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의견] 퍼블릭 도메인의 바른 이해와 여러분 각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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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0-05-14 18:30:43
잠시 안본 사이에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네요..
(PSP로 MGS 피스워커 하느라... ㅡㅡ)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국내판 블루레이 소식이 처음 게시판에 올라왔을 때,
제가 퍼블릭 도메인 제품으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리플로 설명했었고,
비슷한 화제가 나올 때마다 몇 번 법적인 부분을 설명을 드렸는데요.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고 계신 분이 많지 않다보니,
DP에서도 DVD포럼에서의 분위기가 대체로 리핑판 = 무판권 해적판으로 의미가 혼용되면서
(본래 리핑 여부와 판권 여부는 별개) 이는 곧 해적판으로 취급되는 분위기가 있어왔는데...
저로서는 저런 상품이 저렇게 당당하게 출시를 하는 것은 이러이러하기 때문이다 라는 법적인 근거를
팩트 전달 차원에서 적은 것이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불법은 아니라고? 그럼 뭐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한 번 사볼까... 식으로
작용한 면이 없지 않게 있는 듯 하여 약간의 책임의식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일이 이리 되고 보면 차라리 얘기를 안하는 게 나았겠다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그건 결국 어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건간에 진실을 은폐하는 방식의 미봉책이 될 뿐이죠.
여기서 바른 대처 방식은 오히려 더 잘 알고 바른 맥락에서 제대로 판단하기.. 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지금 상황을 정리하자면, 각 개인별로 세부사항에 있어서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습니다만,
크게 봐서 적극적으로 불매해야 한다 라는 의견을 가진 쪽과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불법도 아닌데 뭐 필요하다면 살 수도 있고... 라는 쪽으로 나눠볼 수 있겠는데요.
제가 보기엔 양쪽 모두 개념 정리가 조금 덜 되어 있고 다소간의 오해를 안고 가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쯤 해서 이제 리플 달아가며 그때 그때 간단히 설명을 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글로 정리를 한 번 해놓고 가야 할 타이밍인 것 같네요.
1.
우선 퍼블릭 도메인의 근본적인 개념부터 생각을 해보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현재 이 바닥이 처해있는 상황의 특성상,
관점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저작권자를 갉아먹고 있는 악의 축 정도로 묘사되는 감이 있는데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게 애초부터 그렇게 나쁜 개념은 아닙니다.
현재 게시판에서 퍼블릭 판권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바르게 쓰여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Public Domain, 해석해 보자면 공공의 영역 공공의 재산 공공의 소유물
뭐 그쯤 되는 용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에서 성립하고 있는 개념인가 하면 말이죠.
공공의 영역 공공의 재산 공공의 소유물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듯,
일종의 사회 환원과 같은 성격의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창작물이란 것이, 예술가가 아무리 멋지게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해도
자기 골방에 쳐박아두고 죽을 때까지 혼자서만 간직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창작물이란 것은 대중에게, 즉 사회의 구성원에게 소비됨으로써 존재 자체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발표된 지 수 십, 수 백년이 흐른 후에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소비되는 작품이라면
이미 그 기간 동안 사회 안에서 그만큼의 사랑과 타당한 만큼의 수익을 올렸을 것임이 필연에 가깝겠지요.
(물론 각각의 사정에 따라 안 그런 경우 있을 수 있고, 특히 한국같은 문화 후진국에선
안 그럴 가능성이 높기도 하지만 여기선 일단 그런 면은 넘어가기로 하고;;)
작품 면에 있어서라면 그것은 이미 클래식 고전 명작의 반열에 들어갈 만 할테고요.
그렇다면, 이제 혜택은 누릴만큼 누렸을 테니,
이러한 고전 명작에 대해 개인의 추가적인 이익만을 쫓기보다는
그것을 사회의 공공 자산으로 삼아 누구라도 감상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접근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가진 것이 퍼블릭 도메인의 근본적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게시판 특성상, 발명된지 고작 100년이 갓 넘어가는 영화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생각하니 오히려 감이 잘 안올 수가 있겠는데,
다른 분야 - 예를 들어 책으로 한 번 생각을 해보시면 감이 파파팍! 하고 오실 겁니다.
셰익스피어라든가, 톨스토이 같은 문호들의 작품에서부터,
삼국지라든가 수호전, 서유기 같은 기서들.
멀게는 일리아드라든가 이런 서사시같은 것들까지 말이죠.
찾아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후손이 누군지 계보가 나오는 작품들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작품들에 대해 일일이 저작권을 따지지는 않죠.
이런 작품들은 출판도 자유롭고, 자유롭게 영화화하기도 하며,
모티브만 따와서 개작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말하자면 이런 작품들은 이미 인류 공공의 문화유산 이라는 영역에 속해있기 때문인 것이고,
이것이 바로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개념의 본질입니다.
다만 현대의 법치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작품이 자연적으로
인류 공공의 문화유산이 되기를 기다릴 순 없으니까 그 기한을 법으로 정해놓았는데,
그것이 영화의 경우 & 한국의 경우엔 발표 후 50년인 것이죠.
2.
문학이나 음악 등 창작자 개인이 명확한 경우의 저작권보호만료 시점,
즉 퍼블릭 도메인이 성립하는 시점은 창작자 개인의 사후 xx년이라든가 이런 식인 것이 보통인데요.
영상물의 경우는 보통 대단히 많은 인원의 집단 창작물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사후가 아닌 발표 후 xx년 이란 식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영상물의 경우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작권보호 기한이 짧은 편이고,
이미 퍼블릭 도메인으로 들어간 작품들이 많아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미국 등지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권리자들의 로비 등으로 인해 이 기한이 70년으로 연장되어 있는 상태이고요.
(그래서 흔히들 미키마우스법이라고 비꼬아 부르곤 하죠)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국제 저작권협약에 가입해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큰 틀은 그에 준하게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각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자국의 법에 따르게 되는데요.
