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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단상] 기독교가 기여한 긍정적인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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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09:46:20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특유의 극단적인 개신교 분파로 인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부정적입니다. 그런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독교 문명이 역사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짧게 나마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을 거 같습니다.

첫째, 노예제의 폐지와 평등

모두가 신 앞에 평등하며, 가장 가난한 형제가 바로 예수와 같다라는 가르침

그리고 중세유럽사회에서 적어도 공식적으로 같은 기독교 동포끼리는 서로 노예로 삼을 수 없다고 한 것. 

물론 초기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노예제를 부분적으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로마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제도였고 동시대 노예제가 없는 사회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노예제를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그 시대의 상식과 질서에 반하는 것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득한 옛날에 노예제를 반대했던 성직자가 존재했습니다. 서기 4세기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라는 성직자였는데, 그는 제도로서의 노예제를 반대한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제국이 건재했을 당시 노예제는 여전히 유지되었지만 하지만 서로마 멸망 후,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뼈대를 대체하고 나서는 같은 신자를 노예로 삼는 것을 금했습니다

이와 같은 가르침은 훗날 르네상스와 그 이후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대표적인 예로 신대륙에 간 선교사들이 스페인 군인들의 만행을 규탄하며, 이들이 원주민들을 불법적으로 노예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던 일이 있습니다. 이들의 탄원서가 로마 교황청에 도달하자, 로마 교황은 라는 (그러나 흑인에 대해서는 당시 영혼 없는 非인간으로 보았다는 게 함정...) 칙령을 내립니다. 물론 현지의 스페인 관료들은 노예라는 공식명칭을 피하고 사실상의 노예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원주민들을 착취했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의 사실상 노예상태는 스페인본국 법령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원주민이 스페인땅을 밟으면 그는 이론적으로 스페인 법령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또 자유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19세기에 이르면 영국의 종교인들이 흑인들의 구제에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영국의 목사들과 일부 양심적 지식인들은 카리브해와 아프리카의 노예제를 혐오했었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도 전면적으로 위배가 되는 범죄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카리브해나 아프리카 또는 아메리카에서 탈출한 노예가 영국땅을 밟으면 그 순간 그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개발했고, 나중에는 신의 가르침에 따라 전 세계에서 노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게 됩니다. 

그 결과 노예무역으로 연명하던 사람들은 분노했지만, 이러한 운동은 당시 영국의 신흥 산업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결국 영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으로 채택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는 조선과 같이 먼 곳에까지 영향을 끼쳤는데, 조선의 기독교(가톨릭)도는 조선시대의 신분질서를 부정하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이 때문에 탄압당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적 평등사상은 왕족에게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합스부르크 왕가의 장례식입니다. 여기서 황제의 시신을 수도원에 안치하는데, 입장하기 전 신부가 묻습니다. 당신은 누군가? 그러면 책임자가 온갖 종류의 왕작위를 나열합니다. 그럼 신부는 "난 그런자를 모른다네"라고 답하고, 그럼 다시 책임자가 온갖 공작 및 백작 작위를 나열하는데, 신부는 마찬가지로 모른다고 답합니다. 그제서야 책임자는 "죄 많은 인간 누구누구입니다" 라고 말하고, 그제서야 입장을 시키는데... 이 광경이야말로 기독교의 핵심교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 비윤리적인 구례의 폐지

대표적으로 인신공양, 동물공양 등 실제 피를 흘리는 류의 전통과 그리고 기타 미신들을 금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실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악습이 많았는데, 로마제국, 그리고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그러한 부분들을 대거 없애고, 사회적 약자들이 (로마나 아즈텍의 경우 모두 여성이 그 전보다 더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 시대보다 더 존중받을 수 있게 되는 풍토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기독교는 자살, 낙태, 유영아살해 등을 금지했고 사람들이 미신적인 이유로 아이나 사람을 죽이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고 비난했습니다. 

마녀사냥도 사실 교황청이 공식적으로 금하고 있던 일이고, 마녀사냥의 근거가 되었던 서적 Malleus Malleficarum도 1490년에 교황청에 의해 금서로 규정되었습니다. 다만 당대 사회의 혼란은 마녀사냥을 부추겼고, 중세보다는 오히려 근세에...그것도 대도시보다 소도시 및 마을에서 더욱 횡행했죠.

