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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2019년 노벨 물리학상 - 2) 물리우주론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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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23 21:15:47

2019년 노벨 물리학상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수상자는 3명이지만 실제로는 두 그룹으로 볼 수가 있고, 피블스 교수 혼자 절반의 기여를 인정 받았습니다. 

피블스 교수의 업적은 이해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딱 꼬집어 말하기는 곤란하고... “전반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했다...” 류입니다. 

 

그가 기여한 분야는 물리우주론(physical cosmology)이라는 분야입니다. 물리우주론의 대상은, 당연히 우주인데, 특정 별이나 시스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탄생과 종말을 연구합니다. 즉, 물리적인 대상으로서 우주를 연구한다는 것이죠. 

아마도 물리우주론의 시초는 아인시타인의 일반상대론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일반상대론을 정리하면서 아인시타인이 계산해 보니까, 우주는 지속적으로 수축해야 하더랍니다. 직관적으로 약간 이해가 되는게, 중력이라는 놈은 끌어당기기만 하지 밀치는 힘은 없잖습니까. 우주에 있는 온갖 무거운 천체들이 저마다의 질량에 의해 서로 끌어당기고 있을 테니, 서로 계속 가까워져야 할 거고, 더구나 일반상대론이라는 이 어려운 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spacetime)의 곡률일 뿐이니 모든 것은 한 점으로 수축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아인시타인의 시대에서 우주는 당연히 정상상태(static)로 유지되는 공간이라 생각되었고, 그래서 임의의 상수(소위 말하는 우주상수)를 도입하여, 강제로 우주가 정상상태에 머물리 있도록 방정식을 수정하죠. 그가 도입한 상수의 물리적 의미는 그때까지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1931년에 허블이라는 미국의 천문학자가,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즉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천문관측을 통해 알아냅니다.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먼저 알아냈다고 합니다만 아무튼..)  정상상태가 아니므로 이 우주상수는 도입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과연 우주가 언제까지 팽창할 것인지, 다시 수축할 것인지, 지금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건 먼 과거에는 그럼 한점에서 폭발한 것인지… 뭐 이런 종류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60년동안요 ^^ 

그 와중에  벨 연구소라는 민간기업에 근무하던 펜지아스 박사와 윌슨 박사는 미국 뉴저지에서 위성통신용 안테나를 만들어 테스트하던 중 전파 잡음 문제와 씨름하다가... 노벨상을 받습니다. (으잉?) 

그가 측정한 잡음은 우주배경복사라고 불리는 것으로, 우주탄생 초기에 발생했던 복사열의 흔적입니다. 빅뱅이 있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되기도 하죠. 재밌는 것은, 피블즈 교수의 지도교수인 프린스턴의 헨리 딕(Dicke) 교수가 그의 동료들(피블즈 포함)과 우주배경복사를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1964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해에 바로 옆 동네에서 - 아마도 우연히 - 먼저 관측해낸 것입니다. 이 떄 딕 교수가 한발 늦었다고 상심했다는 후문이… 피블즈는 62년에 학위를 받았는데, 물리우주론이 그당시 아무런 진전이 없어서 인기 없던 분야임에도, 학위 후에도 해당 분야에 평생을 바치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빅뱅이론이 주류로 자리를 잡고, 우주는 팽창을 계속 할 것이냐 언젠가 수축할 것이냐 이런 이야기들을 하던 차에, 아주 황당한 관측결과가 1998년에 발표됩니다.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오히려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오잉??) 것입니다! (또 노벨상! 아싸!!)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던 천문학자들은(^^) 우주 전체에 존재하지만 관측할 수 없는 신비로운 에너지를 도입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dark force…가 아니고 dark energy입니다. (시스여 영원하라~~)

이 암흑에너지의 특성은 모든 것이 가정입니다. 한마디로 아는게 없다는 거죠. 하지만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현대 물리우주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론?이라고 합니다. 이 에너지는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서로 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반중력(anti-gravity)이라고나 할까요? 아직까지 한번도 검출된 일이 없으므로, 중력 외의 어떤 힘과도 상호작용하지 않습니다. 1리터 부피의 진공중에 양성자 한개분의 에너지가 존재할 정도로 밀도가 낮지만, 온 우주에 고루 퍼져 있어서 전체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혹은 차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전 왠지, 20세기 초 에테르를 검출하려던 때가 연상됩니다. 빛은 파동이므로 매질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졌고, 태양빛이 지구에 오듯 온 우주를 맘대로 지나다니는 빛의 속성상, 그 매질도 온 우주에 고루 퍼져 있어야 했죠… 하지만 아무도 검출하지 못했고, 대신 특수상대론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아인시타인이 100년쯤 전에 도입했다가 스스로 곧바로 폐기했던 우주상수는, 이제 우주팽창가속도를 설명하는 암흑에너지의 기술방법으로 다시금 부활했습니다.  

 

혹시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일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것은 암흑에너지와는 다른 것입니다.

