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감상기]  [감상기] High and Low(천국과 지옥) - 크라이테리온

 
7
  2383
Updated at 2021-01-14 22:38:30

  

High and Low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63년작 '천국과 지옥'의 번안 제목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보고나서 미루어 보면 상당히 센스있는 번안이라 생각 됩니다만, 제목만 놓고 보면 좀 밋밋하고 무슨 내용인지 별로 흥미가 안 생길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듭니다. 제목으로 관람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도 있으니만큼 이런 의미에선 핸디캡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이 영화는 미국의 작가 에드 맥베인이 쓴 추리소설 '킹의 몸값(59년작)'을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61년 요짐보(호위꾼), 츠바키 산쥬로를 발표한 구로사와 감독이 현대물을 구상하다가 간혹 읽던 이 추리 소설을 영화화 해 보자는 데 생각이 미쳐 제작에 들어갔다고 하는군요.

 당시 구로사와 감독이 이 소설의 영화화를 구상한 이유중 하나는 일본에서 유괴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경미한데 대한 분노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아이러니 하게도 작품 발표직후 유괴사건 빈도가 높아졌다거나, 이 영화에서 나온 몸값 전달 수법을 모방한 범죄라거나 영화를 보고 유괴를 계획했다는 자들도 나오는 등의 부작용도 있었다 합니다. 그래도 흥행에는 성공했다 하며 유괴범에 대한 형법 개정도 이끌어 냈다니 이 영화가 만든 현실이 완전히 '지옥'만은 아니었던 듯.


1. 디스크 스펙

BD-ROM 듀얼 레이어(50G), 본편 순수 용량은 30.1G. BD아이콘 없음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40:1/ 비트레이트 16.3~36.6Mbps
음성스펙 DTS-HD 마스터 오디오 4ch/ 비트레이트 2.4~2.6Mbps
자막 영어/ 지역코드 A 고정

본 BD의 영상 비트레이트는 많은 구간에서 약 24~26Mbps이지만 평균 17~19Mbps 구간과 30~32Mbps 구간이 혼재하여, 구간별 편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한편 서플 구성은 구로사와 감독/ 미후네 토시로(곤도 킨고 역)/ 야마자키 츠토무(타케우치 긴지로 역)의 인터뷰와 일본/미국 트레일러, 그리고 오디오 코멘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 트레일러에 본 영화의 '원래 엔딩으로 쓰려던 장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선 4번 항목에서 언급해 보겠습니다.


2. 영상


타이틀 로고는 역시 깔끔하게도 닦아 놓았습니다. 덕택에 우하단 영륜 로고까지 정말 선명하게 나옵니다.

포커싱은 또렷하게 나오는 부분에선 상당히 괜찮은 느낌이며 세밀한 디테일도 나쁘지 않게 살아나는 편입니다. 계조 표현도 우수한 부분에선 나름 좋습니다.


특히 심리 서스펜스 내용의 특성상, 배우들의 표정 연기를 보고 느끼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상당히 구수하게 음미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실내씬 혹은 조명이 억제된 씬에서의 화면 수준은 나쁘지 않은 편이며 영화 특성상 이러한 씬이 많아서 (특히 초반 40여분 가까이 곤도 저택 실내에서만 영화가 진행됩니다.) 그런 점에선 괜찮은 화면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화면은 명도가 밝은 씬에선 좀 약점이 드러납니다. 전반적인 컨트라스트가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쉽게 표현하면 화이트가 좀 센 편이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이는 어쩌면 오리지널 소스 외곽의 백색 변탁을 너무 거슬릴만큼 띄지 않게 하기위한 조치였을 수도 있습니다. 화면의 밝기가 일정치 않은 부분도 있는 등,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 하는 화면을 간혹 출력합니다.







