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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단상]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위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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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 15:24:00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스스로 권력을 획득했다기 보다는 탄핵정국 당시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던 압도적인 민심에 의해 추대된 대통령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 이전 민주당의 개혁도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이 뒤에는 김종인을 비롯한 일부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의 공로도 있었습니다 (일부 지지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겠지만). 그 결과 민주당은 전통적인 진보와 더불어 전문직과 중산층으로 대변되는 중도층을 포괄할 수 있었고 진정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새로운 색깔과 박근혜심판이라는 민심이 합쳐 문재인 정권을 출범시켰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았고, 문서를 파기하였으며 정상적인 정권이양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난제 속에서 국정을 처음부터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초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면서 급기야 지지율 8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그런데 전례없는 지지율에 취한 것인지, 실전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은 잘못된 인사와 정책을 남발하였고, 여러 실수를 거듭하여 오늘날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험이 부족합니다. 재야 변호사,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수석, 그리고 추대된 당대표를 역임한 것이 전부이고, 실제로 정치권 바닥에서 몸에 진흙을 묻히고 처절하게 싸워본 경험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가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고 또 상징이 되었으니 기존 정치권에서 한발짝 떨어져 보다 위에 있는 존재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일종의 구심점이 되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조응천, 김병기도 그렇고, 심지어 지금은 [일부 사이트]에서 집중적으로 욕먹는 금태섭까지 말이죠.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렇게 추대된 리더의 한계를 명백히 목도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힘겨운 투쟁이며, 리더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힘든 선택을 하며 전체상황을 조망하고 또 갈등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합니다. 
삼국지로 치면 유비의 덕망과 조조의 교활함을 두루 갖춰야 합니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아마 동력을 크게 상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광화문은 조국 사퇴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문재인 사퇴를 부르짖을 것이며
서초동에 모였던 수백만 역시 순순히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는 이제 남북관계가 아닙니다. 
임기말까지 분열된 이 두 한국을 다시 봉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정상적인 국정을 가능케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압도적이고 소모적인 정치분쟁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국가가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갖 종류의 재해와 재난의 일선에서 진두지휘한 것은 총리이며, 각종 국가정책을 실제로 집행한 것도 총리였으며
그리고 국회에서 대통령을 대신해 야당의 모든 공세를 온전히 감내하고 답변한 이도 이낙연 총리였습니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차후 중요한 과제는 안정적으로 이낙연 총리에게 정권을 이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포스트-문재인 시대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낙연 총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출신으로 동아일보 정치부 및 국제부 기자를 역임하였으며 민주당에 입당 후 당의 실무를 도맡아 책임졌으며, 국회의원 당시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위원회, 국방위원회, 산업자원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굵직한 상임위를 모두 역임하였습니다.
한편 진보적 성향의 정치인 치고는 특이하게도 한일의원연맹의 간사장 및 부회장도 역임하였죠. 

문학도서를 탐독하며 낭만적 기질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이낙연 총리는 비문학, 주로 국제정치와 경제 등의 도서를 탐독하고 이는 그가 현실에 대한 [실용주의적] 관점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게다가 2000년부터 다년간 국회의원을 역임하면서 주요 상임위를 두루 경험하고 또 도지사까지 역임하면서 의정활동과 행정활동을 모두 거친 정치인은 흔치 않습니다. 과거 로마 공화정으로 치자면 [Cursus Honorum]을 거쳤다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그는 개인적 인망 때문인지, 능력 때문인지 적이 적습니다. 
야당 공세가 가장 노골적이고 맹렬한 국회 대정부질문 때조차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그를 함부로 욕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위임된 [통치권, Imperium] 외에도 [권위, Auctoritas]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몇몇 5급 이상 공무원들의 평에 의하면 이낙연 총리에 대해서는 대부분 꽤나 리스펙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리더 본인이 실무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게 위임된 통치권과 그 자신의 권위를 십분 발휘해야 합니다. 
입헌군주정의 군주가 아닌 실무형 총리가 대통령이 되어 과감하고 능률적으로 국가를 이끌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위한 과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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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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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14 15:31:40

문통이 치열하게 싸워본 경험이 없다는건 전혀 공감이 안됩니다

 

평생 노동자와 소외계층을 변호하며 법권력과 싸웠고, 

밑바닥까지 때려맞는 대통령 옆에서 함께 했으며, 

그가 어떻게 권력과 언론과 검찰에 버림받고 조롱당하며 죽어갔는지 옆에서 하나하나 지켜봤고

 

이익이면 똘똘뭉치는 보수당과는 전혀다르게, 절대 합의점을 찾을수 없는 각각의 계파들이

죽어라 싸우대는 야당의 당대표를 지내며 쳐낼사람 쳐내고 당을 탈바꿈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어떤 정당도 민주당만큼 변신에 성공한 당이 없을겁니다. 

본인도 대선때 온가족이 다 털리고 아들이 난도질 당하는걸 지켜봤고요. 

 

문통만큼 많은 진흙탕 싸움을 다양한 자리에서 거치면서 그걸 넘어서온 사람은 없을걸요, 

말씀하시는 편안하고 순수하게 산 사람들은 나경원 황교안에게나 어울릴듯

그가 순수해보이는건, 그런 온갖 더러운꼴을 볼만큼 다보고 전장에서도 직접 싸우지만

절대 품위를 잃지 않고 원칙대로 싸우기 때문입니다

WR
1
2019-10-14 15:32:26

재야 운동가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현실 정치인의 자질은 다른 법입니다. 

2
2019-10-14 15:33:46

생각하시는 문통보다 빼어난 현실 정치인의 좋은 사례는 누구일까요? 

1
2019-10-14 15:30:47

견해는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만, 문통은 단순히 추대된 사람이 아닙니다.

박근혜처럼 대놓고 얼굴마담으로 써먹은 인간이 아닌 이상 대선후보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야당(박근혜 때 일이니) 대표때 안철수의 내부 분란을 정리하고 결국 대통령까지 된것만 봐도 절대 폄하할 사람은 아닙니다.

 

물론 이제 2년 정도 남았으니 후계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국 공격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혹독한 검증(사실 흠집내기나 다름없지만)을 견뎌낼만한 사람이 필요하죠. 그런 인물이 또 나오긴 하겠죠. 이낙연 총리가 일단 보여준건 있으니 기대해 봅니다.

 

자한당 후보는 비리 종합세트가 나와도 관심조차 없는데 참........이런 불공평을 바꾸려면 결국 시간이 답인 모양입니다.

1
Updated at 2019-10-14 16:02:49

저는 역으로 묻고 싶습니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보다 정치를 더 잘한 사람이 있습니까? 김영삼처럼 협작을 해서 정치를 하면 잘하는 것인가요? 이명박근혜처럼 언론과 검찰을 부려서 하면 잘 하는 건가요? 80프로 지지율 본적도 없는 지지율입니다. 소위 진보계열 대통령 세분 중에서도 유일하게 달성한 것이죠. 그게 촛불시위로 인한 추대였기에 가능했다고요? 촛불시위를 하고도 문통령은 40프로 넘는 지지율로 당선되었고 그러므로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의 자산은 40프로에서 시작한겁니다. 그걸 80프로까지 끌어올린 것은 문재인 정부의 능력입니다. 이제 보다보다 문재인 무능론을 펴는 것을 봐야하다니 이래서 조국 사퇴를 반대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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