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90년대 속절없이 날 울렸던 노래들 vol.2
90년대 속절없이 날 울렸던 노래들 2부입니다. 오늘도 언젠가 들어보셨을 아련한 곡들로 채워봤는데요. 고르고 보니 듣기에는 좋지만, 따라 부르기에는 난이도가 쉽지 않은 곡들이 많네요.^^;; 불타는 금요일 밤입니다. 추억의 노래 들으시면서 한잔씩 하시죠.
이은미 - 기억속으로
가수 이은미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바로 재생되는 곡입니다. 원래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었던 이은미의 데뷔앨범에 실린 곡인데요. 이 곡이 드라마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앨범을 겨우 6개밖에 내지 않았을만큼, 공연에 주력하는 가수이기도 한데요. 비록 그간의 행적에 관한 이런 저런 비판들이 있지만, 뮤지션으로는 몰라도 보컬리스트로써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인물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박정운 - 기억에 남는건 너의 젖은 눈동자
유학파 가수로 80년대 말 데뷔하여 우리에겐 오.장.박의 멤버로 잘 알려져 있는 박정운의 곡입니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는 특유의 맑은 미성으로, 들을때는 편하지만 막상 불러보면 흉내내기 힘든 노래들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이 곡은 2집에 실린 곡인데요, 비록 '오늘 같은 밤이면'의 인기에 밀려 그닥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1995년 베스트엘범에 재편곡된 버전이 실리면서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푸른하늘 - 꿈에서 본 거리
푸른하늘 시절에 유영석이 만든 곡중에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그 당시엔 현재 모습에서는 짐작하기 힘든 엄청난 미성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의 NTR 친구가 유영석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죠. 비슷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승환 신승훈 김건모보다도 데뷔가 빠른 선배인데요. 가수로써는 너무 일찍 목 상태를 잃어버린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장혜진 - 내게로
90년대를 풍미한 디바중의 하나인 장혜진의 히트곡입니다. (그녀의 본명은 장혜진이 아닙니다) 또한 이 곡이 실린 3집 앨범은 김현철이 프로듀스하면서, 이전의 앨범들과는 차별되는 완성도를 선보였는데요. 대중성과 음악성 모든 면에서 그녀의 최고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곡 이외에도 '1994년 어느 늦은 밤' 등 보석같은 곡들을 품고 있는 필청의 수작 앨범이라 하겠네요.
컬트 - 너를 품에 안으면
우리에게 '아라비안 나이트'로 인기를 끌었던 김준선이 입대 전에 결성했던 프로젝트 밴드 컬트입니다. 비록 두장의 앨범을 끝으로 컬트의 활동은 끝나고 말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 곡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줄로 압니다. 곡도 멋졌지만 보컬리스트 손정한의 절절한 허스키 보이스가 멜로디와 너무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신승훈 - 미소속에 비친 그대
90년대를 지배한 가수중 하나인 신승훈의 데뷔작이자 그의 최고 명곡중에 하나로 꼽는 히트곡입니다. 송라이팅 능력과 탁월한 가창력까지 모두 갖춘 그는, 대학시절 사랑했던 연인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정파라고 하는데요. 이 곡을 작곡할때도 헤어진 연인을 그리다 우연히 목격한 차창 밖의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고 합니다.(게다가 데뷔앨범에 실린 곡들은 다 대학시절에 작곡했다네요)
무수히 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신승훈이 성공적으로 음악계에 발을 들이게 만든 곡이기에 이 곡을 선택했습니다. 훗날 발표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그후로 오랫동안'의 코드 진행을 보면, 이 곡과 쌍둥이처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어느덧 자신의 작품을 변주하여 또다른 창조를 해내는 경지에 도달한 마스터가 된 것 같습니다.
김민종 - 비원
가수와 배우 활동을 훌륭히 양립시켰던 90년대 엔터테이너 중의 한명인 김민종의 히트곡입니다. 비록 손지창의 가창력은 미모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김민종의 경우에는 가수로써도 만만치 않은 성공을 거두었죠. 비록 귀천도애 사태와 같은 흑역사가 있었지만 계속 가요계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곡은 1999년에 발표되었는데요. 제가 제대하고 당시 과나 동아리에서 열심히 일하던 98학번들이랑, 술만 들어가면 불렀던 노래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김민종 특유의 쥐어짜는 창법과, 온몸을 사용하는 액션을 목격하실 수 있겠네요.
김건모 - 아름다운 이별
개인적으로 김건모가 부른 최고의 발라드가 아닐까 합니다. 한 소절만 들어도 누구나 김건모의 목소리를 알아챌 수 있는데요. 이 곡은 대한민국의 음악 역사를 다시 쓴 앨범인 김건모의 3집에 실렸습니다.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이 앨범은, 만약 해적판까지 집계했다면 천만장은 팔리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어마어마한 인기였죠. 등하교길 전철역 근처 길보드에서는 한참 동안이나 잘못된 만남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니까요.(후에 박진영의 날 떠나지 마, 나중에 날개잃은 천사로 바뀌더군요)
김건모는 앨범마다 한두곡의 킬링 발라드를 넣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 곡은 김형석의 멜로디에 김건모의 자전적인 가사가 합쳐져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제가 잘못된 만남보다도 더 좋아했던 곡이네요.
서지원 - I miss you
그때 모두가 가슴아파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곡을 남기고, 만19세의 나이에 먼저 떠나버린 서지원이라는 가수의 죽음 때문이었죠. 누군가 그랬듯이, "가수는 노래따라 간다" 는 말을 떠올리며 이 곡을 듣다 보면, 그 안타까움은 몇배로 부풀어 오르는군요. 게다가 불과 몇달 전에, 솔로 데뷔곡이 첫 지상파 방송을 탄 그날 일어난 김성재의 석연찮은 죽음의 충격이 남아 있었기에 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오늘 찬찬히 이 곡을 다시 들어보니, 저와 동갑이었던 서지원은 영상속의 그 모습 그대로 하늘 위에 있을것이란 생각에 살짝 뭉클해집니다. 그는 19세의 미소년으로 영원히 남았고, 저는 40대 중년이 되어서 그를 그리워하고 있네요.
이정봉 - 어떤가요
1996년 이 곡이 나왔을 당시에는 닭살돋는다, 청승 그 자체다, 등등 친구들끼리 앞에서는 안좋은 평을 하곤 했지만, 사실은 이 곡을 부를수 있는 능력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남자 가수들에게 쉽게 보기 힘든 섬세한 감정표현과,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팔세토 창법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었죠.(조관우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위 영상은 그 시절의 라이브인데요, 스튜디오가 아닌 라이브 무대에서 이정도로 재현하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영상을 보니 후렴 부분은 관객들에게 맡기더군요.^^;; 지난 4월에 슈가맨에 출연해서 이 곡을 오랜만에 선보인 기억이 납니다.
날이 시원하고 습기가 싹 가신 쾌적한 나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도 덩달아 힘을 얻어서 글을 좀 자주 올리는게 아닌가 싶네요. 오늘도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편안한 밤에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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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삽님 모든 글의 취향 저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