한국의 경우 저작권보호만료기한이 아직까지는 50년입니다만,
FTA 발효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미국을 따라 70년으로 연장될 것임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연장시점 이전에 이미 50년이 지나 보호기한이 만료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70년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늘어난만큼의 20년 분의 작품들이 소급적용되지는 않을 걸로 생각됩니다.
(일각에서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대립 등이 있습니다만 인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외 깊숙하게 파고들어간다면 영화 작품으로서의 저작권이 소멸되었을 뿐,
배우들의 초상권이 존재한다거나, 사용된 음악의 저작권이 개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거나,
저작인격권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거나 등등
굉장히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기준이 애매모호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당사자들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50년 (FTA 발효 2년 후부터는 70년) 이상이 지난 영화 작품의 퍼블릭 도메인化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아, 표지 디자인 그대로 가져다 쓴 거는 워너에서 맘먹고 걸면
영화와 별개로 표지에 대해서는 100% 걸립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만.
3.
2번에서는 현재 영화 업계가 처해있는 법률적인 상황에 대해 잠시 설명해봤는데요.
얘기를 잠시 되돌려서 1번을 복기해 보신다면...
이 설명에 대해 크게 이의가 있으실 분들은 아마도 거의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퍼블릭 도메인이란 개념은 본래 공공선을 위한 개념이고 실제로 별 문제도 없었으니까요.
잠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개념이 창작물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자면 의료업계의 신약 같은 경우 수 년에서
십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서 겨우 개발이 되는데,
이에 대한 제약회사의 개발비를 보전하기 위해 독점적 특허권을 20년 (+ 연장 몇 년) 정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약회사의 모티베이션을 유지시킴으로써 신약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이면서,
한 편으로 환자에게 있어서는 비싼 약값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이게 특허기간이 지나서 풀리게 되면 타회사에서도 싼 값에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오늘 내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축복과도 같은 부담 경감이 되는 것이죠.
공공선의 실현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싸게 뿌리라고 하면 개발 자체가 안될테니 일정기간의 독점을 인정해서,
그 동안 충분히 벌어놓으라 하는 것이고요.
저작권의 보호와 퍼블릭 도메인 또한 본질적으로는 이러한 개념인 것이지요.
물론 선택적인 문화 감상과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쉽게 확 와닿을 수 있는 비유라 생각되어 예를 들어봤습니다.
자, 이렇게 쓰고 있으면 어째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같은 얘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리야 없겠죠. 문제가 없으면 지금 이걸 이렇게 길게 쓰고 있을리가(...)
그럼 이제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 하면... 결국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했다는 것이겠죠.
VHS와 LD 시절의 태동을 지나, DVD를 통해 가정판매용 영상 소프트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고,
블루레이로 진화해 오면서, 상황이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것입니다.
점점 더 고화질과 고음질을 추구하게 된 환경도 그렇고,
특히나 서플먼트라는 존재가 그러합니다.
4.
다시 책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출판계에서도 퍼블릭 도메인 작품들은 비일비재합니다.
수 많은 고전명작들이 종종 계약 없이 그냥 출판되곤 하지요.
2008년 5월에는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즈의 SF 소설이 거의 동시기에
두 출판사에서 각각 계약 출판과 퍼블릭 도메인 그냥 출판으로 출간되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때 SF팬덤의 지배적인 여론은 지금 이 게시판에서의 상황과는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그냥 출판해도 되는데 뭐하러 계약해서, 외화 낭비를 하냐, 차라리 다른 책을 낼 것이지 라는 것이었죠.
게다가 퍼블릭 도메인으로 그냥 출판한 출판사 쪽이
SF 팬덤에 보다 가까운 1인 출판사였다 보니 번역같은 면에서 보다 기대가 되었을 것이고
SF 팬덤의 지지는 퍼블릭 도메인 출판사쪽으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전적으로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의존해서 나타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계약을 했거나, 말거나 책의 퀄리티와는 별로 상관이 없거든요.
계약금을 지불했는가 지불하지 않았는가에 따라 기초투자비용의 차이가 있을 뿐,
종이질이라든가 일러스트라든가 하는 일부 부수적 요소들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부분은 글이 있고 내용이 있으면 되는 것이고
그 퀄리티는 번역의 질에 의해 가장 크게 좌우되는 것이니까요.
정식 계약을 한 쪽이 본가로부터 여러 백업을 받을 수 있을테니 일부 어드밴티지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건 결국 번역자 한 명의 능력으로 판도가 뒤바뀔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식계약작이 더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던 것이 영화 쪽으로 오면 사정이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쇄하기 전까지는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책과는 달리,
영화쪽은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니까요.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헐리웃의 고전영화 타이틀들 같은 경우
상당한 자본을 투입하여 본편의 리마스터링 작업을 실시하고,
과거 수 십년간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서플먼트로 사용할 자료를 발굴함과 동시에
새로운 서플먼트를 신규 제작하여 집어넣게 되지요.
리마스터링 관련은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기선 서플먼트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이때 퍼블릭 도메인으로 타이틀을 출시하려는 회사는 딜레마에 부딪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출시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경우,
영화는 1939년작으로 문제 없이 퍼블릭 도메인에 해당합니다만,
서플먼트를 보자 하니 80년대에 명작 회고 식으로 방영된 방영물의 재록이라든가
아예 새로 만든 서플먼트라든가 막 이런 식이란 말예요...
어라? 50년이 안 지났네? ...그러면 자기들이 어쩌겠습니까.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서플먼트는 빼는 거죠.
빼고나면 뭐 자기들이 새로 만들기라도 하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지요.
그럴 만한 자본이 있을리도 없고, 실제 영화 관계자들하곤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뭘 만들 능력도 안되고.
그냥 휑하게 본편만 넣어서 출시되는 것이죠.
이것은 결국 이 자체로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고전 명작에 특히나 심혈을 기울이는 워너브라더스의 그 방대한 양의 서플먼트를
한글자막과 함께 정식출시작으로 감상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니까요.
