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추억소환] 가정용 콤퓨타, 기억하시나요?(2): Apple II
오늘은 오래 기다리셨던 가정용 콤퓨타 시리즈, 애플 II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라며, 아울러 애플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의 생생한 증언과 경험담 기다립니다.
Apple II 시스템
1편으로 MSX를 먼저 선보였는데요. MSX와는 대척점에 있었던 PC로 애플II 호환기종을 빼놓을수 없습니다. 1983년에서야 규격이 완성되고 비로소 보급이 시작된 MSX와는 달리 이미 1977년에 발매되었으니, MSX가 발매되던 시점에서 전세계적으로는 애플의 보급률이 비교도 안될만큼 높았죠.
(추억의 애플II 시스템)
다만 70년대에 개발된 PC라서 최신 기종이었던 MSX보다는 사양이나 성능이 뒤쳐지는것은 어쩔수 없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애플 유저였던 친구들은 MSX의 화려한 컬러와 사운드를 부러워했습니다, 반면에 MSX유저들은 애플의 방대한 소프트웨어와, 대부분의 MSX 유저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디스크 드라이브를 부러워했었죠. 롬팩은 가격이 너무 비쌌고 테이프는 로딩이 오래 걸린 반면에, 애플의 디스크 드라이브는 저렴한 가격에 비교적 빠른 로딩으로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집에 MSX가 있음에도 애플이 있던 친구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았습니다. 오늘 올리는 이 글도 당시의 추억을 밑거름으로 삼은 것이고요.
애플 컴퓨터는 70년대에 설계되었음에도 뛰어난 확장성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애플II의 메인보드)
이는 뼈속부터 공돌이(?)였던 천재 스티브 워즈니악의 혜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워즈니악의 설계에 대해 경영의 귀재(?) 스티브 잡스는 확장슬롯을 줄이자고 종용했지만, 워즈니악이 뚝심으로 밀어붙였는데요. 결국은 애플 컴퓨터의 성공을 이끌어낸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보드 오른쪽에 쭉 늘어선 8개의 확장슬롯이 든든해보이네요)
그래서 애플의 기본형 컴퓨터는 매우 단촐한 구성이었지만, 돈과 시간이 있다면 확장 카드를 통해서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머킹보드나 마우스등을 추가하는것이 가능했죠.
주변기기들
애플의 주변기기들은 MSX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는데요. 특히 조이스틱은 애플의 느긋한(?) 속도에 맞추어 여유로운 플레이를 하기에 잘 어울렸습니다.
(애플용 조이스틱입니다. 제 친구가 쓰던것은 맨 왼쪽에 있네요)
주로 왼손이나 오른손으로 조이스틱 본체를 감싸쥐고, 나머지 손으로 스틱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했는데요. 그래도 이런 조이스틱으로 올림픽이나 카라데카같은 액션게임까지 모두 소화했습니다.
(EPYX의 하계올림픽 게임입니다. 여러 종목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구현되어있었죠)
(장대높이뛰기 플레이화면)
자료사진에는 컬러로 나오는데요. 애플의 내장 그래픽은 최대 6색(...)에 지나지 않았고 그나마 해상도도 떨어졌기에 보통은 녹색 모니터를 이용했습니다. 그래도 그 화면속에 세상이 펼쳐졌었죠.
(인기 대전액션(?)게임, 카라데카입니다. 저 뿔달린 캐릭터의 무시무시함은 당해본 사람들만 압니다)
(애플용 마우스의 변천사입니다)
애플의 마우스는 지금처럼 PS/2포트나 USB포트가 없던 시절이기에 메인보드의 확장슬롯에 직접 꽂아서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상당히 크고 아름다웠죠.
(애플용 머킹보드입니다)
애플의 사운드는 내장 스피커의 비프음으로 내는것이 고작이었는데요. 이 머킹보드를 장착하면 무려 6화음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졌고, 두개의 보드를 이용할 경우에는 12화음까지 출력이 가능했습니다.(물론 외부 스피커가 필요했음) 대표적으로 울티마V는 두개의 보드와 8화음을 지원해서, 애플이라고는 믿기 힘든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주었죠.
그리고 애플을 소개하면서 언급하지 않을수 없는 소프트웨어가 있는데요. 바로 서브로직에서 만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입니다. 하늘을 날고싶은 인간의 욕망을 가정용 컴퓨터에 구현한 게임이었죠. 보잘것 없는 그래픽에 단조로운 사운드였지만, 한번 빠지면 걷잡을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했는데요. 주말이면 FS를 하느라 방구석에 처박히는 남편들땜에, 마나님들의 불만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고 합니다.
(1983년에 애플용으로 발매한 FS2)
(게임 화면)
재미있는 사실은, 이 게임에 푹 빠져있던 빌 게이츠가 강력하게 인수를 추진했다는 루머가 있습니다.(나중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걸 보면, 사실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FS의 판권을 인수했으며, 그 뒤로도 시리즈가 쭉 이어져서 2006년의 FSX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재는 MS에서 다른 개발사를 물색중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새로운 버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애플IIe
우리나라에 주로 보급된 기종은 애플II+ 호환기종이었는데요. 80년대 중후반에 비로소 애플IIe가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됩니다.
(애플IIe의 광고입니다. 무려 128kb나 되는 메모리 용량을 자랑하기에 이름도 MR128이군요.)
80년대 후반에 교육용 컴퓨터로 16비트 IBM 호환기종이 채택되면서, 애플의 전성기도 끝나고 말았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금성 마이티, 삼성 알라딘, 삼보 트라이젬등 16비트 컴퓨터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저도 삼보에서 나온 AT로 컴퓨터를 바꾸고 잠시 PC게임과는 떨어져 지내게 되었네요.(물론 콘솔은 있었습니다)
애플II용 추억의 게임들
이대로 글을 맺기엔 아쉬워서, 제가 플레이해보았던 추억의 게임들을 몇개 올립니다. (이미 섬머 게임즈와 카라데카를 소개했으므로, 8개만 추려서 올립니다)
https://archive.org/details/apple_ii_library_4am
여기는 애플2 게임들을 즐길수 있는 아카이브인데요.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번 들어보시기 권합니다. 물론 토요일이 순식간에 지나갈수 있다는 건 제 책임이 아닙니다.
블랙 매직
캡틴 굿나잇
F-15 스트라이크 이글
페르시아의 왕자
레스큐 레이더스
울티마 시리즈
윈터 게임즈
제가 가져본적이 없었던 기종이라 글 곳곳에 오류가 있을수 있지만,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보다 정확한 해설은 애플2 유저였던 회원님들께 바톤을 넘기기로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즐거운 주말들 보내시기 바랄께요.
글쓰기 |
게임은 몇개 알겠지만 애플컴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