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몇년 전에 플레인과 씨네스트의 전쟁(?)이 한 차례 있었죠. 플레인의 문제제기로 씨네스트에 ‘저작권 자막 요청 리스트’라는 게시판도 생겼고요. 이때도 이른바 ‘씨네필’이라는 씨네스트 유저들이 ‘문화의 자본화’ ‘저작권자의 자본권력’ 운운하며 플레인이 오바 떤다고 욕하는 글 보면서 참...
저작권자나 영화 업계의 입장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당시 플레인 글입니다. 대충 업계 입장이라고 퉁 쳐도 될 것 같아요. 저도 솔직히 디피에서 외부자막 다운받아서 잘 봤다 어쩌구 이런 글 좀 안 봤으면 합니다. 보셔도 그냥 혼자만 몰래 보세요...
[영화자막 공유 사이트 '씨네스트'에 대한 논의 관련]
(전체 글을 읽으시기 전에) 꽤 긴 글이기에 짧게 요약하자면 아래 따옴표(" ")로 묶은 내용이 전하고자 하는 전부입니다. 이것 뿐입니다.
"상영 중이거나, 개봉 예정이거나, 혹은 종영해서 DVD/BD/VOD가 출시됐더라도, 해당 작품의 권리를 가진 현 저작권자가 존재하고, 정식으로 접근 가능한 공개 배급망/유통 채널에 풀린 영화만큼은 불법 자막을 공유해서는 안됩니다."
----------------------------------------------------------------------------------
최근들어 플레인아카이브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불법 영화 자막 공유'가 빈발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씨네스트'에 대한 문제제기를 여러번 하였습니다.
주요 컨텐츠 유통 선진국과 비교하여 그 다양성의 폭과 접근성이 지극히 낮음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혹은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컨텐츠의 대안적인 접근 채널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씨네스트'로 대표되는 공간의 역할과 순기능이 분명히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 법적 저작권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퍼블릭 도메인의 고전 작품들, 혹은 퍼블릭 도메인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수입 가능성이 없는 3세계 영화 등은 주요 사례가 될 것이고, 이런 작품들의 자막 제작에 애써주시는 실력자분들의 오랜 노고 또한 분명 평가할만한 부분입니다.
다만 '정당한 컨텐츠 사업자의 피해가 생기지 않는 조건에서'라고 전제를 달았다시피, 한창 상영 중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거나, 극장 상영이 종료되었어도 VOD 등 2차 시장에서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 최신의 수입 영화들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WEB-DL 타이핑 자막'이 공유되고 있으며,심지어는 당사의 블루레이 전용 컨텐츠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올드 데이즈>라든가, 블루레이 전용으로 개선(혹은 완전히 새로 번역)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같은 작품들의 BD-SUP 타이핑 자막, 이들 작품의 코멘터리 자막까지 공유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씨네스트를 비롯한 유사 사이트, 커뮤니티 등의 관리자께서는 여러 유통 채널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현재 진행형으로 배급망을 타고 있거나 예정된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고 치밀한 자막 공유 불가 원칙을 세우고 빈틈없는 게시판 관리와 사용자에 대한 계도책을 펼쳐야 합니다.
씨네스트 측에는 저희뿐만 아니라 여러 수입사 담당자분들이 자막 자료실을 모니터링 하면서 '저작권보호요청 리스트'에 각 사가 보유한 판권작들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탁' 혹은 '협조요청'에 가까운 실정이지만, 어느 정도 해당 리스트가 업데이트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당 리스트를 자막 제작자분들이 잘 참고하지 않거나, 해당 리스트에 포함된 자막을 공유했을 시 가해지는 운영자 차원의 제재나 경고 제도가 없기 때문에, (예를들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같은 작품의 WEB-DL 타이핑 한국어 자막이 첫 삭제 조치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다시 공유됩니다.
물론 다시 삭제 요청을 하면 일정 시간 후 삭제되지만, 그 동안 다운로드된 한국어 자막은 결국 주요 토렌트 사이트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고, 구글 검색만으로 해당 자막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상 이 단계에서는 한번 공유된 자막을 인터넷 공간에서 삭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광범위한 연계성을 갖는 토렌트 사이트가 기반이 되는 주요 릴그룹은 해외에서 블루레이가 출시되자마자 원본 화질에 가까운 (가끔은 원본 통채로 리핑된) 영상을 제작/공유하고, 여기에 공식 개봉판을 위해 전문가가 번역한 한국어 자막까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BD-RIP이라고 불리우는 고화질 영상은 해외의 릴그룹으로부터 공유된 것이 대다수이고, 그쪽 나라들이라고 특별히 저작권 인식이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 '번역'을 해야만 한국어 자막을 구할 수 있는 경우와 달리, 최근의 최신 수입 영화들은 매체 간 홀드백 기간이 매우 짧아졌고 개봉-VOD 출시의 갭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아직도 상영중인) <부탁 하나만 들어줘> 같은 작품은 개봉 2주차에 VOD가 출시되었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추억이 된 '디빅'(DIVX)이라는 불법 영상이 득세하던 2000년대와 달리, 더욱 빠르게 더욱 양질의 자막이 개봉과 동시에 불법적으로 공유됩니다.
