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 우리나라와 다른 미국의 자동차 관련 문화, 법규 등(2)
아래 1편에서 이어집니다.
5. 운전태도
- 요즈음 한국에서도 1차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1차선 추월선을 철저하게 준수합니다. 미국 살 때 한 번 무심코 1차선으로 달리다가 뒤에 경찰이 따라와서 마이크로 "Keep the right lane" 이라고 크게 방송해서 멋적게 2차선으로 옮긴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정말 차가 거의 없었는데도 1차선은 무조건 비우라고 하더군요.
- 주차장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앞으로 차를 대는 전면주차를 합니다.
한국 코스트코가 미국과 동일한 주차장 크기를 적용하고 있어서 저는 코스트코 가면 전면주차를 할 때가 많습니다. 쇼핑하고 나와서 짐 싣기 훨씬 편하거든요. 이처럼 주차장이 크기 때문에 백미러 접는 기능이 대부분의 차에 없습니다. (역시 임팔라 한국형에 추가로 장착된 기능)
- 후진주차를 잘 안하니 후방센서도 고급차에나 달려 나왔었는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서 2018년까지 센서도 아닌 후방카메라를 필수장착물로 규정한다고 합니다.(캠리의 경우 2016년 신형모델부터 발빠르게 후방카메라를 최저모델까지 장착했습니다) 차 파손방지를 위한 게 아니라 보행자 보호를 위한 조치입니다.
즉 쇼핑몰 주차장 등에서 아이들이 후진해서 나가는 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방지하자는 겁니다. 센서로는 출발하는 시점에 아이가 지나가는 사실은 파악하기 힘드니 카메라를 의무화한다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처럼 후방주차를 하면 차가 나가다가 아이와 부딪치는 사고확률은 적은데 각각 장단점이 있는 듯)
- 시골의 경우 운전매너가 아주 점쟎고 양보들 너무너무 잘합니다. 미안할 정도... 그런데 대도시 가면 우리나라 비슷해집니다. 결국 여유가 있느냐의 문제. 하지만 법규에 의해 강제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킵니다. 아래 참조.
6. 신호 등 교통법체계
- 좌회전이 보통 비보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진신호에서 상대방쪽에서 오는 차 없으면 좌회전해도 무방하단 이야기죠. 한국에서도 요즈음 비보호 좌회전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저희 집 앞도 그렇게 바뀌었네요.
- 신호등이 없는 조그만 사거리에는 어김없이 네 방향 모두에 정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거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면 행인들이나 동네주민들이 신고합니다. 반드시 1초 이상 세웠다 가야 하고, 2대 이상이 사거리에 정지하면 먼저 도착한 차가 먼저 가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집니다. 합리적이죠.
- 정지 표지판이 있는 다른 하나가 그 유명한 스쿨버스입니다. 스쿨버스가 서면 좌우로 정지표지판 날개가 펴지고, 이 때 뒷차는 물론 반대편에서 오던 차도 정지사인에 따라 정지해야 합니다. 이 때 지나가면 기사가 신고하고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됩니다. 반대편 차량들도 서는 이유는 학생들이 차에서 내려서 길 반대편에 있는 집으로 건너가기 때문이죠.
- 소방차나 앰블런스가 오면 차량들이 쫙 비켜줍니다. 참고로 미국 앰블런스는 제가 아는 바로는 사설 구조단이나 소방서 소속은 없고 전부 병원 소속입니다. (근데 앰블런스 한 번 타면 심하면 몇백 깨집니다. 그래서 아파 죽어도 앰블런스 안부르고 자기가 차 끌고 병원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7. DMV
- 차와 교통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인데... 미국에서 차를 한 번이라도 소지해분 분은 DMV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두 "하아~" 하는 한숨을 자동으로 내쉬게 됩니다. 느림보, 무능, 불친절의 3종 세트를 예외없이 경험했기 때문이죠.
- 미국은 동사무소라는 개념이 없고 자기가 필요한 공공기관에 가서 업무를 보게 되는데, 가장 많이 가는 곳이 DMV 입니다. 차량 등록, 면허 취득과 갱신, 각종 차량세나 교통범칙금 납부 등을 모두 여기서 하니까요. 그 다음 많이 가게 되는 곳이 우체국(USPS)과 사회보장센터(SSO)인데 이 세 곳 모두 무능하고 불친절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우체국은 한산한 지역은 친절한 곳도 있습니다. 저희 동네가 그랬어요...)
