 것도 같은데... 어딘가 마뜩찮은 부분들이 군데군데.
때문에 아직 본작의 UHD-BD를 직접 감상하진 못했고 몇몇 리뷰 사이트들의 평가로만 접했긴 하지만, 해당 평가들이 공통적으로 (겉으로 매기는 점수와는 달리)논조가 아쉬움을 내비치는 뉘앙스인 것도 BD를 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느낌. 동시에 디지털 시대엔 아무래도 기본 스펙이 깡패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타이틀이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쓰다보니 막판에 아쉬운 소릴 늘어놔서 몹쓸 BD라는 인상 같은데(웃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중상 수준은 충분히 되는 BD입니다. 문제는 이 타이틀이 2017년에 나왔다는 것이고, 사람들의 눈이 이미 다른 영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분명 난해한 영화이고, 따라서 원작과 교차해 가며 몇 번씩 재감상 하는 것도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는 BD를 통해 접하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쓰기 |
역시 명불허전 johjima님 감상기네요.
빨리 정발 소식 들려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