워너에서 출시해주면 또 사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건 이미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선점 에 대한 문제가 되어버리거든요.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 한국의 영상소프트 시장이란 것이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블루레이 같은 경우는 더욱 협소해서 최신 히트작들을 중심으로 출시가 되고 있을 뿐,
고전 영화나 마이너 영화는 출시가 힘든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비록 본편 뿐인 버전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동일한 영화가 시장에 쫙 깔려있다면?
그리고 상당수의 잠재 소비자가 이미 그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면?
정식 판권자는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되고,
가뜩이나 낮은, 하지만 어쩌면 될 수도 있었던 정발의 가능성이 곤두박질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5.
한 편으로 이러한 퍼블릭 도메인의 순기능을 100% 부정할 수는 없다는 면 또한 존재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이유 또한 퍼블릭 도메인 상품의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작기 때문인데요.
블루레이 쪽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입니다만 이미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 만연해있는 DVD 시장을 보자면,
이건 제 아무리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란 것이 만약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한들
죽었다 깨나도 한국에 정발될 리는 없었겠다 싶은 타이틀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타이틀로라도 이런 마이너한 영화들을 한글자막으로 접하고 싶다는
절실한 수요가 소수이지만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걸 무조건 나쁘게 볼 수만은 없는 게, 이런 면이 바로 퍼블릭 도메인 본연의 존재의의이기 때문입니다.
권리자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제한하고 문턱을 낮춤으로써 최대한의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죠.
현재 영상물에 있어서의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판은
이런 식으로 복잡 미묘한 문제들이 얽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관점을 우선할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 문제는 결국 각자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질 수밖엔 없습니다.
6.
퍼블릭 도메인으로 출시되는 영상소프트에 대해 논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의문 중 하나는
많은 자금과 노력을 쏟아부어가며 새로이 리마스터링한
디지털로 트랜스퍼된 데이터를 카피해서 쓰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그동안 DVD포럼 등에서 리핑판 = 무판권 해적판 이란 식으로 의미가 혼용되어 쓰여오곤 했습니다만,
사실 리핑판의 본래 의미는 이것이죠.
텔레씨네를 직접 하지 않고 기출시된 해외 제품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여(=리핑)
그 데이터를 카피하여 그대로 써서 내는 타이틀을 뜻하는 용어가 리핑판입니다.
무판권 해적판이 리핑판으로 되어 있을 때가 많아서 혼용되어 오곤 했습니다만,
리핑 여부와 판권 여부는 사실 별개죠.
무판권 해적판이라도 리핑판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국내 출시사에서 출시하는 해외 영화의 경우는 대부분 리핑판입니다.
라이센스 타이틀이지만 제작 방식은 리핑인 것이죠. 물론 계약을 했으니까 여기엔 문제가 없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정리를 하자면
해당 회사와 계약도 하지 않았으면서 무단으로 데이터를 카피하여 제작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 라고
의문점을 정리해볼 수 있겠는데요.
이건 저도 100% 확정이라곤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일단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불법이 아니다 에 가까울 듯 합니다.
일단 이 경우 당사자인 헐리웃 직배사들이 기준으로 삼을 미국의 저작권법을 보자면,
미세한 변화나 기계적인 작업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저작권은 영화의 내용 그 자체에만 있을 뿐
디지털 리마스터링과 같은 기계적인 보완 작업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만, 편집 자체를 달리한 다른 판본이라든가,
음향을 새로 추가해 입혔다든가, CG를 새로 작업했다든가 하는 식으로
영화 자체에 변경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새로운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영화 업계쪽은 아니지만 사진 쪽에서는 실제로
디지털 데이터를 카피해서 썼다가 재판이 열린 적이 있는데,
이때 디지털 데이터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판례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창작이 아닌 한 기계적인 데이터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후로 영화 업계에 이 문제에 관련한 다른 판례가 있었는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았기에,
100% 확정이라곤 할 수 없을 것 같다... 고 위에 쓴 것인데요. 아마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제보 주시고요)
미국에선 현재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미국에도 물론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들이 있습니다만
이것들은 메이져 출시사에서 관심을 안가질 정도로 마이너한 영화들이거나,
아니면 실제로 권리자가 불분명해져서 아무도 나설 사람이 없는 경우라거나 이런 것들이죠.
이런 건 말 그대로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개념의 순기능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한국 같았으면 몇 장 팔리지 않을 것이기에 퍼블릭 도메인으로도 안나올 만한 그런 영화들이겠습니다만,
이런 것도 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돌아갈 수 있는 것이죠.
어쨌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메이져 대작을 퍼블릭 도메인이랍시고
감히 출시하는 간 큰 회사는 없습니다.
워너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그런 싸움을 걸었다가 무슨 험한 꼴을 당하려고요;;;
그네들이 딱히 열내면서 대응할 가치도 느끼지 않는 이 좁은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일 뿐인 것이죠.
※ 일본같은 경우도 고전 명작의 퍼블릭 도메인 DVD가 만연해 있는데요.
보통 원코인 DVD 혹은 카쿠야스(파격적으로 싼) DVD 등으로 통칭되는데,
이들은 국내 실정과는 달리 메이저사의 데이터를 유용하지 않고
대부분 자체 트랜스퍼로 타이틀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화질과 음향은 헐리웃 메이저사의 타이틀에 비하면 조악한 수준입니다만,
그냥 VHS 보는 정도의 기분으로, 싼 맛에 상쇄를 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얘들이 이러는 걸 보면 데이터 카피에도 법적으로 걸릴 뭔가가
존재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만...
아직 그렇게 판단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고요. (물론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제보를...)
나중에라도 바뀔지 모르니까 미리미리 조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원래 뭐든지 직접 만드는 스타일들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국 영화도 일본판은 자기들이 직접 트랜스퍼하는 경우가 많죠.
뭐 어쨌든 얘들은 그렇습니다. 그냥 참고 삼아.
7.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
블루레이 게시판의 또 하나의 쟁점인 해외판 구입의 문제와도 닮아있습니다.
당장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뻔히 보이게 놓여져있는 나의 필요성과 이익에 손을 뻗느냐,
아니면 그러한 욕구를 억제하고 크게 봤을 때의 전체 판의 성장과
그로 인해 얻어질 수 있는 (눈에 잘 띄지는 않는) 미래의 나의 이익을 기대하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죠.