이 높은 컨트라스트 때문에 흑백 영화에서 중요한 화면 질감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전반적으로 붕 뜬 느낌의 화면이 나와서 다소 아쉬운 편.
아울러 간혹가다 스킵에 가까운 프레임 드랍이 보이는데, 이건 토호에서 발매 한 일본반 천국과 지옥 BD에서도 확인되는 현상이라 하기 때문에 크라이테리온만의 트랜스퍼 오류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 부분부분 포커스가 나가는 장면들이 있고, 상처나 노이즈 부분이 '7인의 사무라이' 보다도 더 띄는 편입니다. 혹가다 좀 큼직한 것도 있고요.
물론 DVD 화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클리어런스 해진 화면임은 분명합니다만 크라이테리온 블루레이의 명성에 100% 부합한다고 하긴 조금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총평입니다. 원본 보관 상태가 굉장히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나빠서 대대적으로 손보기도 어려운 어중간한 상태였던 듯.

한가지 팁이 있다면 흑백 영화 감상에 알맞은 색온도인 5500K 정도로 디스플레이 캘리브레이션을 한 후에 보면 좀 더 만족감을 주는 화면이 나옵니다. 다만, 이게 그리 용이한 작업은 아니라서 팁이라고 하긴 뭣한 감도;


3. 음성


음성쪽은 괜찮은 느낌입니다. 영화 내용상 BGM이 인상적인 게 많은 것은 아니고 대부분 오가는 음성과 효과음에 집중해서 듣게 되는 데, BGM의 선도는 나쁘지 않게 살려져 있고 대사에서도 선명도와 질감이 괜찮은 편입니다.

효과음 역시 깔끔하게 잘 살려져 있어서 극의 생생함이 제법 살아납니다. 전체적으로 음성쪽에서는 크게 흠을 잡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저음이 전반적으로 밋밋한 편이라는 것 정도? 고음 선도가 상대적으로 잘 살아있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실 크게 저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타이틀도 아니니까 역시 그다지 흠을 잡기는 어려운 기분입니다.


4. 내용 및 잡담


이 High and Low 크라이테리온 BD는 탁 까놓고 말해서 '얘네도 인간들이었어!' 하는 묘한 감개에 젖게 합니다. 작품 내용이 무거운 편이고 간혹가다 나오는 블랙 유머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논할 수 있는지라 리마스터 담당자가 열의가 덜했을지도 모르고...

작품이 상당히 한정된 몇몇 공간에서 이뤄지는 관계로 연극으로 만들어도 무리가 없을 듯 한데, 특히 곤도 저택에서 등장 인물들이 계속 대화 - 인물과 상황, 그리고 배경 설정 언급에 가깝습니다. - 하는 씬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 분께는 지루하기 짝이 없을 수가 있습니다. 그나마 저택을 벗어 난 후부터는 움직임도 많아지고 하는 데 어떻게 보면 이게 또 '경찰청 사람들' 보는 느낌이기도 하고.

하지만 영화가 본 주제인 '유괴'외에 이면에서 지적하고 있는 점, '천국'과 '지옥'으로 비유되는 부유함과 빈곤함의 대비라거나 주인공 곤도와 범인 심리의 움직임 그리고 극을 이뤄나가는 기타 인물들의 행동을 음미하고 지켜보면 상당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류의 주제는 감독의 역량에 따라 너무 무겁기만 해서 관객이 깔려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데 구로사와 감독은 적절한 블랙 유머나 구성 혹은 연출로 이를 너무 무겁게만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균형감각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편 1번 항목인 디스크 스펙에서 적은 '엔딩 변화'는, 본래 본 영화의 엔딩은 토쿠라 경부(나카다이 타쓰야 분)와 곤도 킨고(미후네 토시로 분)가 대화를 나누며 지하의 구치소에서 지상으로 걸어 올라가는 장면이 쓰일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지하, 즉 지옥에서 지상, 즉 천국으로 나오는 상당히 상징적인 씬으로 엔딩 스탭롤이 아닌 오프닝 스탭롤 방식이던 당시 영화의 구조상 해당 장면을 통해 관객이 여운을 음미할 수 있게 하는 구상이었다고 하는데, 이 마지막 씬이 변경 된 이유는 변경 된 마지막 씬에 나오는 타케우치 역을 맡은 야마자키 씨의 연기를 구로사와 감독이 대단히 인상깊게 보고 칭찬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5. 총평

