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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최근에 구매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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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0
2019-12-06 19:57:39

 

 이책의 저자 레오 페루츠는 카프카와 동시대의 작가로 당대에 인기를 끌다가 오랫동안 잊혀졌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애거서 크리스트풍의 이야기로 DP에서도 호평을 받고있는데 이 작품 또한 애거서 크리스티와 카프카를 썪어놓은듯한 분위기의 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직접 읽어봐야 알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망고나무의 비밀>도 2002년 출간되어 아직 시중에 남아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마음에 드셨다면 같이 한번 읽어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XVL7OGRus8c

https://www.youtube.com/watch?v=qfgiEHjZL2c

https://www.youtube.com/watch?v=RBYgAma6Q84

히치콕, 보르헤스, 아도르노……
세계적 거장들의 영감이 된 고전 명작!

20세기 환상 소설의 숨은 거장이 선보이는
천재적인 서스펜스!

카프카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

오스트리아의 환상 문학 작가 레오 페루츠의 대표 장편소설 『9시에서 9시 사이』가 신동화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초역으로, 앞서 미국,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스웨덴, 폴란드, 러시아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다. 페루츠는 체코 프라하 출신으로 프란츠 카프카와 동시대를 산 작가이면서 같은 보험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SF, 추리 소설, 역사 소설, 범죄 소설 등 현대 장르 문학의 원전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은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며 환상성이 두드러진다. 또, 급박하게 전개되는 모험이 형이상학적 반전과 어우러진다. 페루츠는 주로 짧은 역사 소설을 썼으며 E. T. A. 호프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빅토르 위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카프카와 달리 당대에 큰 인기를 누렸으나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병합이 있은 후에 팔레스타인으로 망명했다. 이후 독일어권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다시 발굴되고 재평가된 것은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였다. 그 과정에서 작품 다수가 재출간되었다.
『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프란츠 카프카와 시적 인류학』, 『무용수와 몸』, 『괴테와 톨스토이』 등을 번역한 신동화 역자는 레오 페루츠의 기이하고 선득한 유머가 흐르는 문장을 한국어로 정확하게 옮겼다.
열린책들은 레오 페루츠의 장편소설 『스웨덴 기사』 등을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 묻혀 있었던 고전 명작
레오 페루츠의 대표 장편소설!


돌발적이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슈타니슬라우스 뎀바는 광인에 가깝다. 일상적인 인과 과정은 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이에 몹시 당황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요구는 무례하고 비상식적이다. 뎀바는 절대로 외투를 벗지 않는다. 스스로 모자를 벗지 않는다. 물건을 건네거나 건네받는 일조차 없다. 관찰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괴이쩍고 불안하다. 양팔을 낡은 망토 속에 숨긴 채, 사고로 팔을 잃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부상을 입은 탓이라고 하기도 한다. 리볼버, 칼, 지팡이…… 그가 품에 감춘 <무언가>를 향한 의심은 점차 증폭되고 이는 곧 뎀바에게 치명적인 덫이 되고 만다.
그러나 결국 뎀바는 단순히 미친 사람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수상하게 비춰졌던 일련의 행위에 납득될 만한 이유, 당위가 있다는 것이 『9시에서 9시 사이』의 반전이다. 레오 페루츠는 자유를 빼앗긴 주인공 슈타니슬라우스 뎀바를 등장시켜 그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어둡지 않게 풀어낸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특유의 리듬을 잃지 않고, 부조리극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은 얽히고설켜 묵직한 무게감을 만들어 낸다. 추리적 재미는 덤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일종의 각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9시에서 9시 사이』는 단정한 세계를 무너뜨린다. 일상이 왜곡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정신의 재발견, 요설과 궤변이 둘러싼 원초적 욕망, 강요된 진실의 결과를 드러냄으로써 삶을 새롭게 구체화시키고 독자를 눈뜨게 한다.

자유를 빼앗긴 인간의 절망적인 탈주!
SF를 비롯한 현대 장르 문학의 원전

 

  우리에게 익숙한 유럽 역사이야기는 아마 프랑스 혁명기의 프랑스 이야기나 헨리8세 시기의 영국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선 스웬덴의 역사 미스터리 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켈 카르텔과 같은 이름의 당대 음악가가 있던데 그 인물과 같은 인물인지는 자세히 찾아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HtfPcyaTzo

 https://www.youtube.com/watch?v=xSzL-NaLmyo

 https://www.youtube.com/watch?v=jc69urKmaqQ

https://www.youtube.com/watch?v=jNrwzbP0veA

“《레미제라블》과 《양들의 침묵》의 환상적인 만남”
이정명, 프레드릭 배크만, A. J. 핀이 극찬한 괴물 신인의 등장!
인간의 탐욕과 원초적 본성을 파헤친 스웨덴판 셜록 홈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35개국 출간, 2018 스웨덴 올해의 책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라는 낯선 이름의 소설가가 돌풍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그의 첫 소설 《늑대의 왕(원제 1793)》은 1793년 스웨덴을 배경으로 신원을 알 수 없는 훼손된 사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로, 비평가들로부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같은 수많은 명작에 비견되며 찬사를 받았다. 도발적인 상상력과 섬세한 리얼리티가 결합된 ‘히스토리컬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으며 스웨덴에서 30만 부 이상, 독일에서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법관 출신으로 이성을 상징하는 세실 빙에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싸움꾼 방범관 미켈 카르델이 잔인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데,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과 가을-여름-봄-겨울 순으로 시간을 역행했다가 순행하는 구성을 통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파헤치며, 전쟁과 전염병, 빈곤으로 죽어간 시체들 위에 쌓아 올린 18세기 스톡홀름의 전체상을 그려 보인다. 미켈 카르델이 등장하는 ‘벨만 누아르’ 삼부작 중 첫 권이다.
*시인 칼 벨만은 18세기 스웨덴을 상징하는 인물.

충격적 폭력 묘사와 생생한 인물들을 통해 18세기 북유럽 풍경을 현대 스릴러의 다이내믹한 속도감으로 복원한 역사추리소설. 잔혹함과 아름다움의 긴장감을 통해 인간의 사악함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동시에 그려낸다. 탐욕과 타락, 끔찍한 공포로 얼룩져 있지만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_소설가 이정명(《밤의 양들》 《뿌리 깊은 나무》)

1793년, 왕이 암살된 이듬해의 스톡홀름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는 호수에 팔다리 없는 사체가 떠오른다


1793년은 프랑스에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스웨덴의 전제군주 구스타프 3세가 가장무도회에서 수하에게 총격당해 죽은 지 일 년이 지난 후다. 갑작스레 왕위에 오른 어린 왕과 그를 조종하는 섭정은 무능하고 귀족들은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벌인 수년간의 전쟁으로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프랑스에서는 혁명 소식이 전해져 민중의 불만을 더욱 끓어오르게 한다.

1793년 가을, 방범관 미켈 카르델은 파트부렌 호수에 사람이 죽어 있다는 부랑아들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스톡홀름의 오물이 모이는 장소인 더러운 호숫물에 직접 뛰어든다. 토막 난 짐승 사체인 줄 알았던 그것은 팔다리가 절단된 시신으로, 눈도 없고 이도 없고 혀도 잘린 채로 달빛 아래 금빛 머리카락을 빛내며 둥둥 떠 있다. 카르델은 사체를 붙들고 헤엄쳐 뭍으로 돌아오면서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러시아와의 해전에 참전했던 카르델은 포탄에 한쪽 팔을 잃는 바람에 물에 빠진 전우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한편 명석한 두뇌와 끈질긴 심문으로 법관으로서 유명세를 떨치면서도 외톨이로 지내던 세실 빙에는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폐결핵을 선고받은 터다. 어느 날 그는 호수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해 비밀리에 수사해달라는 치안총감의 부탁을 받게 된다.

죽어가는 탐정과 공황에 시달리는 조력자,
두 사람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검시를 위해 시체안치실을 찾은 빙에와 호기심에 거짓 핑계를 대고 참관한 카르델은 시신의 몸에 난 상처 중 어떤 것도 직접 사인은 아님을 파악한다. 양팔과 양다리는 절단된 부위가 아물고 나면 다른 부위를 절단하는 식으로 목숨을 붙여둔 채 오랫동안 공들여 훼손되었던 것이다. 빙에는 사체에서 살인자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을 읽어낸다. 빙에는 수사를 위해 카르델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카르델은 끔찍한 시신 앞에서도 냉정할 만큼 침착한데다 자신의 약점과 거짓말까지 꿰뚫어보는 빙에의 태도에 애꿎게 화를 내고 만다.

빙에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평생 의지해온 이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행동하려 하며, 고통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그에 비해 카르델은 전장에서의 참혹한 기억으로 환상통과 악몽에 시달리며 알코올과 싸움질로 세월을 보내던 중이다. 거구의 싸움꾼인 카르델과 냉철한 이성의 수호자 빙에는 상극처럼 보이지만,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고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두 사람 사이에는 차츰 우정 비슷한 것이 생겨난다.

하지만 과연 빙에의 의지가 병약한 신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들을 돕는 치안총감은 상부의 미움을 사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새로운 총감이 부임하면 수사는 물거품이 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고,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1793년의 냄새와 온도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철저한 고증과 사실적인 묘사


《늑대의 왕》의 독특한 위상은 미스터리이되 한편으로는 역사소설이라는 점에 있다. 20년간 전제군주로 군림하던 구스타브 3세의 암살은 스웨덴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했고, 18세기 후반은 세계사적으로 중세의 어둠이 물러나지 않은 채 근대성의 맹아가 움트고 있는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소설 속 스톡홀름은 18세기 스웨덴에 대해 일반적으로 떠올리기 쉬운 목가적인 이미지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고통과 절망을 드러내 보인다. 준비 없이 시작된 대러시아 전쟁의 참상과 그 후유증,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쌓여가는 시체들, 빈민 구역의 열악한 환경, 기형으로 뒤틀린 신체, 분뇨가 가득 쌓인 거리… 특히 땅이 얼어 매장되지 못하고 쌓인 채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신들, 강렬한 시취를 풍기며 부패한 시체의 몸속에 자리 잡은 벌레나 쥐떼, 끔찍한 방법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 등은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묘사되었음에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한편 이 소설의 작중인물들은 양털이며 말털로 만든 가발을 쓰고 아침이면 요강을 비우고 우물에서 몸을 씻는데, 당시 사람들다운 행동과 일상이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의사는 나쁜 피를 빼내는 방법이라며 환자의 가슴에 양잿물로 상처를 내고, 사형집행장에는 구름 같은 구경꾼이 몰려 참수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왕실에 대한 비난이며 프랑스혁명 소식이 은밀히 퍼져 나가는 카페와 술집, 퇴폐적인 환락가와 매음굴, 인물들이 추격전을 벌이는 스톡홀름의 뒷골목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현장감을 자아낸다.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진실과 반전
입체적으로 설계된 1793년의 가을, 여름, 봄, 겨울


4부로 나뉜 《늑대의 왕》 1부와 4부는 빙에와 카르델의 수사를 다룬다. 가을이 지나 겨울에 접어들면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지만 빙에는 점점 더 병세가 깊어지고 매일같이 죽음에 가까워진다. 2부와 3부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봄과 여름으로 돌아가 서로 다른 두 인물을 따라간다. 각 부는 독립적으로도 극적인 이야기로서 완결성을 지니고 있거니와, 핵심 사건과 인물들의 연관성은 전개에 따라 서서히, 으스스하게 드러나며 긴장감을 지속시킨다. 4부에서 모든 의문이 풀리면, 단순히 역사적 배경이나 스쳐가는 장면, 단역으로 보였던 인물들이 중요한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와 함께 작품 곳곳에 숨겨진 비유와 상징, 아이러니를 찾아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 도시에서는 누군가의 선의가 오히려 타락할 기회를 제공하고, 불의는 친절을 가장해 접근한다. 술수와 계략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늑대들은 속내를 감춘 채 물어뜯을 기회를 노리고, 이들을 피하지 못한 토끼들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더 깊은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늑대 중의 늑대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거침없고 독특하게 장르를 뒤섞어 범죄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단숨에 새로이 정의해 버린 《늑대의 왕》은 독자를 강렬한 불안에 휩싸이게 하면서 외면할 수도 없게 하는 페이지터너다. 일반적인 스릴러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이 책은 지적이면서도 생경한 스릴러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할 것이다.

수상 내역
스웨덴 추리소설가협회 “2017 올해의 신인”
스웨덴 크라임타임 스펙세이버스 어워드 “2018 올해의 데뷔작”
스웨덴 스토리텔 어워드 “2019 최고의 소설”
스웨덴 보니어스 북클럽 선정 “2018 최고의 책”
노르웨이 〈아드레세아비센〉선정 “2018 최고의 범죄소설”
노르웨이 〈아프텐포스텐〉선정 “2018 최고의 범죄소설”
노르웨이 〈다그블라데트〉선정 “2018 최고의 인기작”
벨기에 〈우모〉선정 “2018 최고의 소설 12권”
영국 〈선데이타임스〉추천 “2018 여름에 읽을 책”

 

 

 https://www.youtube.com/watch?v=3AZ1sgLPdvA

https://www.youtube.com/watch?v=9dZj7YW5oFQ

 https://www.youtube.com/watch?v=q9ZgVkJIexI

 https://www.youtube.com/watch?v=B2qYOFy8R_s

 https://www.youtube.com/watch?v=FjpbkmXysyQ

https://www.youtube.com/watch?v=L0tca2HBHRA

"4천 쪽만큼의 감정이 4백 쪽에 응축돼 있다”_신형철(문학평론가)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책’(2015)


어떤 책은 단숨에 주목을 받지만, 어떤 책은 마음에 점점 파문이 일 듯 느리게 알려진다. 이 책 《도어》가 바로 그렇다. 처음 헝가리에서 1987년에 발간되어 자국의 국민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한참 지나서였다. 프랑스 페미나 상을 수상한 것이 2003년, 그리고 뉴요커들에게 화제가 되며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책’에 꼽힌 것이 2015년이다. 작품이 재조명된 궤적만 놓고 본다면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오랜 기간 여러 세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그에 대한 소문이 포개고 겹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도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두 여성의 20년 동안의 관계를 다룬다. 저명한 작가인 ‘나’는 집안일을 돌봐주는 사람을 구하면서 에메렌츠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에메렌츠는 무척 독특한 인물로,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고 자기 주관이 확고하다.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일을 할지 공식적인 합의도 없었고, 보수가 얼마가 될지도 그녀 스스로 정했다. 며칠 동안 아예 오지 않기도 하고, 밤늦게 나타나 새벽까지 부엌을 청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행동은 나름의 합리성 아래 이루어지는 것들이었고, 놀랍게도 심지어는 교양인인 ‘나’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나’와 에메렌츠, 두 여성은 어느새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간다. 그러나 작가로서 염원해온 ‘나’의 성공과 함께 둘 사이에 파국이 다가온다.

