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F91은 [ 역습의 샤아 ]를 끝으로 아무로와 샤아로 대표되는 [ 기동전사 건담 ]의 이야기를 일단락 지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야스히코 요시카즈 씨(캐릭터 디자이너)와 오오카와라 쿠니오(메카닉 디자이너) 씨 등 이미 손발을 맞춰 본 스태프들과 함께 제작한 새로운 우주세기 건담의 이야기- 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1991년 개봉한 이 극장판의 흥행이 별로였다는 점, 그래서 후속 TVA 이야기가 허공에 떠버린 것, 그러다보니 어정쩡하게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식으로 끝나버린, 결과적으로 용두사미 건담의 대표로 손꼽히게 됩니다.

그래도 일본 버블 경제가 완전히 꺼지기 전에 제작된 작품이라 그 작화나 연출은 지금봐도 세련된 수준으로 꼽히며- 다만 중후반부는 좀 날림끼도 있습니다.-, (설정이나 세세한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그나름 가족을 테마로 해피 엔딩까지 더해져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역대 건담 OST를 논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명 주제가 Eternal Wind(노래: 모리구치 히로코)는 이 '중단된 프롤로그 스토리'를 지금도 빛내주고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UBD도 소개해 보게 되었습니다.

1. 카탈로그 스펙

(* 건담 F91은 현 시점에 오직 일본 발매판 1종만이 존재하기에, 하기는 일본 UBD의 스펙입니다.)

UHD-BD 듀얼 레이어(66G), 2160/24P(HEVC), 화면비 1.85:1, HDR10

* 본편 순 용량은 아래와 같습니다.

공통 부분 1시간 21분 5초: 28.8G (BD는 22.3G)

+ 극장판 33분 30초: 13.3G = 총 42.2G (BD는 9.43G)

+ 확장판 38분 59초: 15.2G = 총 44G (BD는 10.9G)

최고 품질 사운드: LPCM(24/48) 2.0ch (일본어) & DTS-HD MA(24/48) 4.1ch (일본어)

자막 일본어 (Off 가능)

1_2. UBD 패키지 내 BD에 대하여 (이하는 모두 신판 BD의 스크린 샷입니다.)

UBD 패키지에 동봉된 BD는, 이번 UBD용 마스터로 새로 제작한 신판입니다. 때문에 이미 소개해 드린 역습의 샤아 UBD/(패키지 내) BD와 마찬가지로, 많은 면에서 구판 BD보다 우위를 보여줍니다.

ㄱ. 완전판/ 극장공개판

본 신판 BD와 UBD 모두 탑 메뉴 화면에서 완전판(120분)/ 극장공개판(115분)의 선택이 가능. 완전판은 러닝 타임 기준 1시간 21분 이후의 후반부에 극장공개판에 비해 몇 가지 변경점이 있습니다.

a. 다수의 추가 컷: 늘어난 시간은 5분 정도지만, 추가 컷이 상당히 많은 편. 예를 들면 시부크가 꽃을 던지는 아래 컷 같이, 자잘하지만 연출면에서 좀 더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b. 소수의 삭제 컷, 대사들: 다만 추가만이 아니라 삭제된 컷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중 병기 '버그'의 모함격인 갈 브라우가 폭발하는 장면은 극장공개판에만 있습니다. 이외 시부크와 세시리가 철가면의 의도에 대해 나누는 대화 등도 삭제.

c. 일부 신 BGM 변경, 애프터 레코딩 리테이크: BGM도 서로 다른 신이 존재. 일례로 극장공개판에서 버그 사출 준비 신에 쓰인 음악은 '빌기트의 죽음'이지만 완전판에선 '철가면의 음모'인 식. 더불어 대사는 동일하지만 연기가 달라지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d. 기타 촬영/ SE 타이밍/ 컷 길이 조정 등 미묘한 부분에서 조정이 제법 많은 편.

ㄴ. 리마스터링

건담 F91의 신판 BD/ UBD 모두 완전한 비스타 사이즈(1.85:1)로 나옵니다. 구판 BD의 액자식 화면(상하좌우 블랙바)에 비해 화면 정보량이 더 늘어난 것 역시 역습의 샤아 UBD/ 신판 BD와 동일. 이외에도 UBD 리뷰에서 본격적으로 언급하겠지만, 특히 우주 공간의 블랙을 제대로 가라앉혀 놓은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ㄷ. 서플 사항

서플 사항은 평이한 편. 종류는 많아 보이지만 길이는 다들 1 - 3분 정도인 PV/ CM류입니다. 그래도 프로모션 필름은 제법 열심히 볼 수 있긴 했습니다.

2. UBD 영상 퀄리티 평가

건담 F91 UBD는 그 기본적인 제작 과정이 역습의 샤아 UBD와 동일한 이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1958410&sca=UHD&sfl=mb_id%2C1&stx=knoukyh&spt=-176117 을 참조해 주십시오. 여기에선 그 결과물인 F91 UBD의 영상에 대한 감상에 집중합니다.

- 일단 F91 UBD의 가장 큰 미덕이자 장점은 a. 잘 억제된 노이즈, b. 제대로 가라앉힌 암부, c. 핀포인트 어필력이 높은 명부로 요약됩니다.

구판 BD가 명/ 암부에 걸쳐 다소 밝기가 뜬 느낌이라 덩달아 필름 그레인과 소스 열화 노이즈도 잘 보이는 편이었던 것에 비해, UBD는 5K 스캔/ 4K 리마스터 과정에서 소스를 잘 닦으면서 그레인도 가라앉히고 > 암부의 밝기를 제대로 가라앉히면서 이들이 더욱 정갈하게 다가오는 느낌. 그러면서도 HDR10의 장기를 살린 다이나믹스 확장 효과를 통해, 폭발광이나 버니어의 화염/ 빔 사벨이나 빔 라이플의 광원 밝기는 더 선열하게 나와 제대로 강조 효과를 주는 편.

