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체르노빌 정발 BD, 간단 리뷰
본 리뷰는 오늘(11월 27일) 발매된 '체르노빌' 국내 정식 발매 Blu-ray (이하 BD)에 대해 다룹니다.
'체르노빌'은 본래 HBO에서 제작한 5부작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실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로, 왓챠 플레이를 통해 이미 접하신 분도 많으실 줄로 압니다. 다만 왓챠의 저 화질이 썩 달갑지 않았던 분들을 위해, 북미 기준 올해 10월 1일에 BD로 발매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출시되었습니다.
1. 디스크 스펙
총 2Disc 사양
- 디스크 1: 에피소드1-3 + 서플 (전체 용량 44.6G)
각 러닝타임 EP1: 58분 54초/ EP2: 1시간 4분 56초/ EP3: 1시간 1분 47초
- 디스크 2: 에피소드4-5 + 서플 (전체 용량 42.8G)
EP4: 1시간 4분 59초/ EP5: 1시간 11분 33초
- 개별 디스크 사양(디스크 2 기준이지만, 디스크 1도 세부 비트레이트 수치 외엔 동일합니다.)
BD-ROM 듀얼 레이어(50G), BD 아이콘(디스크 별 고유 썸네일 이미지) 있음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00:1/ 비트레이트 33.08Mbps
음성스펙 DTS-HD MA(24/48) 영어 5.1ch(외 기타 음성 DTS 5.1ch)
자막 구성 상기 스크린 샷 참조 (* 본편, 서플 모두 한국어 자막 지원)
HBO가 자체 제작한 본 BD의 스펙은 상당히 좋은 축에 속합니다. 본편 비트레이트도 넉넉하고 대략 5시간이 넘는 전체 에피소드 러닝 타임까지 합쳐져서, 2Disc 모두 용량도 거의 꽉꽉 채워 넣었고.
다만 서플 분량이 빈약하다면 빈약한 편인데, 그 부분은 아래 항목 참조.
2. 서플 사항
상기 스크린 샷은 체르노빌 BD D1의 수록 서플. 모든 서플은 1080P 해상도와 DTS or DD 사운드 스펙이며, 전체 서플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 디스크 1
Inside the Episodes (총 7분 20초): 에피소드별 주요 다이제스트 및 제작 관계자 인터뷰
* EP1 (2분 31초), EP2 (2분 47초), EP3 (2분 1초). All Play로 몰아서 보는 것도 가능.
What is Chernobyl? (1분 38초): 체르노빌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
Meet the Key Players (총 5분 40초): 담당 배우가 말하는 각각의 배역
* 레가소프 (1분 45초), 셰르비나 (1분 56초), 호미유크 (1분 56초). All Play로 몰아서 보는 것도 가능.
- 디스크 2
Inside the Episodes (총 6분 56초)
* EP4 (3분 24초), EP5 (3분 30초). All Play로 몰아서 보는 것도 가능.
Behind the Curtain - Director Johan Renck (1분 37초): 작품에 대한 감독의 짧은 언급
Script to Screen - The Divers (1분 23초): 대본과 대사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
Pivotal Moment: The Trial (2분 12초): 드라마 각본 작가의 간단한 인터뷰
서플에 대한 언급에서 '간단한'을 자주 쓴 것은, 각 서플들의 러닝 타임이 짧아서 정말로 간단한 내용만 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PV라고 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분량이라.
하기는 더 길고 방대한 서플이 있었다면 아예 서플 전용 디스크를 따로 만들었어야 했겠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론 좀 아쉽기는 합니다. 예를 들면 체르노빌 본방 직후에 각 에피소드의 뒷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들려준 '체르노빌 팟캐스트'(스포티파이, 유튜브 등에서 청취 가능)가 수록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3. 영상 퀄리티
체르노빌은 Arri사의 Alexa 미니 카메라로 찍은 3.4K 소스를 4K DI로 피니쉬한 작품입니다. 여기에 평균 비트레이트도 33M 가까이 부어놨으니 '정말 쩌는 영상이겠지!' 하신 분들 < 께는 죄송하게도, 이 BD의 영상은 첫 눈에 '우왕! 굿!' 할 그런 체감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선 16:9를 꽉 채우지 못하는 2.00대 1 화면비에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이건 원래 찍고 편집하기를 그렇게 한 거라 그렇다치고. 영화 자체가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한 것도, 내용 전체가 암울하고 진지한 데다가 실제로 사고가 난 체르노빌과 그 인근이 대낮이라도 마냥 밝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다치고... 라 넘기기 약간 어려운 게, 이 어두운 부분들이 특히나 꽤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 시스템 셋팅에 따라선 보기 어렵다고 여기실 분도 많으실 것 같네요.
