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시사정치]  어떻게 공포에 맞설 것인가

 
114
  4191
Updated at 2020-02-21 03:37:18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 이라는 이전 글에서 썼듯이 코로나 방역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대구경북, 비례를 제외하고는 처음 생각이랑 큰 차이 없이 총선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극단적인 돌발사태 아니면 대세를 되돌리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만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국정을 운영하고 총선을 준비하는 모습이 단단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돌발사태가 일어나고 말았지요.

대구에서 터진 사태는 그 책임소재를 묻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중하고 위험합니다. 그건 마치 어느날 갑자기 대기권을 돌파하고 나타난 거대한 소행성 같은 거지요. 이런 판국에 땅바닥에 앉아서 총선 타령이라뇨. 그말을 꺼내는 순간 천하의 패륜아가 됩니다. 

 

지금은 모두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조심해야 하지요. 국민 모두가 극도로 민감해 있습니다. 공포의 에너지가 모이고 있어요. 그 에너지는 언제든 증오와 원한의 불길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 불길에 피해를 당하는 것은 또 우리 자신일 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에너지를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꾀하려 하겠지요. 그 비열한 시도를 무산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침착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사태를 이해할 줄 아는 국민의 성숙한 역량뿐입니다.

 

저는 지금 총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두달 뒤 총선은 지금 상황에선 사소한 문제입니다. 조국 내전, 이명박 재수감, 지금 이순간 만큼은 모두 무의미하게 보입니다. 만덕산 나리가 뭐라고 했나본데 그것조차 눈치없는 짓으로 만드는 게 지금 상황이죠. 마찬가지로 김부겸 의원이 대구경북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의원직을 희생하더라도 사태에 도움될 수 있는 뭐든 하겠다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진실이 되고 이 기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서 뭘 하겠다고 하면 곧 비열한 꼼수가 됩니다. 당연히 저쪽도 마찬가지죠. 이 사안은 정파의 모든 옳고 그름을 다 집어삼킬 파괴력이 있고 동시에 각 세력의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입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지금은 그저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상황에 대처하는 것 밖에는 누구에게도 답이 없어요. 당리당략의 기회로 삼겠다는 흑심을 품는 순간 정말 모가지 날아갑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이 상황을 당리당략의 기회로 삼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오늘 부동산 후속대책이 예정대로 나왔지요. 총선 승리니 지지도니 이런 거 생각했다면 충분히 미뤘다가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갔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원래방향대로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경기남부까지 규제를 확장하는 쪽입니다.

긴급명령권 이야기도 오늘 나왔나본데 다음주 경기 대책에서 최선의 대책을 내놓을 거라고 봅니다. 긴급명령권이 현실화되든 아니든 고강도 대책이 나올게 확실합니다. 당연히 저쪽은 꽃놀이 패를 쥐었다고 생각하겠죠. 

 

정말 몇십년만에 긴급명령권이 나오면 사유재산권 침해에 자유경제파괴 행위, 헌법유린이라고 할테고 그게 아니라 추경예산을 푸는 경기부양책이 나와도 언발에 오줌누기, 땜질 처방, 포퓰리즘, 총선용이라는 식의 조롱을 지금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당연히 황교안당은 추경반대를 외칠 것이고 언론은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해 지고 국민이 더 공포에 질리고 혼란해 하며 한치앞을 못보길 바라며 황교안당(그 당이 또 뭐라고 이름을 바꿨나본데 뭔지 기억이 안나네요)을 응원할 것이고요. 

그래야 시청률도 올라가고 조회수도 올라가고 광고단가도 올라가고 무엇보다 황교안당이 총선에서 이길 확률이 더 높아 보일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 결국은 인재라느니 질병관리체계 붕괴라느니 문재인 정부의 무능력이라느니 이런 자극적인 글귀들 역시 단독, 속보, 특보라는 이름으로 사방에 난무할 것입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이 위기를 자신들의 이익으로 삼으려는 세력들 사이에서 이 상황을 당리당략의 세력다툼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일지 그 판단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겠죠. 건강하지 않은 언론환경 속에서 건강한 국민의 상황인식이 가능한 가에 대한 굉장히 중요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당분간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공포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명과 괴성만 난무하겠죠. 이 와중에도 밤새워 역학조사를 하고 감염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분초단위로 뛰어다니는 정부관계자들도 있을 것이고요.

