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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 있어서의 여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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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7 12:29:04

삼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육남매의 첫째셨는데,

아버지쪽, 어머니쪽 모두 딸 가진 집이 한 집씩 밖에 없어서 남아선호가 심한 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딸들이 이쁨 받던 독특한 상황이었습니다.

국민학교 지나서 남중, 남고, 대학에서는 한 학년 약 330명 중에 여자동기 4명인 과를 나왔네요.

 

그런데, 대학 1~3학년 때 하숙집이 딸 셋인 집이었고(큰 딸이 저보다 1살 아래),

4학년 때 자취집도 딸 셋인 집이었네요.(큰 딸이 저랑 동갑)

둘 다 큰 딸들과 약간의 묘한 기운 + 주인 아주머니의 은근한 딸 소개가 있었는데,

하숙집 시절에는 고딩 때부터 좋아하던(짝사랑) 여자가 있어서 그냥저냥이었고,

자취집 시절에는 좋아하던(짝사랑) 여자 + 졸업하면 바로 군대를 가야되다 보니 맘 못 잡고 그냥저냥 흘러갔네요.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하고 군대 갔다가 휴가 나올 때마다 심심해서 만나서 놀던 초딩 동창이 있었는데, 그때는 못 느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의 썸이 아니었나 싶고,

전역해서 취직한 뒤에 약간의 썸 타던 여자가 있었는데 고딩 때부터 좋아하던 여자 못 잊어 그냥 제가 인연 끊어 버렸네요.

 

그러다가 우연히 고딩 때부터 좋아하던 여자와 연결이 되어서 어찌어찌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눌님도 딸 셋 중에 둘째네요.

고1 초에 처음 보고 11년 동안 연애도 제대로 못 한 채 쫒아만 다니다가 차이길 3번이었고,

(아마 지금 기준으로는 스토커로 감방 갔을 거라고 아들내미가 말하더군요, 쿨럭)

군대 있을 때 여자 부모님이 선 봐서 결혼하라고 한다고 마지막으로 차여서 어디서 애 낳고 잘 사는 줄 알고 그냥 평생 그리워 하며 취미생활 즐기면서 혼자 살려고 했는데,

황당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네요.

 

11년 동안 연애라고 할 만한 건 마지막 1년 반 정도인데,

이것도 인연이 다시 이어지자 서로 우리는 그냥 인연인가 보다 하고 바로 결혼하기로 했다가,

귀한 장남 10년을 힘들게 한 여자라고 제 부모님께서 심한 반대를 하셔서 1년 반 정도 결혼 못 하다 보니 그냥저냥 연애처럼 하게 되더군요.

나중에는 예비 장인, 장모님마저 귀한 딸내미 저렇게 싫다고 하는 집에 시집 못 보낸다고 반대로 돌아서시는 바람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갑작스럽게 양가 부모님께서 찬성으로 획 돌아서시는 바람에 양가 상견례하고 결혼까지 3주 만에 끝냈죠.

나중에 여쭤보니 두 집안 다 쟤들은 그냥 인연인가 보다 하고 돌아서셨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아, 내 인생에 여복은 정말 없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리 없지많은 않았는데 내가 너무 일찍부터 한 여자에게 빠져 버리는 바람에 그 기회(?!)들을 다 놓친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조금 있으면 결혼한 지 21년 되는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갈 때 문 앞에 서 있는 걸 보면 아직도 마눌 처음 봤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직도 애들 말마따나 신혼 같이 사는 거 보면 어쨌거나 확실한 여복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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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2-17 12:36:46

하나라도 있는게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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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7 12:37:16

닉네임과 글 내용의 싱크로가 쩝니다.

1
2020-02-17 12:40:12

21년차이신데 위와 같은 마음이시라면..

누구보다 여복이 있는거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20년, 30년 지금과 같길 바라면서 사시면 될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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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7 12:41:21

평생 연인과 배우자 인연은 1명만 있으면 됩니다... 생물학적으로 다다익선인 많은 성경험 다 부질없어요..
나 죽을 때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죽으면 행복한 거구요... 죽을때 진심으로 울어주는 배우자가 정말 하늘이 정해준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총각분들께는 죄송합니다...

2020-02-17 12:44:51

DP에서 이런 훈훈한 마무리라니...

2020-02-17 12:47:50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20-02-17 12:50:33

기승전결..혼

개인적으로 '남녀 총량의 법칙'에 따라 

혼전에 많은 여자분을 겪어보시고 결혼하면

혼외 바람은 그대신 줄어 들 것 같습니다. 

반대로 여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2020-02-17 13:11:03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닉과 일치하는 글 ㅋㅋ 

2020-02-17 13:21:42

그렇긴 하지만서도... 원래 남자의 마지막 애인은 딸이라고 합니다. ^^ 쓰신 글 보니, 아드님만 두신 모양인데, 제 경운 '여'복에서 아내 말고도 딸래미들도 추가합니다.

2020-02-17 13:31:37

여자관계는 될사람되고 안될사람은 안되더라더군유. 20대때 일찍 결혼 친구들은 50초.중반에 다 이혼하구 30중반쯤 결혼한 친구들은 지금도 그냥 저냥 사는 듯.

2020-02-17 13:48:08

 너무 부럽네요 ㅠ ㅠ

2020-02-17 14:02:17

저도 여전히 집에 들어갈 때 문앞여 서있는 걸 보면 가슴이 철렁 합니다.

WR
2020-02-17 17:01:39

다들 좋은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저리라는 닉네임을 예전 하이텔 시절부터 사용해 오고 있는데 가끔 혼자서 주절대는 게 버릇이라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 지나가다님

아들 하나, 딸 하나입니다.

역시 딸내미는 다르더군요.

제가 어머니에게 아들 셋만 낳고 키우신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종종 말씀드린답니다. 

 

@ 동네형님

전 결혼하고 처음부터 한 십년을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정말 성격이고 가치관이고 뭐고 다 반대더군요.

그러다가 십년 전 쯤 외국으로 주재원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 뒤로 사이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심할 땐 한달에 하루 집에 들어갈 정도로 워커홀릭으로 살았고 그렇게 살아야 성공하는 줄 알았는데 사이는 점점 더 안 좋아지고 마눌이 저를 거의 포기하는 게 느껴지더군요.

마침 그 때 독일로 가족 모두 나가게 되었는데 4~5시면 모두 퇴근하고 주말에 나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지인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일하게 되고 점점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다시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이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예전 회사생활로는 도저히 안 돌아가지네요.

승진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칼퇴근하고 주말 확실히 가족하고 보내니 한국에 돌아왔지만 아주 좋습니다.

2020-02-17 20:32:27

11년이나 쫒아다닐정도로 좋아했는데도

결혼생활은 현실이군요

 아무리 성격이 반대라도 10년을 자주 싸우다니

사실 성격이 안맞으면 살기 힘들긴하죠

2020-02-17 20:30:18

 3번이나 차이는데도 될사람은 되는군요

결국 인연인가

보통 한번차이면 2번째로 연결이 안되는데

황당한일로 연결은 어떻게 된건가요

어떤황당한일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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