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감상기] DG 블루레이 오디오, 베토벤 교향곡 5&7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씨가 지휘하고 빈 필이 연주하여 빈 악우협회
홀(무지크 페라인잘)에서 녹음된 본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은 클래식계 메이저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이하 DG)에서도 마스터 피스급
연주와 녹음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연주는 대단히
아끼고 사랑하여 CD를 통해서도 물리도록 들었습니다만 이번에 블루레이 오디오(이하 BD-A) 포맷을 통해 새로이 선보인다하니 또 호기심과
애정을 억누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입 및 발매 되었다는 일본 수입반을 통해 그 실체를 들어봄과
동시에, BD-A 타이틀의 장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1. 오디오 전용 타이틀의 발자취
오랜
AV 혹은 클래식 팬이라면 2천년대 초반 '포스트 CD 매체'의 깃발을 걸고 대결한 두 매체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SACD와 DVD
오디오(이하 DVD-A)가 그것으로, 처음에는 범용성에서 앞섰던 DVD-A가 우세했으나 이후 까다로운 복제 및 호환 규격을 어느정도
완화한 SACD 진영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DVD-A는 점차 밀려나, 현 시점에는 포스트 CD 및 고음질 음악 디스크로 SACD가 그
한 자리를 차지해 왔습니다.
DVD-A의 패배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꼽히는데 개중 가장 큰
것이 1. DVD-A 최고 음질인 P.PCM(Packed PCM. 현재의 돌비트루HD 포맷 원천기술쯤 됩니다.) 포맷을 제대로
재생하려면, DVD-A 재생이 가능한 플레이어가 필요하다.(일반 DVDP나 유니버설 플레이어 중에서도 DVD-A 재생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플레이어만이 이 P.PCM 리딩 및 전송이 가능합니다.) 2. 메이저 레이블의 참여가 저조했다. 입니다.
물론 DVD-A 쪽에서도 노력을 기울여 일반 DVDP에서도
DTS(멀티채널) 재생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DVD-A(윗면에는 일반 DVD기록면, 아랫면에는 DVD-A 기록면으로 양면 타이틀을 만드는
식) 등도 출시했으나 결국 P.PCM 재생이 불가능할 경우 DVD-A라고 해도 일반 DVD의 사운드와 큰 차별점을 두지 못 하기에 음악
애호가들에게 외면 받았습니다. 영상이 거의 없이 음악만 재생할 수 있으면서도 차별점을 두지 못 하는 건 치명적이며, 여기에 메이저
레이블의 참여가 저조했기에 좋은 레퍼토리가 부족했던 것이 쐐기를 박았습니다.
한편, SACD는 SACD대로 그 음질을 최대한 뽑아내려면
상응하는 열성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SACD계의 맹주 소니의 노력으로 SACD의 재생 그 자체가 가능한 기기는 널리 보급되었고 또한
메이저 레이블의 참여도 활발한 상황입니다. 현 시점에서 포스트CD 로서 SACD의 위치는 적어도 하이파이 애호가들에게는 공고한
상황.
하지만 SACD는 1. 프레싱까지 포함하여 제작 완료가 가능한
곳이 굉장히 한정적이며, 2. 특히 DSD녹음반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익히고 다루는 시스템의 복잡성과 급 역시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SACD는 그 태생상 기존 CDP와의 공존을 위하여 타이틀에 CD층을 심어 SACD 구동 불가의
플레이어에서도 재생은 가능하게끔 만든 하이브리드형 SACD가 주류입니다. 그런데 이 하이브리드 SACD의 CD레이어를 통해 해당
타이틀을 감상할 경우 같은 타이틀의 CD를 듣는 것과 별다를 게 없어서 구매자에게 실망을 안기기 쉬우며 어떤 경우에는 그냥 CD를
재생하는 것보다 못 한 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즉, DVD-A와 닮았습니다.)
BD-A는 SACD의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주자로 2010년 경부터 대두되었습니다. 블루레이
오디오, 즉 BD-A는 블루레이(이하 BD)의 모든 가능성을 오직 사운드 전달로만 사용하는 타이틀입니다.