이쯤해서 일단 한 번 제가 취하고 있는 입장을 적어보겠습니다.
여기에 적는 것은 강요가 아닙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문제는 모두 각자가 선택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있고,
여기에 적는 것 또한 선택지의 한 가지로서, 저라는 개인의 한 가지 선택입니다.
...물론 제 생각이니까 저로서는 이 정도가 가장 합리적인 판단에 근접해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참고하실 수도 있을 것이며, 참고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그 뿐인 것이죠.
- 국내와 동일 판본의 해외판에 대해서는 가급적 해외판을 구입하지 않고,
정발 위주로 구입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 득세할수록 정발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판의 구입이 늘고 국내 정발의 시장이 작아질수록 정발 라인업이 줄어드는 것 또한 필연입니다.
아직도 가끔씩 정발하고 해외판 한글자막하곤 상관없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이 계셔서 종종 리플 달게 되곤 합니다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고요.
이건 이미 기존의 시장 돌아가는 상황과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증명이 되어있는 문제입니다.
말하다보니 반문하실 분 또 계실 것 같아서 맨날 적던 내용 또 여기 정리해 놔야 되나 싶어지는데...
안그래도 지금 너무 길어지고 있어서 피곤한 참이니 그건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고요.
저는 한글자막 없이 영어를 그렇게 술술 알아들을만한 실력이 되질 못하기 때문에
한글자막이 반드시 필요하고, 정발 라인업의 확대를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금전적 손실이 다소 있더라도 가급적이면 정발을 위주로 구입합니다.
다만, 개인의 경제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격차가 너무 클 때는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로스트 시즌1~5 북미 파격세일 때는 저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3만원과 2만원의 차는 감수할 수 있지만, 50만원과 15만원의 차는 저에겐 너무 컸어요... ㅜ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50만원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마음만은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도저히 그럴만한 여유는 없네요..
단,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첨언해 둘 것은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저렴한 해외판을 구입하긴 했지만,
저는 그저 능력이 안되는 자신이 안쓰러울 뿐이지,
이러한 가격차를 이유로 국내 대행사를 원망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마존의 할인율이 너무 파격적인 것일 뿐이지,
한국에서 딱히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결국 아마존의 할인율은 그만한 시장규모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한국은 그렇지 못할 뿐인 것이니까요.
그 외 국내판본과는 상관이 없고 한국에 출시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일본영화 정도는 해외판으로 구입을 하고 있습니다.
-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은 기본적으로는 구입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딱히 구입할 예정은 없습니다.
이건 정말 정발하고는 털끝만큼도 연이 없을만한 작품이다,
즉 퍼블릭 도메인의 순기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타이틀이다, 라고 판단될 때는
구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그런 타이틀 중에서는 사고 싶은 타이틀이 실제로 드물었고요.
블루레이의 경우 현재 문제가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즈의 마법사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클래식 대작의 경우는, 현재 시장 상황이 아무리 안좋다 한들
정발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못할 작품들입니다.
이러한 영화들에 대해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정식 판권작의 출시를 저해하는
타이틀의 경우는 전혀 구입할 생각이 없습니다.
PSYlovⓔ 님이 어제 글을 거칠게 쓰셔서 거센 역풍을 겪으셨습니다만,
PSYlovⓔ 님이 제시하신 차라리 다운받아서 보세요. 라는 명제 자체는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차선적 해결책이기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차피 퍼블릭 도메인 작품이라면 다운로드 받아서 감상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기에 문제가 없고,
퍼블릭 도메인 실물 타이틀에 의한 시장선점으로 인해
정식 판권사의 제품의 출시 가능성이 저해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PSYlovⓔ 님 스스로도 양쪽 다 나쁘단 뜻으로 쓰신 듯 하고
어제 논쟁에선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신 분이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만,
이건 딱히 나쁜 행동인 것도 아니고 (그 동안의 고정관념에 의해 정품 유저 여러분으로서는
기분상 꺼림칙할 수는 있겠는데, 그럴 땐 1번의 퍼블릭 도메인의 본질을 복기해 보시길...)
분명히 선택 가능한 옵션이란 점은 염두해보시기 바랍니다.
※ 사실 퍼블릭 도메인으로 나오는 마이너 고전 작품들의 경우,
웹에서 다운을 받더라도 그 영상과 그 자막의 소스 자체가
퍼블릭 도메인으로 출시된 타이틀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걸 생각하자면 닭과 달걀의 문제가 되어서 복잡해지긴 하는데... -_-;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퍼블릭 도메인 블루레이의 경우는 대작들이어서
적어도 이런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으니 여기선 일단 넘어가지요.
여기까지는 제가 생각하는 입장과 선택이었고...
마무리하자면, 선택은 결국 여러분 각자의 몫입니다.
이미 여러분 각자 생각하시던 입장이 있으실 것입니다만,
이러저러한 점들을 모두 염두하시고 다시 한 번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각자의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을 것입니다만,
인풋이 부족했던 상태에서의 아웃풋이라면 재고해볼 필요는 있겠죠.
여러분에게 제대로 되고 동등한 인풋, 판단재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 글을 장황하게 적어온 것이니까요.
(......이걸 몇 시간을 쓴 거냐 orz orz)
8.
지금까지 위에 나온 이 모든 쟁점들은 전부 다 한 마디로 일축해버릴 수가 있죠.
실제로도 위에 여러 번 쓰기도 한 이 말.
"이게 다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_-;;;
(물론 이 안에는 불법 다운로드와 같은 여러 문제점들이 내포되어 있지요)
정치권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게 다 MB 때문이다" 라는
마법의 언어... 인 척 하지만 사실은 농담거리밖에 안되는 구절들이 있는데,
이 바닥에서의 "이게 다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는 정말로 마법의 언어인 것 같습니다. 진리라니까효(...)
이걸 뭐 그렇다고 어찌 한다고 해서 어찌 될 문제도 아니고... 답답할 뿐입니다, 에효.
