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소개 - 글래디에이터 (자막 사항 수정)

북미에서 5월 15일에 발매된 [ 글래디에이터 ] UBD 패키지입니다. 

 

이 영화는 뭔가 설명하는 게 사족일 정도로 유명한 영화이므로, 서문은 패스하고 바로 본론으로 갑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2160/24P(HEVC), 화면비 2.35:1, HDR10 & 돌비 비전

최고 품질 사운드: DTS:X 영어

* 북미판 UBD 패키지의 모든 디스크(UBD, BD, 서플 전용 BD)에 한국어 자막 지원.

* UBD/ BD 모두 극장판/ 확장판 동시 수록(로딩 직후 선택 화면으로, 어느 쪽으로 감상할지 선택 가능.)

* 북미판 UBD는 코멘터리에 한국어 자막 지원. (= 정발판 UBD도 동일)

* 패키지 내 BD 관련

글래디에이터 UBD 패키지에 동봉된 BD는 리마스터판 사파이어 시리즈 BD(2Disc)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 국내 정발판 BD는 2015년 7월 재발매판이 이 리마스터판 BD입니다. 그 이전 정발반은 구판.)

 

(UBD 패키지 내)본편이 수록된 BD 1번 디스크는, 리마스터판 BD와 완전히 동일한 스펙(디스크 내경의 넘버가 R2로 끝나는 것 역시 동일)입니다.

 

서플 전용인 BD 2번 디스크 역시, 리마스터판 2Disc BD 셋에 든 서플 전용 디스크와 동일한 사양. 이 디스크의 모든 서플에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 영상 퀄리티 평가

 

글래디에이터는 2009년 최초 출시 BD(이하 구판 BD)와 2010년 리마스터판 BD 사이에 화질차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UBD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2010년 리마스터판 BD의 그것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일단 해상도 측면에서의 강점은, 무리한 선예감 강조(샤프니스/ 엣지 인헌스먼트 값의 과다한 사용)와 DNR 사용을 최소화해도, 2160P 해상도 그 자체의 힘만으로 필름에 발라진 디테일을 거의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겠습니다. 이는 영화 초반에 관객들을 압도하는 게르마니아 전투 신에서 이미 견적이 나오는데, 전열에 나선 병사들의 금속 갑옷과 후열의 플라스틱 갑옷(이는 서플에서도 언급됩니다.) 간의 질감 차이라든가/ 원경에서의 각종 미세 디테일(숲속 나무, 수많은 군사들의 표현력)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미있게 살아납니다.

 

이렇게 이미지에 과도한 강조 값을 걸지 않은 덕에 필름 그레인도 상당히 자연스럽게 가라앉았고, 후술하는 하이 다이나믹 효과와 겹치면서 소위 '필름라이크'라는 감수성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상당히 괜찮은 질감을 확보하는 것이 이 UBD 그림 최대의 장점입니다. 즉, 리마스터 BD보다도 더 각종 과장값은 줄이고 + 더 높은 기본 해상도빨을 살리면서 +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 그레이딩을 통해 슈퍼 35mm 필름 본연의 느낌을 상당히 잘 재현해 주고 있습니다. 

 

약점은 구작 UBD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CG/ VFX 텍스처 해상도의 상대적 저하가 심하게 눈에 띈다는 점, 일껏 디테일을 보다 정세하게 살려놨지만 그레인감으로 인해 실제 체감 선명도 상승은 리마스터 BD(+ 업스케일)에 비해 그리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 필름 감수성 그 자체에 대한 호불호. 어려운 이야기를 빼고 간단하게 말하면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뭐가 확연히 선명해진 건 아니잖아? CG는 더 튀고.'라고 실망할 분도 충분히 계실 것 같습니다. 

 

블닷컴 공식 리뷰어도 지적했듯이, 이 UBD는 기본적으로 리마스터판 BD의 스캔 데이터를 유용한 것으로 보입니다.(거스러미나 필름 얼룩이 나타나는 포인트가 거의 동일. 간혹 나타나는 깜빡임(플리커링) 역시도 마찬가지.) 따라서 마스터링 시의 값을 다르게 주면서 2160P 출력으로 만든 것일텐데, 이러니 BD(+ 업스케일)에 비해 '확 눈을 사로잡는' 해상감의 대폭 상승은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해상감 측면에선 그리 큰 기대를 하지 마십시오.