여성들에게는 여성들의 조르바,
아니, 에메렌츠가 필요하다


《도어》는 에메렌츠라는 인물의 독특한 면모를 그려내는 데에 공을 들인다. 에메렌츠는 전쟁과 혁명의 역사를 거치며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일찍부터 가정부 생활을 시작했으며, 당연히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결코 무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소설 속에서 지성적인 교양인인 ‘나’는 에메렌츠 특유의 판단력과 예술 감각, 역사관 등에 자주 놀라워한다. “냉철한 비관론자이자 냉소적 반지성주의자이면서 강인한 생명주의자이고 열정적인 헌신자이기도 한 사람. 한없는 존경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이 여성은 저 유명한 그리스 남자 조르바의 정반대편에서 당당히 빛난다.”(신형철 평론가)

작가 서보 머그더는 에메렌츠를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세심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것을 무조건적인 예찬의 형태로 그려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경우에 따라 에메렌츠의 행동은 무례하고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작가는 그런 ‘행동’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태도’에 대해서는 늘 이해하려 한다. (타인의 평가에 의한) 명예보다 (주체적인) 품격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더구나 에메렌츠는 도시의 노동자다. 예속되기 쉬운 사회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품격을 단단히 지켜나간다. 에메렌츠는 누구보다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세상과 긴장하고 갈등하지만, 타인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어떤 독자들은 이제 조르바를 지우고 그 자리에 에메렌츠를 놓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지구상에 존재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사랑을 예찬하는 이야기”


에메렌츠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그녀 집 안에 있는 한 ‘문’이 그렇다. 그녀의 집 앞마당에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닫힌 문 안으로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그런 그녀을 두고 온갖 소문이 돌기도 했고, 실제로 경찰에서 조사를 나오기도 했으나, 그 닫힌 문은 꿈쩍도 않는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문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며 전개된다. 문은 에메렌츠 삶의 미스터리이고, 그 문을 여는 과정에서 작중 ‘나’에게 큰 회한을 안겨준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커다란 배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엄밀한 정직성과 섬세한 미묘함을 지닌 작품이다.”(《뉴욕 타임스 북 리뷰》)

작가 서보 머그더는 ‘문’의 비밀을 향해 소설을 서서히 고조시켜 나간다. 그 과정에서 제시되는 에메렌츠의 삶은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이다. 단연 압권은 마침내 문이 열리고 나서의 장면이다. 이 작품을 두고 여러 매체가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주목했다. “이 작가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퍼블리셔스 위클리》) “두 여성 사이의 긴장은 매혹적이며, 때로는 소름끼치기까지 한다.”(《클리버 매거진》) 그녀의 작품은 지금까지 40여 개국에서 출판되었다. 이제 한국 독자들이 《도어》를 만날 차례다.

‘추천의 글’ 전문
_신형철(문학평론가)


봄에 원고를 받았는데 지금은 쌀쌀하다. 헝가리 문학이라면 마라이 산도르, 크리스토프 아고타, 케르테스 임레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서보 머그더는 우리에게 아직 친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들만큼은 못 되는가 싶었다. 어설픈 예단이었다. 여름과 가을을 보내며 나는 이 소설을 천천히 세 번 읽었다. 일생 동안 육체노동을 해온 노년의 가사도우미와 그보다 스무 살 어린 중년의 작가, 두 여성이 교류한 20년 동안의 우정과 파열의 기록. 4백 쪽이 안 되는 소설을 4천 쪽짜리 대하소설인 양 읽어야 했다. 4천 쪽만큼의 감정이 4백 쪽에 응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육체노동자 에메렌츠의 소설이다. 양차 대전을 관통하며 노년에 이른 한 헝가리 여성의 내면은 철문처럼 닫혀 있는데, 그것을 열어 보이는 것이 이 소설의 일차 과제다. 그가 겪은 불행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그러고서도 사람이 살아내려면 획득해야만 했을 바로 그 성격적 형질을 그는 갖게 되었다. 냉철한 비관론자이자 냉소적 반지성주의자이면서 강인한 생명주의자이고 열정적인 헌신자이기도 한 사람. 한없는 존경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이 여성은 저 유명한 그리스 남자 조르바의 정반대편에서 당당히 빛난다.

조르바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카잔차키스를 닮은 서술자가 그와 보색 대비를 이루어서였듯이, 여기에도 서보 머그더를 닮은 서술자가 있고, 이 소설은 그의 길고 힘겨운 고백이기도 하다. 전반부는 그가 에메렌츠라는 여성의 깊이를 통해 인생 그 자체의 깊이를 알아가는 수업의 기록이다가, 후반부로 가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선택에 대한 형벌 같은 회한의 기록이 된다. 나의 어떤 선택에 대해, 그것은 배반이 아니라고 모두가 위로해도, 나 자신만은 그것이 배반임을 아는 때가 인생에는 있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의 그런 때를 짓누르듯 지켜본다.

동시대의 과학이 인간을 뇌와 유전자로 환원해서 이해할 때 문학은 그 성과에 경탄하면서도 허전함을 느낀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라는 것이 있고 그것은 아마도 서로 고통을 나눠 갖는 데 걸리는 시간일 것이라는 생각을 문학은 버릴 수 없어서다. 이 소설에서 두 인물의 20년을 그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아주 예리한 칼로 사람의 심장을 찌르면 그 사람은 바로 쓰러지지 않는다.” 뒤늦게 천천히 쓰러지는 인물들과 함께 쓰러지고 있는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감히 이곳에 인간성의 본질이 있다고 나는 믿게 된다.

 

 '그들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아이를 건드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책소개를 읽고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흥행 성공을 이루고 속편들이 제작되고 유사한 영화들이 만들어져 거의 장르가 되어버린 <다이하드>가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다이하드>와 더불어 솔로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영화를 대표하는 <나홀로 집에>, 개인적으로 저는 <나홀로 집에>도 스케일이 축소된 다이하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테러리스트 대신에 빈집털이 좀도둑을, 고층 빌딩 대신에 아이의 집에서 아이가 홀로 대적한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그리고 다이하드 3편의 내용을 바꾸게 만든 스티븐 시걸의 <언더시즈>, 나중에 잭 리처 시리즈를 읽었을 때 생각난 영화가 <언더시즈>였습니다. 그리고 호러 영화 중, <유아 넥스트>와 <맨 인 더 다크>.. 공통점이라면 상대를 만만하게 봤다가 호되게 당하는 악당들의 이야기죠. 딱 이 소설의 소개와 비슷한거죠.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도 영화화 될 예정이라 합니다.  이 소설의 원제는 <Method 15/3> 로 꽤나 건조한 제목인데, <복수해, 기억해>라고 다소 요란한 제목으로 바꼈네요. 원제가 의미하는 봐는 아래 책소개를 확인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jGs72rQVGic

 https://www.youtube.com/watch?v=BGooy5Dk7qc

 https://www.youtube.com/watch?v=YWuFSkTKYIc

그들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아이를 건드렸다!
처음 만나는 ‘본격 소녀 잔혹 복수극’


열여섯 살 소녀 리사가 납치되었다. 눈이 가려진 채 외딴 건물로 끌려가 감금되었지만 리사는 공포에 질리는 대신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입속으로 ‘미시시피’를 602번 외었으니 도로에서 건물까지 10.2분 거리, 계단을 세 줄 올라왔으니 3층…. 소시오패스로 오해받을 정도로 냉정하고 침착한 리사는 연필깎이, 뜨개바늘, 니트 담요 등 주변의 물건을 무기 삼아 작전을 짠다. 납치범을 응징할 리사의 무자비한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위협적인 남성 가해자, 연약한 여성 피해자라는 스릴러의 공식을 파괴하는 섀넌 커크의 데뷔작 《복수해 기억해》가 출간되었다. 남성 작가들의 남성 주인공이 주를 이루는 스릴러 장르이지만, 작가이자 유능한 변호사인 섀넌 커크가 내세운 원톱 주인공은 열여섯 살 소녀다. 오직 ‘나쁜 놈’ 응징을 향해 달려가는, 알고 보면 친절한 소녀 리사의 ‘본격 소녀 잔혹 복수극’을 만나보자.

납치된 소녀,
그러나 정작 위험에 빠진 건 그녀가 아니다!


리사가 갇혀 있는 작은 방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등굣길에 납치되어 이곳까지 끌려온 리사는 변호사인 어머니와 건축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당찬 열여섯 살 소녀이다. 그리고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임신부이기도 하다. 아이의 아빠는 동갑내기 남자친구이다. 교실에서 총기 난사가 일어나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패닉에 빠진 선생님 대신 경보를 울릴 정도로 침착한 리사는 임신 사실 앞에서도, 부모에게 그 소식을 알릴 때도 당황하지 않았다. 물론, 납치당한 순간에도. 리사는 미시시피를 외며 이동시간을 계산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지극히 한정된 풍경과 냄새, 소리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자신이 가진 몇 안 되는 도구들을 늘어놓고 번호를 붙이며 탈출 작전을 짜는 리사. 연필깎이(15번 도구)를 비롯해 뜨개바늘(40번 도구), 담요(5번 도구), 나의 인내심(11번 도구)…. 언뜻 소꿉장난처럼 보이는 이 도구들이 어떻게 무기로 탈바꿈해 리사의 작전을 성공시킬까?

“일상의 모든 물건이 무기처럼 보일 것이다. 물컵 하나조차.”
_<미스터리신매거진>

몸값을 요구하는 흔한 유괴범으로 보이던 일당은 사실 임신한 소녀들을 납치해 출산 후 아기를 팔아넘기고 산모는 죽이는 인신매매범이자 살인범이었다. 리사는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공포에 빠지는 대신 분노한다. 사실, 소시오패스로 불릴 정도의 감정 절제력과 한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하는 고도의 기억력을 가진 리사에게 감금이라는 상황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원하면 일찌감치 탈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리사는 방문자와 감시자들이 움직이는 주기를 조합해 자신에게 유리해지는 33일째 날을 결전의 날로 삼고, 숨을 죽인 채 그날을 기다린다. 이제 리사가 원하는 건 탈출이 아닌, 복수이므로. 소설의 원제인 ‘Method 15/33’은 리사가 연필깎이에 붙여준 번호 ‘15’와 납치 33일째를 조합한, 리사만의 작전명이다.

위협적인 남성 가해자, 연약한 여성 피해자…
납치 스릴러의 공식, 마침내 깨지다.


‘납치’나 ‘실종’만큼 스릴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또 있을까. 그러나 《복수해 기억해》는 납치 스릴러의 온갖 클리셰를 부수고 전복한다. 우선, 위협적인 남성 가해자, 연약한 여성 피해자라는 공식. 리사는 사회가 십 대 소녀에게 기대하는 순수함, 혹은 임신부에게 기대하는 너그럽고 평화로운 마음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이고, 리사가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단숨에 뒤바뀐다. 또한, 여느 스릴러에서처럼 리사의 발자취를 쫓는 유능한 수사관이 등장하지만, 작전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리사에게 있다는 점도 새롭다. 마지막으로, 독자는 리사가 과연 탈출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두고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다. 소설은 어느덧 삼십 대가 된 리사가 17년 전의 일을 회상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납치 스릴러 《복수해 기억해》의 스릴은 다른 곳에서 온다. 바로 리사의 작전 그 자체, 그리고 잔혹한 복수다.

