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원제: Rogue One: A Star Wars Story. 이하 '로그 원')는, 디즈니의 스타워즈 스핀오프 시리즈인 '스타워즈 앤솔로지' 첫 번째 작품입니다. 2016년 12월 개봉/ 2017년 4월 북미 지역 등의 블루레이(이하 BD) 발매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곧 정식 발매될 예정.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의 BD에 대한 퀄리티를 다룬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제다이라는 특이한 아이콘이나, 완성도의 여부를 떠나 신화 정도의 레벨인 스타워즈 세계관을 무엇으로 어떤 퀄리티로 즐긴들 어떠하리... 이런 느낌이 된지 오래라. 가정용 미디어 퀄리티에 집요한 편이었던 루카스 감독이 사실상 손을 뗀 이후엔 더더욱 그런 느낌이고요. 아무튼 미디어 제작에 있어선 늘 장타가 아니라 안전한 번트만 노리는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먹었으니...
그렇긴 해도 개인적으로도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고, 로그 원은 나름대로 호의적으로 보기도 했으며, 몇몇 AV적인 이슈도 있는 작품이라 간단하게나마 감상을 적어보려 합니다.^^
1. 디스크 스펙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39:1/ 비트레이트 33.98Mbps
음성스펙 DTS-HD MA(24/48) 영어 7.1ch 외/ 비트레이트 5.14Mbps
전체적으로 나무랄데 없는 스펙. 영상이나 음성이나, BD로서는 거의 최선을 다한 수준입니다. 스펙만 찍어봐도 이 영화를 찍는 데 동원된 기술들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는 생각은 들 정도.
단지 후술하는대로, 본 작품의 국내 정식 발매판에는 한국어 음성은 수록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어 음성을 원하는 분은 VOD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는데, BD의 화/음질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서 VOD의 낮은 퀄리티가 더욱 부각된다는 게 단점입니다.
2. 서플 사항
- Rogue Idea (1080p, 9:00) : 본작에 대한 초기 발상이나 소재에 대한 이야기
- Jyn : Rebel (1080p, 6:16) : 주인공인 진 어소에 대한 자세한 언급
- Cassian : The Spy (1080p, 4:14) : 등장 인물과 관련 설정 등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 K-2SO : The Droid (1080p, 7:43) : 본작의 마스코트(?)인 K-2SO에 대한 소개
- Baze & Chirrut : Guardians of the Whills Whills (1080p, 6:20) : 연기나 촬영, 캐릭터에 대한 대화
- Bodhi & Saw : The Pilot & Revolutionary (1080p, 8:35) : 세계관의 소개, 캐릭터나 역할에 대한 논평
- The Empire (1080p, 8:18) : 주요 제국 캐릭터들의 소개와 해당 배우에 대한 언급
- Visions of Hope: The Look of Rogue One (1080p, 8:24) : 기존작과의 융화, 로그 원만의 개성에 대해
- The Princess & The Governor (1080p, 5:49) : 두 중요 인물의, 디지털 방식 재창조에 대한 소개
- Epilogue : The Story Continues (1080p, 4:15) : 작품에 대한 포괄적인 언급
- Rogue Connections (1080p, 4:31) : 숨겨진 설정, 기타 잡다한 부분에 대한 소개
사실 로그 원은 예고편에 나온 장면들 중 본편에 나오지 않은 장면들이 많은 편이라, 이들 삭제 장면이 다양하게 실리는 것을 기대했는데... BD 서플에도 특별난 소개나 언급이 없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디즈니는 로그 원의 재촬영이나 이야기 변경점에 대해 적당히 묻으려는 듯도?
하기는 삭제 장면들이 도리어 공개작보다 더 로그 원의 제작 테마(밀리터리풍 스타워즈)에 어울린다는 감상도 많았으니, 괜스리 개봉판과 비교되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 같기도 합니다만... 나중에라도 이에 대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3. 영상 퀄리티
원래 로그 원의 화질 때깔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전혀 찾아보지 않은 시점에)개봉관에서 보았을 때도 충분히 좋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촬영 카메라가 최근 하이 퀄리티 디지털 촬영작의 표준 카메라(?)쯤으로 자리잡은 느낌인 Arri Alexa 65이고 & 시네마 스코프 화면비는 여기에 현존 최상급 아나몰픽 렌즈 중 하나로 꼽히는 Hawk65를 대어 만들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약속된 퀄리티이기도 했습니다만.