 

다음,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 그레이딩의 경우 HDR10과 돌비 비전(이하 DV)의 격차가 별달리 크지 않다는 것도 특색. 다만 이는 HDR10 그레이딩이 제법 잘 되었기 때문이지 DV 그레이딩이 못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OLED B7을 기준으로)기본적으로 둘 다 암부 디테일이 상당히 잘 살아나되/ (슈퍼 35mm 특유의 모양새인)간혹 화이트 피크가 날아가는 문제도 비슷한 빈도로 나타납니다. 대신 전체적인 계조 퀄리티나 명/암 체감폭 및 광원에 따른 디테일 표현은 확실히 BD에 비해 섬세하게 살려져 있습니다.

 

자체 휘도가 충분한 편은 아닌 7 시리즈 OLED에서 DV와 HDR10의 그림이 비슷하다는 것은, 이 UBD의 HDR10 그레이딩 밝기가 피크나 평균이나 많아 봐야 500니트 이내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때문에 HDR10 재현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서도 & 지나치게 나대지 않으면서 자연스런 명암 확장을 추구한 그림인 게 좋은 점. 다만 확실히 엄청나게 인상적인 명암의 대비쇼는 아니며, 덩달아 색감의 확장 역시도 엄청나게 인상적이진 않은 것이 약점입니다. 이러다보니 일반적으로 UBD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인 '진하고 생생한 색감'을 이 UBD는 그리 강력하게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래도 달리 보면 요새 '인기 많은 구작들'의 UBD화에서 종종 시도되는 색감의 지나친 변화는 없기도 합니다. 아울러 숲, 사막, 검투장 등 주요 배경들의 인상적인 색들은 골고루/ 섬세하고 안정적인 확장성을 보여주는 편이며, DV에서 HDR10보다 조금 더 이러한 색감이 좀 더 진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이때문에 자세히 뜯어보면 아무래도 DV의 손을 들어주고 싶긴 하지만, 이 UBD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HDR10만 되는 시스템이라도 그리 아쉬울 것은 없다 싶은 듯.

 

요약하면...

 

a. 해상감은 전체적으로는 리마스터BD(+ 업스케일)에 비해 큰 발전은 느껴지지 않는다.

b. 세부 디테일 묘사 자체는 보다 자연스러운 그림 속에서 오밀조밀 살아나는 편. 단, 캐치는 쉽지 않다.

c. HDR10과 DV의 느낌은 비슷한 편이다. 색역 확장 역시도 확 와닿을 정도는 아니다.

d. 암부 표현과 깔끔한 계조는 좋다. 숲 전투/ 사막/ 검투 장면 등 강렬한 신의 섬세한 색감 표현은 좋다.

a+b+c+d = '점잖은' 발전감을 보여주는 UBD. 하지만 UBD! 하면 흔히 기대되는 쨍하고, 짱짱하고, 선명하고, 진하고, 밝은 그림은 아니다. 여기에 그레인감 플러스.

 

 

- 음성 퀄리티 평가

 

글래디에이터는 BD에 수록된 DTS-HD MA(24/48) 5.1ch 부터 꽤 괜찮은 사운드였기에, UBD의 DTS:X 믹싱이 그것을 얼마나 아우르면서 뛰어넘느냐가 기대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쪽은 향상감이 분명합니다. BD > UBD에서 영상보다 음성의 격차가 훨씬 와닿는 편.

