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손혜원 의원님 비례당 지지를 반대합니다.
19
4853
2020-02-21 19:07:34
안녕하세요.
가입한지 한 십오년 정도 눈팅만 하다가 제가 디피에 글을 쓰는 일이 다 생기네요. 민주당 지지자로서 손혜원 의원님 또는 다른 누군가가 추진할 수도 있는 자한당 대응 비례 정당에 대한 저의 의견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마련된 선거법은 민주당과 4당이 협의해서 통과한 연동형 비례대표 법안이고, 다들 아시다시피 그 취지는 지역구 의원을 적게 보유한 소수 정당에게 정당 지지율에 걸맞도록 전국구 의원들을 일부 충원하자는 것입니다. 이 취지는 법안을 합의할 당시의 4+1 당의 의지였고, 민주당도 그 취지에 따라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자한당이 위성 비례당을 창당해서 그 비례 의석을 가져가려는 꼼수를 둔다고 해서, 그리고 그 꼼수를 선관위가 걸러 주지 못 했다고 해서, 자한당의 꼼수를 막기 위해 민주 진영에서 역시 꼼수를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자한당이 꼼수를 부리면 그 꼼수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고(당연히 4+1에서 모두 맹렬히 비난하리라 생각합니다), 선관위가 막아 주지 못 하면 향후 정당법 위반 등으로 대처해야지, 당장 자한당 의석수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도 꼼수를 써야 한다는 것은 저는 전혀 동의가 안 됩니다. 이것은 민주당이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통과시킨 법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꼼수를 쓴다 해도 그걸 막기 위해 진흙탕으로 가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도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몇 석 더 뺏어 왔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매우 안 좋은 선례가 될 것 같습니다.
손혜원 의원의 정당은 민주당과 무관하게 별도로 진행했기 때문에 상관 없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이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민주당을 지지한다면, 이렇게 민주당이 대표로 발의하고 통과시킨 법안을 지지자가 단순히 정파적 이익 때문에 정면으로 부정하는 선택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만약 손혜원 의원이 정당을 만들어서 거기에 표를 준다면 비례 대표는 누구를 선정할 것인가요? 애초에 선거법이 바뀌지 않았다면 민주당 비례 대표로 올릴 분들을 선정할 예정인가요? 그 사람들은 여기에 참여할까요? 혹 일부가 참여한다고 해도 정당성에 문제가 없을까요?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15년 눈팅을 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당연히 보일 것으로 생각했던 이런 지적을 현재까지 아무도 안 하시고 계셔서 약간 놀라서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모두들 너무 진영 논리만으로 선거 결과만 생각해서 꼼수 비례당에 지지를 표현하고 계신 것 같아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손혜원 의원 정당에 대한 글에 적어도 몇몇 분들은 저와 비슷한 의견이 올라 오겠지, 반론 몇 개는 나오겠지 했는데, 수십개의 댓글에 반론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자기가 쓰고 싶을 때만 가져다 쓰는 표현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표현이 맘에 드신다면 자한당 비난할 때만 노래 부르듯이 사용하지 마시고, 본인이 high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 대해 성찰해 보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명분이 없는 정치적 행위에 단지 자한당 표를 막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꼼수를 적극 지지한다면, 결국 우리는 low가 되겠지요. 어쩔 때는 정치적 명분이 당장의 실익보다 훨씬 중요할 때가 있고, 이 경우가 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손혜원 정당에 지지를 해서 비례 몇 석을 자한당에게서 빼앗아 온다면, 의석은 몇 석 견제할지 몰라도 앞으로 우리 역사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하나의 코미디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빼앗아 오는 의석은 자한당 의석 뿐만 아니라, 애초에 법안의 취지였던, 그래서 그 쪽으로 가야 했던 소수당의 의석들까지 함께 빼앗아 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소수당은 엄청나게 허탈해질 것이고, 손혜원 비례당에게 저주를 퍼부을 것입니다. 그리고 법안에 합의했던 민주당은 자신의 지지자들의 손으로 자신이 만든 법이 부정당하는 일을 당하게 되며,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저는 그래서 손혜원 의원 비례 정당이 나오더라도 민주당 지지자라면 민주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번 법안의 취지이며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자한당의 꼼수는 이후 헌법 소송이나 이런 걸로 해결을 모색하고, 결과적으로 실패한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현 시점의 우리나라 정치의 한계겠지요.
제가 이런 글을 쓰더라도 많은 분들을 설득하지는 못 하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선거에서 비례당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적어도 이런 내용도 함께 고려해서 논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에, 잘 못 쓰는 글이지만 개인적인 의견 한 번 올려 봅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는가 기대하고 좋아했는데, 예기치 않는 변수로 힘든 상황이 벌어지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PS: 댓글 다는 것에 익숙치 않고, 제가 디피 게시판 댓글 다는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 할 예정이라, 혹시 달아 주실 댓글에 답변을 많이 못 달 것 같습니다. 미리 죄송합니다.
110
Comments
글쓰기 |
손혜원은 민주당이 옛저녁부터 아닌데 무슨꼼수 비례당입니까?
자한당이야말로 꼼수 자한당이죠
거긴 반칙하고 난리쳐도 여긴 물한모금 남한테 얻어마시지 말고 싸워야 정당한거라니 왜 그래야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