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네팔 사고와 관련한 빈센트님에 대한 의문에 대한 짧은 대답
빈센트님께서 지적하신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 제가 답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15년간 네팔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일천하나마 부언을 해 봅니다.
먼저 네팔의 학교와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당연히 네팔의 학제는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국립과 사립학교로 나뉘는 것은 같지만 초중고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보통 1학년에서 10학년, 아니면 12학년까지 있는 학교로 나뉩니다.
10학년까지 있는 학교는 도시에 12학년까지 있는 학교는 농촌에 있습니다.
1학년에서 10학년까지는 우리나라의 초중고를 포함한다고 보시면 되고 11학년에서 12학년은 전문대학과정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농촌지역에서 대학을 가기가 쉽지 않은 관계로 고학년을 개설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입학연령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1학년일 경우 거의 6살 정도면 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따라서 유치원과 초중고를 합친 과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토요일은 휴일입니다. 그리고 일요일부터 한 주가 시작됩니다.
방학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지만 빈센트님께서 의문을 가지시는 것처럼 방학이라도 학교에서 소집을 하게 되면 당연히 학교를 나오게 됩니다.
사실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교육청과 협력하여 유명산악인이 네팔에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긴 하지만 여기서 그것에 대해서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학교를 짓는 돈이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에게 돼지 저금통을 나누어 주고 그것과 교육청 예산을 보태서 기자재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가 다 지어지면 교육감과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행사를 하고 나중에 그것을 관리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지어준 학교에 매년 자원봉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나올 수 있겠지요.
왜 학교는 아이들의 돈으로 짓고 생색은 교육청이 내게 되느냐는 점과 도대체 자원봉사프로그램이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지요.
네팔의 학제 시스템 상, 몇 사람의 선생님이 가신다고 해서 며칠 간을 통채로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고 학년 별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서 보통 가지고 간 학용품을 나누어주고 인사를 하고 하루나 이틀이면 거의 봉사라는 이름의 일정을 끝이 납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나푸르나나 아니면 푼힐 전망대정도의 코스를 트래킹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에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매년 자원봉사자들이 가져오는 학용품이나 지원물품이 네팔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다만 트래킹을 왜 했느냐에 대한 문제는 제 생각이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년에 걸쳐 두 번을 자원봉사팀을 모시고 네팔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함께 하고 있는 학교가 세 군데였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버스로 이틀이 걸려 8일 중에 4일을 봉사활동에 썼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3일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를 다녀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대부분 만족하셨지만 결국 불만은 우리가 이렇게 험한 곳을 날아와서 봉사만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많은 분들의 후일담으로 결국 그 프로그램은 중단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이후로 네팔 봉사팀에 대한 안내가 들어오면 사양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불편한 점, 자신들 단체의 이름을 학교에 새기거나 종교적 색채를 가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선 네팔 봉사활동이 진심으로 네팔의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팔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도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곳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학교도 필요하지만 학교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팔은 일년에 15세 미만의 여자 아이들 2만명 정도가 해외로 팔려 나갑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인도에서 매춘으로 혹은 노예노동으로 팔려나갑니다. 이들은 학교가 있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의 정말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입니다.
따라서 자원봉사프로그램은 오지의 마을들을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5년 동안 네팔을 다니면서 저 역시 4년 정도 오지에 학교를 짓고 급식을 하고 학용품과 기자재를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학부모들의 경제적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학교는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더군요.
해서 마을에 수도를 놓고 비닐하우스를 짓고 전기공사를 하는 형태로 봉사의 내용을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도시빈민가에 사는 아이들에게 의류와 신발 나눔을 하고 있구요.
또한 한국의 학생들과 네팔 학생들의 교류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우리나라 교육청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네팔의 학생들과 교류하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네팔보다도 한국의 학생들이 훨씬 더 큰 교육적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 년간 진행된 과정 속에서 증명되기도 했구요.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교사분들의 선한 의지를 믿으며 그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반인 세 분의 무사 귀환 또한 빕니다.
두서 없는 긴 글 죄송합니다.
글쓰기 |
그렇게 할 게 없으면 우르르 몰려갈 필요도 없는데 왜 몰려가서 장거리 트래킹을 한 건가요?? 자원봉사라는데 국가 세금도 안 쓰였다고 가정한다면 교육청에 대책본부 이런 걸 세워서 브리핑하고 이런 걸 할 필요도 없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