지금은 사람이 아니라 행위가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행위가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해악이 되느냐를 판단하는 것, 그것은 곧 국민의 상황인식수준과 지적, 이성적 판단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위기 상황이 클수록 의지할 것은 차분함과 냉정함, 그리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합리적 이성일 것입니다. 

 

국민으로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손을 깨끗이 씻고 어디 함부로 모이지 말고 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는 정부 관계자들과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 의료진들을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고 생각지 못하게 병을 당한 이웃들이 쾌차하기를 바라고 딱 거기까지일 것입니다.

누가 잘 했고 못 했는지 확인하고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미비한 구석을 보완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건 난국을 빠져나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을 때 할 일이겠죠.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천보건소건 같은 사소한 실수 외에는 인재에 가까운 관리체계의 헛점은 없었습니다. 요 며칠 대구에서 시작된 상황은 통제불가능한 개인이라는 무한변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그랬듯 메뉴얼대로 최선을 다해 대처하겠죠. 저는 정부의 능력을 의심하고 폄하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근거로 그들을 성원하고 격려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생각할 때 저는 이런 정부를 가진 국민의 능력을 믿어요. 분명 국민들은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지혜를 갖추고 있을 겁니다.

님의 서명
가시 투성이 삶의 온 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가 피겠구나 하고.
12
Comments
4
2020-02-21 04:24:35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지만 현실은 이름을 바꾼 수구매국당 (저도 뭘로 바꿨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의 꽃놀이 패가 될 가능성이 많은 좋지 않은 시국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10
2020-02-21 06:17:05

말씀처럼 기본 위생과 방역에 다같이 충실하게 임하면 빠르게 잡아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반쯤 고의로 정줄 놓고 다니는 사람들이네요.

3
2020-02-21 06:23:37

공감하며 추첟드립니다.

3
2020-02-21 06:48:03

공감합니다.

1
2020-02-21 06:59:32

긴급명령이나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이번에 검토하고 있는것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이지만 국무조정실에서는 그런언급을 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대통령의 이런 국가긴급권은 웬만하면 발동안하는게 기본입니다.

2
2020-02-21 07:15:09

맞습니다.지금 상황에서 정치,총선이 중요하지 않습니다.금번 신종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와 의료진들은 시민수준이상으로 잘 하고 있습니다.자기 이익과 당리당략만 챙기려는 하수인들과는 분명 격이 다릅니다. 60여 사는동안 줄곳 여당편인 제가 보더라도 정치과잉,환경오염 과잉,소비 과잉 현상이 지나치단 생각이 듭니다.한발 뒤로 물러나서 차분하게 얼음처럼 차갑게 나와 가족들 건강을 돌봐야 할 때입니다. 

2
2020-02-21 07:21:02

격하게 공감드립니다

4
2020-02-21 07:58:50

프차에서 가장 글다운 글을 읽은거 같습니다..
조용히 추천드리고 갑니다..

2
2020-02-21 08:00:03

지금 또 다시 여소야대가 되면 더욱 힘들어질거라는 걸 모르는 모지리들이 있다는게 답답한 현실이쥬. 저들이 여당이었을때를 기억해보면 금방 알일을. 기억을 못하는건지 생각을 못하는건지.

1
2020-02-21 08:57:23

엠비나 503 때 코로나가 터졌다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의료진과 방역당국은 혼신의 힘을 다해 생각보다 길어지고 커지고 있는 감염사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스템이 개선되었다는 것이고요

말씀처럼 최대한 단체 활동 자제하고 마스크 쓰고 손 잘 씻고 혹시나 몸이 좀 안 좋다 싶으면 바로 병원가서 검사하고 감염자와 동서 조금이라도 겹치면 자가격리해야지요.

그나저나 1917봐야되는데... 용아맥 너무 버글거려서 갈 수가 없어요 ㅠㅠ

1
2020-02-21 09:11:55

추천!!!

2020-02-23 09:35:59

문자마약상 님 글은 신기하게도 한 글자도 안 놓치고 다 읽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