개인적인 추론으로는 마녀사냥이 되려 근세에 횡행하게 되었던 것은 인쇄술의 발달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독교 교리를 해석하는 주체가 교황청으로부터 권위를 위임받은 교회가 아니라 글을 읽고 쓸줄 아는 개개인이 되면서 제 멋대로 또는 입맛대로 신앙을 해석하고 실천하면서 과격분자들이 나타나고 사이비들이 활개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셋째, 학문의 보존

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기존의 법질서와 공권력이 붕괴했을 때 기독교 주교들은 자체적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수도승들은 고전과 학문이 사라지지 않도록 이를 계속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그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 주교들이 영혼을 관장하는 신앙의 수호자에서 현실세계에 관여하는 세속군주로 변모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도승들의 경우 오늘날 대학의 원형이 된 기관들을 설립하면서, 학문을 끊임없이 계승 및 발전시켰습니다. 

실제로 유럽의 유서깊은 대학들은 모두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탄생했으며, 라틴어가 보편언어가 되면서 중세부터 근세까지 
폴란드에서부터 스페인까지 아일랜드에서부터 시칠리아까지 동서남북의 교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었고 학문이 발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기독교 대원칙을 중심으로 한 철학자들, 예컨대 영국의 토마스 모어나 네덜란드의 에라스뮈스 등이 나타나 당대 사회의 진보를 위해 힘썼습니다. 

넷째. 시민사회의 선구자

신약의 예수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삼을 때, 그리고 기독교가 국가권력과 결합하여 다른 의미로 세속화되기 이전을 참고했을 때 기독교는 어떤 의미로는 평화적 운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죽임을 당할지언정 결코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꾸준히 약자들에 대한 자선사업에 힘쓰고,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외롭지 않게 했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기독교가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의 탄압을 받으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비슷한 맥락에서 흑인민권 운동의 선구자 마틴 루터 킹 또한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고, 그가 비폭력주의를 실천하고 긍정의 메세지로 사람들을 끌어들였을 때, 그가 참고했던 것은 신약의 예수였습니다. 

19세기 말, 그리고 오늘날 기독교가 세속권력과 결별하면서 드디어 신약의 가르침에 충실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이에 기반한 많은 자선단체가 설립되었고, 오늘날 기독교는 본래의 가르침대로 영적 활동과 영혼의 구원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죠. 그리고 가톨릭 교회는 방대한 조직력을 동원하여 오늘날 세계 최대의 교육단체이자 자선단체로 거듭났습니다. 

정부나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는 곳에서 기독교인들은 의료봉사를 하며, 학교를 설립하고 또 구호활동을 펼치면서 지역사회를 돌보고 생명을 구합니다. 아프리카에서 평생 의료 봉사활동을 하시다가 선종하신 이태석 신부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교회는 국가와 다른 "공동체(CIVITAS)"를 건설하였고, 이 성과 속의 구분이 서구문명의 계속되는 화두가 되었으며 그 국가와는 다른 사회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서양 역사에서 국가가 전쟁과 세금을 담당했다면, 결혼과 장례식 교육과 구호활동은 교회가 담당했습니다. 

국가와 교회가 대립/협력하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탄생할 수 있었고, 이 틈에서 발전한 개인들은 고향마을이나 국가를 넘어 국제적으로 교류하면서 기독교세계 전체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충실하고 포괄적인 저서로는 톰 홀랜드 (국내에서는 루비콘, 다이너스티, 페르시아 전쟁으로 알려진 영국 작가입니다) 의 최신작 "Dominion: How the Christian Revolution remade the World"를 추천합니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지만, 기독교가 서양문명 그리고 서양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았나를 다룬 책입니다. 참고로 저자는 무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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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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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09:50:47

그런 좋은 종교가 대한민국에 와서 무당이 목사가 되면서부터 기복신앙이 생기고 서양기준에서 보면 완연한 이단으로 연착륙 해서 돈에 미친 종료로 돌연하였죠.. 그 사생아가 신천지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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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09:53:52

80년대까지만 해도 노동운동에 함께 하는 움직임도 있고 보호자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만, 

이후 산업화의 발달과 부의 축적이 이루어지면서 변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2020-02-25 10:09:37

기독교에서 가장 이해 안되는 것이 구약과 신약을 혼용 하는 것입니다. 신약은 정말 좋은 말이 많아요. 모든 인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문제는 구약인데, 제가 보기에는 유대인의 단군신화에 지나지 않는 글을 왜 중시 하는 지 모르겠단 말이죠. 특히나 신약의 정신과 너무나 다르잖아요. 모든 인간을 중하게 여기는 신약과 달리 구약은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냥 날려 버립니다. 우리의 자애로운 하나님이 절대 그럴 거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개독의 가장 큰 문제는 구약을 맹신하는데서 비롯된 거라고 봅니다.