하지만 암부의 계조 자체는 깔끔하게 잘 나오며, (특히 암부에 끼는)디지털 촬영에 따른 약간의 노이즈를 제외하면 충분히 1080P에서 연상되는 해상감과 화질을 보여주는 건 맞습니다. 이 BD로 체르노빌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면 '생각보다 애매한 화질이다?' 하실 수는 있어도, 왓챠의 저화질에 고뇌하던 분들이라면 분명 '이게 BD지' 정도의 감상은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본 BD는 기본적으로 압축 노이즈라든가 눈에 거슬리기 쉬운 밴딩 등이 잘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전술한 어두운 화면 등이 아니라면 충분히 진중하면서 깔끔한 그림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BDP + FHD DLP 프로젝터에서 봤을 때 UBDP + 유사 4K D-ILA 프로젝터(에서 4K 업 스케일로) 시청시보다 더 인상깊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쨍한 펀치력이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게, 원 소스 해상감에 근접하게 업 스케일한 것보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또 디스플레이의 '어두운 부분을 제대로 잘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전체적으로 그림이 떠 보이고 덩달아 이 드라마의 분위기도 죽기 때문에, 결국 '수록 화질을 제대로 구사하기' 어려운 BD인 건 확실합니다. 바꿔 말하면 BD는 여전히 이만한 그림을 담아낼 충분한 그릇이란 말도 되며, HBO가 이 작품을 '왕좌의 게임' 처럼 UBD/ HDR화 하지 않은 게 어떻게 생각하면 다행 같기도 합니다. 비슷한 그림 경향을 가진 왕좌의 게임 UBD는, HDR화가 오히려 독이었단 소리도 들을 정도여서.
요약하면 1. 왓챠에서 보던 것보다야 당연히 BD가 더 좋은 화질이다, 2. 근데 막상 체감이 확 엄청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3. 질 좋은 시스템에서 진득하게 보다보면 열심히 촬영하고 잘 수록한 BD임을 느낄 수 있다 정도. 부연하면 영상 다이나믹스가 좁지 않은데 암부에 무게 중심이 걸려 있으니, 복수의 디스플레이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자신에게 더 좋은 쪽을 골라서 보시는 걸 권합니다.
4. 음성 퀄리티
체르노빌 BD의 사운드 포맷은 DTS-HD MA 5.1ch지만, 드라마를 보신 분은 다들 아시듯 이 작품이 무슨 멀티 서라운드를 강조하는 그런 소리 경향을 갖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멀티 채널!'이란 것에 주목해서 기대를 갖고 보시면 글쎄... 애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요새 HD 5.1ch에서 멀티 채널에 기대를 품는 분은 별로 없으실 것 같지만.)
물론 음질 그 자체는 화질과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한 좋은 사운드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쪽도 핸디캡이 하나 있는데, 작중 많이 나오는 터널 내라든가 작업 현장 등의 소리와 뒤섞이면서 대사 처리가 그다지 깔끔하지 않게 들리는 부분이 많다는 것. 어차피 자막으로 보니까 별 상관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잘 안 들린다를 넘어 음질 자체가 투명감이 낮고 텁텁하게 들리는 부분들이라 사람에 따라선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술했듯이 기본 음질은 잘 다잡은 편이라 주변음 문제가 없는 신에선 깔끔한 대사 음성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고, 이외에 이 작품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면에 있어서 특별히 문제가 있는 음질은 아닙니다. 종종 깔리는 음울하거나 섬뜩한 BG들은 물론, 2화에 삽입된 대피 안내 방송이 정말 과거 체르노빌에서 울렸던 그 음이라 드라마의 다른 음과 퀄리티 괴리감이 있다는 것 같은 부분들을 캐치할 수 있는 건 충분히 성의를 기울인 만듦새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네요.
요약하면 이쪽도 영상만큼 작품 자체가 갖는 핸디캡이 있고, 그걸 순수 기술적인 측면에서 완전하게 넘어서지는 못한 인상은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의를 기울여 잘 꾸린 사운드인 것은 맞고, 역시나 작품 자체의 분위기와 맞물려 마냥 야박하게 음질 수준을 논할 마음은 들지 않기도 합니다. 아무튼 왓챠 플레이에서 듣던 음성보다 훨씬 좋은 음질인 것도 맞습니다.
5. 총평
HBO에서 제작한 체르노빌은 실화를 기반으로 철저한 고증을 더하되, 요소요소 드라마적인 각색과 장치를 심은 '드라마'입니다. 따라서 등장 인물들의 모든 행동들 모든 서술들이 실제와 같지는 않으며, 3화에 나오는 석탄부 장관처럼 실제 인물과는 달리 이 드라마에선 무슨 책상물림 샌님 같이 나오는 식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인물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실제 일어난 일, 그것도 엄청난 참사와 그 이후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고군분투를 그려낸 부분들은 보면서도 숙연해 지곤 합니다. 개인적으론 위 스샷 부분- 다른 사운드 없이 가이거 계수기의 소음- 그것도 방사능 수치가 아주 위험함을 알리는 소리- 만 깔리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흑연을 퍼다 던지고 뛰어 나와야 하는 처리반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어떤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볼 때보다 더 눈쌀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긴 해도, (영상으로 보니 정말로)이건 사람이 아니고 숫제 (생체)로봇 취급이구나.
이 드라마는 본문에서 몇 번이나 강조했듯이 '드라마'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들도 충분히 정확하게 서술되며 그래서 큰 울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두려움, 적당한 돈을 내고 편하게 생각 없이 쓰는 전기가 어떨 때는 엄청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 그 어떤 것도 모두 보신 분들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정식 발매된 체르노빌 BD는 그러한 이 드라마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문에 언급했듯이 모든 시스템에서 퍼펙트한 퀄리티로 체감되는 타이틀은 아니지만, 어떤 퀄리티로 체감하든 이 작품이 내포한 울림을 느끼는 것이 부족하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이 BD를 소장하고 다시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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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봤습니다
근데 전 무서움 건 못보느라
이 작품은 못봤쪄용>_<
공포장르는 아니지만 현실이 공포라고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