문제는 이 6.5K 촬영 소스 > 4K DI 마스터를 핸들링한 게 대충주의의 왕자 디즈니란 것인데, 우려와는 달리 로그 원의 BD 화질은 대단히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톤으로 마사지 된 화면이지만, 실은 명암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대단히 넓고 섬세하게 담겨 있다는 인상. 화면 밝기가 어떤 상태라도 잡노이즈도 찾기 어렵고, 계조적인 약점도 거의 없는, 상당히 좋은 화면을 시종일관 보여줍니다.
이 전반적으로 좋은 화질에는 로그 원이 SF 컨텐츠면서도 되도록 CG 사용을 자제한 덕도 있는 듯. 타킨 총독이나 레아 공주의 얼굴 CG 같은 것이 아주 자세히 뜯어보면 약간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만 봐도, 고해상도 촬영물에는 여전히 CG가 꽤 해를 끼치는 편이라... 아무튼 해상감이나 디테일 재현력 측면에서도 로그 원 BD는 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여러모로 완숙한 퀄리티.
다만 굳이 지적할 걸 찾는다면, '깨어난 포스'가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은 진짜 아날로그 질감이었던 것에 비해 '로그 원'은 디지털 카메라의 극한으로 찍고도 아날로그 질감을 그럴싸하게 내고자 했다는 것 정도? 상영 당시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BD로 보자면 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시도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지만, 이러느라 디지털 촬영의 순도를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건 좀...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디카를 찍어놓고 그 위에 파스텔 가루를 뿌린 느낌이랄까...
그렇다곤 해도 전체적으로 볼 때 로그 원 BD가 우수한 화질이란 건 확언할 수 있습니다. 대충주의 디즈니도 이 작품은 AV적으로 어필할 부분이라도 있어야겠다... 라고 생각을 한 건지, 워낙 촬영DNA가 좋아서 대충 오소링 해도 이런 수준의 BD가 만들어진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하여간 AV적으론 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레벨입니다. 디즈니가 UHD-BD를 낸다면 어떤 퀄리티로 낼지가 기대가 되는 대목.
4. 음성 퀄리티
로그 원은 상영 소스에 앳모스 믹싱이 있었습니다만, BD에는 DTS-HD MA 7.1ch가 최고 퀄리티 사운드로 수록. 이것도 향후 UHD-BD를 위해 남겨 둔 카드인지, 대충 해도 잘할 만큼 노하우를 쌓은 DTS-HD MA가 좋은 건지는 불분명한데... 하여간 퀄 자체는 좋은 편입니다.
구체적으로 꼽아보면 S/N비가 높아서 모든 대역에 걸쳐 선명하게 들린다는 점, DTS-HD MA 특유의 기민하고 응답성 좋은 서라운드 사운드, 영화적인 양념이 잘 가미된 BGM의 울림, 깔끔하게 치고 빠지는 잔향 등등... 좋은 말은 대부분 갖다 붙일 수 있습니다. 최근의 마블 시리즈 BD들도 이런 퀄리티로 뽑아줬으면 참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웃음;)
그밖에 특징을 꼽자면... 깨어난 포스가 약간 애니메이션 느낌이 있는 사운드였다면, 로그 원은 보다 영화틱한 사운드랄지? 다소 칙칙한 분위기에 어울린다 싶은 음악들을, 본 BD는 꽤 느낌 좋게 잘 울려줍니다. 국내 정식 발매반에서 사운드 포맷 퀄리티 다운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다만 그대신 (기내 상영판 등으로 제공되었던)한국어 음성이 수록되지 않는다는 것은 호불호가 갈리는 사항. 애초에 근본적인 원인은 BD에 마스터 오디오 포맷과 한국어 음성을 동시 수록하지 않는 디즈니가 문제인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기술적인 입장에선 디즈니를 변호할 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이전 깨어난 포스 BD 당시에도 잠시 설명했지만, BD의 음성은 지금 재생되지 않는 소리도 모두 전송 비트레이트에 실려서 나오는 것이라서 > 수록 음성의 종류가 많으면 많을 수록 비트레이트 전송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ex: 영어/한국어/프랑스어/독일어 음성이 수록된 BD라면, 영어로만 재생하고 있어도 음성 비트레이트 영역은 네 가지 언어 전부를 확보/ 전송하여야 합니다.)