(PSP로 MGS 피스워커 하느라... ㅡㅡ)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국내판 블루레이 소식이 처음 게시판에 올라왔을 때,
제가 퍼블릭 도메인 제품으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리플로 설명했었고,
비슷한 화제가 나올 때마다 몇 번 법적인 부분을 설명을 드렸는데요.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고 계신 분이 많지 않다보니,
DP에서도 DVD포럼에서의 분위기가 대체로 리핑판 = 무판권 해적판으로 의미가 혼용되면서
(본래 리핑 여부와 판권 여부는 별개) 이는 곧 해적판으로 취급되는 분위기가 있어왔는데...
저로서는 저런 상품이 저렇게 당당하게 출시를 하는 것은 이러이러하기 때문이다 라는 법적인 근거를
팩트 전달 차원에서 적은 것이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불법은 아니라고? 그럼 뭐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한 번 사볼까... 식으로
작용한 면이 없지 않게 있는 듯 하여 약간의 책임의식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일이 이리 되고 보면 차라리 얘기를 안하는 게 나았겠다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그건 결국 어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건간에 진실을 은폐하는 방식의 미봉책이 될 뿐이죠.
여기서 바른 대처 방식은 오히려 더 잘 알고 바른 맥락에서 제대로 판단하기.. 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지금 상황을 정리하자면, 각 개인별로 세부사항에 있어서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습니다만,
크게 봐서 적극적으로 불매해야 한다 라는 의견을 가진 쪽과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불법도 아닌데 뭐 필요하다면 살 수도 있고... 라는 쪽으로 나눠볼 수 있겠는데요.
제가 보기엔 양쪽 모두 개념 정리가 조금 덜 되어 있고 다소간의 오해를 안고 가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쯤 해서 이제 리플 달아가며 그때 그때 간단히 설명을 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글로 정리를 한 번 해놓고 가야 할 타이밍인 것 같네요.
1.
우선 퍼블릭 도메인의 근본적인 개념부터 생각을 해보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현재 이 바닥이 처해있는 상황의 특성상,
관점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저작권자를 갉아먹고 있는 악의 축 정도로 묘사되는 감이 있는데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게 애초부터 그렇게 나쁜 개념은 아닙니다.
현재 게시판에서 퍼블릭 판권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바르게 쓰여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Public Domain, 해석해 보자면 공공의 영역 공공의 재산 공공의 소유물
뭐 그쯤 되는 용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에서 성립하고 있는 개념인가 하면 말이죠.
공공의 영역 공공의 재산 공공의 소유물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듯,
일종의 사회 환원과 같은 성격의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창작물이란 것이, 예술가가 아무리 멋지게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해도
자기 골방에 쳐박아두고 죽을 때까지 혼자서만 간직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창작물이란 것은 대중에게, 즉 사회의 구성원에게 소비됨으로써 존재 자체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발표된 지 수 십, 수 백년이 흐른 후에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소비되는 작품이라면
이미 그 기간 동안 사회 안에서 그만큼의 사랑과 타당한 만큼의 수익을 올렸을 것임이 필연에 가깝겠지요.
(물론 각각의 사정에 따라 안 그런 경우 있을 수 있고, 특히 한국같은 문화 후진국에선
안 그럴 가능성이 높기도 하지만 여기선 일단 그런 면은 넘어가기로 하고;;)
작품 면에 있어서라면 그것은 이미 클래식 고전 명작의 반열에 들어갈 만 할테고요.
그렇다면, 이제 혜택은 누릴만큼 누렸을 테니,
이러한 고전 명작에 대해 개인의 추가적인 이익만을 쫓기보다는
그것을 사회의 공공 자산으로 삼아 누구라도 감상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접근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가진 것이 퍼블릭 도메인의 근본적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게시판 특성상, 발명된지 고작 100년이 갓 넘어가는 영화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생각하니 오히려 감이 잘 안올 수가 있겠는데,
다른 분야 - 예를 들어 책으로 한 번 생각을 해보시면 감이 파파팍! 하고 오실 겁니다.
셰익스피어라든가, 톨스토이 같은 문호들의 작품에서부터,
삼국지라든가 수호전, 서유기 같은 기서들.
멀게는 일리아드라든가 이런 서사시같은 것들까지 말이죠.
찾아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후손이 누군지 계보가 나오는 작품들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작품들에 대해 일일이 저작권을 따지지는 않죠.
이런 작품들은 출판도 자유롭고, 자유롭게 영화화하기도 하며,
모티브만 따와서 개작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말하자면 이런 작품들은 이미 인류 공공의 문화유산 이라는 영역에 속해있기 때문인 것이고,
이것이 바로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개념의 본질입니다.
다만 현대의 법치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작품이 자연적으로
인류 공공의 문화유산이 되기를 기다릴 순 없으니까 그 기한을 법으로 정해놓았는데,
그것이 영화의 경우 & 한국의 경우엔 발표 후 50년인 것이죠.
2.
문학이나 음악 등 창작자 개인이 명확한 경우의 저작권보호만료 시점,
즉 퍼블릭 도메인이 성립하는 시점은 창작자 개인의 사후 xx년이라든가 이런 식인 것이 보통인데요.
영상물의 경우는 보통 대단히 많은 인원의 집단 창작물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사후가 아닌 발표 후 xx년 이란 식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영상물의 경우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작권보호 기한이 짧은 편이고,
이미 퍼블릭 도메인으로 들어간 작품들이 많아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미국 등지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권리자들의 로비 등으로 인해 이 기한이 70년으로 연장되어 있는 상태이고요.
(그래서 흔히들 미키마우스법이라고 비꼬아 부르곤 하죠)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국제 저작권협약에 가입해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큰 틀은 그에 준하게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각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자국의 법에 따르게 되는데요.
한국의 경우 저작권보호만료기한이 아직까지는 50년입니다만,
FTA 발효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미국을 따라 70년으로 연장될 것임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연장시점 이전에 이미 50년이 지나 보호기한이 만료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70년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늘어난만큼의 20년 분의 작품들이 소급적용되지는 않을 걸로 생각됩니다.
