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2019년 노벨 화학상 - 리튬이온전지

 
25
  2844
Updated at 2019-10-21 21:38:09

프차에 정치글 말고 다른 글을 늘리기 위한 노력으로

노벨상 시리즈를 연재해볼까 싶습니다. (약속은 아님니다. 엿장수 맘이죠. )

 

2019년 노벨 화학상은,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의 발명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바로 리튬이온 전지입니다.
리튬이온 전지는 1991년에 처음 소니에 의해 상용화되었습니다. 이제 28년 되었군요.
리튬은 모든 금속 중에서 이온화 경향이 가장 높고, 표준 환원전위가 -3.04volt나 됩니다. 기존 알카리 전지의 음극재료인 아연의 환원전위가 -0.76volt니까 전압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튬을 이용한 전지를 만들면 전압이 높은 고에너지 전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만, 리튬은 반응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오랫동안 충방전이 가능한 장수명 전지를 만드는 것이 문제였고, 지금도 많은 연구원들이 이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충방전이 가능한 리튬전지를 만든 분이 이번 노벨상 수상자 3명 중 하나인 스탠리 휘팅겐 교수입니다. 그는 70년대에 엑손(Exxon)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충방전이 가능한 리튬전지의 원리를 발견했고, 실제로 제작해서 실증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양극재료로 이황화티타늄을 사용했는데, 리튬은 이 양극재료의 결정구조에 한층한층 차곡차곡 쌓여있다가, 충전이 시작되면 전자는 전지 바깥에서 도선을 따라 양극에서 음극으로 가고, 리튬은 결정구조를 빠져나와 전지 내부에서 전해액을 헤엄쳐 음극으로 가게 됩니다. 휘팅겐이 만든 전지에서 음극은 그냥 리튬 금속판입니다.
휘팅겐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리튬은 마치 식빵 사이에 바른 잼처럼 양극 결정구조 안에 있다가, 충전이 시작되면 리튬이 빠져나오는데, 여기서 핵심은, 리튬이 빠져나와도 결정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물질의 구조가 유지되면서 리튬만 마음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게 되는, 소위 ‘인터칼레이션’이라는 과정이 그가 주목한 화학반응 현상입니다.

휘팅겐 교수가 리튬이온 전지의 개념을 증명해 보인 이후, 보다 좋은 전극 재료 및 전해액 등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텍사스대의 구디너프 (Goodenough, 충분히 좋은?) 교수는 옥스포드 재직시절인 1979년에 아주 우수한 양극재료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가 보통 LCO라고 부르는 리튬 코발트 산화물입니다. LCO는 산소 - 코발트 - 산소 - 리튬 순으로 시루떡처럼 층층이 이루어진 결정구조를 가지는 물질로, 충전시 리튬이 약 절반정도 빠져나가도 구조가 유지되고, 방전시에는 다시 원래 있던 빈자리로 리튬이 돌아가게 됩니다. 원자단위의 기계장치 같은 거죠.
구디너프 교수는 이 외에도 올리빈(우리말로는 감람석, 보석인 페리도트도 올리빈 계열입니다.) 계열의 리튬 인산철이나, 스피넬(우리말로는 첨정석) 계열의 망간 산화물도 제안했었으며, 모두 실제로 상용화되었습니다.
LCO는 특성이 우수하여 한때 리튬이온전지의 대부분을 차지했었지만 코발트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고, 인산철은 값이 싸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물질로 여겨져 중국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였었습니다. 망간 스피넬은 매우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출력 특성으로 초기에 상당히 주목받았으나, 수명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도태되었습니다.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양극 재료는, 구조적으로 LCO와 동일하지만 코발트 100% 대신에 니켈과 망간을 섞어서 사용하는, 소위 NCM (혹은 NMC) 물질입니다. 가격과 에너지밀도,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점차 니켈의 비율을 늘려가는 추세이고, 니켈함량이 높을 때는 테슬라가 사용한 것처럼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한 NCA를 쓰기도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음극재료들도 연구가 되었는데, 휘팅겐 교수 등 초창기 연구자들이 구성했던 전지에는 음극이 그냥 리튬금속 호일이었습니다. 이 경우, 충전시 양극의 리튬이온이 음극의 리튬금속 위에서 환원하여 금속막이 자라게 되는데, 이때 금속이 나무가지처럼 삐죽삐죽 불균일하게 자라서 전지 내부의 분리막을 파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원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물질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때 최초로 흑연을 음극재료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보여준 사람이 모로코 출신의 야자미 박사입니다. 그의 연구결과는 매우 중요한데, 오늘날 리튬이온 전지의 대부분이 음극재료로 흑연을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실리콘을 첨가하기도 하고, 다른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희생하고 티타늄 산화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사실상 흑연을 음극재로 사용한 리튬이온전지가 거의 100%라고 보셔도 됩니다.
그러나 야자미 박사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해당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데, 노벨상은 개인으로는 한번에 3명까지만 수여할 수 있다는군요. 야자미 박사는 노벨상 위원회가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을 것으로 믿고 있으며, 노벨상을 수상한 세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최초로 리튬이온전지를 상용화한 곳은 일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소니인데, 아사히 카세이와 도시바의 합작회사에서도 같은 시기에 출시했다고 하네요.
요시노 박사는 1972년 교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줄곧 아사히 카세이에서 평생을 근무했다고 합니다. 1983년에 양극재로 LCO를 쓰고, 음극재로 폴리아세틸렌을 사용해서 전지를 제작했는데, 이것이 현재의 리튬이온 전지의 직접적인 조상이라고 합니다.
이후 에너지 밀도 및 전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음극재를 탄소계로 바꾸고, 집전체(current collector)라고 부르는, 전극물질을 올리는 기저 재료로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합니다. 또한 내부쇼트를 막기위한 분리막의 특성을 개선하고, 안전장치도 추가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젤리롤 이라고 부르는, 얇은 전극재와 분리막을 합쳐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돌돌 말아서 만드는 전지구조를 고안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전극 자체의 전기 전도도와 리튬이온의 이동속도가 크지 않아도, 넓은 표면적으로 인해 충분한 크기의 출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요시노 박사는 리튬이온전지를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전극재료들은 - 지금은 잠시 주춤한듯 합니다만 - 앞으로도 계속 탐색될 것입니다. 현재는 알려진 재료의 점진적인 개선이 주된 연구방향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설명이 거의 없었던 전해액 관련한 부분이, 사실은 각 회사의 노하우가 매우 두드러진 부분입니다. 기본 용매 혼합물과 염(salt), 그리고 특성을 개선하기 위한 소량의 첨가제들을 섞은 ‘칵테일’이 마련되어 있고, 이들의 조성과 함량을 조절함으로써 민감한 전지의 특성을 제어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이 전해액을 고체로 구현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분리막이 필요없어지고 전지가 훨씬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몇년 전에 다이슨(청소기 만드는 그 회사!)에서  전기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일이 있습니다. 이 때 이 회사가 미국의 한 벤쳐회사를 인수했는데, 그 회사가 전고체(전해액이 고체면 전지의 모든 소재가 고체라서 전고체라고 부릅니다.) 전지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전고체 전지가 벌써 상용화에 이르렀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했는데, 바로 며칠 전에, 다이슨이 전기자동차 개발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평범한 전기차야 다이슨도 만들 수 있었겠지만, 기존의 자동차 회사와 경쟁하려면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했을 텐데, 그걸 확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전고체 전지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전기차’ 타이틀을 획득하려는 게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한가지 더, 구디너프 교수의 올해 연세가 97세라고 합니다.  역대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상은 사망자에게는 수여되지 않습니다. 누가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말에 '오래 살아라'라고 했다는 농담도 있죠.
 

