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아키라(AKIRA) 정발 UHD-BD 리뷰 후기
1.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리뷰를 하면서, 한 가지 늘 지켜 온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그 리뷰에서 모든 말을 다 한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다 이야기한다.' 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dpreview&wr_id=68135
그런 이유로 애정은 여전해도 한 번 리뷰로 다룬 것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6월 22일 프리 오더 개시 예정인 국내 정식 발매 AKIRA(이하 '아키라') 4K UltraHD Blu-ray(이하 UBD)에 대해서는 한 번쯤 더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추억도 많지만 솔직히 리뷰할 때 고생도 좀 해서.
2.
아키라는 일본 UBD 발매 소식이 들리기 얼마 전에 필자 나름의 촉(수 말고 직감)으로, UBD 작업을 예감하면서 칼럼 하나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마침 게시판에 아키라에 대해 문의해 주신 분이 계셔서, 그게 트리거가 되기도 했고.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2073230
링크한 게시물에도 자세히 적었지만, 아키라라는 작품은 개봉한 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33년 동안 다양한 물리 매체로 계속해서 잊을만 하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UBD로 또 나왔지요. 하지만 당장 아키라 팬인 필자도 그렇고, 이제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게 아무래도 최후의 노력이 될 전망이니까요.
3.
그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핵심은 아키라가 35mm 필름 상영을 전제로 제작했다는 점입니다. 35mm 필름의 디테일은 4K에서 남김없이 긁고 출력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애니메이션의 디테일은 애초에 사람이 '의도하여 그린 것'만 필름에 존재합니다. 일본 버블 경제의 마지막 시기 가장 화려하게 불탈 때나 가능했다고 여겨지는 그 빽빽한 그림들도, 이제는 전부 내보였습니다.
이건 사운드도 마찬가지로, 아날로그 사운드 릴의 열화는 보존 상태에 따라 시작 시기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개 25년 전후부터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아키라의 사운드 제작팀인 야마시로구미도 스코어와 대사까진 아직 아니지만, 일부 효과음은 이미 (당시와 지금 동일하게 채록할 수 있는 소리에 한해)새로 녹음한 걸 쓸 정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다들 예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키라, 가 문제가 아니라 UBD란 매체 자체가 마지막 물리 매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현실화된다면 말이지만, 그럼 '손으로 쥘 수 있는' 아키라는 이제 끝입니다. 하긴 미래엔 어쩌면 멋진 케이스에 다운로드 이용권을 고이 담아 팔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필자는 그걸 손으로 쥔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네요.
4.
그런 이유로 필자는 일본판 아키라 UBD에 대단한 기대를 했는데- VHS부터 시작한 이 여정이 이제 끝이야 라는 한숨도 포함해서-, 거기에 멋지게(?) 배신 당한 이야기는 이미 두어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2283901
같은 이야기 반복하기 싫어서 계속 하지 않았는데, 필자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일본 제작사나 관련 잡지 등에 이 사운드 스펙 다운 건으로 문의를 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메일이든 뭐든 그 흔한 매크로 답변조차 오지 않았지요. 이 녀석들이 정말 아키라 매체를 제작하고 리뷰한 녀석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래서 한국 정식 발매판 아키라 UBD, 의 한국 발매사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UBD용으로 제작된 마스터 사운드를 조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외부에 말할 수 있는 게 아니겠지만, 필자 역시 팬으로서 순수하게 감사를 표하고 싶네요.
5.
다만 한국판 아키라 UBD는, 그 높은 비트레이트(영상 평균 81Mbps + 음성은 메인 트랙만도 16Mbps) 때문에 다른 것을 떠나 샘플 재생 테스트가 선결 과제기는 했습니다. 필자도 이 작품에 대해 무슨 감수역을 맡은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리뷰어 입장이긴 하지만, 워낙 아끼는 작품이니 필자의 소지 기기별 전수 테스트에 동의했고요.
그래서 알파 디스크인 BDXL 단계에서 두 번 테스트(BDXL 재생이 가능한 파나소닉 UB45, 파나소닉 UB9000) 한 뒤, 몇 주 정도 후에 찍혀 나온 판매용 UBD 프레싱 샘플을 가지고 제가 가진 모든 플레이어들(UB45, UB9000, X800M2, UDP-20X...)에서 전부 전수 재생 테스트하느라 > 추가로 다섯 번은 더 보게 되었습니다. 진지하게, (부끄럽지만)이 작품을 LD 복제 VHS로 처음 접했을 때처럼.
그냥 틀어놓고 딴 짓해도 되지 않냐고요? 그럼 잠깐 재생 밀림이나 끊기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에러를 못 잡죠. 그러니까 위 기종에서 아키라 UBD를 돌릴 분들은, 일단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적어도 제가 가진 해당 기기들에선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6.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마치 키요코가 조종하는 양, 검토의 혼이 발동해서)겸사겸사 자막이라든가 기타 텍스트 상태에 대해서도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 프레싱 샘플 디스크에서 수정했으면 더 좋겠다 싶은 걸 봤습니다.
헌데 프레싱 샘플 단계에서 수정을 하려면 (디스크 양산 프레싱용)마스터 스탬프를 다시 찍어야 하는데, 텍스트는 UBD와 신판 BD 둘 다 동일하게 들어가니까 > 수정을 하고 싶으면 스탬프를 둘 다 다시 찍어야 하고 > 시간과 예산이 그만큼 더 듭니다. 그래도 수정했으면 더 좋겠다, 고 했더니 한국 제작사가 그럼 수정하겠습니다, 고 하더군요.
일본 제작사가 이랬으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웠을라나요?
7.
자,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 날카로운 분들은 '프리오더 발표날 이런 이야기를 쓰다니, 뒷광고 같은 거 아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뒷광고 아니고 앞에서 대놓고 홍보하는 거 맞습니다. 다만 전 한국판 UBD 제작사의 녹을 먹은 적이 없고, 본 후기에 대해서 제작사와 무슨 말을 맞춘 바도 일절 없으니,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홍보입니다. 당연하지만 일본 애들이 이 정도로 만들었으면, 시국이건 정서건 상관없이 일본 애들 것도 똑같이 홍보해 줬을 겁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키라라는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 때문이니까요.
8.
그리고 필자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 정도로 이번 한국판 아키라 UBD가 나와 줄 예정이니까, 이제 필자도 안심하고 지금까지 제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던 아키라의 물리 매체- 스페셜 컬렉션 아키라 LD 박스를 마음 속으로 보내줄 수 있겠습니다.
물론 크라이테리온판 아키라 LD를, 아니면 아키라 DTS 보정판 DVD를, 혹은 아키라 하이퍼 소닉 BD를, 그게 아니면 또 다른 추억이 깃든 어떤 판본이든- 많은 매체로 나온 작품답게 다들 각자의 마음 속에 최고로 간직한 아키라가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 이 한국판 아키라 UBD는, 혹시나 단독 최고는 아닐지라도 아마 최고에 나란히 자리매김할 것이고요. 그렇게 확신합니다.
그만큼 잘 나온 디스크라 생각하니까, 이제 발매되는 실제 제품까지 인쇄물과 패키지를 포함해 모든 것이, 지금까지 아껴 준 팬분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리뷰 후기는 이상입니다. AKIRA 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시리즈 게시물도 이것으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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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명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