- 다소 So So한 점은 해상감 증가와 색감 측면을 꼽겠습니다.

일단 해상감의 경우, UBD가 아닌 신판 BD만 가져다 비교해도 구판 BD가 다소 흐릿한 윤곽과 인상으로 보일 만큼 고해상도 스캔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다만 신판 BD + 업스케일로도 UBD 해상감과 비슷해 보인다는 게 UBD 해상감의 So So한 점. 컬러 측면에선 농도가 짙고 중간색이 풍부한 색감이 인상적이지만, [ 역습의 샤아 ]에 비해 어딘가 디지털스러운 보정감이 더 느껴지는 데는 있는 게 아쉬운 편입니다.

(* 단, 해상감은 그렇다치고 컬러의 경우 그냥 눈에 보이기엔 역습의 샤아 UBD보다 F91 UBD의 컬러가 더 선명하고 진하게 체감되어 더 호감일 수도 있습니다.)

- 약간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S/N과 계조 표현력 정도.

스캐닝 해상도는 좋은데, 영상의 S/N이 아주 높으냐면 그런 건 아닙니다. 디지털 보정을 컬러쪽에 집중해서인지, 화면 투명감은 좀 미진한 인상은 있고요. 계조 표현력의 경우에도 언뜻언뜻 암부 쪽에서 너무 묻히거나 약간의 밴딩이 보이는 부분은 있습니다. 다만 BD에 비하면 신판 BD와 비교해도 UBD가 이런 점에서 조금 더 우세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 시점 가장 우수한 화질의 F91'은 이 UBD가 맞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 UBD 음성 퀄리티 평가

F91 UBD의 음성 제작은 영상과 마찬가지로 역습의 샤아 UBD와 동일한 이념/ 과정을 거쳤습니다. 따라서 자세한 사항은 역시 상기 링크 된 역습의 샤아 UBD 리뷰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처럼 과정은 같지만, 좀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전체적인 분위기감'을 끌어올리는 것에 주력한 인상의 역습의 샤아 UBD(의 DTS-HD MA 4.1ch)와 조금 달리/ F91 UBD(의 DTS-HD MA 4.1ch)는 주로 전투 사운드의 박력 및 선명도 향상에 주력한 인상입니다. 덕분에 상당히 우수한 작화/ 동화로 그려진 F91의 초중반 전투 신에서 사운드가 받쳐주는 효과는 확실히 UBD의 향상감이 느껴지는 편. 임장감과 무대 전개감 면에서도 구판 BD보다 충분한 개선이 느껴지고요.

단지 원 소스의 돌비 스테레오에서 성분 분리 방식으로 리어/ 서브 우퍼를 분리 후 증폭 믹싱했다고는 하지만, 서라운드 효과 자체는 크게 평가할만하진 않은 편. 그리고 (디지털 보정을 걸어)사운드 S/N을 좀 지나치게 올린 감도 있어서, 시스템과 청자에 따라 약간 위화감이 드문드문 들 수는 있겠습니다. 특히 주제가 Eternal Wind에서 울리는 모리구치 씨의 가성이, 구판 BD의 경우 기분좋게 부드러운(= 나쁘게 말하면 약간 퍼지는) 인상인데 반해/ UBD와 신판 BD에선 좀 결기가 느껴진달까 하는 감이 있는 등.

그렇다곤 해도 전체적인 '향상감' 자체는 분명하고, 구판 BD의 PCM 2.0ch가 다소 트미한 인상인 구간도 많았던 걸 감안하면 이 UBD의 사운드로 즐기는 F91이 현재 '가장 좋은 음질'의 F91인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F91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UBD로 사운드를 즐길 가치가 충분합니다.

4. 총평

제가 건담 F91을 최초로 접한 건, M모 방송사에서 주관한 행사였던(걸로 기억되는) 1997년 서울 애니메이션 엑스포였습니다. 당시 초반의 콜로니 문짝 뜯고 크로스 본 기체들이 돌입하는 신부터 압도되어, 이후 내내 입만 벌리고 본 기억이 새롭네요.

일본에서 개봉한지 27년/ 제가 접한지 대충 20년 만에 현 최고 스펙이자 마지막 물리 매체일 가능성이 높은 UHD-BD로 나온 건담 F91은, 상당히 우수한 화/ 음질로 그 기억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구판 BD의 경우엔 솔직히 소장할만큼의 소중함은 들지 않았던 것에 비해, UBD에 와서는 'F91을 최고의 퀄리티로, 보관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면에서라도 영구 소장했으면 하는 생각이 충분히 듭니다. 드문드문 단점은 있을지라도, 장점이 그보다 더 많기도 하고요.

기타, 역습의 샤아 UBD와 마찬가지로 F91도 100p에 달하는 북클릿에 각종 자료가 알차게 담겨 있어서 아카이브 용도로도 상당히 훌륭한 편. 마지막에 실린 토미노 감독의 인터뷰에선 중단된 프로젝트인 F91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꿈이나 애석함 같은 것도 느껴지는 등, 읽을 거리도 충분합니다.

본문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 비싸지만 (정가는 소비세 포함 9936엔) 작품을 영원히 기억에 남기고 싶은 분께는 충분히 권장할만한 타이틀 ]입니다. 구판 BD를 갖고 계신 분께도, 조심스럽지만 동일하게 권하고 싶네요. 향후 [ 크로스 본 건담 ] 같은 작품이 TVA로 전개되거나 하면서 이 극장판 F91이 리메이크 될 가능성... 같은 것도 없어 보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게 좋아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