국내 지명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상당히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라 크라이테리온 BD의 퀄리티가 불만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이만하면 좋지않냐 싶은 심정도 있고 살짝 복잡한 본 블루레이. 한가지 명확하게 아쉬운 게 있다면 크라이테리온의 영문 자막이 생략의 미덕을 좀 심하게 발휘한 관계로 특히나 인물의 대사와 표정으로 영화 전체를 읽어야 하는 작품 특성상 좀 맛이 안 나는 감이 듭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화면을 쓸만하게 닦은 관계로 미묘한 표정의 변화나 행동거지도 눈에 잘 띄는 지라 그점에서는 괜찮습니다만 대사가...일본어 히어링이 가능하신 분께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대사 선도는 충분합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영화의 재미가 다소 감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일본내에서 2004년경에도 모방 범죄가 발생했던 전례도 있고 국내 정서나 연식을 감안할 때 BD 정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는 어려울 것 같은 데...된다면 역시 번역이 중요하다고 덧붙이고 싶네요.

듣자하니 2008년경에 이 영화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이 나왔던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총 프로듀서를 맡고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현장지휘를 잡는다 뭐 이렇게 구체적인 기사도 있더랬습니다만 도중에 엎어졌는지 아직도 진행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기사를 본 당시에도 영화 특유의 뉘앙스 - '동양적인 악행에 대한 공분이랄지 인과응보 같은 뉘앙스나 연기'를 헐리우드식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지는 잘 상상이 안 가긴 했는데... '무간도'의 헐리우드 리메이크인 '디파티드'에서 하나의 견본은 보았다는 생각은 듭니다. 해당 작품에선 동양적인 '부드럽지만, 실은 무서운 그 무언가가'를 대단히 심플하게 '철컥, 빵'으로 재현해서 속으로 좀 웃었더랬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하하; 그럼 여기까지.

크라이테리온BD 발매일: 2011년 7월 26일/ 러닝타임 143분/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PS:


그냥...한글 나오니 좀 반가워서...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 봅니다. 하하;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6
Comments
2011-09-12 01:24:51

구로사와 아키라감독의 전성기시절의 숨은 걸작이죠.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 코멘터리는 레이져디스크에 수록되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일까요?
영화적 완성도도 높거니와 영화자료로서의 가치도 높은 타이틀 인것 같습니다.

크라이테리언 ...
이 손대면 정말 끝내주게 만드네요.

한글자막만 지원된다면 마구마구 지를텐데 말이죠ㅠㅜ...
밀양말고는 크라이테리언이 없네요.ㅠㅜ

2011-09-12 04:56:21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하면 생각나는 게 캡처해주신 한글 장면들과
중반의 일부 컬러 장면이었죠.
(춤추는 대수사선에서도 패러디했던...)

2011-09-12 09:37:48

제가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에 빠지게 된 계기가 7인의 사무라이도 아니고 라쇼몽도 아닌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크라이테리온판만 구판 DVD, 신판 DVD, 블루레이 다 샀죠. ^^

2011-09-12 17:14:35

오~구로사와 감독의 영화는 사무라이 영화에만 관심이 있었는데...죠지마님의 글을 보니....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도 관심이 가네요^^ㅎ

2011-09-13 12:03:49

이영화는 아쉽게 못봤네요...
5~6개정도못본 영화..ㅠ
나카다와 미후네의 외모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네요..
화면을 보고 대략 느낀거지만 63년 일본의 현대적인 도시의모습을 볼수있어 좋을거같다는..
다음할인때 필구 하겠습니다..

2011-09-14 11:10:08

조지마님 리뷰 정말 멋지네요.
저도 아주 오래전에 LD로 감상했었는데요. 영문자막으로 봐야하는 한계때문에 극의 디테일한 감정 몰입은 쉽지가 않더군요. 그래도 상당히 잘 만든 스릴러 물이였지요.
한글자막이 있었다면 바로 질렀겠지만..역시나 영문자막이 아쉽네요.
EBS에서 구로자와 특집 한번 편성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역시 구로자와는 감독으로 실력도 실력이지만 각색가로써의 능력이 더 대단한거 같습니다. 거기에 화가로써의 미술적이 재능까지 더해지니 영화감독으로써의 덕목은 두루 갖춘샘이겠죠.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