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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2019년 노벨 물리학상 - 1) 외계행성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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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23 20:56:03

지난번 화학상 반응이 괜찮아서 필 받았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리며, 연이어 연재합니다.  *꾸벅*


2019년 물리학상은 화학상과 달리 매우 순수한 연구에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한때 별볼일 없어 보였던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서 마침내 돌파구를 찾아내고 핫한 분야(?)가 되도록 기여했다는 점에서는 화학상과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3명의 공동 수상자가 있는데, 노벨상 위원회에 따르면, “절반은 물리우주론의 이론적 발견의 공적을 세운 피블스 교수에게, 나머지 절반은 태양과 비슷한 항성을 공전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한 마요르, 쿠엘로 교수 두명에게 수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가 편한 마요르 교수와 쿠엘로 교수의 업적을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은 꽤 오래 전부터, ‘외계에 우리같은 지적생명체가 존재할까?’ 하는 궁금증을 가져 왔습니다. 토끼가 방아찧는 달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별자리들에 붙여진 이름과 이야기들도 마찬가지구요.

또한 옛날부터 사람들은 달과 태양은 물론, 수성, 금성, 목성, 토성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티코 브라헤는 16세기에 살았던 천문학자인데, 그가 수십년동안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긴 별들(무려 천여개!)과 행성의 위치에 대한 자료들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고 합니다. 망원경을 사용하지 않은 관측으로는 거의 극한의 기술이었다고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재밌는건, 티코 브라헤는 수정된 천동설(태양은 지구를 돌지만, 다른 행성들은 태양을 돈다는…)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 별들을 관찰했지만, 그의 방대하고 정확한 관찰자료들은 그의 제자, 요하네스 케플러에 의해 분석되어 케플러의 법칙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케플러가 발견한 법칙들 (행성의 궤도는 타원이고, 태양은 타원의 한 초점에 존재하고, 주기의 제곱은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하고,  행성이 궤도를 따라 움직일 때, 같은 시간동안 휩쓸고 지나가는 부채꼴 모양의 면적은 항상 일정... )은 후에 아이작 뉴튼이 자신이 만든 운동역학과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모두 설명해 냅니다. 고전물리학 사상 최고의 슈퍼스타가 탄생한 거죠 *빰빠라밤~~~*. 동시에, 라플라스 같은, ‘우주는 거대한 기계’라는 식의 세계관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됩니다.


말이 좀 빗나갔는데, 망원경 등 천문기술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더 많은 천문지식이 쌓이고, 이렇게 수많은 별들 중에 지구같이 생명체가 살기 좋은 돌덩어리를 품고 사는 별이 과연 없겠는가, 하는 매우 합리적 의심이 들게 됩니다. 확률 계산이야 얼마든지 가정을 세워서 수백개다 수천개다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누가 “그래서 그게 어디에 있는데?”라고 하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

별, 즉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니까 관찰이 쉬운 편이었지만,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스스로 빛이 나지 않으므로 관찰하기가 어렵거든요. 달이나 금성 같으면야 거리가 가깝고 태양의 반사광만으로도 충분히 관찰이 되지만, 수십광년 떨어진 곳에서 깜깜한 우주를 무심히 돌고 있는 돌덩어리 (혹은 가스 덩어리)를 무슨 수로 관찰할 것이냐… 가 문제죠.


쿠엘로 교수는 1995년에 제네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마요르 교수가 지도교수였습니다. 마요르 교수는 쿠엘로 당시 대학원생과 별들의 시선속도라는 것을 측정하고 있었는데, 별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현재 위치에서 주기적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별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별이 하나가 아니고 태양같은 별 두개가 서로를 마주보며 돌고 있는, 소위 연성계(binary system)인 경우도 있고, 별은 하나인데, 그 태양을 돌고 있는 행성들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태양도 태양계 내의 여러 행성들의 영향으로 제자리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도플러 분광학이라는 것인데, 투수의 투구속도나 자동차의 과속을 잡아내는 스피드건과 원리가 같습니다. (참고로 이동형 장비만 그렇고, 고정형 과속단속 장비는 길바닥에 루프를 설치하는데,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마요르 교수가 처음 사용했던 장비는 COREVAL이라는 장비였는데, 곧 관찰하는데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시선속도의 측정 정확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쿠엘로 박사 및 마르세이유 천문대의 바란 박사와 함께 성능이 개선된 새로운 장비를 만들게 됩니다. 이것이 ELODIE라는 장비로, 기존의 1km/s 오차를 가진 COREVAL 장비에 비해 15m/s까지 검출 가능한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이 장비는 1994년에 프랑스의 한 천문대에 설치하게 되고, 1년만에 페가수스 자리의 51번 별에 목성 타입(치고는 좀 뜨겁지만…)의 행성이 존재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태양계와 같은 보통의(?)(속칭 main sequence star라고 하는…) 항성에서 발견된 첫번째 행성입니다.

