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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네팔에서 일어났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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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14 22:11:40

2008년 5월 공식적으로 네팔의 왕정이 무너졌습니다.

갸넨드라 국왕은 왕위를 내려 놓고 평민으로 돌아가 네팔 중부에 있는 별장으로 돌아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긴 합니다.이 마지막 국왕은 사실 얼떨결에 왕이 된 인물입니다.2001년 6월 왕정에서 일어난 참극으로 인해 현장에 없었던 그가 왕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 참극을 사주한 인간으로 오랫동안 국민들의 원성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 원성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의 친형이었던 비렌드라가 민주정치를 펼친 것에 비해 집권하자 마자 모든 것을 폐지하고 독재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사실 갸넨드라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2001년 6월 왕궁의 참극은 이랬습니다.왕세자인 디펜드라가 자신의 연인인 데브야니와 결혼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왕족들을 왕궁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아버지인 비렌드라 왕과 어머니 아이스와라 왕비가 반대한 결혼을 마무리 짓겠다는 말에 왕족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왕궁의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디펜드라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그것을 꾸짖는 비렌드라 왕에 격분하여 결국 술에 취해 M16으로 만찬에 참석한 왕족들을 몰살하고 자신도 자살을 감행하게 됩니다.

이 결혼을 왕실이 반대한 이유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보수파이던 왕비가 왕세자의 연인인 데브야니의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데브야니의 어머니는 인도의 소왕국 출신으로 아이스와라 왕비가 보기에는 하찮은 가문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마침 해외에 나가 있던 탓에 참극을 면할 수 있었던 갸넨드라는 숨쉬는 것 빼고는 거의 다 국유화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중국의 마우쩌뚱의 영향을 받고 농촌지역에서 게릴라 전을 벌이던 마오이스트들의 엄청난 반발로 결국 2008년 왕정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지난 10년 간 네팔은 그야말로 정치적 대혼란의 시기였습니다. 정치권력의 헤게모니를 놓고 벌인 정치권의 이전투구는 국민을 정치적 환멸로 이끌었고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는 정치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다시금 왕정복고라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귀족들에게는 왕을 울타리로 부정과 부패를 저지를 수 있는 왕정이야말로 최고의 정치체제이니까 은연 중에 그것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물론 성사될 일은 잘 없겠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엄청난 혼란이 가져올 비극은 끔직한 것입니다.

네팔에서 귀국하고 보니 여전히 한국은 다이나믹 하군요.

문득 왕정을 꿈꾸고 있는 네팔이 떠오르더군요.

이명박과 박근혜,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종하는 자들이 문재인 정부를 깎아내리려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한데 그것에  놀아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서 왕정복고를 꿈꾸는 네팔의 현실과 별다를 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숨쉬는 공기조차도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는 세상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 시절을 꿈꾸는 부조리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과거 독재의 영광이 마치 자신의 영광인 양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광기는 자신의 것만을 지키려는 이기심 말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디펜드라  왕세자의 연인이었고 비밀결혼까지 한 데브야니의 소식을 전하면 그녀는 사건 다음날 인도로 피신했다가 그 후 인도의 귀족 가문 출신의 청년과 결혼하고 UN 산하 기관에 근무하면서 최근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아버지의 선거를 도움으로서 정계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펜드라 왕세자의 한결 같은 사랑은 피거품이 되어 다 씻겨나가 버렸고 그녀는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 것이지요.

전 두 번 다시 끔찍했던 박정희와 이명박근혜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박정희에게 모진 고문을 당했고 이름없는 노동자로 평생을 살다가 결국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줄 수밖에 없었던 선배의 마지막에 울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아직도 선한 세상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두서 없는 긴 글입니다. 용서하십시요 


님의 서명
철학자는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칼 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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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11-14 22:19:52

가슴을 을리는 글입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WR
2019-11-15 11:17:49

고맙습니다.

1
2019-11-14 22:24:09

전체적인 사건의 맥락은 알고 있었는데 그 자세한 스토리 및 이후 이야기는 그랬군요.

제가 네팔에 관심이 생기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오지 여행시 마오이스트들이 관광객들에게 통행세를 걷는다고 했었지요..

WR
2019-11-15 11:18:57

저도 안나푸르나 일주를 할 때 마오이스트에게 통행세를 낸 적이 있습니다. 통행세를 내면 통행증을 끊어주는데 다음에 만나면 그냥 가라고 했다는데 저는 다음에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1
Updated at 2019-11-14 22:42:50

불행한 사건 때문에 잘못된 왕이 등장했었군요.

그건 그렇고. 진지한 글에 이런 댓글이라니 죄송하지만..

여자가 다른넘과 결혼ㅋㅋ 아 이런 고무신 같으니라고;;

사람이 죽었으니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할수는 있는거지만..

영원한 사랑은 없군요. 씁쓸합니다.

WR
2019-11-15 11:19:32

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니더군요. 

4
2019-11-14 22:31:12

저도 이런 댓글이라니 죄송하지만


결혼반대에 M16 난사라니... 뭐 이런 쌩또라이가...

WR
2019-11-15 11:20:34

꼭 결혼 반대 뿐이 아니라는 설이 있긴 합니다. 좀 더 개방적이었던 자기보다는 왕위를 동생에게 물려주겠다는 말에 격분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1
Updated at 2019-11-14 23:05:29

 아시아 네트워크 출판사의 "더 뉴스" 라는 책에 현지 저널리스트가 디테일하게 쓴 챕터가 있습니다.

 

이게 서프라이즈 식으로 요약된 채로 돌아다니다 보니 디테일이나 원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단순화 단편화되는 경우가 있더군요.

 

전체적으로 읽어 볼만한 책인데, 한 10년전에 나온 아시아의 현재를 바라보는 책이라 지금 구입해서 볼것 까지는 없지만, 빌려 보실 수 있다면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네트워크 출판사가 아시아 각국의 현재 시사에 관한 좋은 책들을 많이 내놨었는데, 2010년 이후론 책이 이 안나오네요. 

2019-11-14 23:06:16

알라딘에 중고로 천원에 파는데 이 정도면 구입 권해 드립니다. 

1
2019-11-15 05:03:39

 제가 네팔 갔을때도 
이렇게 자세한 얘기를 듣지 못했는데...
슬픈 역사입니다 ㅜ.ㅜ

WR
2019-11-15 11:21:56

네 가난한 나라의 슬픈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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