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음악] 7월을 여는 유라이어 힙 이야기
해마다 7월이면 자동으로 머리속에서 재생되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록밴드 유라이어 힙의 "July Morning"인데요. 이 곡과 "Rain"등의 노래가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았지만, 그들의 내한은 1993년에 와서야 이루어졌습니다. 유라이어 힙의 결성이 1969년이었음을 생각하면, 얼마나 늦은 내한공연이었는지 이해가 가실겁니다. 전성기를 지난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딴 밴드나 다름없었죠. 기타리스트 믹 박스를 제외하고는 밴드 사운드의 기둥이었던 켄 헨슬리와 데이빗 바이런이 모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흥의 민족 답게, 전성기가 10년 이상 지난 후에야 찾은 노장들에게도 한국 관객들은 열띈 호응을 보여주었다는데요. 다행히 유라이어 힙은 아직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얼마전 디피에 공연 후기를 올려준 분이 계셔서 감사하게 읽었네요. (참고로 유라이어 힙의 이름은 찰스 디킨즈의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등장인물에서 따왔습니다)
그들의 데뷔 앨범은 음악성보다도 어느 평론가의 전설적인 평으로 유명해졌는데요. 롤링스톤지의 멜리사 밀스의 앨범 리뷰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될 정도입니다. 그 리뷰는 바로, "만약 이 밴드가 뜬다면 난 자살할것이다. 앨범의 첫번째 노트부터 듣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였습니다. 이정도면 평론이 아니라 저주 수준이었네요.
물론 유라이어 힙은 비평과는 상관없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해마다 7월이면 생각나는 명곡을 만들었고, 50년이란 세월동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멜리사 밀스가 자살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네요.
Come Away Melinda
밴드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원곡은 칼립소의 제왕 해리 벨라폰테의 1963년 곡인데요. 데이빗 바이런의 목소리로 나직하게 불리우는데, 원곡과는 또 다른 서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Easy Livin'
밴드의 4집인 'demons & wizards' 수록곡입니다. 불과 1969년에 결성한 밴드가 3년만에 네번째 앨범을 내다니 정말 빠른 작업 속도가 아닐수 없네요. 빌보드 차트에서 처음으로 top40에 진입하면서 미국에서의 첫 히트곡이 되었으며, 유럽 전역에서 크게 사랑받았습니다.(정작 영국에서 차트에 들지 못한것은 함정) 영화팬들에겐 알 파치노 출연작인 독 데이 애프터눈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합니다.
Gypsy
그들의 데뷔앨범 A면 첫번째를 장식하는 프로그레시브에 가까운 곡입니다. 영상의 길이가 제법 긴것처럼, 앨범 버전은 6분이 넘는 대곡인데요. 싱글 발매된 버전은 절반도 안되는 길이로 편집되었습니다. 앨범마다 키보드가 강조된 대곡들이 대부분 포함되는데요. 그래서인지 4집 발매 전까지 멤버들의 교체가 잦았으며, 1972년이 되어서야 라인업이 안정되고 명곡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July Morning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레드 제플린에게 STAIRWAY TO HEAVEN이 있고, 딥 퍼플에게 CHILD IN TIME이 있다면, 유라이어 힙에게는 이 곡이 있다 하겠네요.
Lady in Black
켄 헨슬리가 만든 곡인데요. 데이빗 바이런이 이 곡을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아서, 켄 헨슬리가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잡고 부르는걸 영상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라이브에서 떼창을 유도하는 곡으로도 유명한데요. 훗날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했습니다. 특히 두번째 앨범의 동명의 곡 Salisbury는 무려 16분이 넘는 대곡인데요. 유라이어 힙의 앨범마다 나타나는 대곡들의 계보를 이어갑니다.
Prima Donna
유라이어 힙에게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안겨준 리턴 투 판타지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이 앨범의 발매 전에 베이시스트가 게리 태인에서 존 웨튼(아시아로 유명한)으로 교체되었는데요. 게리가 1974년 공연 도중에 입은 감전사고 때문에 약물 중독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게리는 이듬해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요절했습니다.
Rain
역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아마도 한국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오는 날이면 반드시 어디선가 이 곡을 듣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요.
Sunrise
밴드의 대표작중의 하나인 매지션스 버스데이 앨범 수록곡입니다. 켄 헨슬리가 작곡하고 바이런이 불렀는데요. 특히 공연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이기도 합니다. 밴드의 첫 라이브 앨범에서,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도 쓰였죠.
Sweet Lorraine
오프닝부터 켄 헨슬리의 무그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데요. 역시 라이브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빌보드 91위까지 올랐으며, 결국 골드 인증을 받는데 큰 도움을 주었죠. 이 앨범에서도 타이틀과 동명의 곡인 Magician's Birthday가 1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대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Sympathy
데이빗 바이런 이후에 가입한 존 로턴이 불렀는데요. 밴드의 열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와이즈맨에 이은 두번째이자 앨범의 마지막 싱글이었는데요. 이 앨범을 녹음하기 전에 존 웨튼이 탈퇴했으며, 새 베이시스트로 트레버 볼더가 참여했습니다.
Tears In My Eyes
밴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앨범 'Look At Yourself'의 수록곡입니다. A면의 마지막을 줄라이 모닝이 장식한다면, B면의 첫곡으로 이 곡이 듣는이를 사로잡는데요. 제목만 보고 청승맞은 발라드가 아닐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Wizard
밴드의 4집 A면 첫번째 곡입니다. 켄 헨슬리와 잠깐 몸담았던 베이시스트 마크 클락이 작곡했으며, 가사를 들으면 아더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멀린이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간달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앨범의 제목처럼 대부분 수록곡이 중세 판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4집을 녹음할때 밴드의 분위기가 가장 최상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다음 앨범인 매지션스 버스데이는, 불과 반년만에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오늘 리스트가, 유라이어 힙의 초중기 앨범 수록곡으로 약간 편중된 느낌이 드신다면 바로 보신겁니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바이런의 목소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밴드를 떠난 이후의 곡들은 예전만큼의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정확히 표현하면, 음주와 관련하여 밴드에서 해고되었습니다) 데이빗 바이런은 1985년, 채 40세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요절했습니다. 알콜중독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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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밴드는 볼수록 묘합니다.
유라이어 힙은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생김새도 기괴하고(?) 정말 못된 악역인데 이 이름을 따다가 밴드를 만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