“저에게 이런 짓을 한 그 자식들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요.”
열여섯 살 소녀의 완벽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복수해 기억해》가 부순 것은 스릴러의 공식만은 아니었다. 어른들의 세계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 또한 여지없이 깨진다. 리사를 두고 소시오패스라고 수군거리던 다른 학부모들과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리사에게 인간쓰레기라고 욕하는 납치범의 모습에서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좁은 시야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임신 사실을 듣고 놀라긴 하지만 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귀를 기울이는 리사의 부모와 탈출 직후 공범을 잡아야 하니 언론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리사의 요청을 따르는 경찰서장은 또 다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리사는 어떤 상황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간다. 2015년 미국 <스쿨라이브러리저널>이 《복수해 기억해》를 십 대를 위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는 세상.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_섀넌 커크

작가 섀넌 커크는 세계적인 법무법인 ‘롭스 앤 그레이’의 변호사이다. 그래서일까. 리사의 복수극은 앞뒤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듯 보이지만, 사실 철저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탈출 후 범인들의 죄를 심판하는 법정 장면은 법정스릴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짜릿하다. 2015년 《복수해 기억해》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섀넌 커크는 지금도 변호사이자 작가로 살며 꾸준히 집필과 변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현대 문학 세계 문학 단편선의 작가는 보르헤스의 절친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입니다. 1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있고 해설을 제외하면 460페이지 정도로 분량면에서는 약간 아쉽네요. 그리고 출간 예정작에 <나는 전설이다>의 리처드 매시슨이 추가 되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심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1914~1999)

비오이 카사레스는 나의 진정한 그리고 비밀스러운 스승이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비오이 카사레스는 오직 확신에 찬 문학가만이 전해 주는
매력과 사악한 재치와 복받치는 슬픔을 지니고 있다.
존 업다이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남긴 업적의 상당 부분은 ‘비오르헤스Biorges’(비오이와 보르헤스)에게 그 공로가 돌아가야 한다고 재조명되는 오늘, 보르헤스의 오랜 문학적 동반자이자 20세기 환상문학 역사의 새 장을 연 선구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단편선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서른다섯 번째 권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라틴아메리카 문단이 유럽과 미국으로 대표되던 제국주의 언술을 대체하고 해체하려는 의식적인 창작 행위로서 새로운 소설을 시도할 때, 비오이 카사레스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작가’(카를로스 푸엔테스)였다. 추리소설의 탄탄한 플롯과 기법으로 써 내려간 ‘모험 이야기’와 인간사의 다양한 문제들이 녹아든 ‘환상 세계’를 결합한 그의 소설은 쇠락하는 경제 속에서 혐오와 불안이 만연했던 당대 아르헨티나 정치 사회를 풍자했고, 사랑과 정체성, 인간의 본질이라는 주제들을 광범위하게 탐구했다. 또한 20세기 과학 지식에 깊은 영감을 받았던 그는 과학을 문화적으로 과소평가하던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의 사조에서 벗어나 이를 문학적 상상력과 혼합해 냈으며, 실존주의 소설, 고딕소설 등 여러 경향에 관심을 두고 스펙트럼 넓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난 비오이 카사레스는 열한 살에 첫 소설을 쓸 정도로 일찍부터 문학에 눈을 떴다. 1932년, 열다섯 살 연상의 작가 보르헤스와의 첫 만남은 그의 문학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이듬해 비오이는 보르헤스 그리고 훗날 아내가 되는 실비나 오캄포의 권유로 법과대학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해, 1940년 자신의 진정한 첫 소설이라고 공언한 『모렐의 발명』을 발표하며 국제적 작가로 떠올랐다. 이때 그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이러한 배경들 때문에 오랫동안 세계 문학계는 비오이를 보르헤스의 제자로 오해하여 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나이 차를 뛰어넘어 50여 년간 친구로, 문학적 협력자로 함께했고, 나아가 두 사람이 함께 쓰고 대화하고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교류한, 사랑과 우정, 꿈, 죽음, 신, 운명, 철학, 음식, 정치, 당대 문화, 지역 정체성 및 고전과 현대문학에 대한 풍요로운 사상은 구시대의 세계관에 갇혀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에 지배됐던 스페인어권 문학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았다.
비오이 카사레스와 보르헤스로 대표되는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은 이른바 ‘환상적 사실주의’ 경향으로 명명되며, 이들은 현실적 배경에 마법 같은 초현실적 요소를 담아낸다. 비오이 카사레스에게 환상문학이란 현실은 논리적이고 정돈되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하는 도구로, 즉 확실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안정된 질서에 틈을 내 일상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현실을 엿보게 한다.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보르헤스와 명확히 구별되는 비오이의 환상문학은 또한 일상적 삶에 더욱 밀착해 ‘사랑’의 감정을 주요하게 다루고, 현실에서 환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전개가 보르헤스보다 더욱 세밀하다고 평가된다. 경이로운 상상의 세계를 발명한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조금 전까지 현실 공간에 있었다가 부지불식간에 환상 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다시 빠져나왔을 때 매혹적인 여운과 세상을 새롭게 마주하는 달라진 시선을 체험할 수 있다.

■ 이 책에 대하여

‘좌절된 사랑, 변형된 꿈, 뒤틀린 시공간과 같은 주제들은 비오이 카사레스의 독특한 창조적인 공장에서 제분製粉된다. 그의 가장 뛰어난 단편들은 모파상의 풍자적 아이러니와 H. G. 웰스의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비오이 카사레스는 1944년부터 1967년까지 여덟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고, 1972년에 그동안 쓴 단편소설들을 『사랑 이야기』와 『환상 이야기』로 분류해 모아 내놓았다. 이번 단편선에 수록된 열네 편은 모두 『환상 이야기』에 실린 작품들로, 작가의 젊은 시절 상상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비오이 환상문학의 전범을 이루는 대표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 삶에 환상성을 도입한 그의 단편들은 자잘한 인간사와 아르헨티나 현실을 은유로 응축시킨다.
표제작 「눈雪의 위증」은 비오이의 시학을 가장 잘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단편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멈춘 공간이라는 이야기의 환상적 요소가 탐정문학과 형이상학적 사고와 합쳐지며 혁신적인 독창성을 획득한다. 작가는 또한 평행 우주, 가능세계, 외계 생명체, 인간의 생각 내지 영혼을 불멸로 남기는 기계 등 SF적 설정들을 자유자재로 끌어오면서 여기에 유머와 패러디를 가미해 독특한 작품들을 창조했다. 그 대표적 단편인 「하늘의 음모」와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그리고 『모렐의 발명』 패러디 격인 「열망」은 SF 소설로 분류해도 모자람이 없다. 비오이의 환상은 이처럼 물리적, 수학적, 철학적 세계에 기초하지만 이는 세상 종말이 다가오는 「위대한 세라핌」이나 무신론자가 뜻밖의 존재와 맞닥뜨리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처럼 신화와 종교적 색채가 짙은 초자연적인 이야기로 피어나기도 한다. 한편 이 책의 단편들은 『환상 이야기』로 분류되기는 했으나 ‘환상’만 담긴 것이 아니라 ‘사랑’도 환상과 뒤섞인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남의 여종」 「파리와 거미」 「그늘 쪽」 등 비오이의 사랑 이야기는 연애 관계에서 비롯된 질투와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이들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마지막으로, 일찍이 페로니즘의 도래를 경고한 작가는 여러 작품에서 조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을 은밀한 비유로 숨겨 놓았다. 사자가 동물원을 탈출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가 비평가와 작가들이 비오이 최고의 소설로 꼽은 『영웅들의 꿈』(1954)에서 묘사한 문명과 야만의 대립을 우화적으로 풀어냈다면, 짧은 단편 「일등실 여자 승객」은 조국의 현재를 야만에 비유한 작가의 사상과 문제의식을 보다 명징하게 드러낸다. 이와 같이 혼란한 조국 상황을 통찰하고 일생 문명적 태도를 견지하려 한 비오이를 가리켜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언제나 존경한다’고 상찬한 바 있으며, 1999년 3월 비오이가 사망하자 《가디언》지는 ‘완벽한 아르헨티나의 댄디dandy가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라는 첫 줄로 부고 기사를 냈다.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세계문학 단편선>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장편소설 위주의 관습에서 벗어나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져 왔던 나라들의 대표적 단편 작가들도 활발히 소개해 단편소설의 발전이 문화의 중심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했는데 이러한 장르문학의 형성에도 단편소설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한 장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단편 역시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편소설은 그리스 신화가 그러했듯이 삶의 불변하는 단면을 촌철살인의 관찰력과 응축된 예술적 형식으로 꾸준히 생산해 왔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그린 칼로 베어 낸 듯 날카로운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은 시공을 초월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새로운 문학적 기법과 실험의 도입을 통해 단편소설은 현재도 계속 진화, 확장되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열정이 가장 뜨겁게 투영된 다양한 개성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통해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작품은 독자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세계문학 단편선>은 중심을 잃지 않고 삶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미스테리아 이번호 특집 기사는 "가짜"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사기꾼, 표절, 위조 등등

그래서 아래 음악들은 등장당시 비틀즈가 아니냐는 소문을 들었다는 Klaatu의 음악과 비틀즈의 음악을 올렸습니다. 12월 8일이 존 레논의 기일이기도 해서요. 음악중 December Dream은 존 레논의 추모곡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tUH9z_Oey8

 https://www.youtube.com/watch?v=usNsCeOV4GM

https://www.youtube.com/watch?v=elhTaC6jr88

 https://www.youtube.com/watch?v=tPUWrLfp7y4

소설

연말을 맞아 조르주 심농의 단편 「매그레의 어느 크리스마스」가 실린다. ‘매그레 반장’ 시리즈는 가해자의 동기와 정서에 대한 심리적 통찰과 끈기 있는 탐색을 통해 일견 평범해 보이는 사건으로부터 인간성에 관한 깊이 있는 관점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한밤중 아이의 방에 들이닥친 수상쩍은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파헤치며 더없이 어둡고 차가운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남긴다. 헨닝 망켈의 중편 「피라미드」는 1989년의 한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어느덧 사십 대에 접어든 발란데르는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 밀수 사건과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맞닥뜨리고, 물리적/도덕적 경계선이 빠르게 무너지는 현대 스웨덴의 변화 앞에서 점점 ‘구닥다리’가 되어가는 자신을 절감한다. 3회에 걸쳐 게재되며, 이번이 두 번째다. 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 수상 작가 김지우의 신작 「은총이 내리던 밤」에서는 죽어가는 언니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비통한 심경과 함께, 믿음과 구원을 둘러싼 갈등이 강렬하게 펼쳐진다.

기획 기사

이번 호의 특집은 ‘가짜’다. 사기꾼, 표절, 위조, 위작, 가짜 뉴스 등의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범죄소설에서 주요 소재로 혹은 메타적 장치로 즐겨 사용되던 ‘가짜’의 여러 면모를 살펴본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 애비그네일부터 움베르토 에코, 댄 브라운, 스티븐 킹, 이언 피어스 등을 아우르는, 진짜와 가짜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을 소개한다. 또한 2015년 창간호에 이은 두 번째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현주소’ 좌담을 지상중계한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의 한국문학포럼 ‘미스터리와 한국 사회’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좌담에서, 한국 미스터리 ‘종이책’ 출판과 2차 저작권, 작가군의 변화 등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난 4년 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이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진화의 과정이 진행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유성호 법의학자는 가장 흔한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익사’에 대해 해설하며, 그 사망의 원인과 종류까지 거듭 확인해야 하는 이유를 당부한다.(‘NONFICTION’) 정은지 작가는 조너선 레덤의 소설 『머더리스 브루클린』을 통해 “책은 샌드위치다”라는 주장이 상당히 근거 있음을 입증해 보인다. 뉴욕과 샌드위치를 사랑한 작가 레덤의 소설에서라면, 신중한 설정과 배경과 등장인물이 차곡차곡 쌓여나가며 최고로 균형 잡힌 풍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CULINARY’) 홍한별 번역가는 영화 <도망자>와 소설 『미스터 피넛』에 영감을 준 샘 셰퍼드 사건을 통해 아내 살해의 숨겨진 욕망을 끄집어내고,(‘MIRROR’), 곽재식 작가는 1950년대 말 활황을 누리던 남대문시장 한복판에서 벌어진 권총 강도 사건의 전후를 들여다본다.(‘PULP’) 그리고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의 장편/단편/평론 부문 수상자들 또한 발표된다.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토머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 엘리자베스 핸드의 『와일딩 홀』, P.D. 제임스의 『피부밑 두개골』,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사냥개자리』를 다뤘다.

 

 

 https://www.youtube.com/watch?v=8dcJeYZ2wUw

“사랑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구별될 필요가 있어요.
두 개는 혼동되어 사용되지만, 동일한 것이 아니에요……”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스페인 최고의 작가
문학계의 철학자 하비에르 마리아스
그가 말하는 ‘사랑에 빠지기’에 대한 진실 혹은 착각


깊은 성찰과 시적인 문체로 존재론적 불안을 예리하게 그려내며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스페인 현대문학의 거장 하비에르 마리아스Javier Marías(1951~ ). 그의 장편소설 『사랑에 빠지기Los enamoramientos』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편집자 마리아는 아침마다 같은 카페에서 식사하는 한 부부를 보고, 완벽해 보이는 부부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건조한 삶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 중 남편이 갑자기 살해당하고, 마리아는 위로하러 부부의 집을 찾았다가 살해당한 남자의 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남자의 살인 사건에 상상하지 못한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El País』는 이 소설을 2011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다. 2012년 이탈리아의 ‘주세페 토마시 데 람페두사’ 국제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미국에서 출간된 최고의 소설에 수여하는 미국 도서비평가상의 최종 후보작으로 올랐다. 또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3년 최고의 소설 100편에 선정되었다. 이 소설로 마리아스는 가장 ‘까다로운 입맛’의 독자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만족시키는 작가임을 또다시 증명했다.

‘사랑에 빠지기’에 관한 생각과 해석과 추측의 소설화
“우리는 어쩌면 시작은 모두 대체품이었을 거야.
아마도 나는 두번째로 중요한 사람이고, 그것만 해도 어디야.”


