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이유(?) + 프랑스판과 독일판 부가영상 후기
아래의 상후니님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다가 길어져서
게시글로도 남겨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2312193&sca=&sfl=wr_subject&stx=기생충&sop=and&scrap_mode=
기생충은 글을 쓸수록 더 애착이 가네요^^;
1. 저도 뒤늦게 2월엔가 용산 CGV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아주 재밌게 다 보고 나서
이게 왜 아카데미상을 받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곱씹으면서 생각해보니까
식상한, 빈자와 부자 사이의 갈등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착하게 살았던 빈자로 하여금
범죄까지 서슴지 않게 만드는 가난의 고통,
부자에게 기생하는 빈자와 빈자 사이의 이권 다툼,
빈자가 부자에게 느끼는 경외감과 동경,
착하지만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부자에 대한 빈자의 욱하는 분노,
다툼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
다툼 뒤에 느끼는 미안함 등으로
자본주의(정확히는 공산주의가 아닌,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경제체제)가 가져다주는 슬픈 현실을 잘 묘사했던 영화는
기생충이 처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러한 비극을 희극으로 잘 포장했기 때문에
비평가들과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도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웃느라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감독이 조명하고 싶었던 부분을 정작 대다수의 관객들은 제대로 잘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빈자를 죽였거나 죽이려고 했던 엄마와 아들은 일상으로 돌아왔고
다른 빈자를 걱정해주던 딸과 아빠는 죽거나 갇혀서 지내게 된 것,
착했던 부자 가정은 사기를 당하고 가장을 잃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것 등은
자본주의의 결과물이 결코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를 잘 묘사한 우화(특히 마지막 부분의 “리스펙!” 대사에서 비현실적인 우화임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를 칸과 아카데미에서 알아봐준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이걸 시나리오로 쓰고 영화로 찍은 감독과 스탭,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 연기자들 모두 대단한 것 같아요^^
영화를 몇 번 더 보고 생각을 더 할수록
영화의 가치가 더 발견되더라구요~
2. 프랑스판의 다른 부가영상들 경우에,
제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는 못해도 일단 다 봤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독일판에서처럼 영어를 섞어서 말하지 않아요.)
대충 프랑스어 질문이 무슨 질문이었는지 감이 오긴 하더라구요.
프랑스어로만 나오는 더빙 녹음 영상도 나름 자잘한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를 저 사람들이 참 열심히 녹음하고 있구나 하면서
웃음이 지어지더라구요^^
3. 그리고 독일판 부가영상도 꽤 재밌습니다.
(예고편들이나 짧은 프로모션 영상은
영화 본편 BD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 보너스 서플 디스크는
독일판은 4K+BD 스틸북에는 없고,
BD+보너스 서플 BD 스틸북과
4K+BD+보너스 서플 BD 미디어북에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단, 영화 본편 BD와 보너스 서플 BD 둘 다 지역코드가 B라서 코드프리 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
독일 뮌헨은 영어도 함께 쓰는지
뮌헨영화제 Q&A 영상에서는 봉준호 감독님이 영어를 중간중간에 자주 쓰십니다.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영상에서도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영어로 말하는 부분들이 꽤 있어요.
(감독님이 크라이테리온판의 코멘터리를 영어로 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삭제 장면 등 나머지 영상들은 다 한국어로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http://www.dvdcompare.net/comparisons/film.php?fid=53215#3
인터뷰 영상들에 “봉준호가 장르가 되었다”는 말에 대한 봉준호 감독님의 입장이 몇 번 나오는데,
히치콕 같은, 영화사에 남을 거장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영상이 참 웃깁니다.
리치 메타라는 감독이 진행을 하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친해서 그런지 너도 그렇지 않니? 하시면서 반말로 몇 마디를 하기도 하고
갑자기 양말이 예쁘다는 둥 뭐 즐거운 토크쇼 보는 느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DVD나 블루레이를 본다고 하시고,
일본 어떤 감독(유명하신 분인 듯 하지만 제가 무식해서 모르는 듯 합니다^^;)의 블루레이 3디스크 셋을 샀는데 그중에 한 영화가 재밌다고 추천해주시는 것으로 봐서
디피 회원이 확실함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2년 살면서 봉준호 감독님 때문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졌다는 캐나다분이
한국어로 질문을 하는 것도 흐뭇하더라구요^^
아, 그리고 마스터클래스가 2017년 후반기 쯤에 있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정치적인 입장도 언급을 해주셨어요.
(프랑스판 마스터클래스 영상에서는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던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부가영상의 내용이 모두 다 기억은 안 나지만
다 흥미롭고 내용이 꽤 괜찮았어요.
다만 독일판은 4K와 BD 둘 다 스펙상 화질이나 음질이 프랑스판에 비해서 떨어지는데,
막눈인 제가 잠시 봐도 프랑스판 BD가 화질이 더 낫더라구요.
그래도 예쁜 미디어북 패키지와 총 3시간 정도 되는 부가영상만으로도 가치가 있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댓글이 아니라 게시글 수준이 되었군요^^;;
봉준호 감독님의 단독 코멘터리가 담길 국내 정발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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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감독님이죠. 자기주관 정말 뚜렷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