WR
Updated at 2020-02-25 10:12:04

일찍이 서기 3세기인가...초기 기독교 중에서도 그런 비슷한 주장을 한 성직자가 있었는데 이단으로 몰리긴 했습니다. 구약을 버리면 다윗으로부터 내려오는 예언이 무효화되기 때문에, 구약을 불인정하면 신약의 신성함도 박살나기 때문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2020-02-25 10:18:34

그렇군요.
예수가 예언에 따른 하느님의 아들이라서 그 말을 맹신하는 거군요. 출신 성분이 뭐가 중요 하다고...
3세기 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어도, 지금은 그러면 안될거 같은데, 구약을 버리자 하면 지금도 이단이라 찍히겠죠?

Updated at 2020-02-25 10:25:12

시대성에 따라 달라야 하는데 우리나라 개신교는 상당히 구약적인 시대성에서 못벗어나는 교회도 많은 거 같습니다. 지금은 신약의 시대인데 말이죠.

2020-02-25 10:41:40

니체와는 정 반대의 말씀을 하시는군요. 니체는 구약에 대해서는 문학의 의미로 모든 경의를 바쳐도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신약을 읽을 때는 부정 탈 수도 있으니 장갑을 끼고 읽으라고 할 정도로 경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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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5 10:51:21

나체가 보기에는 신약은 극복해야 할 대상. 바꾸어야 할 대상. 그러나 구약은... 애초에 소설에 지나지 않은 극복 대상도 아닌, 그냥 그리스 로마 신화 이상은 되지 않는 것. 이런 사고 구조였을겁니다. 구약이 스펙타클 하고 재미 있기는 하잖아요. ㅎㅎ

2020-02-25 11:24:32

외경을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죠. 노아가 방주를 만든 그 홍수가 인간의 잘못 때문이 아닌... 반지의 제왕급의 판타지죠

2020-02-25 10:13:06

한국에 와서 한국만의 무엇이 되어버렸구나...

2020-02-25 10:16:12 (117.*.*.53)

한국개독교의 뿌리는 일제때 신사참배하고 부끄러워할 줄 모른 작자들이죠.
전두환때는 조찬기도회하고..

2020-02-25 10:20:06

이렇게 정리 잘하는 사람 너무 부럽습니다. 전 이런게 전혀 안되요;;;;;

1
2020-02-25 10:20:20

 기독교 이전의 나쁜 종교를 밀어내었던 기독교가 이제 그 뒤를 이어받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일부의 문제이니 우리나라 기독교만 그러느니 하지만 솔직히 외국에서의 기독교도 그리 다를건 없다고 느낍니다.

선거 때만 굽신거리다 정권잡고 나면 돌변하는 정치꾼들의 모습과 다를게 없죠.

2020-02-25 10:26:35

종교가 나쁜게 아니라 신의 이름을 등에업고 

종교로 남을 털어먹는 놈들이 나쁜거죠. 

한국 기독교가 욕먹는 이유는, 

그런 나쁜 놈들이 너무 많고, 정상적인 종교인이 "일부"라서...

Updated at 2020-02-25 10:51:44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들 들에 첨언하자면, 구약의 주요 메세지는 죄와의 전쟁과 이웃 사랑 입니다. 비기독교인들이 보는 호전적이고 포악한 여호와는 죄와의 전쟁에서 물러섬이 없는 단호함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주요 메세지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라는 말로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이웃 사랑 입니다. 이 메세지가 잘 인용하지 않는 레위기, 신명기 등에 계속 나옵니다. 안타깝게도 현대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이걸 대개 (거의) 잘 말 하지 않습니다. 이 메세지가 신약의 이웃사랑과 이어집니다. 구약도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경전입니다.

2020-02-25 11:25:24

여리고의 임산부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2020-02-25 10:45:03

노동자 입장에선 일요일의 보급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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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10:47:35

1. 기독교는 노예제를 폐지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에 성직자와 귀족의 기득권을 강화했죠. 19세기의 노예제 폐지는 사회적인 요구였습니다. 기독교가 한 것이 아닙니다

2. 마녀사냥을 공회가 금지했던 안 했건 간에, 신(야훼)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입니다. 관련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3. 학문의 보존? 르네상스 전까지 중세시기 역사를 아신다면 이런 말씀 못 하실 겁니다. 신의 이름으로 모든 학문 활동이 금지되었습니다. 지동설 주장하면 화형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4. 시민사회의 선구자 - 비율적으로 서구에는 개신교 신자가 제일 많습니다. 이중에서 선구자가 나올 확률이 높았을 뿐입니다. 

1
2020-02-25 12:26:07
 맞습니다. 그저 사회의 변화였을 뿐인데 그걸 마치 기독교의 업적인냥 포장하다니 참 할말이 없습니다. 오히려 적은 것의 반대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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