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통일 포기할 수 없겠느냐고 물어온 이유
이 주제로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짧게 씁니다.
추미애 대표가 방미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미국 방문중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언급한 것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지요. 그 중에서 언론이 아무도 다루지 않고 분석조차 하기를 꺼려하는 대목을 짚고자 합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한국이 통일을 왜 꼭 해야하느냐'고 물어왔었습니다. 그리고 그 뉘앙스는, 한국이 통일을 꼭 해야하겠냐? 포기하면 안되겠느냐. 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솔직하게 물어오니까 솔직하게 답하겠다. 한국은 통일되어야만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추미애 "트럼프 '통일 꼭 해야 하느냐' 묻자, 문 대통령 "통일해야"- KBS, 2017. 11. 15
http://world.kbs.co.kr/special/northkorea/contents/news/news_view.htm?No=50315&lang=k
"최근 한미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질문을 받고 '통일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현지시각 14일 워싱턴DC 한 식당에서 한 동포간담회에서 한미정상회담의 뒷얘기를 일부 소개했습니다.
추 대표는 "한미정상회담 때 두 분이 비공개 회담을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문 대통령이 (자세하게)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질문을 솔직하게 했으니 솔직하게 '통일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것은 도와줄 게 없느냐'고 관심을 표명해서 (문 대통령이) 사드 문제나 북한 도발 위협으로 인해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얘기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아 그러냐. 이해했다. 평창 올림픽 홍보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추 대표는 "한반도 통일의 의미는 크다"면서 "미국의 입장에서 자유와 민주 질서를 꿈꾼다면 대한민국의 통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한반도에 핵이 있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왜 문재인 대통령은 "솔직하게 물어오니, 솔직하게 답을 하겠다"라고 말을 했을까요.
그것은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다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반도 통일을 확고하게 지지하며,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체제 국가인 남한 주도로 통일이 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며, 미국의 주된 정책이익은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고, 새로운 안보위협이 나타나는 것을 막고, 한국이 모든 한국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시장체제인 나라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Korean Reunification and U.S. Interests: Preparing for One Korea" - 브루킹스 연구소, 2015. 1. 20
https://www.brookings.edu/on-the-record/korean-reunification-and-u-s-interests-preparing-for-one-korea/
한반도 통일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이건 겉면이구요, 미국의 솔직한 속내는 한국이 통일을 포기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한켠에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통일 그거 꼭 해야 되는 거냐'고 물어온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꼭 해야겠다' 라고 답을 한 것입니다.
미국이 저렇게 의사 타진을 해온 이유는, 미국의 국익때문입니다.
저는 2014년에 미국의 중국봉쇄망 시리즈 글을 쓰면서,
'미국은 한국이 통일을 할려면 필연적으로 중국편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전략적으로 한반도를 잃을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라고 설명드린 바 있었습니다. 이런 주장은 한국내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몇년전에 제가 그 글을 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가들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게 표면으로 튀어나온 것입니다.
제가 당시에 썼던 글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9309800
저는 제 주장의 근거로, 미국의 전략가들인 브레진스키나 카플란, 미 육군대학에서 David Coghlan 대령이 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망 (2008)" 논문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PROSPECTS FROM KOREAN REUNIFICATION - Colonel David Coghlan, 2008
https://www.globalsecurity.org/military/library/report/2008/ssi_coghlan.pdf
(링크를 클릭하시면 논문 원본을 pdf로 보실 수 있고, 결론에 아래의 문단이 있습니다 (14page))
"현재 추세로 보아,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중국은 주도권을 쥐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북한을 인정함으로써 중국은 자신의 전략적 완충지대를 확보했고, 남한이 번영할 수 있도록 무역과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왔다. 미국은 잃는 반면에, 중국은 존경(kudos)과 영향력을 남한에서 얻고 있다.
전쟁은 통일한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할 수 있을 와일드 카드이지만, 북경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그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 북경은 현재의 추세를 계속하고, 나아가 북한이 전쟁을 벌이거나 체제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입하며, 그럼으로써 한반도에서 미국이 저항할 수 없는 전략적 주도권을 중국이 쥐게 될 것이다."
이런 전망은 미 군부내의 한 대령만이 가진 의견은 아니었습니다.
브레진스키는 자기 저서 Strategic Vision: America and the Crisis of Global Power (2013)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한국은 둘로 분단되어 잠재적 위협을 느끼고 있는 한, 미국에게 안보를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언젠가 평화적 통일이 다가오게 되면, 그 순간 중국의 역할은 핵심적이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통일에 중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 미국과의 안보연대를 어느정도 감소시키거나, 특히 일본과의 관계를 감소시키는 쪽으로 결정을 할 것이다. "
"Eventually, the issue of peaceful reunification may become timely, and at that moment China’s role may be crucial in facilitating perhaps a reunification by stages. Should that happen, the South Koreans may decide to reassess the degree to which some reduction in their security ties with the United States and especially with Japan might become acceptable as a trade-off for Chinese-assisted national reunification."
카플란은 십일년전에 이미 이렇게 썼었습니다.
When North Korea Falls - Robert D. Kaplan(2006)
https://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2006/10/when-north-korea-falls/305228/
"명백하게도, 미국은 해체된 북한 지역에 혼자서 군대를 진입시킬 수 없다. 그것은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이렇게 4개 국의 개입이 될 것이며, 유엔의 공식승인이 떨어질 것이다. 일본은 배제될 것이다 (일본의 돈이 투입되는 것은 환영받겠지만).