(일각에서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대립 등이 있습니다만 인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외 깊숙하게 파고들어간다면 영화 작품으로서의 저작권이 소멸되었을 뿐,
배우들의 초상권이 존재한다거나, 사용된 음악의 저작권이 개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거나,
저작인격권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거나 등등
굉장히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기준이 애매모호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당사자들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50년 (FTA 발효 2년 후부터는 70년) 이상이 지난 영화 작품의 퍼블릭 도메인化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아, 표지 디자인 그대로 가져다 쓴 거는 워너에서 맘먹고 걸면
영화와 별개로 표지에 대해서는 100% 걸립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만.
3.
2번에서는 현재 영화 업계가 처해있는 법률적인 상황에 대해 잠시 설명해봤는데요.
얘기를 잠시 되돌려서 1번을 복기해 보신다면...
이 설명에 대해 크게 이의가 있으실 분들은 아마도 거의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퍼블릭 도메인이란 개념은 본래 공공선을 위한 개념이고 실제로 별 문제도 없었으니까요.
잠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개념이 창작물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자면 의료업계의 신약 같은 경우 수 년에서
십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서 겨우 개발이 되는데,
이에 대한 제약회사의 개발비를 보전하기 위해 독점적 특허권을 20년 (+ 연장 몇 년) 정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약회사의 모티베이션을 유지시킴으로써 신약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이면서,
한 편으로 환자에게 있어서는 비싼 약값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이게 특허기간이 지나서 풀리게 되면 타회사에서도 싼 값에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오늘 내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축복과도 같은 부담 경감이 되는 것이죠.
공공선의 실현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싸게 뿌리라고 하면 개발 자체가 안될테니 일정기간의 독점을 인정해서,
그 동안 충분히 벌어놓으라 하는 것이고요.
저작권의 보호와 퍼블릭 도메인 또한 본질적으로는 이러한 개념인 것이지요.
물론 선택적인 문화 감상과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쉽게 확 와닿을 수 있는 비유라 생각되어 예를 들어봤습니다.
자, 이렇게 쓰고 있으면 어째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같은 얘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리야 없겠죠. 문제가 없으면 지금 이걸 이렇게 길게 쓰고 있을리가(...)
그럼 이제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 하면... 결국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했다는 것이겠죠.
VHS와 LD 시절의 태동을 지나, DVD를 통해 가정판매용 영상 소프트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고,
블루레이로 진화해 오면서, 상황이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것입니다.
점점 더 고화질과 고음질을 추구하게 된 환경도 그렇고,
특히나 서플먼트라는 존재가 그러합니다.
4.
다시 책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출판계에서도 퍼블릭 도메인 작품들은 비일비재합니다.
수 많은 고전명작들이 종종 계약 없이 그냥 출판되곤 하지요.
2008년 5월에는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즈의 SF 소설이 거의 동시기에
두 출판사에서 각각 계약 출판과 퍼블릭 도메인 그냥 출판으로 출간되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때 SF팬덤의 지배적인 여론은 지금 이 게시판에서의 상황과는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그냥 출판해도 되는데 뭐하러 계약해서, 외화 낭비를 하냐, 차라리 다른 책을 낼 것이지 라는 것이었죠.
게다가 퍼블릭 도메인으로 그냥 출판한 출판사 쪽이
SF 팬덤에 보다 가까운 1인 출판사였다 보니 번역같은 면에서 보다 기대가 되었을 것이고
SF 팬덤의 지지는 퍼블릭 도메인 출판사쪽으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전적으로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의존해서 나타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계약을 했거나, 말거나 책의 퀄리티와는 별로 상관이 없거든요.
계약금을 지불했는가 지불하지 않았는가에 따라 기초투자비용의 차이가 있을 뿐,
종이질이라든가 일러스트라든가 하는 일부 부수적 요소들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부분은 글이 있고 내용이 있으면 되는 것이고
그 퀄리티는 번역의 질에 의해 가장 크게 좌우되는 것이니까요.
정식 계약을 한 쪽이 본가로부터 여러 백업을 받을 수 있을테니 일부 어드밴티지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건 결국 번역자 한 명의 능력으로 판도가 뒤바뀔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식계약작이 더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던 것이 영화 쪽으로 오면 사정이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쇄하기 전까지는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책과는 달리,
영화쪽은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니까요.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헐리웃의 고전영화 타이틀들 같은 경우
상당한 자본을 투입하여 본편의 리마스터링 작업을 실시하고,
과거 수 십년간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서플먼트로 사용할 자료를 발굴함과 동시에
새로운 서플먼트를 신규 제작하여 집어넣게 되지요.
리마스터링 관련은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기선 서플먼트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이때 퍼블릭 도메인으로 타이틀을 출시하려는 회사는 딜레마에 부딪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출시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경우,
영화는 1939년작으로 문제 없이 퍼블릭 도메인에 해당합니다만,
서플먼트를 보자 하니 80년대에 명작 회고 식으로 방영된 방영물의 재록이라든가
아예 새로 만든 서플먼트라든가 막 이런 식이란 말예요...
어라? 50년이 안 지났네? ...그러면 자기들이 어쩌겠습니까.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서플먼트는 빼는 거죠.
빼고나면 뭐 자기들이 새로 만들기라도 하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지요.
그럴 만한 자본이 있을리도 없고, 실제 영화 관계자들하곤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뭘 만들 능력도 안되고.
그냥 휑하게 본편만 넣어서 출시되는 것이죠.
이것은 결국 이 자체로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고전 명작에 특히나 심혈을 기울이는 워너브라더스의 그 방대한 양의 서플먼트를
한글자막과 함께 정식출시작으로 감상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니까요.
워너에서 출시해주면 또 사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건 이미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선점 에 대한 문제가 되어버리거든요.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 한국의 영상소프트 시장이란 것이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블루레이 같은 경우는 더욱 협소해서 최신 히트작들을 중심으로 출시가 되고 있을 뿐,
고전 영화나 마이너 영화는 출시가 힘든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비록 본편 뿐인 버전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동일한 영화가 시장에 쫙 깔려있다면?