BD-A의 장점은 1. 프레싱 완료 공정까지 가능한 곳이 보다 많이 존재하며, 2. 기본적으로
고비트/고샘플링 PCM을 수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BD 재생 시스템에서 가능한 무손실 압축포맷의 메이킹/수록 노하우 역시 많은 제작사들이
쌓아온 관계로 제작 역시 보다 간편하고, 3. 현 시점에서 가장 우수한 디스크 소재와 공정을 채용하는 BD의 특성상 피지컬 우수성도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생하는 구매자 입장에서도 BD-A는 'BD 재생 가능 플레이어'면 무조건 BD-A가 담은 가장 우수한 포맷을 재생할 수
있으므로 규제나 차별이 없다는 장점이 있고.
다만 BD-A 진영의
문제점은 그간 BD-A를 발매해 온 메이커가 낙소스를 비롯한 군소 혹은 저가 정책으로 익숙한 레이블 뿐이어서, '신 기술과 소재, 포맷을
갖추었지만 우수한 소스를 확보하지 못 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모든 것을 갖추었으되 동남풍이 없는 상황. 따라서 DG를 비롯한 메이저
레이블의 BD-A 참여는 BD-A 포맷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홍보하며, 향후 롱런과 보편화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끔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DG BD-A: 빈 필 &
카를로스 클라이버 베토벤 교향곡 5 & 7
DG, 도이체 그라모폰은 클래식에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도
그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셨거나 최소한 브랜드 마크라도 보셨을만큼 유명하고 규모가 큰 클래식 레이블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라고까지
자부하는 이 계통의 산 증인이자 최대 레이블로 그들이 보유한 우수한 연주 소스의 양은 다대하며 특히 50~70년대의 클래식 명연은 이
DG 레이블을 보고 찾는 게 빠르다고 할 정도.
이번에 말씀드리는
클라이버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5 & 7 역시 그 일원으로, 그 품세는 DG에서도 'The Original 시리즈' 이른바
'결정반' 의 첫머리에 올렸을만큼 공을 기울인 전적이 있는 명연입니다. 이 연주가 BD-A에서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는지 그 점에
대해서 말씀드리며 BD-A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 디스크 스펙
BD-ROM 싱글 레이어(25G), 용량 7.48G
음성스펙 LPCM(24/96) 2.0ch, DTS-HD
MA(24/96) 2.0ch, 돌비트루HD(24/96) 2.0ch
서플, 자막, 메뉴 전무.
정말로
트랙 선택용 정지 화상 한 장 외에는 영상은 아무것도 없는 타이틀입니다. 당연히 삽입후 자동재생이며 기본 사운드 포맷은 LPCM 2.0으로
셋트되어 있기에 TV를 위시한 디스플레이를 켤 필요도 없이 그냥 CD처럼 넣고 감상해도 무방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어떤 제품이라도 이 디스크에
수록된 사운드 포맷 3종을 모두 출력할 수 있으며 BD 감상의 주류를 담당하는 리시버에서도 24/96 처리가 불가능한 DAC을 장착한
기기는 현 시점에선 찾아볼 수 없기에(오래된 모델일 경우 간혹 있기도 합니다만, 이 경우 HDMI 입력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BDP의
DAC을 이용하여 아날로그로 출력하여 쓰는만큼 역시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시스템적으로도 재생이 불가능한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
퀄리티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연주는 이미 DG의 '결정반'
시리즈로 발매되었으며 개인적으로도 그 CD의 퀄리티에 만족해 왔기도 합니다. 따라서 BD-A의 스펙상 우위는 그렇다쳐도 순전히
심정적으로는 '얼마나 나은 건지 보자.' 정도의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
재생에 쓰인 기기는 메인 시스템의 디스크 재생용 플레이어 중 하나인 에어의 유니버설 플레이어 DX-5로, 이 기기의
장점은 CD, DVD(및 DVD-A), SACD, BD에 걸쳐 그 밸런스가 뛰어나고 디스크 형식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퀄리티를
내준다는 점이며 저역시 그 점을 좋아하여 CD등 음악 전용 매체 재생용으로도 오래 그리고 빈번히 사용한바 비교하기에
용이했습니다.
그래서 들어본 이 연주의 BD-A는,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들었을때 한 귀에 이거지! 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계속 말씀드렸듯 CD의 퀄리티도 훌륭했기에 1악장 첫소절부터 그
차이를 벌리며 가속해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격차를 벌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도 합니다. 즉, 조금이나마 듣다보면
전체적인 풍아함, 연주의 디테일, 정위감이 더 명확하게 살아나는 것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수준.
