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징집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강제규 감독의 2004년작 <태극기 휘날리며>는 <쉬리>에 이어 한국영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다수 있었지만 완성도 떨어지는 반공물 색채가 강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관객들에게 외면당했고 80년대 이후로는 보기 힘들었는데 그런 와중에 200억에 가까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 말 그대로 한국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만들며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던 작품이었다.

<쉬리> 이후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연이어 참패하면서(실미도 제외) 위기론까지 닥칠 정도였는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1천만 관객을 동원.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했고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흥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영화의 성공으로 강제규 감독은 동양의 스필버그, 금방이라도 헐리우드에 진출할 기세의 대접을 받았다. 이후 나온 한국전쟁 영화는 모두 태극기 휘날리며와 비교될 정도로 그 영향도 막대했다.

영화는 재밌고 잘 만든 블록버스터이긴 한데 단점도 없는게 아니었으니 과도한 클로즈업 남발로 제대로 된 전쟁이 흐름이 눈에 안 들어온다던가, 스토리가 살짝 헐겁다던가 안습한 전투기 CG 등 사소한 불만점은 있었지만 극장에서 봤을 당시 이전 한국영화하고는 차원이 다른 볼거리와 중공군 인해전술 장면엔 입이 딱 벌어졌던 기억도 난다. 물론 단순히 블록버스터를 넘어 금기시되었던 보도연맹을 정면으로 다룬 점, 마지막 장면 등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블루레이>

과거 KD 미디어에서 출시되었다가 절판. 이후로 2차 판권까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져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신세가 되었다가 간신히 판권이 정리되어 4K 리마스터링후 재개봉을 거쳐 디온에서 블루레이가 출시되었다. 스틸북도 아닌데 빠르게 완판되는 기염을 토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이번에 4K 리마스터링을 거쳤다기에 많은 기대를 했는데 화질은 나쁘지 않지만 과도한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좀 모자란 느낌. KD 미디어판을 갖고 있지 않는지라 구판의 화질이 어떤지는 알 수 없고 소장중인 독일판은 밝기를 과도하게 키워놓은지라 확실히 리마스터링판이 더 낫기는 하다. 외국 레이블의 4K 리마스터링급을 기대하면 조금 실망할수도? 여하튼 이번 4K 리마스터링에서는 원본에 남아있던 여러 필름훼손을 수정하였다.

메이킹 필름 등 대부분의 스페셜 피쳐는 과거 DVD의 것에서 그대로 재수록하였으며 SD 화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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