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소개 - 에이리언
4K UltraHD Blu-ray(이하 UBD)에 대한 85번째 리뷰. 이번 시간에 다뤄 볼 타이틀은 에이리언입니다.
에이리언은 제가 처음 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괴기, 호러류를 생활의 활력(?) 정도로 여기는 저에게 비디오 가게 주인장이 좋은 게 있다면서 권한 이 작품. 어쩌면 여기에서 제 AV 라이프가 시작되었을지도요?
이 위대한 영화에 대한 서문에서 실없는 개인사나 적는 건, 그만큼 적자면 너무 많고 안 적어도 아실 분은 다 아실 것 같아서입니다. 솔직히 여기 DVD 프라임 아닙니까? 그러니 그냥 UBD 리뷰로 들어 가 봅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2160/24P(HEVC), 화면비 2.35:1, HDR10+
* HDR10+ 비지원 디스플레이에선 HDR10으로 표시
최고 품질 사운드: DTS-HD MA 5.1ch (영어, 확장판)/ DTS-HD MA 4.1ch (영어, 극장판)
* 4월 17일 국내 정식 발매, UBD 1Disc 사양
* 북미 발매반에 한국어 자막 수록. 단, 패키지 동봉 BD에는 미수록
- 서플 사항
에이리언 UBD에는 UBD 디스크에 2종의 코멘터리 등 서플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코멘터리는 북미, 정발판 둘 다 한국어 자막이 없고 재미있는 삭제 신은 달랑 6분여... 평가 생략.
- 영상 퀄리티 평가
에일리언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 검수한 4K 리마스터 신판(극장판 & 감독판)이라는 기치로 등장한 타이틀입니다. 감독이 최초의 35mm 네거(이스트맨 코닥 5247 필름)에서 직접 4K 리마스터를 지휘했기에, 오롯이 그의 의지가 담겼다고 해도 무방.
일단 해상감면에서, 과거 BD에 비해 발전은 분명 엿볼 수 있습니다. 명~암에 걸쳐 크건작건 (BD+업스케일보다) 더 선명해졌고 조금이라도 더 디테일을 캐치할 수 있습니다. 단, 이건 어디까지나 '흐릿했던' BD에 비해 '덜 흐릿하다'이지 이 UBD에서 무슨 에이리언 커버넌트 UBD (이것도 업스케일 UBD긴 한데)같은 그림을 기대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에이리언 UBD의 해상감 증강은 주로 컨트라스트 폭이 넓어지면서, 다시 말해 HDR 효과덕에 좀 더 선명히 보이는 케이스입니다. 따라서 HDR이 제대로 나오는 디스플레이에서 봐야 그 디테일감을 남김 없이 볼 수 있고요. 문제는 오래 된 필름의 디지털 마스터 소스를 HDR 그레이딩 할 때 고질적으로 따라오는 문제인 노이즈화 된 그레인마저도 굉장히 눈에 띄게 거슬린다는 것.
말그대로 노이즈화 되면서 컬러까지 좀 먹은 그레인들이 화면에 별로 곱지 않게 뿌려지면서, DNR로 그레인을 상당수 밀어버린 과거 BD가 오히려 '깨끗한 화면!'이라고 여길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체감 노이즈가 워낙 강렬해서, (HDR 덕까지 봐야 하는)디테일 증강보다 이게 거슬려서 실망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을 정도로 위험한(?) 향기가 풍깁니다.
그래도 HDR 그레이딩하면서 우주 배경 등으로 대표되는 암부를 더 가라앉히고 덩달아 명암 대비감을 잘 살리는 장면들이 제법 있어서, 특히 블랙을 잘 가라앉히는 디스플레이에서 보면 이 부분은 BD보다 만족할 수 있는데... 문제는 간혹 오히려 UBD에서 암부를 인위적으로 띄운 듯 지나치게 밝아 보이는 부분들도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이 더 잘 보이는 건 좋은데, 그림의 입체감은 오히려 BD가 더 좋게 보이는 때도 있으니 애매한 상황.
