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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이유(?) + 프랑스판과 독일판 부가영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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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10 21:45:22

아래의 상후니님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다가 길어져서
게시글로도 남겨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2312193&sca=&sfl=wr_subject&stx=기생충&sop=and&scrap_mode=
기생충은 글을 쓸수록 더 애착이 가네요^^;



1. 저도 뒤늦게 2월엔가 용산 CGV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아주 재밌게 다 보고 나서
이게 왜 아카데미상을 받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곱씹으면서 생각해보니까
식상한, 빈자와 부자 사이의 갈등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착하게 살았던 빈자로 하여금
범죄까지 서슴지 않게 만드는 가난의 고통,
부자에게 기생하는 빈자와 빈자 사이의 이권 다툼,
빈자가 부자에게 느끼는 경외감과 동경,
착하지만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부자에 대한 빈자의 욱하는 분노,
다툼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
다툼 뒤에 느끼는 미안함 등으로
자본주의(정확히는 공산주의가 아닌,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경제체제)가 가져다주는 슬픈 현실을 잘 묘사했던 영화는
기생충이 처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러한 비극을 희극으로 잘 포장했기 때문에
비평가들과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도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웃느라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감독이 조명하고 싶었던 부분을 정작 대다수의 관객들은 제대로 잘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빈자를 죽였거나 죽이려고 했던 엄마와 아들은 일상으로 돌아왔고
다른 빈자를 걱정해주던 딸과 아빠는 죽거나 갇혀서 지내게 된 것,
착했던 부자 가정은 사기를 당하고 가장을 잃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것 등은
자본주의의 결과물이 결코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를 잘 묘사한 우화(특히 마지막 부분의 “리스펙!” 대사에서 비현실적인 우화임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를 칸과 아카데미에서 알아봐준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이걸 시나리오로 쓰고 영화로 찍은 감독과 스탭,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 연기자들 모두 대단한 것 같아요^^
영화를 몇 번 더 보고 생각을 더 할수록
영화의 가치가 더 발견되더라구요~


2. 프랑스판의 다른 부가영상들 경우에,
제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는 못해도 일단 다 봤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독일판에서처럼 영어를 섞어서 말하지 않아요.)
대충 프랑스어 질문이 무슨 질문이었는지 감이 오긴 하더라구요.
프랑스어로만 나오는 더빙 녹음 영상도 나름 자잘한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를 저 사람들이 참 열심히 녹음하고 있구나 하면서
웃음이 지어지더라구요^^


3. 그리고 독일판 부가영상도 꽤 재밌습니다.
(예고편들이나 짧은 프로모션 영상은
영화 본편 BD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 보너스 서플 디스크는
독일판은 4K+BD 스틸북에는 없고,
BD+보너스 서플 BD 스틸북과
4K+BD+보너스 서플 BD 미디어북에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단, 영화 본편 BD와 보너스 서플 BD 둘 다 지역코드가 B라서 코드프리 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
독일 뮌헨은 영어도 함께 쓰는지
뮌헨영화제 Q&A 영상에서는 봉준호 감독님이 영어를 중간중간에 자주 쓰십니다.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영상에서도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영어로 말하는 부분들이 꽤 있어요.
(감독님이 크라이테리온판의 코멘터리를 영어로 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삭제 장면 등 나머지 영상들은 다 한국어로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http://www.dvdcompare.net/comparisons/film.php?fid=53215#3

인터뷰 영상들에 “봉준호가 장르가 되었다”는 말에 대한 봉준호 감독님의 입장이 몇 번 나오는데,
히치콕 같은, 영화사에 남을 거장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영상이 참 웃깁니다.
리치 메타라는 감독이 진행을 하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친해서 그런지 너도 그렇지 않니? 하시면서 반말로 몇 마디를 하기도 하고
갑자기 양말이 예쁘다는 둥 뭐 즐거운 토크쇼 보는 느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DVD나 블루레이를 본다고 하시고,
일본 어떤 감독(유명하신 분인 듯 하지만 제가 무식해서 모르는 듯 합니다^^;)의 블루레이 3디스크 셋을 샀는데 그중에 한 영화가 재밌다고 추천해주시는 것으로 봐서
디피 회원이 확실함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2년 살면서 봉준호 감독님 때문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졌다는 캐나다분이
한국어로 질문을 하는 것도 흐뭇하더라구요^^

아, 그리고 마스터클래스가 2017년 후반기 쯤에 있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정치적인 입장도 언급을 해주셨어요.
(프랑스판 마스터클래스 영상에서는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던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부가영상의 내용이 모두 다 기억은 안 나지만
다 흥미롭고 내용이 꽤 괜찮았어요.