- 그 중에서도 DMV가 가장 악명이 높은데, 가장 많이 찾게되는 곳이라 더 그렇습니다. 항상 대기줄이 한참 서 있고 -대기줄이 긴 이유는 나중에 나옵니다- 한참을 기다려 창구로 가면 거의 예외없이 비만^^인 직원이 무뚝뚝하게 대응하는데, 대부분 업무처리를 제대로 못합니다... 간단한 것도 잘 못하고 낑낑대다... 옆에 있는 동료에게 물어보다가... 결국 답을 못 찾으면 일주일있다 다시 오라고 하죠.
- 그래서 일주일 후에 가면... 다른 직원이 나를 맞이해서 똑같이ㅎㅎ 헤멥니다. 이쯤 되면 혈압이 안 오르는게 이상해지죠. 제 와이프는 면허증 갱신을 위해 DMV를 총 다섯 번 방문하고 답을 못 받고 몇 달을 끌다가 결국 포기하고 귀국때까지 1년간 무면허로 다녔습니다. (이런 서비스에 치를 떨다가 한국 돌아와서 면허시험장에서 단 3분만에 제 면허증을 재발급받고 눈물이 나더라는...)
8. 세금
- 차량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이 세금이 안 붙은 가격으로 표시됩니다. 근데 보통 집에서 가장 비싼 제품이 차량이니 판매가와 실제 지불가격이 가장 크게 차이나는게 차량이죠.
- MSRP라는 소비자 권장가격이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데, 여기에 주별로 붙는 소비세(우리로 말하면 부가가치세)를 더 내야 딜러에게 차를 살 수 있고, 다시 등록비용을 위에 언급한 DMV에 내야 등록증(title 이라고 부릅니다)과 번호판을 줍니다.
- 등록비용은 얼마 안하는데 소비세는 주마다 다릅니다. 최대가 9% 정도이고 보통 6~8%선이 많아요. 아래 보면 각 주별로 소비세율이 나옵니다. 짙은 색일수록 소비세가 비싼 주입니다.
- 한국에서 차 살때 이미 지불한 부가가치세+교육세+개별소비세가 20%가 넘고, 여기에 다시 지자체에 취등록세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가장 세금이 쎈 주도 한국보다는 훨씬 세금이 싼 편이죠. 미국은 차를 필수품으로 취급하고 우리는 사치품으로 취급하는 관점의 차이랄까요.
- 보통 직구할 때 배대지로 많이 택하는 델라웨어나 오레곤 주의 경우 소비세가 없습니다. 차량까지도 소비세 외에 세금도 전혀 없는지는 그 쪽 주에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만약 없다면 미국에서 가장 싸게 차를 살 수 있는 주가 되겠네요.
- 그럼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죠. 내가 사는 데보다 세금이 싼 인근 주에서 차를 등록하면 되겠네? 하지만 차량을 등록하려면 그 주 면허증 등 해당 주에 살고 있다는 증명을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교포들 대상으로 이런 걸 대신 처리해주는 한국인 딜러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매년 차량에 대한 재산세도 나옵니다. 이것도 주마다 세율이 다른데, 세금 아끼겠다고 이사한 주에 차량등록을 안하고 세금이 싼 예전 주에 등록을 유지할 수도 있곘죠. 그러나 이 경우 경찰들이 다른 주 번호판을 달고 다니면 체크했다가 (도망친 범죄자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주정부로 통보합니다. 이처럼 세금회피 목적으로 자기가 사는 주에 등록 안하고 차를 장기간 끌고다니면 사용세(use tax)를 맞습니다.
- 딜러가 아닌 개인에게 중고차를 살 경우, 소비세를 DMV에 직접 내야 합니다. 판 사람도 동일한 금액을 내야 합니다. 다만 가족들 간에 무상으로 차를 주고받는 경우 선물로 봐서 소비세가 면제되는데...
- 유학생들의 경우 이걸 이용(?)해서 귀국하는 사람에게 차를 넘겨받고 선물로 받았다며 소비세를 면제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가족관계 증명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이 비슷한 한국인끼리 가족간에 선물로 받았다고 주장하면 탈세 입증이 어렵죠.
(저 같은 경우는 유학 당시 개인간 매매로 차를 사긴 했는데 남아공 사람에게 차를 샀기 때문에 탈세는 불가능 ㅎㅎㅎ )
- 개인간 매매의 두 번째 맹점은 소비세= 매매가X소비세율 인데 DMV에서는 매매가를 알 수 없다는 거죠. 당연히 판매자건 구매자건 계약서에 매매가를 적게 적을수록 유리합니다. 이 때 탈세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활용되는게 KBB 등 공신력있는 사이트에 제시되는 차량 평균 중고차 시세인데, 어느 정도까지는 시세랑 차이나도 문제삼지 않는 듯 합니다.
- 미국에서 한국으로 차량을 갖고올 때 무는 관세도 이 미국사이트 평균 중고차 시세를 기준으로 합니다. 제 차의 경우 6년 된 차를 갖고오니 750만원으로 계산하더군요. (덕분에 세금은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물었습니다) 이후 다시 4년이 지났더니... 올해 보험 갱신할 때 자차 보상한도액은 450만원^^이 되었습니다.