이 이후로 지금까지 4000여개의 외계행성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외계라는 것은 태양계 바깥이라는 의미이죠.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천칭좌의 별 중 하나인 글리저(Gliese) 581 행성계에 있는 Gliese 581c라는 행성입니다. 발견된 행성 중  골딜락스 존이라고 부르는 조건을 만족하는 최초의 행성입니다. 아기곰네 집에 쳐들어간 대책없는 아가씨 이야기 아시죠? 골딜락스 존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영역을 의미하며, 한마디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 같은 후보행성이라는 뜻입니다.

 

즉, 2019년 노벨물리학상의 절반은, 외계행성을 최초로 발견해낸 업적에 주어졌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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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y, busy, busy,

is what we Bokononists whisper whenever we think of how complicated and unpredictable the machinery of life really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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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0-23 20:23:49

와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WR
2019-10-23 21:11:09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
2019-10-23 20:27:42
무슨말인지 모르겠지만 잘 읽었습니다
WR
2019-10-23 20:55:04
 아뭏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굽신굽신*
2019-10-23 20:34:54

흥미 있는 과학에 대한 주제의 글은 언제 봐도 재미있습니다.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WR
1
2019-10-23 20:55:21

고맙습니다.^^

2019-10-23 20:57:51

별 같은 항성과 달리 지구와 같은 행성의 발견이 어려운거였군요... 특히 골딜락스 존으로 추정되는 태양계 밖의 행성 발견...

인류가 대단하긴 하군요... 훗날 지구에 희망이 없을시 갈 곳도 미리 알아보고 또 외계 생명체 발견 이런 의미가 있는 모양 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2019-10-23 21:05:42

인류가 과연 그런 별에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참 대단하긴 합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19-10-23 21:51:19

해당 년도의 업적으로만 주는게 아니었군요? 처음 안 사실입니다. 그럼 노벨상 줄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건가요 ㅋㅋㅋ

WR
2019-10-23 22:01:04

예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노벨상이 적절하지 않은 업적에 수여돠는 것을 막기 위해 굉장히 신중하다고 하네요. 어느정도 역사적인 평가가 이루어졌거나, 혹은 너무 명백한 업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보니 별거 아니었네... 이렇게 되면 안된다는 거죠. 그래서 결론은... 오래 살아라! 입니다. 

2019-10-23 22:26:54

이거슨 디피의 맛! 아니것습니까!!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WR
2019-10-23 22:48:08

감사합니다. ^^

기운내서 다음편도 준비해 보겠습니다. ^^

Updated at 2019-10-23 22:52:23

좋은글 잘 봤습니다. 외계행성이 외계항성 앞을 지나갈때 항성의 표면에 나타나는 행성의 그림자로 존재를 유추해내기도 한다더군요.  외계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위치하더라도 생명체의 발달단계가 지구와 같은 단계인 행성을 찾아내기란 지극히 어려울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류에게 지구란 존재가 더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WR
2019-10-23 23:07:40

행성을 찾는 방법이 꽤 있더라구요. 방법마다 한계들도 있구요.

생명체가 있다 해도, 그걸 알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9-10-23 22:50:44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요. 왜 외계생명체가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 존재할 거라고 가정하는 건지요?

말 그대로 외계생명체니까 물도 안마시고 숨도 안쉬고 수천도의 온도에서 살 수도 있을텐데요.
예전에 찾아보니 우주생물학(astrobiology)라는 게 있긴 하더군요!!

WR
2019-10-23 23:10:24

그러게 말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9-10-23 23:43:26

알고보니 인류가 곧 젤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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