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추억소환] 청춘을 함께한 추억의 잡지들(3)
추억의 잡지 특집 마지막 시간입니다. 오늘은 만화잡지만큼이나 학창시절 내내 함께했던 음악잡지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인터넷 대신에 PC통신이 있던 시절, 나름 세상과 통하는 창구였던 그때의 잡지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되겠네요.
월간 팝송
70~80년대 외국 대중음악 팬들의 젖줄이었던 "월간 팝송" 입니다. 사촌형이 엄청난 록 매니아여서 가끔 같이 시내에 빽판 사러 같이 가곤 했었던 80년대엔, 앨범 발매도 안되거나 발매가 되었다 하더라도 검열에 걸려서 난도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 시절, 꼭 들어야 하는 앨범을 고르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잡지였습니다. 그리고 해외 뮤지션들의 소식까지 함께 알려주는 고마운 잡지였죠.
무엇보다도 월간팝송의 뛰어난 점은,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에서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춘 점이라 하겠습니다. 훗날 발간된 잡지들이 대부분 어느 한 쪽에 편향된 편집 방향을 보였지만.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이런 균형을 유지했다는 것은, 훗날에도 귀감이 될 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편집장이었던 전영혁씨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음악세계
1984년 중앙일보의 계열사에서 발간한 팝/가요를 총망라하는 음악잡지이자 연예지였습니다. 표지를 보시면 리즈시절의 티나 터너 이모, 완선 누님, 존 테일러가 장식하고 있군요.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는데요. 월간 음악세계가 창간한 후, 대자본을 등에 업고 뿌려댄 화려한 부록과 화보, 빌보드지와의 협약 등의 물량공세에 월간팝송은 밀릴수 밖에 없었고, 팝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먼저 그 종말을 고하고 말았습니다. 이 "음악세계" 잡지는 여러모로 애증이 교차하는 기억으로 남았네요.
굿모닝 팝스
80년대 말에 KBS FM의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90년대 초에 교재로 발간하게 된 것이 굿모닝 팝스 월간지의 시작입니다. 방송을 워크맨용 카세트 테잎으로 녹음해서는, 강남역 국기원옆 도서관에서 이걸로 공부하던 학생이 제법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2007년부터 사진에 나오는 이근철 강사가 인기리에 10년을 함께했는데요. 503 말기에 탄핵 관련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2017년 2월 5일에 하차했다고 합니다. (여튼 이런 쪽에서는 진짜 꼼꼼한 캐백수...)
뮤직피플
표지사진과 톱 기사들 제목만 봐도 대충 어떤 잡지인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90년대 초 록/메탈의 황금기 시절을 수놓았던 잡지인데요. 판형이 양 옆으로 펼치면 거의 신문지 한면 크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온갖 멋진 화보와 브로마이드로는 맞춤형 잡지나 다름없어서 매니아층이 있었던 기억이네요. 그렇지만 호화로운 구성에 비해 기사는 그저 그랬고 판형마저 슬그머니 일반 잡지 크기로 줄어들면서 어느새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뮤직랜드
주로 화보나 스타 뮤지션들에 대한 기사가 주를 이루던 흔한 잡지와는 달리, 좀더 전문적인 기사를 다루면서 뮤지션들이나 업계에 관련된 독자들에게 어필한 신선한 음악잡지로 기억이 됩니다. 기타나 베이스를 비롯한 기본적인 악기들 뿐만 아니라 키보드, 신디사이저, 미디, 각종 이펙터, 프리앰프들까지 프로들이 참고할만한 기사도 있는데다가, 주로 연주자들의 인터뷰, 악보까지 제공했는데요. 일반 독자보다는 뮤지션들이나 뮤지션을 꿈꾸는 초심자나 세미프로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겠네요.
포토뮤직
표지를 보면 아시겠지만 팝송이 시들해지고 가요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확 늘어난 팬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창간된 잡지입니다. 역시 화보와 부록, 각종 콘서트 티켓등 경품까지 푸짐한 외적 요소를 자랑하던 잡지였죠. 90년대 초중반 음반 백만장을 우습게 팔아치우던 시절에는 덩달아 판매부수도 상당했지만,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2000년대 들어 대부분 사라져갔습니다.
지구촌 영상음악
마이클 잭슨의 얼굴을 싣고 있는 표지가 아직도 기억나는 1993년 창간호입니다. 동명의 프로그램이 있던 KBS답게 부록으로 무려 티비에서나 보았던 뮤직비디오를 주었는데요(VHS로 주었죠) 그때 받았던 뮤비들을 엄청 돌려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영.음 부록모음)
(부록모음2)
저도 그때 부록으로 받았던 뮤비중에 테이크 댓의 "I found heaven"이나 토니 브랙스턴의 "unbreak my heart"등의 비디오 클립이 기억나는군요.
