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이재명. 신비와 불안 사이에서
이재명.
민주당 지지자들 앞에 버티고 선 거대한 벽이죠.
그 벽은 민주당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일수도 있고 또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민주당을 지켜주는 성벽일 수도 있을 겁니다.
동시에 그는 위협적이면서 매력적인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고 그래서 그 양면성의 미스테리가 대중들에게 호기심과 기대, 불안을 일으키죠.
바로 그 부정과 긍정이 혼란스럽게 뒤엉킨 에너지를 먹이로 그는 정치생명을 이어갑니다.
한쪽에서는 그가 제2의 노무현, 성공한 투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또 한쪽에서는 그가 민주당 이름의 전두환, 또는 박근혜가 될 거라고 두려워 하죠.
그 사이에 낀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판단을 유보하는 이유는 본능적인 거부감과 감정적인 호감이 현실적 필요성과 이성적 판단 사이에 자꾸 끼어들기 때문일 겁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언론들과 야당들을 때려부수고 성남에서 보여줬던 기막힌 성공을 보여줄 거라고 믿기 때문일 거고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혜경궁 홍씨 사건으로 대표되는 그의 주변 음습한 소문과 무엇보다 롤러코스터같이 한치앞도 예상 불가능한 그의 정치 인생, 또는 스타일이 주는 불안 때문일 겁니다.
모두가 그렇듯 저 역시 그의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그가 정확히 누구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건 정확히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그의 가장 큰 매력이죠.
신비함, 또는 불안함. 예측불가능성, 그렇게 만들어지는 기대와 거부.
그래서 그는 가히 종교적일 수 있는 열혈지지자들과 강력한 비토세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분위기에서 흔치 않은 존재, 아니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재명이 지금 이 모습을 계속 유지한다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 그 예측불가능성때문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미래 한국 사회에 그의 특성이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문재인과 이낙연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문재인 다음으로 이낙연이 대권을 쥘 가능성이 가장 높죠.
두 사람 다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은 바로 예측 가능성입니다. 두 사람은 검증도 충분히 받았고 어느 순간 생각지 못한 변수가 주변에서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대중의 인식이 있습니다.
그 인식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은 이미 국정농단의 불이 지펴지던 2016년 7월부터, 그 이전 4월 총선때 이미 다음 대통령은 이사람이라는 대중의 예상을 획득했죠. 이낙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이 이 위치에 서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 사회가 예측가능한 행정수반을 원하기 때문이예요.
이것은 한국 권력의 핵심가치가 카리스마가 아니라 투명성, 공정성, 효율성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치뤄지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이런 면에서 이재명은 행정가로서 효율성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실제와 무관하게 대중의 이미지만 말한다면) 투명성과 공정성 쪽에서 대중에게 인정을 받은 적이 없어요. 오히려 의심을 사는 계기가 더 많았습니다. 이걸 이길 수 있는 계기가 없으면 끝내 대권은 그의 손을 잡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좋아하는 극적인 계기의 모습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지속적인 진심의 표현이 되어야 하겠죠. 예를 들어 만약 그가 혜경궁 김씨 건에 대해 솔직히 해명하거나 진상을 말하고 그에 맞춰 사죄를 10년 정도 한다면 그에게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민석은 이걸 해냈죠. 지금 당장은 그의 인생을 끝장낼 일 같지만 저는 그의 역량과 나이, 무엇보다 민주당에서 유일무이한 그의 캐릭터를 생각한다면 별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절대 그렇게 안하겠죠.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꽤 효율적이며 빠른 성공방식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는 어쩌면 자신을 트럼프 방식으로 대권을 잡는 걸 계획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앞으로 20년정도 지속될 한국사회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국의 양당제에 대한 국민의 염증은 최소 30년 이상 멀리는 레이건과 카터까지 거슬러 가는 문제예요.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효율성을 찾아가고 있고 아직도 역동적이예요.
물론 그도 효율적인 정치를 추구하지만 방향이 다르죠. 핵심은 투명성과 개방성, 공정성입니다. 그 가치를 그가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보여주고 지지자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설득해 내야 합니다.
결국 한국 사회의 21세기는 노무현의 길, 그가 만들어낸 핵심 가치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것은 곧 투명성, 공정성, 개방성일 것입니다.
그는 그걸 받아들여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 입증해 내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정치인생에서 이런 가치를 그가 뚜렷이 보여줬던 때가 평범한 시민인 제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저는 그의 가치와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일 수 있죠.
하지만 미래 한국 사회에서 대권을 쥐고 싶다면 저처럼 평범한 사람을 반드시 설득시켜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고 뭔가 극적이고 카리스마적이며 획기적인 그 무언가로 자신의 가치를 고수하려고 한다면
그가 정말 원하는 그 순간은 절대 오지 않을 겁니다.
ps. 1. 가장 원하는 건 이 글을 두고 소모적인 회원들간의 감정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재명을 통해서 앞으로 한국사회가 어떻게 나갈 것인지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어쩌다 보니 오늘 글을 두개나 썼네요.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당분간 글을 올리기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아무쪼록 코로나 사태에서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가 피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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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공감합니다. 메이저 정치인으로서 예측가능성과 안정감은 가장 큰 자산이죠. 능력은 기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