이렇게 정형화된 패턴으로 자리 잡은 불법 자막의 폐해로 인해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 쪽은 결국 영세한 수입 영화사들입니다. 굳건한 자금력으로 국내 컨텐츠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도, 초국적 기업인 넷플릭스도, 블록버스터를 배급하는 미국 메이저 직배사도 아닌 대개 5인 미만의 작은 회사들입니다.
극단적일지 몰라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관객수 1,121만 명)를 예로 들면 이 작품의 불법 영상과 자막은 전세계의 인터넷 릴그룹에 걸쳐 엄청나게 공유되고 있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불법다운받아 보겠다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블루레이 한정판은 예판 시작 5분만에 수천장이 품절됩니다.
하지만 씨네스트에 2주 전 올라왔고 (그후 배급사 요청으로 삭제되었다가) 어제 다시 또 올라왔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최종 관객수 19,800명)의 한국어 자막은 게시판 목록에서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자막 공유자에 대한 수많은 감사 댓글이 달립니다. 마침 12월 초에 일본판 블루레이가 출시된 시점이었죠.
동 사이트 한켠의 자막 요청 게시판에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살인마 잭이 지은 집> 등 최신작의 한국어 자막을 구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물론 다양성 영화들의 흥행 실패로 수입사들이 사업 지속에 어려움을 가질만큼의 상황이 벌어진 경우 불법 자막, 영상보다는 더욱 근원적인 차원의 산업적 지형 문제를 비롯하여 기타의 크고 작은 원인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가혹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망할만한 영화'일 때도 있고, 어쩌면 배급 시기와 전략에 실패하는 등 수입사의 자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영화일수록 몇 만 명이 아니라 몇 천 명, 몇 백 명 단위의 관객수만으로도 수익을 내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수입영화사들과 그들로부터 주요 컨텐츠를 공급받는 플레인아카이브와 같은 물리매체 회사들에게 불법 자막 공유로 인한 매출 감소의 우려와 스트레스는 그저 '인터넷 어떤 한 게시판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못됩니다.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는데도 연말 대작 한국영화, 메이저 블록버스터에 스크린을 자비없이 모두 내주고 개봉 2주차에 VOD가 내걸린 영화를 바라보는 수입사는 개봉을 위해 비용을 들여 만든 정식 자막이 실시간으로 불법 공유되는 광경에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 그저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일련의 수입 영화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최근의 불법 자막 공유 현황은 분명 특정한 사업자들에게 한정된 문제라고 치부하더라도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불법 자막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오직 '씨네스트'뿐인 것은 아니지만,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련 이해관계에 놓인 저작권자와 사업자는 물론 이용자들도 공감할 것입니다. 적어도 이같은 사정들에 대해 작게나마 책임감을 느끼고, 사이트의 순기능을 인정하여 지속되길 원한다면, 씨네스트의 관리자께서는 즉시 '저작권자가 선명하게 존재하는' 작품들에 대해서만큼은 이해관계에 놓인 사업자들이 수긍할만한 운영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플레인이 직접 영화를 수입해서 개봉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 문제를 힘주어 언급하는가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영화가 대중에 소개되는 과정에는 수입사뿐만 여러 제작, 유통, 배급망에 걸쳐 다수 회사와 개인이 저마다의 생계를 위한 '업'(業)과 '비전'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본 건의 문제제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최소의 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불법 자막의 공유로 인해 관계 산업의 이해 당사자에게 분명한 물적,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해당 사이트의 책임자와 일부 유저 그리고 직간접적 관련업체들에게 인식변환 및 대응을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좋은 영화를 발견하고 감상하는 즐거움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영화 수입 시장 관계사들과 영화팬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입니다. 보다 넓은 선택폭을 갖는 컨텐츠 산업의 다양성과 접근성이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향상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 혹은 논의 중 하나로 다루어졌으면 합니다.
- 플레인아카이브 드림
글쓰기 |
문화를 사랑한다는 소위 '시네필'들이
문화는 자본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모른다는게..
물론 '정도(선)'의 문제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attitude를 보이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