다만 독일판은 4K와 BD 둘 다 스펙상 화질이나 음질이 프랑스판에 비해서 떨어지는데,
막눈인 제가 잠시 봐도 프랑스판 BD가 화질이 더 낫더라구요.
그래도 예쁜 미디어북 패키지와 총 3시간 정도 되는 부가영상만으로도 가치가 있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댓글이 아니라 게시글 수준이 되었군요^^;;
봉준호 감독님의 단독 코멘터리가 담길 국내 정발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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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8-10 15:49:53

대단한 감독님이죠. 자기주관 정말 뚜렷하신.

WR
2020-08-10 16:00:30

예^^
신인 때부터 제작자들로부터의 압박도 지속적으로 있어왔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틀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내왔다는 것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기생충 프랑스판 마스터클래스 끝부분엔가
플란다스의 개에 신인 시절의 두려움이 투영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시더라구요.

1
2020-08-10 17:57:07

 미국 영화제 에서 세계 영화제로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한 아구가 딱! 맞아 떨어지는 영화가

바로 기생충 이였습니다.

WR
2020-08-10 19:36:02

아카데미가 기생충을 필요로 했을 수도 있겠군요!^^
진보적인 성향도 헐리우드와 잘 맞았던 것 같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입소문을 잘 내준 것 같기도 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는
쿠엔틴 타란티노에게서 영화토론으로 교육을 잘 받았는지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님을
우러러 보는 느낌이었어요^^

2020-08-21 22:36:49

하나로 일관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만, 진보적인 성향과 할리우드는 사실 좀 안맞는 표현입니다.
최근 이미지는 굉장히 보수적인 면이 많은 할리우드가 강했는데, 근 몇년간 인종문제, 성별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주제로 수상작이 결정되곤해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있죠.

특히 이번 시상식은 1917과 경합을 벌이던 때인만큼 1917이 가지고있는 여러 속성들과 비교했을때도 기생충은 아카데미가 미국 로컬에서 벗어나서 더 진보적으로 보일 수 있게하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더불어서 봉준호 감독님과 배우들, 그리고 관련 스태프들이 직접 발로 뛰어서 오스카 레이스에 힘쓴 것도 크겠죠. 거의 잠도 안 주무시고 관객과의 대화나 여러 해외 감독과의 GV도 하셨으니..

WR
2020-08-22 01:14:38

그렇군요~
저는 캘리포니아 쪽이 진보 성향인 점,
트럼프가 기생충을 둘러싸고 헐리우드와 각을 세우는 모습,
배우들의 수상소감이나 평소 활동들을 보고
정치적으로는 강남 좌파의 느낌이랄까
아무튼 진보 성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 보군요.
아무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8-22 01:47:45

트럼프는 미국 영화가 아카데미를 못 받은 것에 대해 각을 세우는거죠.

아카데미 회원이 워낙 많기때문에 최근 몇십년간은 아카데미 자체는 그렇게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었습니다.

WR
Updated at 2020-08-22 02:12:26

궁금해서 네이버에서 찾아봤는데
나무위키에 의하면
헐리우드가 진보 성향인 것 같기는 합니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미국 영화계가 강력한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유명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존 보이트, 딘 케인 등 공화당 지지자들도 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하면 드물다. 매회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유명 헐리우드 스타들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소식은 이미 흔한 뉴스로 자리잡았다. 사실 영화계 뿐만 아니라 예술계 자체가 좀 더 친민주당 성향이긴 하다.”
https://namu.wiki/w/민주당%28미국%29#s-4
기부금 액수의 차이를 보니
진보 성향이 더 드러나는 것 같아요.
http://www.radiokorea.com/news/article.php?uid=194972
덕분에 미국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2020-08-22 03:17:18

민주당과 공화당 선에서의 얘기가 아니라 더 큰 의미에서 진보와 보수입니다.

실제 넷플릭스 영화에 대해서도 가장 인색한게 아카데미이고 인종 문제에 대해서도 찬반이 심해 근래에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https://www.google.co.kr/amp/s/www.donga.com/news/amp/all/20200211/99629310/1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041135&memberNo=955022

민주당과 공화당 얘기면 7-80년대부터는 (원래 영화배우인) 레이건 대통령, 아놀드 슈왈드제너거나 닉슨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할리우드에 보수 성향/친 공화당의 성향이 띠기 시작했었습니다. 마냥 진보적인 모습만 갖는 것이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니라는 거죠. 특히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상당한 공화당 지지자입니다만, 최근 트럼프에게 학을 떼서 아마 아카데미 내에서도 트럼프를 좋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할리우드 검색하시면 진보 성향을 띠고 liberal 하다고 표현하는게 전통적이고 처음부터 그런 이미지가 있었습니다만, 최근 주춤하던 때에 기생충 수상으로 확실하게 그 이미지를 날린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진보적인게 맞냐는 의심을 받아왔으니까요)

https://www.google.co.kr/amp/s/www.washingtonpost.com/outlook/hollywood-has-always-been-political-and-it-hasnt-always-been-liberal/2018/03/02/5e8456c2-1d8e-11e8-9de1-147dd2df3829_story.html%3foutputType=amp

WR
2020-08-22 10:21:58

그렇군요^^
단순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자세한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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