 

개인적으로 정말 자주/ 많이 봐서 비교하기 쉬운 초반 게르마니아 전투 신의 BG 선명성부터 UBD 쪽이 더 뛰어난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으며, 각종 효과음과 대사 역시 훨씬 투명합니다. 포스트HD 사운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오버 헤드 스피커 자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전체적인 공간감 표현력이나 채널 분리도/ 음성 정위 모두 향상되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운드 쪽은 뭔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싶고, 그냥 들어보시면 된다 할 정도로 UBD쪽의 향상감이 명확한 편입니다.(DTS:X 재현이 불가능해서 DTS-HD MA 7.1ch로 재현되는 시스템이라도, 마찬가지로 UBD쪽의 S/N, 밸런스, 정위감 모두 향상된 것이 쉽게 느껴집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채점하자면 비록 현대의 짱짱한 신 녹음 사운드- 특히 현란한 이동감과 공간감을 모두 보여주는 뛰어난 포스트HD 사운드 수록 타이틀- 보다 어느정도 체감상/ 음질상으로 물러서는 부분은 있더라도, 글래디에이터에 수록된 바로 그 음성을 가장 품위있게 듣는 방법이 이 UBD인 건 확실합니다. 

 

(* 사실 제 시스템에선 BDP의 사운드 품위가 UBDP보다 좋다보니(중상급 이상의 BDP를 소지하신 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UBD에서 사운드 향상이 이뤄졌어도 정작 BDP에서 동 타이틀 BD를 걸어 듣는 것이 UBDP에서 UBD를 걸어 듣는 것보다 더 맘에 드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글래디에이터는 UBD쪽의 사운드 리마스터링/ 믹싱이 워낙 훌륭하여, UBDP에서 UBD를 걸어 듣는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

 

 

- 첨언  

 

글래디에이터는 제가 가장 많이 본 디스크를 두 손으로 센다면 그 순위가 한 손 안에 들어갈만큼 많이 재생한 디스크입니다. DVD > BD에 걸쳐 족히 세자릿수는 될 것인데, 특히 시간 없을 땐 게르마니아 전투 신과 마지막 챕터만 돌려볼 정도라(이 두 곳의 음악과 어우러지는 감을 정말 좋아합니다.) UBD와 BD의 비교도 주로 이 두 챕터를 중심으로 하기도 했네요.

 

DVD > 구판 BD > 리마스터 BD에 걸쳐, 이 영화의 디스크는 그 시기 모든 디스크들과 비교할 때 충분히 상급의 화/ 음질을 보여주었습니다. DVD 시절의 준수한 화질과 DTS ES 사운드는 '고품질의 기준점'쯤 되었고, BD도 비록 구판 화질이 뜻밖에 많은 실망을 안겨준 부분이 있으나 리마스터판 BD에서 극복해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때문에 '중복 소장이라 돈 아깝다'는 생각보다, '시대를 선도하는, 퀄리티 역사에 남는 디스크를 모두 소장한다.'는 기쁨이 더했던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다만 UBD에 이르면, 화/ 음질 모두 솔직히 시대를 선도하는 수준까진 아닙니다. 화질은 좋은 구석도 많으나, 연식 있는 필름이 보여주는 어쩔 수 없는 열화나 물러서는 점을 완벽하게 극복한 건 아니고 / 음질 역시 BD에 비해 향상감은 좋으나, 포스트HD 사운드가 대세인 현 UBD 틈바구니에서 엄청난 시네소닉이라든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인상감을 주거나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UBD 시스템을 이미 갖춘 분이라 할지라도 어지간히 퀄리티를 추구하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UBD 구입을 강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다만 BD와 달리 UBD는 코멘터리에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므로, 이를 중시하신다면 권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콧 감독이 만들고 러셀 크로가 주연한 '글래디에이터'란 영화를 가장 멋진 화질과 음질로 보는 방법이 이 UBD란 건 확실합니다. 비록 그 격차가 와닿는 정도가 사람마다 시스템마다 모두 다를 것이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아 시대를 선도하는 절대적인 퀄리티는 아닐지라도, '이 영화'를 거의 2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볼 때 가장 품위있게 보는 방법이 이 UBD란 건 (UBD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저도 두말없이 인정하겠습니다. 

 

때문에 이 UBD의 반면에 써있는 문구처럼, 이 UBD는 제 마음 속의 사파이어 디스크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선 드물게 사진도 두 장이나 첨부했습니다. 땅땅땅(판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