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네팔에서 당한 사기
네팔을 다녀와서 건강 상태가 영 말이 아닙니다.
이제 자꾸 늙어가나 봅니다.
이번 방문으로 딱 17번째 다녀왔습니다. 16년 동안 갔었니까 한 해에 두 번 간 경우가 있었네요.
5년 전이니까 2014년이네요.
카투만두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의 학교가 있습니다. 학교 이름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학교에 2년 6개월 간 매달 1000달러씩 급식비를 지원했습니다.
그 학교는 인도 국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학교이긴 하지만 워낙 산세가 험해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데 짧으면 30분, 길면 두시간 이상이 걸리는 학교 였습니다.
학생 수는 150여명 정도인 아주 작은 학교였습니다.
한국에 교환 학생으로 유학을 와 있던 학생의 소개로 그 학교를 방문했고 교장선생님을 만나 학교에 가장 필요한 것을 물었을 때, 급식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고 나면 배가 고프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 나오는 것을 꺼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식당을 지어주고 매달 1000달러씩을 지원했습니다.
한동안 서로 급식 사진을 주고 받았고 저는 그것이 마치 지원에 대한 감시인 것 같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매년 네팔을 방문할 때 그 학교를 꼭 가면서 학용품과 책가방을 선물하고 필요한 집기를 사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지 급식은 그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다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 학교의 선생님으로부터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급식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속이 상한다라고 하더군요.
전 믿지 않았습니다. 설마 어떻게 아이들의 밥값을 속일 수가 있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제가 아는 수녀님께 절대 간다는 소리를 하지 말고 점심 시간에 학교를 방문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 후의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선생님의 말씀대로 급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 달에 한번 비스킷 두조각과 짜이 한잔이 다였습니다. 화가 나더군요. 정말 며칠 간 잠을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 생필품을 아꼈고 옷이나 음식 같은 것도 늘 싼 것만 찾아 아껴 보내는 돈이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에도 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아이들의 급식비를 가로 채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더군요.
해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만나 사정했습니다.
도대체 왜 급식이 한달에 한번 밖에 이루어지지 않느냐? 돈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더 보내주겠다. 다만 약속을 해야 한다. 매일 급식을 하는 사진을 내게 일주일 단위로, 힘들면 한달 단위로 메일로 보내라 그것이 성실하게 지켜지면 돈을 더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황하더군요. 그러면서 약속을 하겠다고 해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메일은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독촉을 하니 메일이 왔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급식사진은 2년 전 급식사진이었습니다.
기가 막히더군요. 저를 속인 것보다도 여전히 제가 보낸 돈으로 아이들의 급식은 하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나누어 썼다는 사실이 화가 나더군요.
급식을 끊겠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난리가 나더군요. 자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맞아 죽게 생겼다. 자기가 잘못해서 급식이 끊겼다고 마을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다. 등등의 장문의 메일을 보냈더군요. 전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아내와 크게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그 가난한 눈을 생각해서라도 계속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아내는 보내봐야 다른 사람을 배불리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반대를 했었거든요.
결국 그 교장은 제게 그렇다면 외상값 만이라도 보내라고 사정을 하더군요. 그 외상값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나 분명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결국 1000달러를 마지막으로 급식 지원을 끊어야만 했습니다.
이 급식 중단 사건은 제게 오랫동안 상처로 남았습니다. 선한 마음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절로 새겨지더군요.
사실 그 이후가 더 뼈아팠습니다. 이 문제를 한국에서 네팔과 NGO 연계를 하고 있는 모센터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 첫마디가 "돈 많네요. 그러니까 네팔 애들을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단 한번도 네팔 사람들을 애들이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소위 이주민 연대라는 단체를 운영하면서 그 따위 말을 퍼붓는 인간에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번 네팔 방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스스로 자립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빠뜨레 마을에 전기공사를 도와줄 때도, 비닐하우스를 짓는 것을 도울 때도 분명한 것은 자신들도 노동력이든, 자금이든 무엇인가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차량지원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무작정 함께 하는 마음으로는 자신의 의지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8년 째 네팔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가졌던 교훈입니다.
박시시라는 힌두교의 구걸행위가 있습니다. 그들은 구걸을 하면서 자신을 도와주는 이에게 절대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자신이 구걸을 하기 때문에 네가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카스트제도가 그렇듯 현세를 부정하지 않고 순종할 때 내세에 다시 좋은 계급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지배철학일 뿐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이 순간부터이며 그것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내세는 허망한 것일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여기 디피에 진중권이라는 놈의 말을 두고 찬반이 있더군요.
전 진중권이란 놈이 아들 운운하면서 조국 장관을 까대는 것 자체가 그 놈의 인성이 얼마나 쓰레기 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선생질을 하면서 설령 제자가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덮어주는 것이 선생의 도리이며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는 것이 올바를진데 그 제자의 허물인지 아닌지도 증명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조국을 폄훼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는 것 자체가 선생으로써의 자격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인성 자체가 잘못된 인간임에 분명합니다.
이것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이 놈의 인성의 문제에 불과합니다. 해서 쓰레기 같은 글에는 댓글을 달지 않았습니다.
이 놈에게서 선생이라는 탈을 쓰고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네팔의 그 학교 선생들을 떠올리는 것이 과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부디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사진은 파이스쿨과 에듀센터의 아이들에게 줄 외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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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곳에 사기꾼이야 있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지원마저 등쳐먹는 사람을 사람으로 여겨야 할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