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근황)<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인생과 작품세계>를 쓴 김정대입니다.
DP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인생과 작품세계>의 글쓴이 김정대입니다.
이렇게 DP에서 글로 여러분들께 인사드리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카메론 특집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무려 10년 전(!)이라고 되어있어서 순간 ‘허걱!’했답니다. 세월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구나 하고 말이죠.
얼마 전 DP운영자님께 연락이 왔었습니다. DP가 사이트 개편을 하면서 짐 카메론 특집글을 비롯한 제 글들이 날아가 버려서 복원을 하려고 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고 말이죠. 사실 저도 DP 개편 후 제 글 상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회원분들이 메일도 주시고, 사이트에도 가끔 이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고 해서 말이죠. 하지만 워낙 개인사가 바쁘다 보니 (해당 콘텐츠가 제가 낳은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수 년이나 지난 옛글을 이제 와서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어’라고 다소 나태한(?) 생각까지 가졌답니다. 하지만 이곳 DP 회원님들의 반응이나 운영자님의 콘텐츠 복원에 대한 열정을 보니 그동안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볼품없는 제 글에 이렇게나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분께 우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DP에 제가 썼던 글들 중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인생과 작품세계>는 개인적으로 특히나 애착이 가는 글입니다. 원고의 양을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이 글은 사실 웹상 연재 외에도 책으로 출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글입니다(실제로 이 글과 스탠리 큐브릭 특집글의 경우는 출판 관련자와 구체적인 접촉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출판은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적인 사정이란 간단합니다. 저는 영화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기 때문입니다. 대략 짐 카메론의 글을 쓸 때를 즈음하여 직장일이 너무 불어나서 영화 글쓰기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짐 카메론의 글을 쓸 때 저는 ‘필름 2.0’, ‘nkino' 등 매체에 기고하는 고정칼럼만 세 개를 쓰고 있었으며, 그 이외에 주기적으로 영화 특집글 및 DVD 리뷰 등 다양한 글을 정신없이 쏟아내고 있었죠. 한마디로 정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바쁜 생활이었습니다. 마감일이 겹칠 때는 거의 밤을 새고 뜬 눈으로 출근을 하기 일쑤였고, 주말에는 원고 집필 때문에 다른 개인적 활동은 거의 못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 했느냐면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너무나도 그런 글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짐 카메론 특집글 1편의 서두에 밝혔듯, 저는 누군가가 기존의 영화책이나 잡지에서 접하기 힘든 ‘눈물 나게 재미있는 진짜 영화이야기’를 해주길 간절히 원했고, 결국은 제가 직접 그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사실 특집글을 쓰는 과정 자체는 너무 재미있고 신났습니다(이 원고를 쓸 때만 해도 저는 영화 칼럼니스트 중 원고를 상당히 빨리 쓰는 이에 속했습니다. 원고량에 비해 이 기간 쏟아낸 원고의 편수가 상당한 편이었죠).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저는 내용의 사실성에 대한 검증에 상당히 집착하게 되었고, 이것 때문에 (<타이타닉>편 후기에서 밝혔듯)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관련 자료들을 뒤져가며 검증을 하며 글 재편집을 하다 보면 밤이 새는 경우가 일쑤였죠. 그리고 이 글 이후로는 그 집착이 더욱 심해져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불규칙적이고 무리한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건강도 갈수록 나빠져 시간이 갈수록 직장 생활과 영화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힘들어져갔습니다. 결국 ‘필름 2.0’ 등 제가 주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던 주력 매체들이 없어진 뒤에는 그것을 핑계(?)로 하여 저는 더 이상 영화글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 바 있습니다. ‘비겁한 변명이다, 핑계다’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 저는 ‘일단 살고보자’라는 생각이 너무나 절실했습니다.
