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소개 - 더 포스트
일전에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1684648%EC%97%90%EC%84%9C 에서 말씀드린대로, UHD-BD 리뷰를 순차적으로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흔 네 번째로 소개해 드리는 건 '더 포스트'(원제: The Post).
스필버그 감독/ 메릴 스트립 여사/ 톰 행크스 영감(??) 이라는 멋들어진 삼각편대가, 펜타곤 페이퍼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땐 대체 어떤 영화가 나올지 약간 의구심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품은 의구심이야 어쨌거나, 이 영화는 아주 훌륭하게 뽑혀져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같은 감독/ 톰 영감님 조합의 '스파이 브릿지'보다 더 스릴 있으면서도, 감독 특유의 유연한 연출이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자, 그럼 딸랑 3개월만에 좌라라락 찍은 이 멋진 영화의 UBD는 어떤 때깔인지, 그 점에 대해서 다뤄 보기로 하겠습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듀얼 레이어(66G), 2160/24P(HEVC), 화면비 1.85:1, HDR10
최고 품질 사운드: DTS-HD MA(24/48) 7.1ch (영어)
- 영상 퀄리티 평가
슈퍼 35mm로 찍고, 이 필름을 4K 스캔/ 디지털 마스터화한 마스터를 가지고 만든 이 UBD. 평균 비트레이트도 61Mbps 정도라 스펙으론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실제 화면도 나쁘지는 않고.
일단 강점은 35mm 본연의 정세함이 살아있는 그림과, 너무 튀지 않게 정돈된 필름 그레인. 단점은 일부 밝은 신에서 좀 그레인이 튀는 데가 제법 있어서- 촬영 감독 야누스 카민스키 특유의 광원/ 명암 핸들링 때문이기도 한 듯- 체감 해상감을 깎아먹는 데가 있다는 것. 하지만 기본적으로 4K 스캔은 해야 발라진 정보를 남김없이 긁어낼 수 있는 35mm 필름답게, 거기다 싱싱한 상태까지 더해져서 분명히 동 작품의 BD에 비해 UBD의 영상이 더 시원스런 영상이란 것은 맞습니다.
HDR 그레이딩의 경우엔 좀 미묘한 편. 다이나믹스 개선의 방향을 어두운 쪽에 주안점을 둔 모양인지, 같은 코닥 비전3 필름으로 촬영한 작품들에 비해서도 최종 화면 출력 밝기가 전반적으로 어둡습니다.(코닥 3에 담기는 순 명암폭은 0 - 1만 니트 폭인데, UBD에 담기는 HDR10을 이 폭으로 깡그리 그레이딩할 수는 없으므로, 밝은 쪽에 더 맞춰 그레이딩하느냐/ 어두운 쪽에 더 맞춰 그레이딩하느냐에 따라, UBD로 볼 때의 화면 밝기 톤 차이가 제법 나게 됩니다.) 때문에 광량이 충분하지 않은 디스플레이(ex: 대화면에 뿌리는 HDR 프로젝터)로 보면, 영상의 실제 체감폭이 상당히 제한됩니다.
그래도 주안점을 둔 암부 표현력이 좋아서 미세 디테일도 잘 보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시대상을 나타내기 위해 전반적으로 깔아 놓은 세피아 톤 화면빨과 매칭은 좋은 편입니다. 절대적으로 보자면 안정적이고 그윽한 분위기는 분명 있습니다. 단지 이 UBD에서, UBD의 장점 중 하나인 '강력한 화면 편치력'을 찾지는 마십시오. 여기에 전술한 밝은 신의 그레인감(오히려 BD보다 더 잘 보이기까지 합니다.)까지 더해져서, 이 UBD 화면은 척 봤을 때 BD(+ 업스케일)보다 '우왓'하며 반길 그런 화면은 아닙니다.
색 영역 확장 역시도 BD에 비해 분명 수혜는 입은 부분을 군데군데 확인할 수 있지만, 전술한대로 전체적인 세피아 톤 화면과 겹치면서 '그윽하게 퍼지는' 감은 있어도 '진하게 확 띄는' 감은 적기 때문에, 이 UBD를 첫 눈에 반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계속 보다보면 (많은 신에서 보여주는)무심한 사무실 조명과 싱싱한 아날로그 필름에 담아 낸 특유의 컬러가 빚어내는 은은한 향을 느끼실 수도 있지만, 한 방에 사람 눈을 사로잡아 존재가치를 주장해야 하는 UBD로선 결국 미묘한 그림인 건 사실입니다.