이건 BD 용량의 문제가 아니라 비트레이트 전송량의 문제이며, 더불어 수록 음성의 종류가 많을 수록 제대로 재생 전달이 안 되고 트러블이 생길 확률도 높아집니다.(특히 구형 플레이어를 쓸 수록 이런 문제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일종의 보신주의 입장에서, 문제가 될 소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재생이 안 된다가 아니라, 오재생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게 유저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것이지만.
디즈니 저팬까지 있는 일본의 경우, 깨어난 포스 일본판 BD에선 영어 MA + 일본어 HR 외 다른 음성을 다 빼버려서 간단하게(?) 해결했는데... 국내 발매 BD에서 이런 걸 기대하는 건 아주 정성을 기울인 로컬 제작판쯤 되지 않는 한 예나지금이나 요원하긴 합니다. 헌데 전술한대로 AV적으로 아주 좋게 뽑힌 이 영화를 VOD판의 열화 퀄리티로 보는 건 좀 섭섭해서... 우리말 더빙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하여간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좋게 시작해서 끝에는 푸념이 되어 버렸는데, 다시 처음 하던 이야기로 돌리자면 로그 원 BD의 DTS-HD MA 사운드 퀄리티는 디즈니답지 않게(?) 좋습니다. 정발판에서도 손실 없이 그 퀄리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5. 총평
솔직히 로그 원은... 스타워즈 시리즈에 빠삭한 사람들이, 요소요소에 심어진 원작 팬 서비스를 즐기면서 스핀오프로 보기엔 괜찮다 싶긴 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논한다면 글쎄요? 스런 것도 사실이었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땅치 않았던 건... 스토리가 군데군데 좀 엉성하게 흘러가는 건 스타워즈가 원래 그렇다고 애써 넘어간다 치더라도, 분위기 자체가 이건 아주 무거운 것도 아니고 아주 신나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게... 다 보고 나니 좀 소화불량 기미가 있었달지 하는 부분입니다. 아니, 뭐 '그 분'의 모습 하나만으로 대동단결 한다는 감상도 보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영화관에서 한두 번 보고 말면 모를까 그 정도 요소가 BD로 여러 번을 보려는 사람을 늘 열광시키는 건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하기는 BD는 상영관에 비해 '챕터 재생'이란 비기(?)가 있으니, '그 분'만 보려는 분이라면 이걸 적극 활용하기 위해 BD를 사시려는지... 하지만 본문에서 내내 논한대로 AV적 퀄리티도 상당히 잘 뽑힌 편이니, 진득히 전편을 즐기시는 것도 충분히 권하고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감상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비했는데, 최종 조정 테스트 중에 이 BD를 보았다는 게 행운 같다 싶기도 할 만큼 AV적으로 괜찮은 물건입니다.
남은 것은 이제 디즈니가 언제 UHD-BD를 시작하느냐, UHD-BD에서 남은 퀄리티를 어떻게 모두 긁어낼 것이냐 하는 것 정도? 지금까지 많은 UHD-BD 들이 실망을 안겨주긴 했으나, 개중에서도 까만 우주에 빛나는 별 같은 타이틀이 종종 있었는데... 디즈니의 UHD-BD도 이런 별이 되길 바랍니다. 거 괜히 환기구 하나 잘못 뚫어서 망한 데스 스타꼴 나지는 말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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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지막에 그분의 광선검질이란...흥분되고 무서웠습니다.
"캬...저게 진짜 다스베이더의 모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