핫뮤직
1990년 나타나서는 저같은 메탈 키즈들의 필구 아이템이 되었던 팝보다는 록에 많이 치우친 잡지 "핫뮤직"입니다. 초대 편집장 성우진을 필두로 한 (록에 많이 치우쳤지만 록 매니아들에겐)괜찮은 필진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는데요. 개인적으로 성문영씨의 필력과 만화솜씨가 놀라웠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도 록/메탈빠이긴 하지만 기사들이 이쪽으로 많이 편향되었던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그래도 2008년까지 무려 18년의 세월을 버텨낸, 한국 음악잡지사에 한 획을 그었던 잡지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학창시절 제 용돈의 대부분을 앗아간 잡지이기도 한데요. 잡지 말미에 들어있는 이달의 음반 리뷰를 보고 꼭 사야할 앨범을 점찍곤 했거든요. 정식발매가 안되거나 금지곡이 들어있는 음반은 상아레코드까지 가서 구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정성으로 학업에 더 열중했다면...
월간 객석
디피에는 오디오 애호가분들이 많으시니 이 잡지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게다가 1984년 이후 아직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간행물이기도 하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기사뿐만 아니라, 공연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접근으로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잡지로 기억됩니다. 초대 발행인 최원영씨를 거쳐 2대 발행인 윤석화씨, 그리고 지금의 김기태 발행인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객석이라는 이름을 지켜준 이들에게, 세간의 평판이 어떻든 간에 한때 독자로써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신/구 음악 잡지들 모음 사진입니다)
모조
런던에 본거지를 둔 록 전문 음악잡지 "모조" 입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뮤지션들을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지름신이 강림하실 것만 같군요. 모조의 최대 장점은, 부록으로 고퀄의 CD를 주었다는 점입니다. 그냥 샘플 몇곡이나 싱글 수준이 아니라 수집 가치가 있는 커버곡 모음이나 컴필레이션 혹은 오리지널 앨범들을 그냥 제공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때문에 잡지는 읽는둥 마는둥 하고 CD 수집에 열을 올렸던 시절이 기억나는군요.
롤링스톤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잡지로써, 단순한 잡지가 아니라 거대 언론이자 미디어로 군림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군요. 음악 전반뿐만 아니라 정치나 영화 등등 여러 사회문화적 이슈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나름 진보/좌파 계열의 잡지로 분류되었지만. 최근의 평가는 썩 좋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낄끼빠빠를 모르는 오지랖과 70년대 이전 뮤지션을 편애하는 분위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는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싱가포르 스타트업 회사에 지분의 49%를 매각 추진중이라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2017년 12월에 PMC(penske media corp.)가 대다수 지분을 인수했음을 발표했습니다. 기사의 방향이나 편집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웬지 뒷맛이 씁쓸하군요.
BURRN!
옆나라 일본의 록/메탈 전문 음악잡지입니다. 1984년에 일본 최초의 헤비메탈/록 전문지로 창간했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창간호의 오지 오스본과 제이크 E. 리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단 한번도 표지모델로 자국의 뮤지션을 세운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2016년 1월에야 비로소 타카사키 아키라가 첫 자국 모델로 표지를 장식했다는군요.
한국의 메탈 팬들에게도 상당히 잘 알려진 잡지인데요.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의 가판대에서 논노, 앙앙등 일본 패션잡지와 함께 번!이 팔리기도 했죠. 그쪽 편집부에서도 가끔씩 비중있게 우리나라 록/메탈 밴드들을 다루곤 했습니다.(역시 한국에 제일 관심많은 나라는 일본인듯)
KERRANG!
영국의 록/메탈 전문지입니다. 위에 소개한 번! 보다 이전인 1981년 창간되었고 두 잡지는 제목부터 기사 방향까지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물론 나중에 창간된 번!이 뒤를 따랐다는 것이 정확한 추론이겠죠. kerrang!은 일찍부터 잡지에서 종합 미디어로 도약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요. kerrang! 어워드와 kerrang! 투어등 웹사이트와 TV 외에도 많은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그러나 00년대 이모 밴드와 메탈 코어 밴드들에게 치우치는 기사 경향으로 기존 팬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2008년과 2017년에 두번이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주인이 된 믹스매그미디어는, 곧 미국에 kerrang!지를 런칭할 계획이라는군요.
3부에 걸친 잡지 소개가 끝났습니다. 애초에 이 분량을 한편에 담으려 했던 제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준비하는데 꽤 오래 걸렸지만, 가장 음악에 빠져 살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쓰느라 별로 힘든지도 몰랐습니다. 긴 글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구요. 저는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10월로 달력 한장 넘어갔을 뿐인데 온도가 다르네요. 옷차림들 든든히 하시고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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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알바비로 사서 보던 유이한 한국 잡지 객석과 취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