9. 실용주의
- 앞에 세금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미국인들이 차량을 보는 가장 큰 관점은 이동수단입니다.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중교통이 극히 부실한 나라인지라 차량이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니까요.
- 픽업차량이 항상 미국 판매 1~3위를 먹는 이유도 실용주의와 관계가 깊습니다. 픽업은 한국의 봉고+자가용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거든요. 실제로 물건을 나르거나 영업할 때에도 쓰고 평소에는 자가용으로도 쓰고 주말에는 잔뜩 싣거나 뒤에 캠핑카 달고 캠핑도 가고...실용성이 아주 좋지요. (다만 프레임 차량이랴 연비는 그야말로 안습입니다. 하지만 기름값이 싸니까...)
- 실용주의인지라 대부분의 차량들이 중저옵션으로 팔립니다. 미국에서 픽업 빼고 가장 많이 팔리는 캠리의 경우 대부분이 LE 인데, 안개등도 없고 에어콘은 수동에 직물시트, 네비나 버튼시동은 꿈도 못꿉니다. 이 LE 옵션이 이 수준인 것은 모르고 가격(그것도 면세가격인 MSRP)만 보고 한 때 키보드워리어들이 캠리가 그랜저 박살낸다고 흥분했었죠.
- 카니발급의 밴도 픽업 못지않게 잘 팔렸던 차종인데 그 이유도 실용주의입니다. 5인 이상 가족의 경우 주말용으로 쓰기에 이보다 좋은 차종이 없거든요. 근데 미국도 핵가족화가 진행되는데다 SUV가 잘 팔리면서 밴의 인기도 예전보다 많이 시들합니다.
- 우리나라보다 차를 훨씬 오래, 많이 몰고, 고장나면 수리공임이 비싸다 보니 차량 상태들이 별로 안좋습니다. 청테이프로 백미러 붙이고 다니는 차량이 심심찮게 보이죠.
- 부속을 ebay나 아마존에서 구한다음 집마다 있는 차고에서 직접 고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ebay에 가면 고장난 차량에서 떼어낸 부속을 DIY용으로 파는 판매자들이 굉장히 많고, 유투브에는 직접 차량 부품 교체하는 법이 차종별로 다 올라와 있습니다.
제 차의 경우도 한국에서 판매된 적이 없는 구형모델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부속 구하기도 힘들고 정비센터 공임도 비싼 터라 결국 ebay등에서 중고나 신품을 구해 와서 직접 교체한 것이 상당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쪽 백미러가 각각 한 번씩 테러를 당했는데, 직구로 백미러를 산 다음 youtube 교체 동영상을 보고 직접 교체했습니다.(앞문 안쪽 판넬을 떼어내야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어렵진 않더군요)
10. 마치며
쓰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한 마디로 미국 차량문화가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생활화"라고 말하고 싶네요. 우리나라에서 차량이 여전히 신분과 과시의 수단이 되는 추세가 있는 반면, 미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차량은 그냥 생활수단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bling 문화의 일종으로 독일산 고급차, 슈퍼카를 과시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건 상류층, 특히 돈많은 흑인들의 문화적 특성이죠. 집에 좋은 차를 갖고도 장보러 인근에 나갈때는 중형차 끌고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상류층의 태도입니다.)
차량으로 사람 비교하는 거 좀 안했으면 합니다. 요즈음 나오는 폭스바겐 광고(어 폭스바겐이다. 김과장 언제 폭스바겐으로 바꿨대? 하는 "질투"광고) 볼 때마다 황당해요.
폭스바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광고 유머스럽고 잘 만들기로 유명한 회사인데...
한국에 오니 유머는 싹 사라지고 차량 과시욕구를 노골적으로 부추키는 속물스러운 광고로 바뀌었네요.
이 광고를 미국인들에게 보여주면 아마 폭소를 터트릴 겁니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주로 타는 골프, 세컨드카나 저소득층 차인 제타, 중산층이 흔히 타는 파사트나 CC를 보고 "질투"라니 하면서요...
(아니, 생각해보니 아예 이해를 못할 가능성이 더 크네요. 대체 왜 폭스바겐 샀다고 질투해? 하면서...)
정말 마지막으로, 위 광고와 너무 대조되는 유머스러운 미국 폭스바겐 광고 하나를 소개해 드리지요. 사회 초년생이 새로나올 제타를 너무 사고 싶어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고생 하다가 판매를 시작하며 나온 가격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싸서(15천불부터 시작) 허탈해하고 두 대 산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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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정말 좋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추천은 덤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