그리고 상당수의 잠재 소비자가 이미 그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면?
정식 판권자는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되고,
가뜩이나 낮은, 하지만 어쩌면 될 수도 있었던 정발의 가능성이 곤두박질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5.
한 편으로 이러한 퍼블릭 도메인의 순기능을 100% 부정할 수는 없다는 면 또한 존재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이유 또한 퍼블릭 도메인 상품의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작기 때문인데요.
블루레이 쪽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입니다만 이미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 만연해있는 DVD 시장을 보자면,
이건 제 아무리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란 것이 만약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한들
죽었다 깨나도 한국에 정발될 리는 없었겠다 싶은 타이틀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타이틀로라도 이런 마이너한 영화들을 한글자막으로 접하고 싶다는
절실한 수요가 소수이지만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걸 무조건 나쁘게 볼 수만은 없는 게, 이런 면이 바로 퍼블릭 도메인 본연의 존재의의이기 때문입니다.
권리자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제한하고 문턱을 낮춤으로써 최대한의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죠.
현재 영상물에 있어서의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판은
이런 식으로 복잡 미묘한 문제들이 얽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관점을 우선할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 문제는 결국 각자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질 수밖엔 없습니다.
6.
퍼블릭 도메인으로 출시되는 영상소프트에 대해 논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의문 중 하나는
많은 자금과 노력을 쏟아부어가며 새로이 리마스터링한
디지털로 트랜스퍼된 데이터를 카피해서 쓰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그동안 DVD포럼 등에서 리핑판 = 무판권 해적판 이란 식으로 의미가 혼용되어 쓰여오곤 했습니다만,
사실 리핑판의 본래 의미는 이것이죠.
텔레씨네를 직접 하지 않고 기출시된 해외 제품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여(=리핑)
그 데이터를 카피하여 그대로 써서 내는 타이틀을 뜻하는 용어가 리핑판입니다.
무판권 해적판이 리핑판으로 되어 있을 때가 많아서 혼용되어 오곤 했습니다만,
리핑 여부와 판권 여부는 사실 별개죠.
무판권 해적판이라도 리핑판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국내 출시사에서 출시하는 해외 영화의 경우는 대부분 리핑판입니다.
라이센스 타이틀이지만 제작 방식은 리핑인 것이죠. 물론 계약을 했으니까 여기엔 문제가 없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정리를 하자면
해당 회사와 계약도 하지 않았으면서 무단으로 데이터를 카피하여 제작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 라고
의문점을 정리해볼 수 있겠는데요.
이건 저도 100% 확정이라곤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일단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불법이 아니다 에 가까울 듯 합니다.
일단 이 경우 당사자인 헐리웃 직배사들이 기준으로 삼을 미국의 저작권법을 보자면,
미세한 변화나 기계적인 작업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저작권은 영화의 내용 그 자체에만 있을 뿐
디지털 리마스터링과 같은 기계적인 보완 작업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만, 편집 자체를 달리한 다른 판본이라든가,
음향을 새로 추가해 입혔다든가, CG를 새로 작업했다든가 하는 식으로
영화 자체에 변경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새로운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영화 업계쪽은 아니지만 사진 쪽에서는 실제로
디지털 데이터를 카피해서 썼다가 재판이 열린 적이 있는데,
이때 디지털 데이터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판례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창작이 아닌 한 기계적인 데이터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후로 영화 업계에 이 문제에 관련한 다른 판례가 있었는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았기에,
100% 확정이라곤 할 수 없을 것 같다... 고 위에 쓴 것인데요. 아마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제보 주시고요)
미국에선 현재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미국에도 물론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들이 있습니다만
이것들은 메이져 출시사에서 관심을 안가질 정도로 마이너한 영화들이거나,
아니면 실제로 권리자가 불분명해져서 아무도 나설 사람이 없는 경우라거나 이런 것들이죠.
이런 건 말 그대로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개념의 순기능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한국 같았으면 몇 장 팔리지 않을 것이기에 퍼블릭 도메인으로도 안나올 만한 그런 영화들이겠습니다만,
이런 것도 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돌아갈 수 있는 것이죠.
어쨌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메이져 대작을 퍼블릭 도메인이랍시고
감히 출시하는 간 큰 회사는 없습니다.
워너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그런 싸움을 걸었다가 무슨 험한 꼴을 당하려고요;;;
그네들이 딱히 열내면서 대응할 가치도 느끼지 않는 이 좁은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일 뿐인 것이죠.
※ 일본같은 경우도 고전 명작의 퍼블릭 도메인 DVD가 만연해 있는데요.
보통 원코인 DVD 혹은 카쿠야스(파격적으로 싼) DVD 등으로 통칭되는데,
이들은 국내 실정과는 달리 메이저사의 데이터를 유용하지 않고
대부분 자체 트랜스퍼로 타이틀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화질과 음향은 헐리웃 메이저사의 타이틀에 비하면 조악한 수준입니다만,
그냥 VHS 보는 정도의 기분으로, 싼 맛에 상쇄를 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얘들이 이러는 걸 보면 데이터 카피에도 법적으로 걸릴 뭔가가
존재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만...
아직 그렇게 판단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고요. (물론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제보를...)
나중에라도 바뀔지 모르니까 미리미리 조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원래 뭐든지 직접 만드는 스타일들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국 영화도 일본판은 자기들이 직접 트랜스퍼하는 경우가 많죠.
뭐 어쨌든 얘들은 그렇습니다. 그냥 참고 삼아.
7.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
블루레이 게시판의 또 하나의 쟁점인 해외판 구입의 문제와도 닮아있습니다.
당장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뻔히 보이게 놓여져있는 나의 필요성과 이익에 손을 뻗느냐,
아니면 그러한 욕구를 억제하고 크게 봤을 때의 전체 판의 성장과
그로 인해 얻어질 수 있는 (눈에 잘 띄지는 않는) 미래의 나의 이익을 기대하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죠.