하지만 두 단어가 라임이 맞는 거 같죠? 암흑물질이란 용어는 훨씬 전인 1930년대에 Zwicky에 의해 먼저 만들어졌고, 여기에 맞춰 1998년에 암흑에너지란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암흑물질은 역사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84년에 캘빈(열역학의 그 캘빈!)이 은하수 내의 별들의 움직임을 가지고 은하수 전체의 질량을 추산한 결과, 관찰된 별들의 질량을 합한 것보다 훨씬 큰 값이 나와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별들이 눈에 보이는 별들보다 훨씬 많을거라는 추측을 했다고 합니다. 1906년에는 프왱카레(수학자 프왱카레 맞습니다)가 캘빈의 결론을 이야기하면서 ‘matière obscure’라는 단어를 썼다고 하네요. 이게 번역하면 암흑물질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꽤 많습니다. 나선모양의 은하들을 관찰해보면 은하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상관없이 회전하는 속도가 비슷한데, 앞서 설명한 케플러의 법칙에 의하면 은하중심에서 먼 별들은 속도가 느려져야 하죠.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은하의 외곽지역에 뭔가 무거운 물질들이 많이 퍼져있다는 뜻인데… 그런 물질이 관찰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암흑물질인 거죠.

또하나의 예는, 중력렌즈 현상입니다. 일반상대론에 의하면 빛도 중력의 영향을 받아 구부러집니다. 우주 멀리서 은하단(cluster of galaxies) 옆을 거쳐오는 빛은 마치 렌즈를 통과한 것처럼 경로가 구부러지게 되는데, 재밌는 것은, 구부러진 정도로부터 추정된 은하단의 질량이 실제 관측가능한 천체들로부터 추정된 질량의 한 6배쯤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암흑물질이 보통의 물질대비 약 5배 더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5:1이란 숫자는 여러 다른 방법을 통해서 추정해도 거의 동일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우주 전체의 에너지 중 70%는 암흑 에너지이고, 나머지 30%를 5:1로 나누면 암흑물질이 약 25%, 그리고 보통 물질이 약 5%입니다. 이 보통 물질 가운데에 90%는 성간물질이고, 우리가 아는 별들과 행성들을 이루는 물질은 고직 10%밖에 안되므로, 전체로 보면 0.5% 수준입니다. 역시.. 세상은 온통 암흑 투성이군요.

 

현재의 표준우주모델을 lambda-CDM model이라고 부르는데, 람다는 암흑에너지를 설명하는 우주상수를 의미하고, CDM은 cold dark matter의 약자로 암흑물질이론의 하나로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이게 다 뭔 의미인지 헷갈리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ㅋㅋ

다시 돌아와서, 도대체 피블스 교수는 무슨 일을 한거냐?

위에 언급된 물리우주론 연구에 두루두루 기여하셨다고 합니다.  표준모델에도 기여하고, 표준모델의 대안도 제시하기도 하고, 초기우주에서 어떻게 원자가 만들어졌는지, 혹은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등등...

 

즉, 2019년 노벨물리학상의 다른 절반은, 물리우주론의 발전에 기여한 업적에 주어졌습니다.


님의 서명
Busy, busy, busy,

is what we Bokononists whisper whenever we think of how complicated and unpredictable the machinery of life really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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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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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3 21:02:46

굉장히 어려운 내용을 엄청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예전에 파인만이 그 유명한 물리학책을 개정하면서 양자전자기학을 추가하려다가 포기합니다.

이유는 대학생들 수준에 맞도록 쉽게 쓸 수 없는데, 이는 본인이 양자전자기학을 아직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파인만의 예를 대입해보면 흠냘냘님은 우주론을 정확히 이해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WR
1
2019-10-23 21:08:54

아이구야.. 과찬이십니다. (감격의 눈물)

감사합니다.

2019-10-23 21:51:34

연재_2편을 아직 못 읽었지만..

댓글부터 먼저 답니다!

이런 전문적인 글을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어서 올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실 텐데..

올려주시는 데로 그저 넙죽넙죽 받아서 잘 읽겠습니다.

그럼~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0^  

WR
1
2019-10-23 22:02:34

아쿠, 저야 뭐 재밌게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019-10-23 21:53:08

이런 글 좋네요. 

WR
2019-10-23 22:02:56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

1
2019-10-23 22:29:50

이런글이 나로 하여금 디피에 오도록 하는 이유입니다^^

WR
2019-10-23 23:11:27

아이구,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1
2019-10-23 22:40:28

저도 이쪽분야 도서들을 좀 읽었는데 일반인을 위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네요~. 정말 매혹적인 분야라 생각됩니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물리우주론과 양자역학에선 그다지 힘을 못쓴편이죠~

WR
2019-10-23 23:24:04

감사합니다.

일반상대론이 양자역학이랑 항상 뭔가 궁합이 잘 안 맞는거 같아요.

아인시타인은 뭐랄까... 달타냥? 조자룡? 항우? 

2019-10-23 22:48:09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재미있어요. 냐하하

2019-10-23 23:45:03

어려워서 이해를 다 하지는 못했지만, 다크포스의 힘은 우주에서 절대적이네요. 

참으로 인간은 우주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네 라고 느끼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어쩌면 우주에서 제일 빛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2019-10-23 23:59:38

잘 읽었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 오고 술술 읽히네요.
물론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는 쿨럭...
앞으로도 꾸준한 연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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