『사랑에 빠지기』는 하나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것도 행복한 가정의 가장인 미겔 데베르네가 자신의 생일에 길에서 정신병자에 의해 칼로 난자되어 살해된 것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마드리드의 출판사 편집자 마리아 돌스로, 그녀는 상상력이 없는 자신의 상사들과 노벨문학상을 꿈꾸는 허영기 가득한 작가들 때문에 하루하루 소진되는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평소 눈으로만 알던 사이인, 매일 아침 같은 카페에서 아침을 먹던 데베르네가 살해당하고 남겨진 부인에게 조의를 표하러 가면서 그녀의 일상은 전환점을 맞는다. 그 과정에서 살해당한 남자의 친한 친구 하비에르 디아스 바렐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하비에르 디아스 바렐라 역시 열렬한 사랑에 빠져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대상은 마리아가 아니라 데베르네의 남겨진 부인 루이사이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의 기억에 충실하여 하비에르에게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녀 역시 남편을 보내기 전까지 사랑에 빠져 있었으므로. 그들의 사랑은 최선책이 사라져서 차선책이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연쇄 사슬이 되어, 도미노 놀이의 패처럼 줄지어 선 채, 상대방이 강렬히 원하는 그 누군가의 항복을 기다린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특히 처음에는 누군가의 대체물은 아닐까?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야기된 행동은 모두 합리화될 수 있는가?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본질을 살피는 문학계의 철학자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민낯을 살인사건을 통해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확실한 삶 너머에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매혹적인 관조

“우리는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미스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관습을 초월한 작품은 특별한 결과를 낳는다.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작품이 그러하다. 마리아스의 소설은 관습을 초월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대해 섬뜩할 만큼 사실적인 분석을 보여주고 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을 뒤흔들며, 우연과 진실의 문제를 범죄 미스터리로 풀어간다.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힘이 없으며, 대부분 우리의 판단 근거를 의문시한다는 점에서,『사랑에 빠지기』 역시 작가가 천착한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조를 반복한다. 확실성에 대한, 판단에 대한 의심은 범죄에 대한 시각을 어지럽힌다.
게다가 이 소설을 구성하는 모든 사건은 다른 작중인물들이 화자 마리아에게 들려준 것이거나, 화자가 전지적 시점으로 상대의 심리를 유추한 것이다. 마리아는 자기가 본 것뿐만 아니라, 다른 작중인물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리라고 상상한 것을 서술한다. 그 어떤 정보도 직접적인 것이 아니므로 항상 의심의 여지를 남긴다. 심지어 신문에 실린 기사도 세세한 설명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여기서 진실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실은 절대 선명하지 않으며, 다른 수많은 것과 뒤엉켜있다. 이렇게 이 소설은 그 어떤 인물에 대해서도, 사실에 대해서도 분명한 윤리적 판단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 지역을 초월하는 보편의 문제위대한 예술은 종종 규칙을 어기거나 최소한 조정하면서 나타난다. 마리아스의 책이 그러하다.
이 책은 소설에서는 거의 드문, 낯선 영역으로 안내한다. _ Paste magazine


기존의 스페인 소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마리아스는 불확실한 상황과 심리적으로 복잡한 인물을 등장시켜 작품을 전개하면서, 치밀하고 새로운 문학 형식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일상의 삶에 바탕을 두지만, 일반적인 스페인 문학 전통, 즉 사실주의와 지역 색채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프랑코 정권이 외치던 애국주의에 반대하고, 교훈적이며 투쟁적인 문학도 배척한다.
그가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문학은 증언의 의무감에서 해방된 창의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스페인어를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세련되고 우아한 구문과 훌륭한 어휘는 작가들이 전하려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므로 그러한 문학을 구현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마리아스의 작품들은 철학적 주제뿐만 아니라 시적인 문체로 명성이 높다. 『사랑에 빠지기』 또한 스페인의 고전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사랑과 범죄, 개인의 행동이 초래할 윤리적 반향에 대해 고찰하며, 우리의 기존의 관념들을 뒤흔들어 놓는다. 표현 방식 또한 여타의 문화적 소재를 활용하며 섬세한 문장 구현에 주력한다. 주제와 형식 면에서 틀을 깨는 마리아스의 소설은 독자들의 사고의 한계도 깨뜨리게 된다.

 

이 시대에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이 시대에서 우리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


인간의 영혼에 관한 시적이고 철학적인 소설.

젊은 유리 세공사 아비브는 수상한 의사 카민스키에게 50개의 유리병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의사는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훔쳐 자신의 완전한 영혼을 빚어내려는 음험한 모략을 꾸민다. 왜 자신은 어떤 종류든 사랑을 할 수 없는지 하는 물음의 답을 찾아낸 의사는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더 인간답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한다. 아비브가 의사의 음모를 알아차리자, 생사를 건 모험이 시작된다. 아비브는 병에 갇힌 영혼을 풀어주는 데 성공할까? 아비브는 이 모험을 하며 얻은 깨달음으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깊은 이해에 이른다.

안도현 시인의 추천을 비롯하여 성공적인 데뷔작『봄을 찾아 떠난 남자』의 저자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는 이 신작 소설『영혼의 향기』로 인간은 누구나 살아갈 만한 의미와 보람을 가진 세상을 자신의 힘으로 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가는 실존적 인간 문제를 다루는 위대한 이야기꾼이다.

“우리의 인생을 망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야.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진짜 필요한 것은 세상으로 나서는 우리의 자세니까.”

 

 워크룸 프레스는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로 올해로 출간작 100종을 넘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제안들이라는 이름의 총서의 하나로,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인문서가에 꽃힌 작가들 시리즈 처럼 약간은 난해해 보이는 느낌의 책입니다.  파타피직스의 대한 설명을 위해 아래 링크를 남깁니다. 진중권이 쓴 cine21 2010년 칼럼이고 당시 시사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으니 진중권의 정치성향과 맞지 않는 분들은 굳이 읽어보지 마시라는 주의를 남깁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60639 

파타피지크라는 과학

"정의: 파타피지크는 상상적 해법의 과학으로서, 대상의 가상이 묘사하는 대상의 속성을 대상의 윤곽에 상징적으로 부여한다." (본문 37쪽)

이 소설은 구성상 총 8권(8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2권(2부) 「파타피지크의 기초」에서 자리는 파타피지크에 대해 위와 같이 정의한다. 위의 정의에 따른다면, 파타피지크는 형이상학과 과학의 경계에 걸쳐 있으면서 이를 넘나드는 새로운 개념으로 보인다. 자리의 설명 또한 그러하다.

"파타피지크는 형이상학의 범위 안 또는 바깥에 덧붙는 과학으로, 형이상학이 물리학을 넘어서는 만큼 형이상학을 넘어선다." (37쪽)

부수적이고, 우연적이고, 특수하고, 예외적인, 초형이상학적 과학. 현재의 일상적 세계를 보완하는 다른 세계, 우리가 보아야 하는 세계를 설명하는 비(非)학문.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자리는 전작 희곡 「위뷔 왕」에서도 그러했듯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새로운 것들과 추하고 저속하고 상스럽게 여겨지는 것들을 뒤섞어 전면에 드러내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자리는 왜 이러한 선택을 고집했을까? 이렇게 추측해 볼 수도 있다.

"63세로 태어나 63세에 자살한 포스트롤은 결국 조금도 살지 않았고 그래서 죽지도 않았을 수 있지만, 그 죽음이라는 것도 1센티미터 길이의 자 하나만 있으면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악랄하게 순진하고, 실없이 진지한 농담의 편에서 조망할 때, 현실의 죽음과 삶은 소설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못한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상상 초상들

"파리의 이 동네에는 승합마차도, 기차도, 전차도, 자전거도 다니지 않았으며, 호기심 많은 자들이 여행 중 에 찾아온 스물일곱 권의 가장 훌륭한 예술적 정수를 발치에 놓고 있는 파타피지크학자와 팡뮈플이라는 이름의 집행관(이하 르네이지도르로 서명), 그리고 인간의 말이라고는 '아 아'밖에 모르는 뇌수종 걸린 개코원숭이를 태우고 동일 면상에 놓인 세 개의 작은 강철 바퀴로 구르는, 빛이 새어 들어오는 구리 직물 배도 아마 다닌 적 없었을 겁니다." (본문 57쪽)

소설은 포스트롤 박사와 그 일행의 파리 여행기 형식을 취한다. 여행 중 등장하는 섬들은 자리가 택한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파타피지크하게 반영한다. 우리는 자리가 그린 상상적 초상들을 통해 19세기 말 파리 상징주의 예술계 일원들의 이모저모를 보게 되는 셈인데, 물론 자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파타피지크라는 개념은 실제로 예술가들의 모임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알프레드 자리의 초형이상학적인 파타피지크 개념에 관심을 둔 이들이 1948년 콜레주 드 파타피지크(Coll?ge de 'Pataphysique)를 창단했는데, 1960년 세워진 울리포(OuLiPo, 잠재문학작업실) 창단 멤버 열 명은 대부분 콜레주 드 파타피지크 구성원이었다.

이 책의 부록은 두 가지다. 소설 속 실제 인물과 작품을 소개하면서 동시대의 새 예술을 열광적으로 추적한 자리와 연결해 보는 「인명사전」이 첫 번째다. 뒤이은 「알프레드 자리 연보」는 자리의 삶과 작품이 맞닿아 있음을 드러낸다. 물 대신 술을 마셨고, 사교 자리에서 권총을 휘둘렀고, 스스로를 일인칭 복수로 칭했고, 고성능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전용 활자를 제작하느라 빚을 졌지만, 거처마다 가호를 달고 글을 쓰고 낚시하며 속물주의를 조롱했던 작가. 알프레드 자리는 삶과 예술이 일치하는, 예술이 삶의 전부인 비타협적 삶을 살았다. 그러나 오늘날 이를 "권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늘까지도 예술과 예술가들의 어떤 부분은 여전히 이렇게 터무니없을 만큼 비실리적인 것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함께 깨닫기 위해서"(옮긴이) 이 책을 펴낸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어제까지의 세계》 이후 6년 만의 신작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60년 문명탐사 결정판!
세계 최초 한국어판 영어판 동시 출간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 문화인류학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대한 지성,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연구 총결산 ‘미래의 기회’ 편! 문명의 흥망성쇠를 탐사한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에 이어 위기, 선택, 변화로 달라지는 미래를 완벽하게 통찰한 역작. 위기 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12가지 요인, 대변동을 극복하고 성공한 국가 연구, 일본과 미국의 당면한 문제와 변화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 전망까지. 나와 세계의 미래를 구하는 강력한 해법!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어제까지의 세계》 이후 6년!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60년 문명탐사의 결정판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 문화인류학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의 역동적인 변화를 예리하게 파헤쳐온 위대한 지성,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그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는 기존의 상식을 뒤바꾸며 세기의 역작이 되었다. 그 후 6년, 전 세계가 기다려온 신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원제: Upheaval)가 세계 최초 영어판과 한국어판으로 동시 출간되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신작을 통해 시대와 공간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마침내 완성하였다. 그의 60년 문명연구 총결산이 된 대망의 4부작은 이제 미래 역사로 나아간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성공과 자멸을 결정짓는 터닝 포인트는 무엇일까. 다이아몬드 교수의 특기인 눈부신 비교 연구, 역사학·지리학·언어학·인류학·생물학 그리고 심리학까지 총망라한 압도적인 지식, 문명의 어제와 오늘을 가로지르는 번뜩이는 통찰은 지금까지의 모든 저작을 넘어서며 미래를 위한 지혜와 해법을 선사한다.
미래의 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선 무엇이 ‘위기’인지 정의하고, 위기 해결에 영향을 주는 12가지 요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내·외부적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은 두 국가(핀란드와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두 국가(칠레와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두 국가(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층적 비교 연구는 고통스럽지만 정직한 자기평가와 대응이 근현대의 격동기를 어떻게 극복하게 했는지를 실제 역사적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일본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대변동을 해설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한다. 국가 간 불평등,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이후 세계의 전망과 과제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위기는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유발 하라리의 추천사대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는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책이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인류사적·문명사적으로 거대 담론을 논했던 기존의 저작과 달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책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에 집중한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한국 사회와 가장 밀접한 일본과 미국이 당면한 위기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한다.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현실을 적확하게 포착한 그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최선의 해법을 제안한다.
우리 사회가 세계의 위기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7개국의 모습은 우리 현대사의 면면과 닮아 있다. 소련이라는 강대국을 이웃한 핀란드, 군사독재를 경험한 칠레와 인도네시아, 지리적·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아온 일본,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까지, 그들의 위기와 선택, 변화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다이아몬드 교수의 날카로우면서도 냉철한 진단을 통해 우리는 위기 상황을 명확히 하고 미래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전 세계와 한국 사회에 위기의 해법과 통찰을 제시하며 변화와 회복의 가능성을 전하는 책이다.

“내가 비관주의자의 푸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또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역사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위기는 과거에도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현대 국가와 현 세계는 어둠 속에서 헤맬 필요가 없다. 과거에 효과를 발휘한 변화와 그렇지 않았던 변화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_본문에서


“위기에서 번영으로 가는 터닝 포인트는 무엇인가?”
선택과 변화로 달라지는 미래를 완벽하게 통찰한 역작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국가적 위기 해결을 위한 핵심 요인을 12가지로 설명한다. 이는 개인의 위기 극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국가의 위기에 확대 적용한 것이다. 12가지 요인의 핵심은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정직하게 평가’하여, 새롭게 닥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부분과 바꿔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가려내고, 궁극적으로 ‘선택적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 국가 위기 해결을 위한 12가지 요인
1.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의 수용
3.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울타리 세우기
4.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6. 국가 정체성
7. 정직한 자기평가
8.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위기
9.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10.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
11. 국가의 핵심 가치
12.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위기의 원인과 형태는 다양하더라도 위기를 통과하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이 연구의 시작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위의 12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7개 국가를 분석한다. 핀란드와 일본, 칠레와 인도네시아,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미국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중대한 위기를 맞닥뜨렸다.