 

님의 서명
Busy, busy, busy,

is what we Bokononists whisper whenever we think of how complicated and unpredictable the machinery of life really is.
15
Comments
2
2019-10-21 21:37:33

잘 읽었습니다. 어려운 용어들이 나와서 이해는 많이 안되지만 재미있어요. 자주 올려주세요~

WR
2019-10-21 21:39:52

감사합니다. 제 연재물의 첫번째 애독자십니다. ^^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는군요. 앞으로도 열심히 적어보겠습니다. ^^

Updated at 2019-10-21 21:41:18

저도 다른 글을 좀 올려보려고 고민 중인데..

이런 글은 항상 추천입니다!

 

퐈이팅!! 

WR
1
2019-10-21 21:45:20

캄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쇼~~

(으잉?)

2019-10-21 21:45:29

내용이 어려웠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공자들이나 업계에 계신분들의 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음에도 기대하겠습니다.

WR
2019-10-21 21:51:05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시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고... 그렇습니다.

2
Updated at 2019-10-21 22:31:14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문돌이로서 이해가 잘 되네요 ^^;

WR
2019-10-21 23:08:41

이해하신 바가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0-22 08:21:03

집전체 부분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양극은 Al 박을 쓰고 음극은 Cu 박을 씁니다. 그 이유는 충방전시 각각전극의 potential에 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음극에 Al 박을 쓰려면 양극활물질을 LTO로 써야 하는데 그러면 용량이 확 떨어져서 잘 쓰이지 않습니다.  전고체 전지는 들은바에 따르면 아직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이 안되서 상용화 하는데 갈길이 먼거 같습니다.  Cost, 용량 등등에서 아직 갈길이 멀다고 그러더군요

WR
2019-10-22 08:22:32

엡. 정확하십니다.
알루미늄은 passivation 효과가 있어서 요시노박사가 양극에 채용했다고 하네요.

2019-10-22 11:36:29

 내연기관(자동차) 밧데리에도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 밧데리가 사용되는지 궁금합니다.

WR
2019-10-22 15:46:58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는 거의 다 납축전지를 사용합니다. 1번 이유는, 가격이 싸기 때문이고, 2번 이유는, 모든게 이미 표준화 되어 있어서 구태여 바꿀 필요가 없어서일 거 같습니다.
48volt system이나 그 이상의 xEV가 확산되면, 어쩌면 납축전지도 더이상 사용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만, 현재는 납축전지 시장도 전체 배터리 시장의 절반정도 차지한다고 하니까요...

2019-10-22 15:54:32

잘 이해하였습니다.

2019-10-23 20:44:51

재미있네요.

WR
2019-10-23 20:56:26

감사합니다. ^^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