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일본 종친(?)의 위엄 - 도쿄 올림픽
먼저 알아두자면 일본에는 신적강하臣籍降下 또는 황적이탈皇籍離脫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종친이 종친이 아니게 되는 제도, 그러니까 임금과 다른 겨레로 나누는 제도이지요. 일본에서는 성씨불변의 원칙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上代에 종친에게 사성賜姓하여 다른 겨레로 만들어 버리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대체로 대가 멀어진 종친이 그러한데 오늘날에 사성은 안 해도 신적강하 자체는 남아있는데(사실 종친도 임금의 신하라는 동아시아 전통 개념으로 보면 이해가 안 가지만 일본에서 임금이 신의 후손이기에 종친은 신하와 다르지요.)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래도 중국이나 남월이나 유구나 한국처럼 길카리가 다른 겨레로 취급받아 계승권이 없기 때문에 종실宗室의 씨가 드물어진다는 겁니다.(그저 대가 끊어져서 망한 왕조도 유럽에서 꽤 있죠.)
특히 일본은 패전 직후인 1947년에 종친이 거의 신적강하를 당해서 다른 겨레가 되버리고 계승권도 영영 없게 되버렸습니다. 이런 이들을 일본에서는 구황족이라 부릅니다. 그런 종친 가운데 다케다노미야(竹田宮. 종친의 지위를 세습하는 종실의 분파 이름이지 성씨가 아닙니다.)가 있습니다. 신적강하로 다른 겨레가 되버리고서는 그냥 다케다씨로 불립니다.
다케다노미야의 일원인 츠네요시왕(恒德王. 작위는 봉토에 붙어야 하는데 일본의 종친은 이름 뒤에 친왕이나 왕이 붙으니 이것은 작위가 아닙니다. 언젠가 후술하겠습니다.)은 731 부대의 생체실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다케다_쓰네요시
이것만으로도 위엄이 넘치는 이 종친에게 츠네카즈(恒和. 보다시피 아버지의 첫째 이름 恒을 따서 지었습니다.)라는 셋째 아들이 있습니다. 일본 올림픽 위원회장이지요. 츠네카즈는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으로 그의 앞길은 순탄대로 같지만 뜻밖에 난관이 닥쳤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5&aid=0001164266
바로 츠네카즈가 뇌물을 뿌려서 도쿄 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는 의혹이 터진 겁니다. 츠네카즈는 힘써 부인하지만 이미 일본 언론은 충공깽입니다.
그런 츠네카즈에게 츠네야스(恒泰. 작제건-용건-왕건 마냥 3대가 같은 이름을 물려쓰네요. 그거 이제현이 대차게 비판했는데)란 아들이 있습니다. 츠네야스는 올해 4월까지 황야皇爺(임금의 할아버지뻘 되는 겨레붙이)입니다.
그런데 이 츠네야스는 악명 높은 극우혐한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32&aid=0002397182
일본 왕실가 출신의 논객이 일본 사회에 우경화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TV프로그램, 토크쇼 등에서 가벼운 톤으로 애국주의를 설파하는 접근방식이 특히 청년층의 호응을 얻으면서 그를 추종하는 모임이 급성장하고 있다.지난달 도쿄 게이오(慶應)대에서 ‘다케다연구회’ 주최로 열린 토크쇼에서 250여명의 청중은 메이지(明治) 일왕의 현손(손자의 손자)인 다케다 쓰네야스(竹田恒泰·37·게이오대 강사)의 강의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여기서는 메이지의 현손이라고 나오지만 이건 동족끼리 결혼해서 그렇게 된 겁니다. 이 사람의 극우혐한 행각을 조금 소개하자면 이러합니다.
츠네야스는 헌법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헌법학자란 작자가 한국은 법치국가가 아니고 국민여론으로만 판결이 움직인답니다.
미국을 고를까 중국을 고를까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고를까 중국을 고를까
그에게 미국과 일본은 일심동체인가 봅니다. 한미동맹이 혈맹이라 믿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츠네카즈의 뇌물 의혹이 터지고 도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날 이 극우혐한 이데올로그가 썼던 트윗이 발굴되었습니다.
https://twitter.com/takenoma/status/376517507382648832
"나는 아버지께서, "만일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성공하지 못하면 하계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국가로 아시아에서 최초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 있어서 일본의 지위가 흔들리게 될 거"라고 한탄하셨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츠네카즈가 (뇌물을 뿌리면서까지) 도쿄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려고 애쓴 영문이 한국이 먼저 하계 올림픽을 거듭 여는 나라가 될까봐 그랬답니다. 그게 아시아에서 일본의 지위를 지키는 거래요. 이걸 본 일본인의 반응은 이러합니다.
설마 이걸 좋은 이야기랍시고 쓴 건가요?
아비와 아들이 나라를 능욕.
보다시피 일본인도 어이없어 하나 봅니다.
알아두자면 일본에서 미군정이 강제로 신적강하 시킨 구황족을 다시 종친으로 되돌리자는 얘기가 있지만 거기에 반대 의견 하나가 바로 그들이 품위를 지키고 인망을 확보할지가 의문이랍니다. 위에 사례를 보면 납득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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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아무말 잔치에 그닥 신경쓰지 않고
장님나라 애꾸왕 이야기는 역사와 전통은 개뿔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