■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 급작스레 격변을 맞다: 핀란드와 일본
핀란드는 1939년 국경을 맞댄 소련으로부터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고, 일본은 개항을 요구하는 미국 함대의 침략을 받아 새로운 환경에 대처해야 했다. 핀란드는 소련과의 전쟁 이후 저자가 제시한 12가지 핵심 요인 중 7번째 요인인 정직한 자기평가를 통해 생존을 위해서라면 소련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민주주의 원칙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소련과 실용적 관계를 유지했던 정책은 10번째 요인인 유연한 대응이 작용한 결과였다.
일본이 서구 열강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시도한 선택적 서구화는 3번째 요인인 울타기 세우기의 일환이었다. 전통 가치 중 무엇을 유지하고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선을 분명히 했고, 이를 통해 5번째 요인인 일본 상황에 가장 적합한 본보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 국내의 정치적 타협이 결렬되며 위기에 처하다: 칠레와 인도네시아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맞닥뜨리면서 위기에 빠졌다. 국가가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1번째 요인인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정치적 분열은 심화되었고 이는 결국 군사 쿠데타로 이어졌다.
두 국가의 선택적 변화에는 지도자의 가치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는 3번째 요인인 대대적인 울타리 세우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는 ‘신질서’라는 새로운 통치 원칙을 세워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두 국가는 현재 평화적 시위로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민주주의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 점진적으로 누적된 비폭발적 위기에 시달리다: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편된 세계질서 속에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독일에서는 나치 시대의 유산, 동독과 서독의 정치적 분할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발발했다. 12번째 요인인 지정학적 제약이 극심했던 독일은 과거 적대적이었던 이웃 국가들과의 화해가 위기 해결의 핵심이라고 파악했다. 이는 독일이 패전국이라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2번째 요인으로서 위기의 책임을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전쟁 이후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에 부딪혔다. 영 연방의 일원이라는 자아상, 즉 11번째 요인인 핵심 가치를 고수하는 것이 변화된 환경에서는 실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리적으로 먼 영국이 아니라 아시아계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6번째 요인인 국가 정체성을 다듬어나가고 있다.

■ 국가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 차원으로, 현재진행형 위기: 일본과 미국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한 현대 일본의 위기는 급감하는 출산율로 인한 인구 문제다. 낮은 출산율, 여성의 역할, 인구 고령화는 노동 활동이 가능한 인구 규모의 축소라는 측면에서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한국 및 중국과 관련한 과거사 문제도 일본이 미래를 위해 꼭 해결해야 할 시급한 위기다. 지나치게 많은 정부 부채와 자연 자원의 관리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일본은 자원 빈곤국임에도 원양어업과 포경업에 대한 규제를 앞장서 반대하는 등 지속 가능한 방식의 자원 활용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현대에 들어 민주주의 또한 위기를 맞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와해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년 사이 정치적 타협에 실패해 연방 정부의 셧다운을 초래하거나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양극화 현상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악화됨에 따라 일상의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수십 년간 논의되어온 주제에 그가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에 답하기 위해서다. 과거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에서 로스앤젤레스 폭동이 비롯되었듯이 절망감이 심화되면 중대한 격변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생활수준 격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교수는 스스로를 ‘신중한 낙관주의자’라고 표현한다. 그가 이 책에서 위기를 나열하는 것도 비관주의를 퍼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선택과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위기에서 번영으로 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 곁에 있지만 미처 보이지 않았던 식물의 생활
식물세밀화가의 시선에서 말하는 도시식물 이야기


공원, 가로수, 정원은 물론이고,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랜테리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정도로 식물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곁에 있는 식물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국립수목원·농촌진흥청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리며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이소영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형태, 이름, 자생지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더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소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몬스테라, 딸기 등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식물의 책』에 담았다.

숲을 떠나 도시에서 살게 된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이소영 식물세밀화가의 역할은 식물의 현재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가 기록하는 대상은 실내공간, 수목원, 공원 등 주로 우리 곁에 있는 식물들, 또는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신품종처럼 앞으로 우리 곁에 있을 식물들, 즉 숲을 떠나 도시에서 살게 된 식물들이다. 그의 시선을 좇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나 왕벚나무, 정원수로 심긴 곰솔이나 주목, 카페 천장에 매달린 틸란드시아, 식탁 위에 놓인 사과나 포도……. 숲에서, 더 멀리는 사막에서 살던 식물들이 어쩌다 우리가 사는 도시로 오게 되었을까.
『식물의 책』을 읽다 보면 사람 중심에서 식물의 중심으로 그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간다.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고 서양민들레 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서양민들레에 밀려 토종 민들레가 터를 빼앗겼다며 민들레에 싸움을 붙인다. 그러나 저자는 “토종 민들레가 점점 숲 밖으로 밀려나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건 정확히는 환경 파괴 때문”(p.16)이라고, 산을 깎고 땅을 메꿔 공터를 만들면서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토종 민들레는 사라지고 대신 서양민들레가 늘어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의 욕심’에 애꿎은 피해를 보는 건 은행나무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자 1과 1속 1종으로 세상에 딱 한 종뿐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귀한 대우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열매가 떨어질 때 악취가 심하다며 홀대받는다. 열매가 익기도 전에 가지를 흔들어 어린 열매를 떨어뜨리거나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게 암그루와 수그루를 구분해 수그루로만 심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의 지독한 냄새는 빌로볼과 은행산이라는 성분 때문으로,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씨앗을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생존 방법이다. 저자는 묻는다. “식물이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과연 우리에게 그것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권리가 있는 걸까”(p.195).

반려식물이 자꾸 죽어 걱정이라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간단한 조언


반려식물과 플랜테리어가 유행하고 미세먼지와 새집증후군 등으로 공기 정화용 식물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물을 들일 때 가장 많이들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식물을 키우고는 싶은데, 자꾸 죽더라고요. 어떤 식물이 잘 죽지 않나요?” 저자는 식물을 키울 때 재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우선 그 식물이 자생하던 원산지의 환경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예컨대 리톱스나 선인장 등 다육식물을 키울 때는 자생지인 사막처럼 건조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주 습한 여름에는 공기 중의 물만으로도 살 수 있도록 물을 주는 횟수를 제한하는 게 좋다. 로즈마리나 라벤더 같은 허브식물의 경우에도 햇빛이 강하고 물이 풍부한 이탈리아 자생지의 환경을 떠올려보면, 물도 자주 주고 햇볕도 흠뻑 쫴주는 게 좋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식물의 원산지에 관한 정보를 바로 얻기 어렵다면, 우선 식물의 생김새에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식물을 자주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식물을 재배할 때 가장 필요한 기본자세라고 강조한다. 아이나 동물은 결핍을 말이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내곤 하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 보니 결핍을 형태로 드러낸다. 식물의 잎이 쳐졌다거나 색이 변했다거나 하는 작은 변이를 관찰함으로써 식물의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잎의 모양에도 이미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과 연관이 깊은데 예컨대 식물의 잎이 크다면, 그 식물은 빛을 많이 받기 위해 그런 형태로 진화했을 테니, 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기르는 게 좋을 것이다. 요즘 실내에서 잘 키우는 틸란드시아는 어떨까? 틸란드시아를 자세히 살펴보면 잎 안쪽에 꺼끌꺼끌한 질감의 기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틸란드시아는 바로 이 기공을 통해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하는데, 그렇기에 물을 줄 때는 잎 전체를 물에 담그거나 물을 뿌려주는 게 좋다.

식물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의 중요함


사실 식물의 원산지는 그 학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학명은 전 세계에서 통용하는 식물의 이름으로 식물의 분류학적, 역사적, 형태적 특징 등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식물을 학명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식물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학명 중에 종소명은 보통 식물의 형태적 특징이나 원산지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학자들이 가장 먼저 발견하여 ‘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Nakai’처럼 우리나라 특산식물임에도 불구하고 학명에 일본 식물학자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도 꽤 있다. 독도에서 자라는 식물을 일본 학자가 먼저 발견한 경우엔 ‘다케시마엔시스takesimaensis’라고 명명했고, 해방 이후 우리나라 학자가 발견한 식물은 ‘독도엔시스dokdoensis’라고 학명에 기록되었다.
식물문화가 발전한 유럽에서는 품종 기록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식물원이나 원예협회 측에서 직접 식물세밀화가를 고용해 그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와인의 인기로 포도 재배 산업이 발달한 프랑스에는 포도 관련 기록물이 풍부한 편인데, 특히 170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피에르 조셉 르두테Pierre-Joseph Redoute가 포도 세밀화를 많이 남겼다. 워낙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해서 이소영 작가가 프랑스에서 만난 이들에게 직업을 소개하면 “아하 르두테와 같은 일을 하는군요!” 하며 알은체를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기록들이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품종의 존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원예산업에서 재배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따르게 마련인데, 소비자가 단일한 품종만 계속 소비하게 되면 결국 과수원에서도 ‘단종 재배’만 하게 된다. 그러다 질병이나 해충이 유행하기라도 하면 자칫 멸종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렇듯 품종의 다양화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한데, 요즘에는 ‘생물 주권’의 개념이 뚜렷해지고 하나의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각 나라에서 품종 개발에 더욱 힘쓰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딸기를 예로 살펴보면, 국내에서 매향과 설향 등의 품종을 육성하기 전까지는 주로 일본 품종을 수입해와 매년 로열티만 30억 이상을 내야 했다. 그러나 10년간의 연구 끝에 설향이 품종 개발되었고, 이제 우리나라 딸기 소비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해 일본에 지불하는 로열티도 2005년 32억에서 작년에는 5천만 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에 출판사에서는 특별히 초판 한정 사은품으로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신품종 먹을거리를 주제로 신년 달력을 제작하였다.)
『식물의 책』에는 그 밖에도 여러 도시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세밀화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콜라의 원료 중 하나로 바닐라가 사용되는데, 한번은 코카콜라가 바닐라를 첨가하지 않은 새로운 레시피의 콜라 라인을 만들었다가 그해 전 세계 바닐라 소비량이 대폭 줄면서 바닐라의 주재배지인 마다가스카르의 경제가 붕괴 상태까지 갔다. 그리고 계수나무가 단풍이 들 때 달콤한 냄새가 나는 이유, 복수꽃이 겨울에 꽃을 피우는 이유, 몬스테라 잎에 난 구멍의 연원에 이르기까지 식물의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각 식물의 이름과 형태를 기억하고, 관심을 갖고 자주 들여다보는 일, 이는 식물을 숲에서 도시로 불러 이용하는 우리의 책임과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동시대 최고의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독창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55년 작가 인생 최초의 SF소설

디스토피아적 서사와 반전의 묘미가 돋보이는 매혹적인 소설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조이스 캐롤 오츠의 46번째 소설


『위험한 시간 여행』은 2004년 이래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46번째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의 전체주의적 북미연합을 설정하여 디스토피아적 서사를 그린다. 주인공 아드리안은 국가가 정한 한계에 도전한 죄로 북미의 ‘위스콘신 주 웨인스코샤’라고 하는 지역으로 추방되고, 어느 날 자신이 80년 전의 세계로 던져졌음을 깨닫는다. 전원지대의 평화로운 미 중서부로 돌아간 소녀는 국가가 바라는 “재활”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지만, 동료 추방자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와 함께 주어진 한계를 벗어나려던 주인공은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되고 동시에 새로운 의미의 자유를 얻는다. 매혹적이면서도 비전으로 가득한 소설 『위험한 시간 여행』은 괴롭고 가슴 아픈 깨달음과 정교한 러브스토리를 엮은 소설로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조이스 캐롤 오츠는 행동 심리학과 가상현실의 무기화에 대한 대담한 진실과 금단의 사랑에 대한 긴장감을 서스펜스와 예리한 이야기 ??속에서 악마적인 권위주의와 불협화음의 도구를 통하여 탐구한다. 이 영리하고 복잡한 포Poe와 같은 우화 속에서, 그녀는 과거와 미래에 있어 인간정신의 취약성, 자유의 허약함, 그리고 정보, 독립성, 창의성을 억누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높은 밀도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디스토피아의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모드로 독자를 자극한다.
- Booklist

미래 사회에서 반역자로 분류되어 80년 전 과거로 추방당한 소녀
과도한 국가 권력과 통제에 맞선 ‘저항’에 관한 이야기


『위험한 시간 여행』은 용기 있는 이상주의 소녀가 개인의 삶을 옥죄어오는 미래 사회의 틀을 시험하면서 시작된다. 펜스보로 고등학교의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하게 된 아드리안은 국가 장학생으로도 뽑힌다. 하지만 그녀의 졸업연설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었고 그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단상에서 채 물러나기도 전에 경찰이 나타나고 아드리안은 그 자리에서 체포된다. 죄목은? ‘반역적 발언과 권력을 향한 의혹 제기’. 아드리안은 이 땅에 살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조리 지워버리는 ‘삭제’형에 처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긴다. 대신 아드리안은 중범죄자로 분류되어 4년간 80년 전의 위스콘신 주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 아드리안은 낯선 과거의 시간 속에서 무엇 하나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벗어날 실마리를 찾아낸다. 하지만 그것은 가족 모두를 파멸로 치닫게 할 폭탄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미래와 과거의 시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너무나 끔찍하지만, 있을 법한 미래를 그려냈고 이미 희미하게 사라져버린 과거를 소환하여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과거의 기억을 적절하게 조합해 또 다른 세계를 만들었다. - 제임스 글릭(『카오스』 저자)

조이스 캐롤 오츠의 글은 항상 너무 쉽게 읽힌다. 위험하고 거친 세상으로 들어가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듯 절박하면서도 두려움 없이 격렬하게 쏟아진다. - ≪뉴욕 타임스≫

명징한 대화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가득한 걸작. 조이스 캐롤 오츠는 우리에게 마법을 걸었다.
- ≪피플≫

조이스 캐롤 오츠는 내가 아는 한 가장 한결같이 꾸준하게 창의적인 작품을 내는 놀라운 작가이자 호기심 가득한 틀에 갇히지 않는 작가이다. - 길리언 플린(미국의 소설가)

v기계화된 디지털 문명의 감시체계 속에 엿보이는 1950년대 아날로그 정서!