요약하면
- BD(+ 업스케일)에 비해, 해상감 증강은 확실히 '잘 보면' 눈에 제법 띄는 편.
- HDR 그레이딩은 암부에 주안점이 있으므로, 암부가 좋은 디스플레이에서 시청하면 궁합이 맞는 편.
- 색역 확장은 은은한 편이라, DCI 색역보다도 색 재현이 좀 모자란 디스플레이에서 봐도 제법 선전.
이렇게 전체적으로 '은은한' 화면입니다. 다시말해 요즘의 최신 고해상도 디지털 영화(중 극히 일부에 속하는 잘 만들어진 영상)를 담은 UBD의 영상이 청량 음료 같은 짜릿함과 강력한 한 방을 준다면, 이쪽은 녹차에 가깝습니다. 그것이 밋밋하다, 맛없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자유/ 음미할만 하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자유입니다.
- 음성 퀄리티 평가
이 영화의 DTS-HD MA 7.1ch 역시, 영상과 마찬가지로 '은은'하지만, '강력'하진 않습니다. 하기는 심리 싸움과 드라마의 전개에 주안점을 둔 영화의 사운드에서 무슨 죽여주는 저음이나 끝내주는 타격감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만, 전반적인 품질면에서 생각해 봐도 '은은'에 머뭅니다.
이 영화의 음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대화 전달성 자체는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몇몇 주변 소음에 묻힐 수 있거나 기타 이유로 잘 알아듣기 힘들어야 하는 대화 역시, 센터 채널에서 상당히 깔끔하게 재생되는 것이 장점. 오죽하면 한국 영화 BD들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을 정도로, 대사 전달성은 굉장히 좋은 UBD입니다. 덩달아 미세 효과음들의 깔끔한 전달력도 돋보이고요.
한창 때는 강력한 블록 버스터에나 채용되었으니 이 영화의 장르상 좀 오버 스펙스럽다 싶은 7.1 채널도, 의외로 쏠쏠한 분위기는 내는 편. 리어/ 사이드 채널을 통해 소리의 이동감이나 방향성을 열심히 표현하고 있어서, 상당한 현실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몇몇 주요 신에서 사운드 디자이너의 센스도 충분히 엿볼 수 있을만큼, 조용하게 잘 수록된 사운드란 인상은 확실합니다.
단점은 영상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한 방은 영 없다는 것, 전반적으로 약소음에 맞춰진 다이나믹스 활용 탓에 소리의 다이나믹 레인지 폭 자체의 체감은 별로라는 점(= 시원한 맛이 떨어짐), 장르의 탓도 있지만 유명무실한 저역, BD와 비교할 때 특출나다 할 수 없는 동 포맷 사운드를 담은 UBD... 뭐, 이렇습니다. 동 포맷이라도 UBD가 BD보다 더 뛰어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경우도 제법 있지만, 이 UBD는 그런 케이스도 아닌 것으로 들립니다. 때문에 사운드 면에선 동 타이틀 BD에 비해 별다른 장점이 없습니다.
- 첨언
이 영화의 서플은 모두 동봉 BD에 수록되었는데, 양적으론 충분하다 할 수 없어도 질적으론 괜찮았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소재로 삼은 펜타곤 페이퍼에 대한 미국 내 인사들의 생각 등도 엿볼 수 있어서, 이 보고서가 끼친 역사적 영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본편 내용과 함께 서플도 분명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미판 UBD/ BD 모두 한국어 자막은 없고, UBD는 전 세계 어디에도 확실히 한국어 자막 판본이 없으므로(바로 그 '폭스'의 타이틀입니다.) 정식 발매는 요원합니다. 사실 영상/ 음성에 걸쳐서도 반드시 UBD로 보시라고 굳이 강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이해가 잘 되게 만들어진 자막(= BD라도 정발하면 그게 더 이득)이 필요하지, 굳이 UBD의 화면빨이 필요한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소위 '기깔나는' 화면빨도 아니고요.
결국 더 포스트 UBD는 (일반적인 한국인에게)쉽게 알려지지는 않은 소재 + 강력한 한 방은 없는 수록 퀄 + 한국어 자막 없음의 삼위일체를 갖춘 디스크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 감상문조차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분들이 훨씬 많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4K 환경은 이미 다 갖춰놨고 맨날 펑펑 터지고 쨍한 화면만 보는 건 좀 물린다-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 보실만은 한 화면입니다. 이 영화 역시도 소재에 관심을 갖는다면 상당히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니, UBD의 이 '오묘한' 퀄과 제법 궁합이 맞다는 생각은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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