이쯤해서 일단 한 번 제가 취하고 있는 입장을 적어보겠습니다.
여기에 적는 것은 강요가 아닙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문제는 모두 각자가 선택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있고,
여기에 적는 것 또한 선택지의 한 가지로서, 저라는 개인의 한 가지 선택입니다.
...물론 제 생각이니까 저로서는 이 정도가 가장 합리적인 판단에 근접해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참고하실 수도 있을 것이며, 참고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그 뿐인 것이죠.
- 국내와 동일 판본의 해외판에 대해서는 가급적 해외판을 구입하지 않고,
정발 위주로 구입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이 득세할수록 정발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판의 구입이 늘고 국내 정발의 시장이 작아질수록 정발 라인업이 줄어드는 것 또한 필연입니다.
아직도 가끔씩 정발하고 해외판 한글자막하곤 상관없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이 계셔서 종종 리플 달게 되곤 합니다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고요.
이건 이미 기존의 시장 돌아가는 상황과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증명이 되어있는 문제입니다.
말하다보니 반문하실 분 또 계실 것 같아서 맨날 적던 내용 또 여기 정리해 놔야 되나 싶어지는데...
안그래도 지금 너무 길어지고 있어서 피곤한 참이니 그건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고요.
저는 한글자막 없이 영어를 그렇게 술술 알아들을만한 실력이 되질 못하기 때문에
한글자막이 반드시 필요하고, 정발 라인업의 확대를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금전적 손실이 다소 있더라도 가급적이면 정발을 위주로 구입합니다.
다만, 개인의 경제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격차가 너무 클 때는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로스트 시즌1~5 북미 파격세일 때는 저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3만원과 2만원의 차는 감수할 수 있지만, 50만원과 15만원의 차는 저에겐 너무 컸어요... ㅜ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50만원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마음만은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도저히 그럴만한 여유는 없네요..
단,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첨언해 둘 것은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저렴한 해외판을 구입하긴 했지만,
저는 그저 능력이 안되는 자신이 안쓰러울 뿐이지,
이러한 가격차를 이유로 국내 대행사를 원망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마존의 할인율이 너무 파격적인 것일 뿐이지,
한국에서 딱히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결국 아마존의 할인율은 그만한 시장규모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한국은 그렇지 못할 뿐인 것이니까요.
그 외 국내판본과는 상관이 없고 한국에 출시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일본영화 정도는 해외판으로 구입을 하고 있습니다.
- 퍼블릭 도메인 타이틀은 기본적으로는 구입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딱히 구입할 예정은 없습니다.
이건 정말 정발하고는 털끝만큼도 연이 없을만한 작품이다,
즉 퍼블릭 도메인의 순기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타이틀이다, 라고 판단될 때는
구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그런 타이틀 중에서는 사고 싶은 타이틀이 실제로 드물었고요.
블루레이의 경우 현재 문제가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즈의 마법사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클래식 대작의 경우는, 현재 시장 상황이 아무리 안좋다 한들
정발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못할 작품들입니다.
이러한 영화들에 대해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정식 판권작의 출시를 저해하는
타이틀의 경우는 전혀 구입할 생각이 없습니다.
PSYlovⓔ 님이 어제 글을 거칠게 쓰셔서 거센 역풍을 겪으셨습니다만,
PSYlovⓔ 님이 제시하신 차라리 다운받아서 보세요. 라는 명제 자체는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차선적 해결책이기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차피 퍼블릭 도메인 작품이라면 다운로드 받아서 감상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기에 문제가 없고,
퍼블릭 도메인 실물 타이틀에 의한 시장선점으로 인해
정식 판권사의 제품의 출시 가능성이 저해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PSYlovⓔ 님 스스로도 양쪽 다 나쁘단 뜻으로 쓰신 듯 하고
어제 논쟁에선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신 분이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만,
이건 딱히 나쁜 행동인 것도 아니고 (그 동안의 고정관념에 의해 정품 유저 여러분으로서는
기분상 꺼림칙할 수는 있겠는데, 그럴 땐 1번의 퍼블릭 도메인의 본질을 복기해 보시길...)
분명히 선택 가능한 옵션이란 점은 염두해보시기 바랍니다.
※ 사실 퍼블릭 도메인으로 나오는 마이너 고전 작품들의 경우,
웹에서 다운을 받더라도 그 영상과 그 자막의 소스 자체가
퍼블릭 도메인으로 출시된 타이틀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걸 생각하자면 닭과 달걀의 문제가 되어서 복잡해지긴 하는데... -_-;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퍼블릭 도메인 블루레이의 경우는 대작들이어서
적어도 이런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으니 여기선 일단 넘어가지요.
여기까지는 제가 생각하는 입장과 선택이었고...
마무리하자면, 선택은 결국 여러분 각자의 몫입니다.
이미 여러분 각자 생각하시던 입장이 있으실 것입니다만,
이러저러한 점들을 모두 염두하시고 다시 한 번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각자의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을 것입니다만,
인풋이 부족했던 상태에서의 아웃풋이라면 재고해볼 필요는 있겠죠.
여러분에게 제대로 되고 동등한 인풋, 판단재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 글을 장황하게 적어온 것이니까요.
(......이걸 몇 시간을 쓴 거냐 orz orz)
8.
지금까지 위에 나온 이 모든 쟁점들은 전부 다 한 마디로 일축해버릴 수가 있죠.
실제로도 위에 여러 번 쓰기도 한 이 말.
"이게 다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_-;;;
(물론 이 안에는 불법 다운로드와 같은 여러 문제점들이 내포되어 있지요)
정치권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게 다 MB 때문이다" 라는
마법의 언어... 인 척 하지만 사실은 농담거리밖에 안되는 구절들이 있는데,
이 바닥에서의 "이게 다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는 정말로 마법의 언어인 것 같습니다. 진리라니까효(...)
이걸 뭐 그렇다고 어찌 한다고 해서 어찌 될 문제도 아니고... 답답할 뿐입니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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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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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요점만 추려줬으면 좋겠네요.. 넘 어려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