재편된 북미연합국을 기반으로 하는 엄격한 카스트 제도, “로봇 미사일”을 통한 대용 암호 및 유비쿼터스 하이테크 인구의 감시. 교육이 제한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너무 영리해 보이지 않으면서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한다. 17세의 주인공 아드리안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고 결국 그 결과를 감내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이미 ‘삭제’형에 처해진 삼촌, 그리고 의사인 아버지를 둔 그녀는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현시대에서 질문을 하는 것은 반역이다. 아드리안은 자신이 맡은 졸업연설 직전 체포된다. 반역에 대한 형벌은 삭제. 간신히 삭제형을 면하고 ‘추방’을 선고받은 그녀는 다른 수감자의 삭제형을 목격한다. “졸 조셉 제이의 몸이 마치 레이저 광선에라도 맞은 것처럼 옆으로 심하게 흔들렸는데 레이저가 그의 머리 옆으로 들어가 폭발하면서 그의 머리를 날려버렸고, 3초도 안 되어 몸통과 하지까지 모두 분해되고 말았다.” (p. 56)
시대는 9.11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아드리안은 부모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9년으로 순간 이동된다. 그녀는 이제 위스콘신 주 웨인스코샤 대학 신입생 메리 엘렌 엔라이트이며, 추방지로부터 반경 10마일을 벗어나면 즉시 삭제의 위협으로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다. ‘지침’에 나와 있는 대로 그녀는 양부모에 입양된 존재로 신분을 세탁할 것이며, 이 양부모는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다. 추방자는 또한 가족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며, 이를 제한구역 내 본인의 신분으로 삼아야 한다. 머릿속에 심어놓은 마이크로칩은 과거의 삶에 대한 추억을 차단한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제9구역, 그녀는 문화 충격에 맞닥뜨린다. 평화주의자들은 캠퍼스에서 쫓겨나고, 여학생들은 스텝 포드 아내가 되기를 열망하며 대학은 ‘평범함의 온상’이다. 또한 그녀는 낡은 옷을 입고 핸드폰도 컴퓨터도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 메리 엘렌 엔라이트의 신분으로 처음 타자기를 보았을 때, 그녀는 실신한다. 타이핑되고 있는 날짜는 1959년 9월 23일. 차츰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에 매료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책은 따로 전기가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종이책만의 매력이 있었는데 그건 손에 들고 읽으면서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책과 긴밀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전자책은 읽고 나면 저장하거나 삭제되며 어떤 감정이나 특별한 소유의 느낌을 가질 수가 없다. 책장에 꽂거나 책상 위에 놓아둘 수 없으며, 그 아름다운 디자인을 계속 보며 즐길 수도 없다. 그리고 삭제되는 것이다. (p. 165)

나는 점점 타자기가 좋아졌다. 힐다가 자기 휴대용 타자기를 왜 그렇게 자랑스러워했 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것 같았다. 박물관에 있는 거대한 사무용 타자기는 감히 첨단 기기라 할 수 있었다. 힐다의 타자기와 박물관 타자기의 공통점은 전기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었다. 기기 자체가 너무 원시적이니까. 나는 마치 행동심리학 피험자처럼 줄 끝부분에 다가오면 들려오는 벨 소리를 듣고 적절히 여백을 둔 후 다음 줄로 내려가는 방법을 배웠다. 더 중요한 것은 컴퓨터 자판에서 부드럽게 치는 데 익숙한 내 손가락에 힘을 주어 힘껏 키를 내리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자주 등장하는 문자인 a, o, s, t 같은 문자의 키는 타이피스트가 얼마나 많이 쳤는지 희미한 골이 파여 있을 정도였다. 자연사 박물관의 어두운 그림자 밑에서 일하던 유령 타이피스트들이 있었을 것이다. (p. 195)

진정한 의미의 자유란 무엇인가?
‘여기가 나를 위한 곳, 지금이 나를 위한 시간’


『위험한 시간 여행』은 SF 영화 시나리오를 방불케 한다. 제한구역, 낯선 세계에 차츰 적응해가면서 메리 엘렌의 외로움은 이제 사랑의 감정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 대상은 바로 웨인스코샤 대학의 심리학 조교수 울프만이다. 그런데 그는 제한구역의 감시자일까 아니면 자기와 같은 시간 여행자인 추방자일까. 그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녀는 울프만과 도피행각을 벌이지만 결말은 예상 밖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예측 불가능한 모호한 결말. 삶은 여전히 소설 속, 영화 스크린 속에 갇혀 있는 듯하다. 현실과의 타협, 아드리안은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삶은 현재이고 삶은 사고하는 것이 아니며, 반사적이거나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고. “삶은 생각이 아니고, 투영되는 것도 아니며,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삶은 현재의 그것이며 TV에 비치는 것처럼 항상 지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가 나를 위한 곳, 지금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p. 378)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개들이 있다"
세상을 여전히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이들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기록
데뷔작으로 세계 각국의 문학상을 놀라게 한 보스턴 테란의 감동 장편소설

힘차게 살아가는 의미를 알려주는 개 '기브'의 놀라운 여정

인터넷을 보면, 텔레비전을 켜면, 신문을 펴면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안 좋은 뉴스들이 흘러 넘친다. 혐오가 만연한 지금은 용서와 배려, 최선 등의 단어를 말하는 건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된 듯하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은 그런 세상에 대항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한 마리의 개에 대한 찬사를 담은 소설이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의 주인공은 개다. 인간을 따르고, 보호하며, 지키는 개의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개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재해를 겪고, 전쟁을 치르고, 폭력에 시달리며 살면서도, 자신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선량함과 우직함, 건강함을 잃지 않는 개. 그리고 그로 인해 구원 받고, 살아갈 힘을 얻고,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눈을 돌리고 행동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 《어떤 강아지의 시간》은 개와 개를 매개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역사의 단면들을 아름답게 엮어냈다.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 저 개를 보아라
숙소 달린 화물차 휴게소를 혼자 운영하는 애나는 개를 키우며 살고 있다. 굶주리거나 버림 받은 개들을 만나면 데려다 키웠다. 어느 날 비참한 몰골로 휴게소를 찾아온 늙은 개 역시 키우게 됐고, 목줄에 있는 글자로 추정해 이름을 '기브'라 했다. 기브는 애나의 보살핌 속에 건강해져 아빠도 되었고, 마지막 날에는 편안히 눈을 감았다. 기브의 새끼들은 모두 가족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양되었고, 아빠의 이름을 받은 막내 '기브'만 애나 곁에 머물게 되었다.
어느 날 젬과 이언이라는 형제 밴드가 숙박을 위해 애나의 휴게소를 찾는다. 애나는 방을 내주었지만 형제에게 불온함을 느꼈다. 형인 젬은 애나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애나의 방에 들어가 그녀의 일기를 훔쳐봤고, 거기서 자신이 아닌 동생 이언이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고 쓴 글을 보고 열등감이 폭발해 분노한다. 충동적으로 젬은 강아지 기브를 훔쳐 동생과 함께 달아난다. 주인과 어미 개에게 사랑 받으며 살았던 강아지 기브는 갑자기 낯선 사람들과 동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파란만장한 사건과 생각지도 못한 만남으로 기브의 '견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상실의 슬픔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는 치유의 이야기
《어떤 강아지의 시간》에서는 개도, 인간도 똑같이 가혹한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학대를 당하기도 하고, 잔인한 전쟁터에서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다. 자연재해에 목숨을 위험 받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살아갈 의지를 잃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이다. 작품 속에서 이언이 아빠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이나, 전쟁에서의 기억과 자신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딘이 괴로워하는 모습은 읽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이 전해질 정도다.
하지만 개는 다르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에서 기브는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악한 사람들에게 잡혀 죽기 직전의 상황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를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도 돌보지 않는다. 믿음, 선량함, 건강함의 미덕은 기브를 통해 표현되고, 이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위로를 건넨다.
특히 이 작품은 실제 현대사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을 끌어들인다. 애나는 헝가리 혁명 당시 가족을 잃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이다. 딘은 9/11 때 누나의 시신을 찾은 바로 다음 날 군에 입대했다. 기브는 수많은 사람들을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현장에 있었다. 거대한 역사의 단면을 채우는 이들의 고뇌와 살아가는 모습은 그만큼 더 가깝게 다가오고,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복면작가 보스턴 테란의 재능과 언어가 돋보이는 작품
작가 보스턴 테란은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데뷔작인 《신은 탄환이다》가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최우수 데뷔 장편소설에 수여하는 존크리시상을 수상했고,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에드거상 최우수 데뷔 장편소설 부문과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그 이후로 10여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그는 오직 작품으로만 이야기한다.
작가는 《어떤 강아지의 시간》의 메시지를 전달할 최고의 방법을 택했다. 딘 히콕이라는 작가가 자신이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것. 그렇게 《어떤 강아지의 시간》이라는 소설은 '딘의 에세이'가 된다. 캐릭터와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이 트릭은 실제 사건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이니만큼 작품이 품은 저력을 몇 배나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읽는 동안 어느새 기브와 그 주인들에게 마음을 주고, 응원하는 당신이 바로 그 증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YkrxvqGbqgk

 https://www.youtube.com/watch?v=0mR0_nFTato

https://www.youtube.com/watch?v=f5UGmlSWQYs

https://www.youtube.com/watch?v=Kp8DBZ1Xh9k

<사탄탱고>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이번엔 ‘리바이어던’을 불러내다!


헝가리의 어느 작은 마을, 살을 에는 추위가 계속되고 가로등은 이유 없이 켜지지 않으며 거대한 나무가 하루아침에 뿌리째 뽑혀 드러눕더니 수십 년간 멈춰 있던 교회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한 유랑 서커스단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를 보여준다며 도시에 들어서고, 온갖 소문과 편집증이 난무한다. 데뷔작 《사탄탱고》에서 체제에 유린당한 사람들이 고통의 쳇바퀴에 포박되는 과정을 탱고의 스텝-앞으로 여섯 스텝, 뒤로 여섯 스텝-이라는 형식으로 구현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저항의 멜랑콜리》에서 다시 한번 ‘세상의 끝과 그 너머’를 그리기 위해 이번에는 ‘고래’를 선택했다.
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어마어마한 거수(巨獸)’는 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과 포개진다. 동시에, 이 고래를 운반하는 불길한 트럭은 사실상 마을에 어떤 직접적인 해도 입히지 않고 그저 광장 한가운데 조용히 세워져 있는 것만으로 마을 전체를 광기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트로이 목마가 함의하는 방대한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W. G. 제발트의 말처럼 이 소설이 보여주는 통찰의 보편성은 ‘모든 현대 저작의 자잘한 관심사들을 훌쩍 뛰어넘는다’. 단락 구분 하나 없는 광대한 검은 강 같은 활자들에는 녹아든 메시지는 어느 하나로 압축되기 어렵다. 그것은 작가가 건너지른 동유럽의 격변사이기도, 각 계급의 사회적 의식 형성에 대한 냉혹한 성찰이기도, ‘한낮의 악마’라고도 했던 멜랑콜리의 진창에 붙박인 인간의 운명이기도, 키치와 블랙코미디에서 그리스비극을 이끌어내려는 시도이기도, 또는 그 모두이기도 하다.

헝가리의 은둔자, 예술가들의 예술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작가가 선사하는 황홀한 문학 체험


지난해 알마는 소설 《사탄탱고》를 출간해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는 벨라 타르 감독의 전설적인 촬영 기법과 7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화제를 모으며 먼저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수전 손택이 “남은 생애 동안 매년 한 번씩은 반드시 보겠다”는 말로 상찬했던 영화의 압도적 스케일에 매혹된 관객들은 원작을 만나길 기다려왔고, 소설 《사탄탱고》의 출간은 그 오랜 갈증에 단비를 내렸다. ‘헝가리의 은둔자’ ‘예술가들의 예술가’로만 알려진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기존에 소개된 세계 문학들이 가닿았던 지평 너머의 경험을 선사하며 ‘낯선 황홀함’을 찾아 헤매던 독자들의 영토에 착지했다.
이번에 알마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저항의 멜랑콜리》는 작가 특유의 묵시화(?示畵)를 한층 장대한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두고 “서구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암울한 역사에 대한 통찰”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설 또한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 <베르크마이스터 하모니(Werckmeister Harmonies)>로 만들어졌다.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BBC가 선정한 2000년 이후 100대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알마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또 다른 대표작 《저 아래 서왕모(Seiobo There Below)》 《세상은 계속된다(The World Goes On)》 《마지막 늑대The Last Wolf》 등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문학이 밀어 올릴 수 있는 세계의 한계를 의심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컬렉션을 통해 무엇으로 수식해도 미지(未知)로 남을 한 거장에 대한 평가를 저마다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용암처럼 퍼붓는 문장,
몰락하고 또 저항하는 캐릭터,
소설 밖에서 소설을 지배하는 멜랑콜리


많은 포스트모던 작가들이 광기의 시선으로 파헤친 현실을 다루지만,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 중 ‘가장 이상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서술은 한 문장으로 한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허다하다. 《저항의 멜랑콜리》의 영문판 번역가이자 시인인 조지 시르테스(George Szirtes)는 이를 “느리게 흐르는 용암 같은 서사”라고 비유했다. 헝가리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서사에는 일련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서로 치밀하게 얽혀 있다.
서커스단이 몰고 온 ‘고래’에 겁먹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키우는 사이,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는 에스테르 부인은 마을을 장악하겠다는 계략을 짠다. 그녀의 남편 에스테르 죄르지는 과거 뭇 이웃의 존경을 받는 음악학교 학장이었으나 수년 전 스스로 세상에서 격리되기로 결심한 이후 온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늙고 병약하며 ‘애매모호한 명망가’이다. 그가 아직 가느다랗게 세상과 연결되는 순간은 서른다섯 살의 청년 벌루시커가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그 ‘우울한 침실’에 방문할 때다. 밤낮으로 자신만의 ‘코스모스’에 사로잡혀 별과 달과 태양을 떠들며 마을을 배회하는 벌루시커는 비록 속세의 눈에는 그 나이 먹도록 사람 구실 못하고 술과 몽상에 찌든 마을의 백치이지만, 에스테르에게는 바깥의 난장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구도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세계에 ‘저항’하는 이 둘의 기묘한 우정은 에스테르 부인을 통해 현현되는 파시즘과 충돌하며 마을을 잠식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제목에 들어간 단어 ‘멜랑콜리’는 정작 책 속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번역자 구소영의 말대로라면 ‘표지 밖’에서 활동하며 독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 증상의 근본적인 두 개념은 ‘두려움(공포)’과 ‘슬픔(실의)’이다. 또한 <뉴요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자신의 사적인 낙원(Edens)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들의 내면을 덜 아름다운 동시에 더 아름답게” 만든다. 이 같은 아이러니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라고 스스로를 수식했던 크러스너호르커이만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침투하고 침습당하는 자아, 그 위태로운 에로티카
소설.비평.에세이.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시리 허스트베트의 글쓰기는 어김없이 그 한가운데에 그녀의 ‘자아’를 새긴다. 아마도 그 자아가 얼마나 매혹적이고 드라마틱한지, 그리하여 얼마나 기가 막힌 이야깃거리가 되는지,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그룹에서는 흔치 않은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 출신. 노르웨이 혈통의 금발에 파란 눈을 지닌 전형적인 백인 미녀, 아이비리그의 영문학 박사지만 미술 비평과 소설과 신경정신의학과 심리학 논문을 쓰는 여자. 무서우리만큼 해박하고 지적이지만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과 잘 벼린 칼날처럼 위태로운 신경을 지닌 여자. 걸출한 작가지만 자신보다 훨씬 더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 작가 남편과 의외로 오랜 기간 충실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 그래서 이 믿기지 않는 이력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세계적인 작가 폴 오스터의 자전적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아름답고 똑똑한 아내 시리, 라는 말로 요약되곤 하는 여자.

