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펌) 메르스와 폐렴 사이에서: '한국에 있는 중국인 여성 폐렴 환자'에 대한 반응을 보니
클리앙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페렴에 대해 좋은 글이 있길래 퍼왔습니다.
대부분 한국인이 중일국가에 대해 반감지수가 높은 것을 인정하더라도 근거없는 혐오는 가려내야겠죠.
메르스와 폐렴 사이에서: '한국에 있는 중국인 여성 폐렴 환자'에 대한 반응을 보니 33
눈팅만삼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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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4 03:52:31 8,894
2015년,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한참 논란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부터 A씨라고 하죠. 어느 날 병원에서 A씨에게 '당신의 아버지가 메르스에 걸린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일이니 안가볼 수가 없죠. 당연히 A씨는 병원에 다녀와 아버지를 만나뵙고 왔습니다.
그로부터 10여일 후, 그 A씨는 홍콩을 경유해 광저우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출장을 가기 위해서였죠. 다음 이야기는 예상이 가시죠? 몸 상태가 많이 나빠진 A씨는 현지 병원을 찾았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습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메르스 환자였죠.
당연히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격렬했습니다. 어떤 누리꾼은 A씨가 거쳐 간 장소의 목록을 공개하며 '여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고, 자신의 몸에 이상 증상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중국에 온 A씨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매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주중 한국 대사관까지 예의주시해야 할 만큼 여론이 크게 나빠지자 지방 정부까지 나서서 'A씨가 거쳐간 장소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소독까지 마쳤다'며 공개적으로 진화에 나설 정도였죠.
우리가 그랬듯 중국 현지에서도 메르스 초기에 대한 공포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중국의 한 언론에서는 A씨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 인력을 '추첨'으로 선정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있는 사람은 빼고 미혼자를 우선 선발했고, 그렇게 선발된 인원 중에서는 SNS에 친척이나 친구에게 이별 메시지를 보냈다더라- 하는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죠. 병원측에서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원자가 많아서 추첨한 것'이라는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음압격리병실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병원에만 설치되어 있던 음압격리병실이 중국의 2선 도시 병원에 있을 리가 없죠. 결국 시 당국에서 8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13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의료 장비를 설치합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A씨는 중국에 입국한 뒤 바로 병원으로 간게 아니라 현지에서 사흘을 머물렀으므로 그동안 거쳐갔던 호텔이나 식당에서도 손해 배상을 청구해올 분위기였고, '특별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3명이나 되는 한국어 통역의 인건비, 환자가 사용한 전화와 인터넷 비용, 외부에서 특별히 주문한 식사대까지 포함해 총 1500만 위안이 넘는 돈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요? 중국 정부가 A씨의 치료비 전액을 부담했습니다. 한국 보건복지부가 공식 논평으로 '환자의 치료 과정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중국 보건부와 광저우, 후이저우 시 당국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최근에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중국인 신종폐렴 환자 환자 B씨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가 되면서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감기약 처방까지 받았다면서 왜 우리나라에 온거냐' 정도의 댓글은 차라리 얌전한 편이고, 예상대로 중국에 대한 여러 혐오의 감정이 쏟아져 나오고 있네요.
그런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A씨가 악의를 가지고 중국에 방문한 것이 아니듯, 중국인 환자 B씨 역시 '내가 이 숙주를 한국에 퍼트리겠다'는 다짐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은 아닐껍니다. 과거 중국인들이 우리 국민 A씨에게 가졌던 감정을 우리가 똑같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덧붙여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 기획 입국(?)을 해서 아주 약간의 건보료만 내고 고액의 의료혜택을 누리고 간다. 하는 이야기, 어떤가요. 많이 들어보셨지요? 과연 사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17년 기준 국민건강보험 전체의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490억 흑자였습니다. 범위를 5년 동안으로 넓혀보면 +1조 1천억 원이 됩니다. 즉 외국인들이 열심히 낸 건강보험료로 우리의 건강보험 재정이 튼튼해졌다는 뜻이죠.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면, 보통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병에 걸려 치료를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사람들이 많고, 회사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장 가입자들은 자동으로(강제로) 건강보험에 가입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의 건강보험 재정을 진짜 털어먹는 쪽은 재외국민, 즉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자쪽에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흑자인데, 그 범위를 '외국인+재외국민'으로 넓혀보면 2천억 흑자가 2천억 적자로 바뀝니다. 동남아 출신 외노자들이 열심히 벌어다 준 2천억에 우리 국민들이 내야할 돈 2천억까지 더해서 100% 한국 혈통의 우리 국민께서 쓰고 나가셨다는 뜻이지요.
이것도 더 하고싶은 말이 더 많지만 계속 옆으로 새는 것 같아서 중략하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일부러 아프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껍니다. '쟤가 왜 우리나라에 와서 민폐를 끼치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니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런 문제만큼은 한일전, 한중전 같은 국가 단위의 감정을 가지지 말고 보편적 인류애의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혐오는 혐오를 낳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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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다만 인간의 본성 자체가 이기적인 부분이 있어서 개인에게 바라는건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