이렇게 절필 아닌 절필을 한 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저에게 만일 ‘예전과 같은 방대한 분량의 특집글을 써주겠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마도 '생각은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실제로 최근에도 몇몇 매체의 원고 청탁을 정중히 거절한 바 있습니다). 일단, 저 자신이 예전처럼 밤을 새도 끄떡없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제가 굳이 또다시 영화글을 써야 할 당위성도 크게 못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한창 영화글을 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영화 애호가들이 향유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훨씬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웬만한 영화잡지보다도 훨씬 재미있고 영양가 높은 영화글을 쓰는 블로거들도 상당수 계시고, 저 자신도 그런 글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굳이 제가 나서서 짐 카메론 특집글과 같은 긴 글을 쓸 필요가 없어 보이는 건 대략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DP 운영자님이나 독자분들이 보여주신 관심은 제 예상 밖이었고, 그 덕에 (정말 오랜만에) '아 정말 영화글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이 제 다른 글들의 복원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물어보신 만큼 프차에서라도 간단하게 답변을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카메론 특집글 복원은 ‘예전 글을 그대로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이번에 복원을 하면서 글을 다시 읽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나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 그리고 확장시키고 싶은 부분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예전에 쓴 글 자체가 DP의 산 역사이기 때문에, 또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글도 예전의 제 글이었기에 글 자체는 손을 거의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소소한 오타 수정 외에는 말이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물어보신 <아바타> 편 집필과 관련해서는...정말 죄송합니다만 아직은 저는 <아바타> 글을 쓸 계획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냥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향후 갑자기 집필 욕구가 샘솟아 <아바타> 글을 쓰고 싶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저는 짐 카메론 특집글을 <타이타닉>에서 마감하고 싶습니다.
다만 이번에 특집글을 복원하면서 제법 큰 아쉬움으로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터미네이터> 1,2편 부분입니다. 글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카메론 특집글은 회를 거듭할수록 원고량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 이렇습니다: 처음 특집글 연재를 구상했을 때 저는 ‘과연 이렇게 긴 글을 독자들이 끝까지 읽어줄까? DP에서는 과연 이렇게 긴 글의 게시를 환영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처음 쓴 카메론 글들(특히 <어비스> 이전의 영화를 다룬 글들)은 지금 DP에 공개된 버전보다 훨씬 길었습니다만,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저는 글의 양을 최소한의 분량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게시하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독자분들의 반응이 훨씬 폭발적이어서 저는 과감하게 연재글의 분량을 늘려 나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여러분이 보신 버전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제가 판단하기에 연재글의 다른 편들은 굳이 다시 손을 댈 필요가 없이, 지금 공개된 부분으로도 충분한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의 원고의 경우는 초고에서 아까운 부분이 너무나 많이 잘려나갔습니다. 그래서 이번 복원 때 아예 이 잘려나간 부분을 포함한 ‘초고’를 공개할까 하는 욕심이 잠시 든 바 있습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1,2편의 초고는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의 러프컷과 같은 성격이어서, 굳이 삽입할 필요가 없는 정보들도 꽤 있고, 문체도 그다지 다듬어지지 않은 버전이어서 지금 상태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게다가 연재글이 게시된 후 두 편의 다른 <터미네이터> 영화도 나왔고, 그간 알려진 <터미네이터> 관련 정보에 대한 수정/보완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해당글을 그대로 올리는 것 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대폭 추가/수정한 완전히 새로운 ‘확장판’ 버전을 공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조심스럽게, 저는 지금 복원된 카메론 특집글과는 별도로 <터미네이터> 1, 2편을 전면 재집필하여 ‘확장판’으로 공개하려고 합니다(당연히 이 확장판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대거 추가된 만큼, 분량이 이전 버전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입니다.) 제가 ‘정말 조심스럽게’라는 말을 굳이 붙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직장일 및 저의 건강문제 등으로 인해 빠른 시간 내에는 집필이 힘들기 때문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고자 하는 소소한 욕심에서입니다. 제가 현 상황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향후 계획’은 여기까지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몇몇 분들이 요청하신 <불타는 블레이드 러너의 연대기> 2편 등 다른 글들의 집필은 좀 더 먼 시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물론 제가 쓴 다른 글에 대한 복원작업은 DP 운영자님과 천천히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모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긴 글을 다시 편집하시느라 너무나 고생하신 DP 운영자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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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