시리 허스트베트의 소설에는 어김없이, 바로 이 매혹적인 여자의 자아가 박살난 거울의 파편처럼 날카롭게 박혀 반짝인다. 픽션이 자아의 현실을 수많은 파편으로 해체하고 재현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 흥미진진한 여자의 자아는 모호하면서도 짙은 안개처럼 손에 잡히지 않으나 압도적으로 편재한다. 자아의 재현에 대한 이 집요하고 강박적인 관심은 나르시시즘보다는 인간 정체성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심리학적/신경정신학적 탐구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소재/주제를 통해 발현되는 기제다.
허스트베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학자이고, 감정과 지성이 융합되어야 파악하는 형용 불가의 현실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를 주창한다. 자아의 핵심인 기억과 정체성이야말로 예술과 철학과 문학과 의학과 과학이 손을 잡아야만 파악할 수 있는 융합지식의 영역이라 본다. 허스트베트의 소설 쓰기는 이 융합지식, 감정과 지성을 통합한 현실의 인지를 실험하는 장이고 허구적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당당히 인지능력의 반열에 올려놓는 실천이며, 여기에서 사변과 정서와 감각이 어우러진 오로지 그녀만의 소설 세계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녀가 1992년에 쓴 첫 소설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은 이러한 탐구의 원점으로서 훗날 이어진 화려한 이야기들의 근원을 되짚어 가늠하게 해준다.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의 주인공 아이리스 베건은 최초로 탄생한 시리 허스트베트의 거울상이고 처음부터 적나라하게 이 사실을 공표한다. 아이리스Iris라는 이름부터가 시리Siri의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어 만든 언어유희다. 미네소타 출신, 노르웨이 문학교수였던 아버지, 컬럼비아 영문과 대학원생, 편두통에 시달리는 불안한 금발의 미녀, 불과 몇 페이지 만에 밝혀지는 모든 캐릭터의 코드가 시리를 가리킨다. 다만 특이점은 끔찍하게 불안한 정체성이 철저히 일인칭으로 서사를 경험한다는 점이다.
아이리스는 이야기가 세계를 보는 눈, ‘홍채Iris’이다. 그런데 이 시선이 치명적으로 불완전하고 분절적이다. 유기적 서사가 아닌 단편 연작에 가까운 소설의 형식도 차분하고 일관된 서사로서 자신이 지각하는 세상을 표현할 수 없는 화자의 좌절을 보여준다. 모닝 씨를 만나는 첫 일화부터 아이리스에게 허락되는 정보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파편적 정보들을 조합해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사방에 산재해 있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흔들리는 자의식은 분명 미성숙의 표징이다. 그리고 흔히들 ‘청춘’이라고 부르는 이 미성숙의 상태가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의 기이한 공포와 짜릿한 매혹의 근원이다. 시야가 제한된 미완의 자아가 타자를 만날 때는 언제나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가능성이 공존하고, 이 위태로운 가능성에 몸을 던질 용기야말로 젊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원작의 제목인 ‘눈가리개Blindfold’는 대중문화에서 흔히 변태적 성애의 도구로 유통되지만, 불안한 인지, 자아와 타자의 위험한 혼재, 섬뜩한 노출상태, 용감한 자아의 방기, 그로 인한 에로티시즘, 이 모든 것에 대한 훌륭한 은유이기도 하다. 아이리스가 이 소설에서 잇달아 만나는 모든 타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아이리스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동시에 에로틱한 체험을 제공한다. 죽은 여자의 소지품에 페티시가 있는 모닝 씨의 달처럼 흰 목덜미와 흐트러진 매무새, 불충하고 의뭉스러운 스티븐의 매혹적인 육체, 에로틱한 자아 방기의 순간을 사지 훼손의 위협으로 바꾸어 재현한 조지의 사진, 편두통에 시달리며 꿈과 현실을 오가는 혼미한 상태에서 입안을 침습해 들어오던 O 부인의 젖은 혀, 정체성의 근원까지 흡입하려 드는 허구적 캐릭터 클라우스, 그리고 실크 눈가리개를 한 아이리스를 곁에서 보호하며 뉴욕의 밤거리를 함께 걸을 만큼 전적인 믿음을 주었던 마이클 교수의 강간 시도, 이 모든 아이리스의 이야기를 왜곡하고 전유하려는 뒤틀린 패리스까지.
에로틱한 체험이 강간으로.위협으로.폭력으로.인격적 살해로 화하는 찰나들을 몸으로.마음으로.지성과 감성으로.온 존재로 겪으면서 아이리스는 힘겹게 정체성의 경계를 구획하려는 사투를 벌인다. 이 사투 속에서 사랑과 죽음의 경계, 이성과 광기의 경계가 한없이 흐려진다.

언어와 정신과 신체의 자치성을 사수하는 이 싸움은 여성이기 때문에 한층 치열해진다. 여성은 이 사회에서 보통 재현의 주체가 아니라 재현의 대상이 되는 탓이다. 섬뜩하고 짜릿한 타자들과 위험을 무릅쓰고 혼재되는 경험을 자처하고 살아남음으로써 아이리스는 자아의 경계를 구획하는 힘, 사랑의 주도권을 쥐고 창작하는 힘을 서서히 획득한다. 따라서 이 소설이 ‘병든 심리’의 치밀한 연구라는 일부의 주장은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피상적 읽기의 소산이다. 오히려 이 소설은 에로스와 타나토스 속으로 ‘당신을 믿고 추락했던’ 경험을 통해 쉽게 포획당하지 않는 독특한 여성 작가의 사이키가 피닉스처럼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자아와 타자가 위태롭게 얽히는 순간, 감각과 지성과 감정이 총체적으로 발동하는 강렬한 에로티시즘은 이 소설에서 탄생해서 지금까지도 시리 허스트베트의 글쓰기를 여전히 가르고 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의 요청으로 김선형 번역가가 쓴 글입니다.)

 

페라라를 영원의 도시로 만든 ‘기억의 작가’ 조르조 바사니의 대표 걸작

“그녀는 미래를 증오했고,
미래보다는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오늘’을,
친근하고 달콤하고 성스러운 과거를 훨씬 더 사랑했으니.”


1962년작. 명실상부한 바사니의 대표 걸작이자 성공작. 1938년 반유대주의 인종법이 통과된 그때, 유리같이 투명하고 눈부신 날씨가 마법에 걸린 듯 이어지던 그 무렵, 높다란 담벼락에 싸여 페라라 사람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던, 푸르른 정원이 딸린 유대인 귀족 가문의 철통 대문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파시즘 광풍이 휘몰아치던 그곳 페라라에서 ‘철없는 사랑의 푸르른 천국’(보들레르)이자 ‘수정의 벽’(바사니)처럼 반짝이던 박동하는 젊음의 녹음 속으로 피신한 ‘나’의 기억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천국은 우리가 상실한 천국일 뿐’(프루스트)인 이 세계에 대한 한 편의 비극적이고도 찬란한 우화.

★ 1962년 비아레조 상 수상
★ 1970년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영화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및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


【작품 소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문학의 이념적 잔해를 넘어 문학의 순수성을 지켜낸 현대소설의 백미

W. G. 제발트, 알베르토 모라비아, 이탈로 칼비노 등 문학의 대가들이 극찬한 작가이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데시카, 파솔리니 등 영화 거장들이 사랑한 이탈리아 현대소설계의 대부, ‘기억의 작가’ ‘페라라의 작가’로 불리는 20세기 후반 이탈리아 문학의 숨은 거장 조르조 바사니(Giorgio Bassani, 1916~2000)의 대표 걸작이자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 『핀치콘티니가의 정원』(1962)은, 소설집 『성벽 안에서―페라라의 다섯 이야기』, 경장편 『금테 안경』과 함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바사니의 장편소설이다. 1962년 비아레조 상을 받은데다 출간 당시 이십만 부가 팔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작품은, 1970년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영화화해 이듬해에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더욱 유명해졌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1938년 반대유주의 인종법 공표에서 시작해 이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까지 무솔리니 내각의 파시즘 광풍이 불어닥친 페라라를 무대로, 부유한 유대인 가문 핀치콘티니의 몰락과 질풍노도의 청춘기를 겪는 그 가문의 딸 ‘미콜’과 ‘나’의 일그러진 사랑의 기억이다. 볼로냐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낸 유대인 작가 바사니는, 이차대전 파시즘 체제하의 인종법과 유대인 박해라는 역사적 체험과 기억을 문학적으로 가장 잘 구현해낸 작가로서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 전체의 증인이자 기록자로 평가받는 작가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 바사니는 아우슈비츠 이후 더이상 서정시는 쓸 수 없다고 한 아도르노에 맞서 문학의 진정한 힘인 시적 순수성으로 네오리얼리즘의 역사적 이념성과 증언문학이 지닌 교훈적 기록성의 한계를 극복해내고자 했다. 그는 거대 역사가 한 개인을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걸 알기에, 한결같이 문학 안에서, 삶이 지닌 본래의 고독과 한 인간 내면에 깃든 고유한 삶의 격정과 고뇌를 포착하고자 했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기억의 작가’답게 오늘날 이탈리아 현대문학사에서 전쟁 희생자, 죽음, 유대인, 동성애, 노동자계층 등 단절/소외/차별의 분열지대에 놓인 역사적 개인을, 개인의 역사를 바사니 자신이 겪은 자전적 체험과 더불어 녹여낸, 그의 문학세계의 완숙미와 절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말미에 부록으로 자세한 작가 연보와 페라라 지도를 실어, 작가와 함께 격랑 속에 있었던 페라라의 신화적 장소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여로를 면밀히 따라가볼 수 있도록 했다. 유대교 회당과 무덤, 마치니 거리와 조베카 대로, 에르콜레프리모데스테 대로와 성벽이 있는 공원 등 페라라 곳곳을 문학작품 안에서 기념비적으로 눈부시게 조명했던 바사니는, 이제 페라라의 역사적 인물이 되어 그의 이름을 딴 공원이 생겼을 정도다.

한 개인의 체험과 기억이 살려내는 생존자들의 다성성과 독특한 문체미의 결합
―‘무덤’에서 시작해 이끼가 덮어버린 ‘입’으로 끝나는 이야기

2015년 파트릭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그해, 이탈리아 북부 도시 페라라 언론에서는 모디아노를 가리켜 ‘프랑스의 바사니’라고 했다.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바사니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두 작가를 관통하는 연결점은 ‘기억’이라고 하는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층위와 개인사의 긴장에서 나온 문학의 주요 화두 때문이기도 하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첫머리 「프롤로그」는 25세기도 더 된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의 무덤 방문에서 시작한다. 화자 ‘나’는 우연히 들른 무덤 탐방에서 자신의 청춘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던 핀치콘티니 가문에 대한 기억으로 넘어간다. 제1부에서 제4부로 이어지는 서사는, 바로 그 기억의 푸르른 절정 속에서 회고되는 질풍노도의 개인사와 페라라를 무대로 한 유대인 공동체 이야기다. “철없는 사랑의 푸르른 낙원”(보들레르)으로 묘사되는 그 대저택의 정원에서 ‘나’는 한때의 잃어버린 낙원과 사랑을 기억해내고, 오늘의 폐허 속에서 이름도 무덤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불러들인다. 이 소설에서 생존자는 주인공 ‘나’뿐이며, 나의 기억에서 불려나온 모든 타자의 목소리는 죽은 자들의 목소리다. 작가는 “기억 속에서 그들을 불러냈기에, 그들 모두가 죽은 자들이기에, 이 사실을 부디 잊지 말라고 나의 목소리는 죽은 자들과 그토록 자주 겹쳐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리하여 바사니 특유의 문체미가 묘를 발휘하는데, 요컨대 ‘반직접화법’ 또는 ‘자유직접화법’이라고 불리는 화법으로 나와 타자의 목소리를 분간할 수 없게 뒤섞어버림으로써, 죽은 자들 앞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자문해보게끔 한다. 이차대전 이후 역사의 광기와 폭력이 가신 다음에 남은 황망한 자리에서, ‘나’는 「에필로그」에서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오늘”(말라르메)을 그 어떤 미래보다 사랑했던 죽은 연인, 절망적이고 기만적인 말이 흘러나오던 상처의 장소였던 그 입을 진정한 사랑의 입맞춤으로서만 막을 수 있기에, 죽은 그이의 입에 자신이 아낀 몇 마디 진실의 말로 기억을 봉인하면서 이 대서사의 문을 닫는다. 시인 로베르토 파치는 바사니를 가리켜 “무덤 하나 없던 유대 민족을 위해 글말로써 무덤을 지어 바친 작가”라고 했다. 이 작품이야말로 바사니가 문학의 본령으로 쌓아올린 페라라와 유대 민족에 바치는 순수 기념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소용돌이 역사 한가운데서 고요한 낙원처럼, 폐허의 성채처럼, 전설적인 무덤처럼 버티고 선 이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담벼락을 넘어갔다 나오면, 오늘날 독자의 가슴에 이 작품도 또하나의 기억으로 자리하리라.

