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추억소환] 90년대, 20대 청년이 영화를 보던 방법
40대인 제가 20대 때 주로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90년대 중반, VHS렌탈 시장이 살아있었고 동시에 DVD가 막 태동하던 그때, 돈은 없지만 넘치는 열정과 시간으로 빈자리를 채웠던 기억이 눈앞에 선하네요.
일단 극장을 제외하면 제가 어렸을 적 영화를 접하던 매체는 90%가 VHS 비디오 테이프였습니다. 이제는 중고마켓에서도 인기작은 구하기 힘든 유물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대표적인 매체였었죠. 80년대 초반만 해도 비디오 테이프마저 포맷이 나뉘어 있었는데요.
(소니가 밀었던 베타 방식, 그리고 소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밀었던 VHS방식입니다)
일본에 접해 있기에 일본 성인물이나 애니메이션을 쉽게 들여왔던 울나라에선 베타 방식도 제법 인기가 있었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닙니다) 저학년이었던 그 때, 잘 사는 친구집에서 메카닉물 "바라타크" 비디오를 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잘 보시면 베타 방식임을 알수 있습니다)
이후로도 극장에 찾아가기엔 나이가 걸림돌이었던 그 때, 수많은 영화들을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또 미군 PX를 통한, 미제 아줌마들이 유통시키던 영화도 많았죠.
(미제 아줌마에게 구입했던 전설의 뮤비, 마이클 잭슨의 드릴러입니다)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비디오 시장은 엄청나게 커져서, 대기업들도 참여하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선경의 SKC를 비롯하여, 80년대 말 여러 잡음을 뚫고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던 UIP/CIC 비디오가 있었죠.
(당시의 대표적인 인기 타이틀, SKC의 매드 맥스 3입니다)
(그리고 전설의 작품, 존 부어맨의 엑스칼리버도 기억나네요)
비록 지금과 비교하면 화질은 엄청 조악하지만, 볼록한 브라운관 TV로 영화를 보았던 그 시절에는 화질은 둘째치고 인기 영화를 집에서 볼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죠. 그 당시 저희 집에서도 금성 비디오 플레이어에 인켈 컴포넌트, JBL 스피커로 나름의 홈 씨어터를 구축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80년대 후반의 금성 비디오 플레이어입니다)
(집집마다 있었던 에로이카와 쌍벽을 이루던 인켈 컴포넌트입니다. 당시엔 다 전축이라고 불렀죠)
(이거랑 동그랗게 생긴 위성 스피커도 세트였죠)
제가 기억하는 가장 영화를 열심히 보던 시절은, 대학교를 휴학하고 입대 날짜만 기다리던 1996년 말~1997년 초가 아닐까 합니다.(전 97년 2월 군번입니다) 낮에는 알바를 하고 퇴근하면서 동네 비디오 가게에 들러서 영화 두편씩 골라다가 맥쥬 한잔 하면서 보는게 낙이었죠. 그 당시 논현동 모 비디오가게 사장이 생각나네요. 빌린 그날로 반납하면 오백원 빼준다면서, 인기 작품을 빌려가면 그날 밤에도 아직 다 못봤냐고 전화질 하던 분이셨어요. (만약 다시 만난다면 입안에 오백원짜리를 양껏 채워드리고 싶..)
특히 카스 맥주를 5병쯤 사고 주성치 비디오를 두편쯤 빌려서 집에 들어가면 그날밤은 환희와 애절함이 교차하는 밤이었습니다. 비록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디가서 크게 말하진 못해도 제겐 제일 좋아하는 감독중 하나가 주성치입니다.
(그 시절 주성치 출연 영화 비디오입니다)
이건 보너스인데요. 짤 제목이 매우 적절하네요. 아재 판독 끝판왕 짤이랍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우리가 사랑했던 비디오 시장은 빠르게 신 매체에 의해서 붕괴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2002년쯤 구입했던 한 기기로 인해서 DVD의 세계에 입문했는데요. 지금은 오히려 VHS보다도 인지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매체로 남았네요. 이름은 Digital Versatile Disc로 거창했지만 말이죠.
(그시절 많은 추억을 함께 했던 플스2입니다)
특히 한일 월드컵 시절 너무나 많이 했던 위닝 일레븐은 아직도 제게 패드를 가장 많이 부숴먹은 게임으로 남았네요. 현재의 pes는 라이센스 때문이라도 손이 안가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때 신촌의 까페를 빌려서 프로잭터로 한국VS이탈리아전을 응원하면서 감상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 신촌 바닥을 훑으며 아무나 붙잡고 헹가래쳤던 영화 동호회 회원들은, 지금쯤 어찌 되었는지 아련한 기억입니다.
영원할것만 같았던 DVD 시장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몇십배의 용량으로 등장하여 엄청난 화질과 완벽한 사운드, 그리고 혜자로운 부가물들로 순식간에 시장을 점령한 블루레이 이야기입니다.
(집에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실제로는 게임기로 쓰였던 플3입니다)
당시 블루레이의 대항마로 막강한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힘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는 HD-DVD도 있었죠.
(엑박 360은 충분히 명기였지만, 레드링 때문에 제게는 극혐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어느덧 2010년대가 되었지만, 디비디프라임은 매체를 넘어 아직도 당시의 추억을 가진 회원들이 모인 커뮤니티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군요. 비록 지금은 그 세가 약해졌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는 가입일자도 늦은 편이고 활동도 많지 않지만, 영화라는 공통점 하나로 모인 회원분들의 배려 아래서 마음껏 글을 쓸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네요. 오늘도 다시금 고마움을 느끼면서,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글쓰기 |
학교때 친구가 베타 비디오를 가지고 있어서 첩혈쌍웅같은건 국내개봉도 하기전에 3시간 무삭제 판으로 본 기억도 나고 벡투더 퓨처3도 먼저 개봉전에 봤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