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 오래된 차/첫 차 갖고 계신가요?
아버지께서 차를 바꾸시면서 그 전에 타시던 걸 받아서 첫차로 몇 년을 타다가,
이런 저런 상황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조만간' 차를 또 바꾸셔야 하고, 코로나 때문에 전반적으로 차 운행이 줄고, 제가 운행할 일이 더 많아서 아버지께서 바꾸신 차를 몰고 있는 중입니다.
그 제가 '첫차'로 탄 차가 제가 타면서부터는 지하주차장이 아닌 야외에 세우면서 자잘자잘 노후화 현상이 빨라지고, 냉각수도 가끔씩 채워줘야 하고, 깜빡이도 제멋대로고, 점 하나만하던 휀더 녹이 점점 커지고 이런 저런 '노후화'가 시작되며 문제가 생기더군요.
어시스트 장치도 후방 주차 센서 외에는 없고요.
한동안 아버지께서 바꾸신 차를 타다가 지금 한 두 주 동안 다시 제가 타던 옛날 차를 탈 일이 생겼는데, 요새 차 부품 자가교체에 취미 들린 친구가 구경 오더니 깜빡이 하나 하나 뜯어보면서 소켓 하나가 약간 탄 자국인지 녹이 슬은 자국이 보인다고 우선은 그 검은 부분을 긁어냈습니다. 그랬더니 최근 2년 정도 짜증나던 깜빡이 문제가 바로 사라지더군요(최소한 오늘은... 재발 할지도 모르죠 뭐). 결론은 커넥터 문제니까 재발하면 뭘 바꿔도 되는지 아는 상황이고요.
녹이 슬은 것도 뭐 완전 100%는 아니지만 본인 차도 그렇게 고쳤던 경험과 재료가 있어서 갉아내고 레진인가 덧씌우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티가 안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울퉁불퉁한 것보다는 훨씬 좋아 보일거라네요. 페인트도 만원 정도면 사고요.
이런 식으로 비교적 덜 전자식인 오래된 차이다 보니까 자가로 대강 고장/오류에 대한 원인 분석이 가능하고, 카탈로그 뒤져서 부품 주문하는 게 가능한데 왜 굳이 차를 바꾸냐, 종종 자기랑 이야기 하면서 손 좀 보자라고 이야기 하던데, 솔직히 저도 혼자 해보고 싶던 걸 할 수 있으니까 관심이 가긴 합니다.
문제는 어찌되었던 당연히 오래된 차이고, 언젠가 엔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아무래도 반년 넘게 어시스트 많은 차를 타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운전시 불안한 감도 있긴 합니다. 대신에 차 자체는 이제 뭐 보험이나 세금도 높은 수준이 아니고, 엔진은 정말 잘 나가더군요.
뭐라 해야 하나... 엔진 외에는 다 노후 증세였는데, 웬만한 노후 증세는 그냥 조금 뚝딱하고 몇만원씩 들여서 교체하면 되는 상황... 그러다가 혹시라도 엔진이나 배관 관련해서 큰 거 터지면 고칠 가치는 전혀 없는 상황.... 중고가 자체가 100 정도 밖에 안 하는 상황...
하지만 오래된 차라 사실상 수리 이론이 간단하고, 아직 20만도 안 뛰었고,, 밟아보면 엔진도 멀쩡(?)하고.... 몇년간 저만의 이런 저런 추억이 담겨있고... 그 전에는 가족의 추억이 담겨있고... 이럽니다.
기분 같아서야 큰 집에 차고 셋 해서 세워두고 광만 내고 가끔씩 몰아주는 그런 사치를 부리고 싶지만 ㅎㅎ 그런 사치가 뭐...
여기 독일에서 중고가는 100도 안 하지만, 프로모션으로 차를 바꿀 때 차종이나 감가 관계 없이 150 정도 빼주는 경우가 있어서 가급적 이걸 이용해서 '처분'하려는 생각인데, 멀쩡히 잘 굴러도 가고, 추억도 담긴 걸 생각하면 150보다 가치가 높지 않나... 그런데 반면에 어차피 주력으로 탈 게 아니면 그냥 돈낭비/사치가 아닌가... 뭐 이런 갈등입니다.
디피님들께서는 차를 오래 타신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서 조심스레 의견을 여쭤봅니다.
글쓰기 |
차라는 것이 특별하죠...이상하게 기계일뿐인데 차는 헤어질때 마다 좀 기분이 묘합니다.
할수만 있다면 첫차부터 팔지 않고 다 가지고 있겠지만 여러가지 경제적인 이유로 운행 하지 않을 차를 가지고 있기는 힘들지 않나요? 또 보관해야 할 공간도 문제이구요.
나에게 첫차는 마치 첫여자 같아서.....38년전의 그날이 꽤 생생히 기억납니다....마치 첫키스나 첫 섹스같이 말입니다.
늦은 오후에 차가 도착해서 달려 나갔던 그 순간...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서성이며 기다리던 순간들.....차가 너무 좋아서 차안에서 자고 싶었지요.
그때 그 포니 엑셀을 보낼때는 정말 참 섭섭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