“나란히 묘지에서, 둘이 친족처럼
한밤에 만나
우리는 이야기했네. 우리의 이름을, 우리의 입을
이끼가 덮어버릴 때까지.”
―본문 188쪽에 인용된 에밀리 디킨슨의 시

 

 

 https://www.youtube.com/watch?v=kKLSfsRqL8Y

“영화 <암살>속 작전을 실제 지휘한 인물 약산 김원봉”

영화 <암살>속 작전을 실제 지휘한 인물 약산 김원봉의 증언이 담긴 귀중한 책이 나왔다. 『천변풍경』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당대 최고의 작가이던 박태원은 의열단 단원 유자명의 ‘의열단간사(義烈團簡史)’와 근근이 보존되어있던 의열단 단원들의 편지 및 당시의 신문기사를 참조하였고 약산 김원봉의 생생한 구술을 받아 완성한 책이다.
풍찬노숙을 하며 오로지 독립의 염원으로 수많은 의거를 일으켰던 독립 운동가들의 눈물겨운 기록이며 우리 독립운동사의 귀중한 자산인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의 기록은 그동안 남이나 북에서 잊혀져왔었다. 비로소 영화 <암살>을 통해서 재조명되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제는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을 크게 두려워해 현상금을 백범 김구선생 보다도 더 많은 100만원(현재 300억)을 걸었다.

약산 김원봉선생
약산 김원봉은1919년으로부터 1925년에 이르는 7년간 의열단을 통해 수탈기관 파괴와 요인암살을 계획하고 조직하고 지휘하였다. 1925년 황포군관학교에서 정치와 군사공부를 마치고 중국국민혁명군의 북벌에 참가하였다. 북벌을 끝내고 동지로 더불어 북경에서 비밀정치학교를 설립하여 군사와 정치 두 방면의 인재를 육성하였다. 1932년에는 다시 남경에서 ‘조선혁명간부학교’를 창설하여 3년간에 수백 인의 독립열사들 양성하였다. 1935년 여름 분산되어 있던 여러 독립단체들인 ‘신한독립당’, ‘대한독립당’, ‘조선혁명당’, ‘조선의열단’을 병합 통합해 ‘조선민족혁명당’을 결성하여 중국내 민족해방운동을 주도하였다. 1937년 중국이 대일 항전을 치르자 1938년 10월 10일 한구(漢口)에서 ‘조선의용대’를 조직하여 적극 참여하였다.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하였으며,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을 지내다가 8·15 광복 후 귀국하였다. 1948년 남북협상 때 월북하여 그 해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되었고 9월 국가검열상에 올랐다. 그 후 1952년 5월 노동상, 1956년 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1957년 9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나, 1958년 11월 연안파 제거작업 때 숙청되었다.

의열단
의열단(義烈團)은 1919년 11월 10일 만주 지린(吉林)성 파문호 밖에서 약산 김원봉과 윤세위·이성우·곽경·강세우·이종암·한봉근·한봉인·김상윤·신철휴·배동선·서상락·권준 등 신흥무관학교 출신 13명에 의해 일제가 이름만 들어도 공포를 떨었던 의열단이 탄생했다. 김원봉을 단장으로 추대했는데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의열단은 7가살(可殺), 5파괴(破壞)를 지침으로 활동했다. 조선총독 이하 고관·군부 수뇌·대만총독·매국적·친일파 거두·적탐·반민족적 토호열신(지방유지) 등을 암살 대상으로, 조선총독부·동양척식주식회사·매일신보사·각 경찰서·기타 왜적의 주요기관을 파괴 대상으로 삼았다.

일제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의열단의 주요 행적들
부산경찰서 폭탄사건
밀양경찰서 폭탄사건
조선총독부 폭탄사건
상해 황포탄사건
동경 2중교 폭탄사건
북경 밀정 암살사건1
북경 밀정 암살사건2
경북 의열단 사건
식산은행 습격사건
동양척식주식회사 습격사건

 

 

정치화된 한국현대사 신화를 넘어서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의 현대사 강의


한국사회에서는 늘 역사가 문제를 일으킨다. 대학입시에서 한국현대사 과목이 들락날락하고, 현대사 교양서가 지자체 및 학교·군대의 도서관에서 불온도서로 낙인찍혀 퇴짜를 맞기도 한다. 좌편향이니 우편향이니 하는 신화로 덧씌워진 현대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새롭게 읽기 위해 서울대 박태균 교수가 입을 열었다. 저자는 외국의 한국학 학자와 수시로 교류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택시기사가 주 청취자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국사를 강의하는 전방위 역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는 통사로서 한국현대사에 접근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한국현대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10가지 이슈와 이와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짚어준다. 특히 강의 및 방송에서 접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복잡하고 어려운 역사적 정황을 쉽고 상세하게 해설하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광복 70주년, 한국전쟁 65주년, 한일협정 50주년 등 유난히 굵직굵직한 현대사 사건의 기념일이 많은 올해, 첨예한 한일 간의 문제부터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에 관한 쟁점까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10가지 이슈는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국면과 사건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고리 역할을 할 것이다.

매듭짓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
: 한국전쟁 65주년, 한일협정 50주년, 광복 70주년 …


해결하지 못한 역사는 그 상태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남아서 여러 병폐를 일으킨다. 경제성장과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급하게 체결했던 한일협정은 일본군 위안부와 징병·징용 문제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역사학자로서 저자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의 뿌리에 주목할 때 현재 상황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주장의 핵심은 “일본의 과거사 망언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한일협정은 매듭짓지 못한 역사의 대표적인 예다. 한일협정을 통해 ‘청구권자금’이라는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받은 배상금이 일본이 과거사 망언을 일삼는 배경이 되는 탓이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해서 근대화시켜줬는데, 일본 패망 이후 승전국도 아닌 한국이 일본 국민의 재산을 강탈해갔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일협정을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일본 우익의 기본적인 생각이다(본문 41~46면 참조).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일본 우익의 주장은 나름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은 착취를 하기 위해서라도 개발을 해야만 했고(본문 104~109면 참조), 미군정은 일본정부의 공공재산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재산까지 몰수했으며, 어찌되었든 한국정부는 배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해야 하지만, 전후 일본에서 전범 처리와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논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사람 대부분은 일본이 근거 없이 생떼를 쓰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일본정부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실 독도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양차 세계대전 기간 중의 열강, 특히 미국은 이 문제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전쟁 기간 중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한국이 반환받아야 할 땅에 독도가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대외전략을 반영해 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본문 26~34면 참조). 일본이 국제재판소로 이 문제를 가져가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데에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일본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만 여기고 그들의 역사인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거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배제된 채 불리한 조약이 맺어진 과거가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10가지 이슈는 제대로 해결하고 넘어가지 못한 우리 역사의 상처들에 다름 아니다. 한국현대사의 주요 쟁점이 일제강점기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가지 이슈 중에서 4가지(독도, 과거사 망언, 영토, 식민지 근대화론)가 일제강점기 및 이때 맺어진 국제협약과 관련된 것이다. 정치적 입장이나 상대국의 태도만을 문제 삼는 것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을 바로 살필 때, 우리 역사가 바로 서고 이웃나라와의 묵은 관계도 풀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영웅전이 아니다!”
: 이제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바로 볼 때


한국현대사 이슈를 논할 때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빼놓기란 힘들다. 의도한 결과이든 아니든 민주화와 경제성장이라는 한국의 브랜드가 이들의 오랜 집권기간 동안에 다져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인물의 공과와 사건의 명암을 모두 나열한다고 해서 객관적인 시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객관적인 서술을 한다고 해놓고서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짜맞추거나, 역사를 특정 개인의 영웅전으로 만드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런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건국 대통령’과 ‘반민주적 독재자’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화된 신화에서 조금만 벗어나보면 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하고 전시의 피난처에서 부산정치파동을 일으킨 정치가, 환율 문제와 반공포로 석방 사건으로 미국과 갈등을 일으킨 대통령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친미주의자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미국이 이승만 제거 계획을 세울 정도로 집권 기간 내내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본문 128~36면 참조).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더 극심하다. 일례로 ‘5·16은 쿠데타인가, 혁명인가’는 오늘날 사상 검증을 위한 질문처럼 쓰이는데, 용어의 정의와 이후 5·16 세력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쿠데타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박정희 정부의 공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사실과 신화를 구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9장 ‘5·16’ 참조). 저자는 ‘박정희는 독재자이다’ ‘박정희는 경제대통령이다’ 하고 단정 짓기 전에 역사적 인물인 박정희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제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대를 깊이 들여다보면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함께 가는 것이며, 박정희는 단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신화에서 역사적 사실은 이승만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경제위기를 겪었으며, 동시에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덮고 지나왔다는 데서 비롯된다.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채를 동결한 박정희의 8·3조치, 80년대 경제위기를 3저 호황에 기대 해결한 신군부의 정책은 대표적인 경제위기 미봉책이다(본문 230~38면 참조).
박정희와 관련한 논쟁은 햇볕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은 흔히 햇볕정책 하면 김대중, 흡수통일 하면 군사정권이라는 도식으로 나누려고 한다. 그런데 햇볕정책이든 흡수통일론이든 그 근본은 북한을 변화시켜서 통일을 이루겠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심지어 이 두 정책 모두 박정희 대통령 생전에 추진되었던 정책이기도 한다. 그러니 햇볕도 바람도 모두 보수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10장 ‘햇볕정책’ 참조).
10가지 이슈에는 우리에게 중요한 두 전쟁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는 6장은 제목을 ‘정전협정’이라고 붙일 만큼, 격렬했던 전투가 일어나고 난 후 2년 1개월간의 정전협정 체결 과정을 깊이 있게 그리고 있으며, 7장 ‘베트남 전쟁’은 전쟁특수론에 묻혀 제대로 거론되지 않은 베트남전쟁의 본질과 그에 따른 폐해를 무게감 있게 다루고 있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는 저자가 지금까지 연구한 성과의 엑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관계사와 경제사 전공자로서 그간 발표한 숱한 연구논문뿐만 아니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다룬 교양서·기명칼럼을 통해 선보인 균형 잡힌 시각이 이 한 권에 녹아 있다. 특히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한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간결한 해설이 돋보이는 책이다. 독자들은 오늘날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대사의 이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나름의 견해를 다듬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10가지 이슈
: 최고경영자 과정 CEO부터 택시기사까지


탁월한 연구업적만 보면 박태균 교수는 전형적인 학자·연구자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전세계 학생과 제3세계 엘리트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 과정의 CEO들에게 한국현대사를 정확하게 가르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중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태균의 한국사’를 진행하면서 얻은 독자들의 반응이 이 책의 집필에 큰 도움이 됐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었던 덕이다. 프로그램을 챙겨듣는 독자들은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을 균형 잡힌 관점으로 이해하게 된 데에 고마움을 표하거나, 때로는 항의성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며 이 책의 집필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 책에서 선정한 10가지 이슈는 모두 청취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사안들이다.
이 책의 체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책 중간중간 들어간 국제협약의 번역문이다. 자구의 해석 하나만으로도 체결 과정에서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 했던 조약들을 우리는 그간 너무 소홀히 했다. 일례로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독립시키겠다고 한 카이로선언(본문 20면 참조), 대한민국을 ‘한국 내의 유일한 정부’로 인정한 대한민국 정부 승인안(본문 77면~78면 참조), 한일협정 전 체결된 조약에 대해 ‘이미 무효’라고 규정한 한일협정의 제2조(본문 46~47면 참조)는 당대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록 건조한 문구이지만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자국사를 자국 국민에게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에 이를 알리는 것이다. 오랫동안 국내외 한국사 학계와 교류해온 박태균 교수는 우리 안의 시각에 갇힌 한국현대사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현대사가 어떤 것인지 독자들이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한다. 열린 한국사를 통해 우리 역사의 가능성, 아픔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에 구매한 블루레이 입니다. 11절에 원래 밀정과 암살을 같이 구매하려 했는데, 다른분들이 말하는 가격으로 저는 죽어도 안나오기에 빈정상해서 암살 대신 미스트를 같이 구매하고 암살은 나중에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뭐 저는 스틸북 보다는 콘티북이다라는 마음으로 위안을...  최후의 증인 블루레이는 첫번째 구매시도에서는 품절로 실패하고 두번째 시도 끝에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DVD로는 가지고 있지만 더 선명한 화질로 보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최후의 증인 블루레이가 첨 나왔을때는 블루레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나중에 품절되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 이번에 구매하게 되어 기분이 좋네요. ^^

 

https://www.youtube.com/watch?v=JpjLBCRsiGw

https://www.youtube.com/watch?v=JI225x4oXJ4

https://www.youtube.com/watch?v=5kHH6LJpEbQ 

https://www.youtube.com/watch?v=xWO4OMInHZU

 

 상자안의 글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퍼온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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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2-06 20:06:02

 약산과 도어...다이아몬드...감사합니다..^^

WR
2019-12-06 20:08:22

약산은 저자가 무려 구보씨의 박태원입니다. ^^

2019-12-06 20:09:32

그래서 더욱 감사합니다...삼국지도 함 읽어봐야하는데...^^

2019-12-06 20:49:55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몇개는 살짝 장바구니에 담아두어야 겠네요. 언제 살지..

WR
2019-12-06 22:50:05

당장 지르셔야지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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