비유하여 말하자면 이 연주의 CD가 원래 그림을 펜으로 (아주
정교하게)모사하여 그린 것이었다면 BD-A 쪽은 원래 그림을 스캐닝한 느낌입니다. 덕택에 원래의 터치를 알 수 있고 그 그림이 가진
느낌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 물론 이는 마치 구작의 리마스터링처럼, 아날로그 마스터 소스가 남아있고 잘 보존되어 있는 - 즉,
그럴만한 열성을 기울일 수 있는 - 레이블의 소스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할 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낙소스 등의 BD-A를 통해 24비트/88.2 혹은 96khz의 고스펙 음원을 이미 맛보았습니다만 해당
BD-A 들은 분명 BD-A를 표방한 스펙을 가지고 나왔지만 무언가 모자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본 DG의 BD-A는 충분히
BD-A라는 타이틀이 블루레이 오디오라는, 영상 없이 음악만 들려주는 매체로서 충분한 고품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비단 이 타이틀뿐 아니라 같이 입수한 엘렌 그리모의 Credo (오픈 케이스 링크) 에서도 그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 BD-A의 강점과 미래
전망
그럼 이쯤에서 또하나의 고음질 디스크인 SACD와의
비교를 원하는 분도 많으실 줄로 압니다. 앞서 SACD와 그 재생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린 바가 있고 음반 시장에서의 입지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아끼는 SACD 음반도 물론 있으며 그 재생에도 나름대로 열성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해서 그 비교는 저역시
관심사입니다.
다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여기에서는 동 타이틀의 SACD와
BD-A를 통한 직접적인 비교는 유보할 수 밖에 없는데 엘렌 그리모의 Credo SACD가 있기는하지만 단 한 타이틀로 양 디스크 간의
비교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에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꼭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BD-A Credo를 고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퀄리티만 놓고 재단한 결론은 아닙니다.
SACD의 대표
사운드 포맷인 DSD와 CD/ BD 등으로 익숙한 PCM 포맷(중에서도 고비트/고샘플링)의 맛에 대한 차이는 소스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청취자 기호에 따라 다르게 결론내릴 수 있으며 이는 비유하면 각국의 요리와도 비슷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SACD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타이틀간의 편차가 상당히 크고, 재생 시스템에 따른 편차 역시 많이 나는 디스크입니다. 이에 비해 기술적으로 이미 그
핸들링이 완숙 경지인 PCM쪽의, 그리고 PCM 리마스터링 솜씨는 '안정적인 평균'을 가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이파이 전용의 고급 SACDP를 기천이 넘는 전용 재생
시스템에 물려 쓰는 유저가 아니라면 BD-A의 '평균적인 고퀄리티'가 훨씬 어필할 여지가 높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이 범용성은 분명 더
많은 유저들에게 권할만한 가치가 있으며 이때문에 개인적으로는 BD-A 타이틀 쪽의 역성을 더 들고 싶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쪽도
반드시 BD-A면 뭐든지 사라! 같은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SACD에 비해 그 편차가 작다는 것일 뿐. 하지만 BD-A 쪽의 카드는
하나 더 있으니 바로 SACD 평균가보다 BD-A 타이틀의 평균가가 더 저렴하다는 것.
따라서 이제 BD-A에 필요한 것은 우수한 레퍼토리와 물량을 투입하는 레이블의 참여입니다. 그 우수성과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충실한 소스가 많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DVD-A와 같은 결과를 빚을 뿐일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DG, 데카 등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메이저 레이블이 BD-A에 관심을 보이고 명연을 발매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며 차후 다가오는 4K 시대에도 BD라는 디스크 포맷의 하위호환 혹은 유용이 확정된다면 롱런의 가능성과 함께 '보편적인 고음질을 가진' 디스크로서 CD를 완전히 밀어낼 새로운 다크호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예상도 해봅니다.
때문에 저는 메이저 레이블이 BD-A를 계속 왕성하게 지원하여 그 꽃을 피워주길 바라는 바입니다. 이번 DG의 BD-A 들은 포맷 자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마침 최근 클래식 메이저 레이블의 입지가 예전만 못 하기에 그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그들에게도 BD-A는 하나의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바 '문화 사업'이라는 측면에서나 '현실적인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나 BD-A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발매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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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그런데 국내에서도 쉽게 구입가능한가요?
아니면 해외사이트에서 구해야 사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