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추억소환] 90년대 포장마차의 추억
90년대 해질녁이면 길거리에 쫙 깔리기 시작했던, 포장마차의 추억이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실겁니다. 90년대 중반 대학생이었던 저도 강의가 끝나고 해가 지면, 오늘은 또 무슨일이 없나 동방이나 과방을 어슬렁거리는것이 신입생 시절의 즐거움이었죠. 훗날 00년대가 되어 사회인으로 찾았던 포차와는 또 다른 추억거리로 기억합니다.
포차라고 하면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서면의 포장마차 골목이라네요.
여기는 최근의 종로 3가역에서 낙원상가까지 이어지는 포장마차 골목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크게 변한것은 오직 가격뿐인것 같습니다. 오백원에 소주 반병도 팔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맥주 글라스로 한잔) 지금은 포차 안주도 웬만한 주점 안주와 비교해서 전혀 저렴하지 않죠. 물론 90년대에도 생물 안주는 결코 싸지 않았지만, 고등학생때도 슬쩍 도전해봤던 학사주점이나 호프집과는 달리 포차는 웬지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기에, 그 첫경험은 상당히 색달랐습니다.
고딩시절 가끔 찾았던 투다리의 닭꼬치입니다. 이거 한접시에 4천원 정도였던 기억이네요.
강남지역 포차
대학생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가본 포장마차는 강남역 동아극장 앞에 주르륵 늘어서 있었던 포차들입니다. 비록 지금은 복고풍 실내포차나 분식 노점상 정도에서 옛모습을 조금 엿볼수 있지만, 강남대로 바로 옆에서 오돌뼈에 한잔을 나누던 그곳은 다시 볼수 없게 되었네요.
오돌뼈를 시키면 홍합국물과 오이 한접시는 서비스로 주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서울 시내에 포장마차 거리는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지만, 강남역 포차 다음으로 기억이 나는 곳은 다름아닌 잠실역 포차입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지만, 공터로 남아있던 시절 그곳에는 포차가 성업중이었죠.
사진속에 롯데캐슬과 시그마타워가 보이는걸 보니 상당히 최근까지 했었군요.
사실 80년대만 해도 석촌호수변에는 온통 포장마차 천지였습니다. 지난 1989년에 기습적으로 서울시가 밀어붙인 철거작업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요.
대학로 혜화역 포차
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곳은, 혜화역 4번 출구 앞에 저녁때만 되면 쫙 펼쳐지던 포차들이었습니다. 골목이 상당히 넓은 편이었는데요. 한창 경기가 좋던 90년대 중반에는 빈 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죠.
여름밤에 이곳에서 산낙지에 소주 한잔 기울이던 기억이 눈앞에 선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골목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순대볶음과 술국을 파는 골목이 나오는데요. 심야영업을 했기에 그곳에서도 선후배들과 섞여서 밤새 마신적이 있었습니다. 찾아가지 않은지 10년 가까이 되었기에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만요. 육교 건너편에 있던 원조꼬치오뎅도 아직 있는것 같더군요.
해산물 안주들
포차의 꽃은 즉석에서 조리하는 생물 재료인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먹어본 산낙지의 짜릿한 경험이란... 제 주변 사람들은 산낙지를 먹을수 있는 사람과 못먹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오도독한 식감의 아나고도 많이 시키던 안주였습니다. 제 취향은 꼼장어쪽에 가까웠지만요.
그 자리에서 볶아주던 꼼장어 한접시면 소주가 무한정 들어갔었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포장마차 꼬막이 최고죠! 정말로 소주가 짝으로 들어갔습니다.
종로의 포차들
저번에 굴보씸집으로 소개한, 서울극장 근처 포장마차들도 기억납니다. 아직도 영업하는 모양이네요.
종로의 낙원상가부터 전철역 출구까지 있는 포장마차 골목도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피맛골이 더 유명했었죠. 재개발로 인해서 대부분의 단골집들이 사라져서 더이상 찾아가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 혹시 이곳은 아직 남아있지 않을까 하네요. 최근 사진들이 있는걸 보니, 나중에 서울에서 번개를 한다면 이곳에서 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여기가 어딘지 기억하시겠어요?
아마도 이 사진을 보면 바로 기억이 나실겁니다.
비좁은 실내에 퀴퀴한 막걸리 냄새와 한쪽에서 굽고있는 임연수 구이 냄새가 가득했던 그곳, "와사등" 입니다. 신입생때 처음 가보고는 별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었는데요. 온통 벽면에 가득한 낙서와 함께, 어느새 해가 지면 자리가 꽉 채워지던 그곳의 분위기가 그립네요. 안주는 임연수, 개떡(부침개), 두부김치 3가지로 기억하는데요. 술이 떨어지면 전화 한방에 오토바이로 푸대째로 배달해주던 막걸리는 문화충격이었습니다.
논현동 먹자골목
90년대는 아니지만 0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포차가 바로 집 근처에 있었는데요. 현재의 백대표, 백종원씨가 요식업을 시작한 논현동 골목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던 곳이죠.
항상 사람이 많은데요. 아마도 강남 한복판치고는 납득할만한 가성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고 인기 메뉴, 매운닭발입니다. 전 주먹밥만 좋아합니다.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이라는군요. 워낙 강남에서 한잔 한지가 오래되어서, 백종원 본점들도 상호가 바뀌고 있다는 논현동 먹자골목에 가면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참고로 전 쌈밥집을 더 좋아했습니다.
한때는 갈비집들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마포갈비와 삼미갈비만 서로 마주보고 살아남았네요.
삼미갈비가 좀더 수용인원이 많지만, 좌식 테이블이 대부분이라 신발 분실에 주의하셔야 됩니다.
갈비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있는 함지곱창입니다. 꽤 유명한 집이지만 가격대가 제법 나가는데요. 볶음밥이 맛있습니다. 사실 곱창 2~3인분이면 돼지갈비를 양껏 먹을수 있으니 대학생때는 갈비집 위주로 갔었던 기억이네요.
*보너스
보너스로, 제가 국딩시절인 1980년대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던 영동 스낵카를 소개하고 갑니다.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진 곳이었는데요. 즉석 우동과 즉석 짜장으로 일대에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롯데백화점으로 바뀌기 전 모습입니다. 스낵카 버스가 보이네요. 사진을 보니 열심히 분당선 공사를 하던 시기였나봅니다.
아시다시피 분당선 한티역이 생기고 근처 아파트들이 싹 재개발되면서 엄청나게 비싼 동네가 되었지만, 이 영동스낵카는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되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네요. 통행이 많은 곳이라 지나가 본지도 오래되었지만, 언제 지하철을 이용해서 한번 가봐야할것 같습니다.
제 국딩시절엔, 실제로 이 버스 안에서 국수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교적 그때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네요. 지금은 문화유산이되어 옆의 건물에서 식사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푸드트럭의 원조라고도 하던데요. 당시의 스낵카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이곳만이 남은 모양입니다.
어렸을적 추억을 담은 어떤 곳들은 사라져 갔지만요. 아직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에 따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곳 외에도 수많은 포차들이 눈앞을 스쳐가지만,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추억의 포차는 어디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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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투다리! 정말 오랜만에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