한편 컬러면에선 BD에서 좀 번지는 기색이 있던 적색 등을 깔끔하게 가라앉혀 놓은 대신, 좀 칙칙해진 경향은 있습니다. 근데 이 칙칙해진 레드가 도리어 작품 분위기랑 잘 어울리면서 그럴싸한 기분을 내기는 하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 대신 인물들의 살결이라든가 이런 데선 또 BD에 비해 좀 싱그러운 느낌이 드는 것을 보자면, 아무래도 필름 자체의 열화에 대해 리들리 감독이 여러모로 리마스터 시에 수를 쓰도록 지시한 인상이 풍기네요. 본래의 코닥 100T 필름 경향과 좀 배치되는 색들이 종종 있는 걸로 보아 더더욱.
정리하면 전체적으로 볼 때는 BD보다 좋아진 건 맞는데, 곳곳에 지뢰가 있습니다. 1. 그레인 싫어하는 사람은 질색, 2. 노이즈화 그레인 싫어하는 사람도 떨떠름, 3. 간혹 감수 의도가 너무 세게 들어간 듯한 명암과 컬러 변경 등등. 그렇다고 HDR10+ 화면의 경우엔 일본의 지인에게 감상을 물어 보았더니, '별 변함 없다'라는 한 마디로 일축하는 등... 전면적으로 권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이건 아니다라기도 뭣한 상황입니다.
이 UBD 그림에 대해 점수 짜기로 유명한 High-def 공식 리뷰는 이례적으로 96/100점이나 되는 점수를 매겼는데, 정작 후하기로 유명한 블닷컴이 4.5/5를 매긴 것만 봐도 호불호는 확실합니다. 위에 언급한 지뢰가 지뢰가 아니라고 여기는 분들께는 대안이 없는 최고의 에이리언 영상이고, 반대의 경우엔 고개를 이리저리 꼬을 수도 있습니다.
- 음성 퀄리티 평가
에이리언 UBD의 사운드 포맷은 과거 BD와 동일한 DTS-HD MA(24/48) 입니다. 대신 극장판의 당시 분위기에 더 가깝게 새로 리믹스한 DTS-HD MA 4.1ch 포맷이 수록된 게 특징.
사실 이 UBD의 가장 불리한 점은 BD의 DTS-HD나 이거나 그게 그거로 들린다는 점인데... 비트레이트 스펙도 그게그거나 다름없고 실제 감상에서도 별 변함 없습니다. 물론 에이리언 BD의 DTS-HD 사운드는 양질인 편이었기에 음성의 선명도나 전체적인 다이나믹스라든가 나쁘게 울리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맛이 없다는 건 확실히 BD보다 늦게 나온 UBD로선 충분히 치명적인 부분이겠지요.
굳이 따지면 극장판에 수록된 DTS-HD MA 4.1ch는 제법 신선한 감은 있고, 서브우퍼의 박력은 BD보다 좀 더 강하게 들리기도 한다는 것인데... 천장 스피커가 놀고 있는 게 아쉬운 분들이 DTS 뉴럴: X 같은 걸 걸어 들으면 5.1이나 4.1이나 그게 그거고- 사실 뉴럴:X 가상 분리 효과가 제법 그럴싸한 장면들도 있으니까, 장비가 되는 분은 그렇게도 들어보시길-, 서브우퍼 하나로 캐리하기엔 좀 아쉽고... 이런 상태.
요약하면 사운드 면에선 특기할 만한 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운드기에, 여기서도 괜찮게 울린다 정도로 위안. 스콧 감독도 사운드 쪽에선 BD 당시의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하신 듯?
- 첨언
사실 에이리언 UBD는 발매 전부터 상당히 관심을 끄는 타이틀이었고, 최근 폭스의 구작 리마스터 상태도 괜찮은 기색들이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좀 기대를 한 건 사실입니다. 이 리뷰 시리즈에서도 다룬 바 있는 (스콧 감독의)글래디에이터 UBD 등도 한계 범위 내에서 잘 다듬은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실제로 본 에이리언 UBD는... 79년 개봉작이라는 핸디를 감안할 때는 충분히 건투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 변화는 있고, 그 변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BD와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모든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너무 안 좋게만 쓴 것 같아서 덧붙이는데, 이 UBD가 못 만든 물건이란 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지뢰가 불발이면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품질 좋은 에이리언 영상물을 고르라면 이걸 추천하고도 싶습니다. 단, 너무 큰 기대를 하시지는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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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한 결과군요.... 중복소장의 의욕이 확 떨어지는...
리뷰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