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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감상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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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14 22:30:48
 
전 이 영화를 TV에서 우연히 처음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군 미화'라는 사유로 영화관에선 개봉하지 않았지만 DVD로는 정발되었고 그래서 TV에서도 틀어줄 수 있었던 모양인 듯.(공중파였는지 케이블이었는지는 불명확 합니다만)

당시 감상에서 기억에 특히 남은 것은 일본군이 궁상맞게 패전해 가는 일련의 모습과, 영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일본군 사이고(니노미야 카즈나리 분)가 다른 부상병들과 함께 누워 치료를 받는 모습, 그리고 얼마 후에 흐르는 스탭롤 BGM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건지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참 오묘한 표정을 짓는 사이고와 스탭롤 BGM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계속 기억에 남았지요.

그리고 어느날, 제가 자주 가는 오프라인 블루레이 매장에 이 작품의 블루레이(북미 발매반)가 중고로 한 장 놓여 있어서 지금 이런 감상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DVD로는 정식발매도 되어 있지만 인상깊었던 작품을 더 좋은 화/음질로 즐기고 싶다는 심리가 있다보니. 그리고 본 타이틀의 자막은 영어/스페인어 뿐입니다만 영화에 나오는 대사의 거의 98%가 일본어라는 점도 별로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겠다 싶어서.

1. 영상


본 작품은 배경이 되는 이오지마의 화산재 뒤덮힌 지형을 훌륭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을 통해 아름다운 황토빛(사실 거의 흑백에 가깝습니다)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블루레이는 필름이 담아낸 바를 거의 최대한 살리는데 역점을 둔 듯 하며 그때문에 올드스럽고 필름미 그윽한 영상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훌륭한 암부 표현과 전반적으로 잘 살린 디테일로 인하여 영화 분위기에 대단히 잘 어울리는 화면을 구현하는, 상당히 좋은 화질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 음성
본 영화의 사운드는 돌비트루HD 5.1 일본어와 DD5.1 일본어. 주요 임팩트 있는 효과음이 몰려 있는 전투씬의 경우 별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수준이며 분리도나 BGM 재생에서도 무난한 수준입니다. 역으로 굉장히 뛰어나다...싶은 부분은 또 없지만서도.

다만 대사명료도가 좀 떨어지는 것이 문제인데, 온갖 소음 뒤덮인 전쟁터는 별 수 없어도 동굴 안이라든가 실내에선 다소 시청자를 감안한 필터링이랄까 배려를 해 주는 게 좋았을 듯 합니다. 이 부분은 일본내 극장 상영시에도 지적된 문제라고 들었습니다만 HD오디오 리마스터를 거치는 과정에서 좀 손질을 해 주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3. 자막
음성에서 말씀드린 문제탓에 한 번 영문 자막을 켜고 감상해 봤습니다만, 이건 좀 다른 의미로 대단했습니다.

이 영문자막이 좀 많이 부실합니다. 일본어 뉘앙스를 살리지 못 한 기계적인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일부에선 정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자막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후방근무요원 양성소를 일본어 발음 그대로 The Koho Kimmu Yoin Yoseijo라고 자막으로 써놓았다든지...물론 비슷한 혹은 한 번에 이해할만한 대체 명사가 없을 경우 각주 같은 걸 달기 어려운 영화 자막 한계상 원어를 그대로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만 비단 이 문제뿐만이 아니라 대사 번역 자체가 성의가 없었거나, 영화 내용 혹은 상황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수준입니다.

재밌는건 일본에서 발매한 본 영화의 DVD에 수록된 영문 자막도 이 북미반 영문 자막과 똑같다는 것. 그리고 정발DVD 자막은 이 부실한 영어 자막을 중역한 것으로 좀 더 부실해 졌습니다.(-_-;)


이 영화는 익히 아시는 분도 많으시겠으나 미국인 감독(클린트 이스트우드)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영화의 대충 97%가 일본인과 일본어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일본인이 주인공이며 영화 거의 전체가 일본어인 헐리우드 영화는 이 작품이 최초라는군요.

2차 세계대전중 실제로 벌어진 이오지마 전투에 기반을 두고 만든 영화입니다만, 이 영화의 출연인물중 거의 대부분은 또 가상인물입니다. 이 영화의 비중있는 등장인물중 실제 이오지마 전투 참가자 리스트에 있는 인물은 쿠리바야시 타다시 중장(와타나베 켄 분), 이치마루 리노스케 소장(나가도이 마사시 분), 니시 타케이치 중령(이하라 츠요시 분), 후지타 중위(와타나베 히로시 분)의 네 사람.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중 한명이고 위에도 언급한 사이고는 원래 그저 약간의 비중을 가지다 전사하는 일본병A 정도였지만 배우 오디션에서 니노미야 카즈나리에게 어떤 종류의 감명을 받은 이스트우드 감독이 그가 맡은 사이고의 비중을 대폭 늘려 영화 본래 스토리도 다소 변경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한편 TV에서 주마간산 본 것과는 달리 나름 열심히 본 이 영화의 내용은...무엇보다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메세지만큼은 잘 전달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시기 일본은 당해도 싼 나라고, 이오지마에서 무수한 젊은이들이 죽은 것도 자업자득이라면 자업자득이겠으니 그 점에선 동정의 여지가 없으나 전쟁이나 식민지나 이념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고 나라의 정치나 정책등에도 의견을 낼 수 없었던(그래서 무관심하기도 했던) 그냥 착한 남편, 아들이던 젊은이들의 죽음은 나라와 상황과 시대를 초월하여 고개를 젓게 만드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아울러 이성적인 장군으로 그려지는 쿠리바야시마저도 사기고양 연설중이었다고 하지만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동정이 들기도 하고. 특히나 쿠리바야시 역의 와타나베 켄 아저씨의 연기가 워낙 몰입도를 높일 정도로 호연이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스탭롤 직전 초입에 깔리는 대표BGM은 음악만 들으면 느릿하고 서정적인 곡이지만, 이 영화의 내용과 겹치면 상당히 애잔해지는 좋은 BGM입니다. 아무튼 여러가지 의미에서 헐리우드에서 익숙한 '화끈한 액션'과 '감동적인 승리' 그리고 '귀환'과는 완전히 반대에 위치한 영화로('궁상맞은 액션'과 '열심히 버티긴 했지만 아무튼 패배'와 '불귀의 객') 보는 분에 따라선 뭐 이런 우울한 영화가...하고 마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이면에 느껴지는 무언가 안타까운 면은 충분히 있는 영화라고 총평하고 싶네요. 블루레이 정발이 이뤄질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능하면 되길 바랍니다. 자막 번역은 일본어 기준으로 다시 해주면 더 좋겠습니다.

(북미)BD발매일: 2007년 5월 22일/ 러닝타임: 140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6년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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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1-07-30 13:32:41

전 dvd로 감상하고 정발목빠지게 기다리고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아버지의깃발을 더재밌게봤는데 dvd처럼 합본으로 나와주길 기대해봅니다

2011-07-30 13:35:00

정식발매 되길 바라고 있는 타이틀중 하나입니다.

2011-08-01 11:35:14

아버지의깃발 과 필히 같이 감상해 주어야 합니다. 원작소설도 재미있지만 같은 전투가 다른 앵글로 찍혀진 두개의 시선을 가진 영화로 만들어져 더 재미있습니다. 필히 아버지의 깃발도 같이 감상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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