한반도에 가깝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의 통일을 가장 꺼리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일본이 한반도에 군대를 보내 개입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1910-1945년 사이에 일본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부도 야만적으로 점령했었으며 러시아를 바다와 육지에서 패전시켰었다. 일본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붕괴된 북한에 발을 디딜 이유(reason)가 있지만, 한국과 중국이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므로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북한 붕괴로 일본의 전략적 입지가 극적으로 약해지는 반면에, 중국은 결과적으로 이득을 볼 것이다. 김씨일가 이후의 한반도는 서울의 통제하에 있을 것이며, 서울의 최대 무역 파트너는 중국이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며, 내가 남한 항구들에서 본 것은 전부 중국 배들이었다.
다른 요소들 또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중국은 수천명의 탈북자들을 데리고 있으며, 북한 붕괴후에 두만강 지역을 점진적으로 경제적으로 접수하기 위해 이들을 돌려보낼 것이다. 이 지역은 북한, 중국, 러시아 국경이 만나고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항구 시설이 있다. 두만강 접경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력을 확장시키고, 미-일에 맞서 경제적 싸움을 벌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중국군이 북한 북부 지역의 버퍼존을 장악할 수 있다면, 베이징은 국제적 연합이 북한의 타지역에 설치되는 것을 용인할지도 모른다
물론 통일과정에서 남한은 사회 경제적인 붕괴를 겪어야 할 것이다. 어떤 관리도 큰 소리로 말하지는 않지만, 이 지역 모든 국가들과 남한은 수십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통일이 아니라면 별 관심이 없다. 최선의 결과물은 남한이 북한 영토 상당부분을 보호령으로 두고, 국제 사회의 공식 감시아래에서 두 지역이 상당기간 따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두 나라가 혼란없이 통일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기간을 줄 것이다.
물론, 이 전략의 문제점은, 북한이 군사력을 동원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 같은 곳은,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서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대량살상무기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다른 문제는 우리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쥐어짤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북한 체재를 생존케 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북한에 존재하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어떠한 경제적, 군사적 자원들-광산, 철도 등등-도 이미 중국이 통제력을 획득하는 과정에 있다. 미국이 북한 붕괴후에 안정화를 위하여 단기간 군사력 투사를 하는 것을 중국이 가로막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국 김씨 일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워싱턴이 아니라 베이징이다.
김씨 일가가 망하고나서 한반도가 안정된다면, 통일한국은 논의의 여지 없이 바로 일본을 적으로 여길 것이다. 어떠한 한국 정치인이라도 국회에서 반일연설에 나서서 점수를 딸려고 할 것이다. 일본은 이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일 한국이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 지는 미국이 하기에 달렸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어느정도 일본이 자신의 전쟁범죄를 인정하도록 만드느냐에 달렸다. 만약 워싱턴이 계속 일본과 군사동맹을 유지하면서, 일본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통일 한국은 심리적으로 중국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라크가 있는) 안정되고 번영하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중국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플란은 미국이 통일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일본이 어느 정도 전쟁범죄를 인정하도록 만드느냐에 달려있다고 11년전에 이미 썼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전쟁범죄를 묵인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묵인하고 일본의 우익이 군사재무장하도록 미-일 안보조약을 갱신해주었습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돌이킬 수 없도록 한국은 일본의 위안부 전쟁범죄에 대해서 두번 다시 입을 열지 못한다)를 하도록 만들었죠. 그리고 한-일 군사동맹을 추진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패착입니다.
(미국 외교안보라인들은 자기들이 예하 국가에게 압력을 가하면 그 나라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위안부 합의를 압박했고, 한국은 이 수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지만, 박근혜가 쫓겨나자 바로 한-일 동맹을 안한다 라고 발표가 나버리는... 한-일 군사동맹은 나가리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백인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힘을 너무 과신하는 바람에 현지 로컬 국가의 민심을 고려안한 게 문제였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 자신들의 패착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습니다. '한국이 한-일 군사동맹 안한다고 한 것은 일시적인 주장일 뿐이다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 그 판단은 한국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며(빅터 차 교수), 자국의 주권포기이며(맥매스터 보좌관), 언젠가 결국 일본과 동맹을 하게 될 것이다' 라는 게 지금 미국 백악관과 외교안보라인의 주장인 데, 제가 보기엔 현실을 수용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_=)
본래 이야기로 되돌아와서,
통일을 염두에 두었을 때 한국은 미-일 동맹에서 이탈하여 중립적이거나 친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은 이십여년전부터 판단하고 있었고, 미-중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요즈음 미국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낸 것입니다. 한국이 왜 꼭 통일을 해야되느냐고. 분단된 상태로 남아줄 수는 없겠느냐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통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답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트럼프는 "이해했다"라고 반응했습니다.
이 "이해했다"는 대답은, 한국의 입장이 통일 추구를 유지하겠다 라는 것을 정보로서 받아들였다는 것일 겁니다. 미국이 그것을 수용할 것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두고보아야 겠죠. 근데 제가 보기엔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기존에 해온 방향대로 한-미-일 동맹 vs 북-중-러 동맹 구도를 부활시켜 신냉전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한반도 통일을 막는 쪽으로 가려고 할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이야 또다시 그러겠죠. 한미 동맹은 한치의 이견없이 어느때보다 튼튼하며, 미국은 한반도 통일을 확고하게 지지를 표명했다. 고 보도를 할 것입니다. 이건 군대 정훈 파트에서 내보내는 몇십년째 반복되는 대사입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정말로 어떤 생각을 속으로 품고 있고,
어떤 이야기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고 간 것이며,
우리는 뭐라고 미국에게 답을 했는지.
그리고 이제 미국은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지만, 언제나 한국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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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거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이 그냥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국가적인 전략도 있고 그걸 대통령이 인지해야 하고 그런데 트럼프는 솔직하게 자기
의문을 던져버리고... 지난번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는 걸 들어봐도 생각보다 매우 계산적이고 정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