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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아들의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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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6 00:36:45

2342번째 일상 글입니다.

 

어제 오랜만에 아들이 멀리서 왔습니다.

간만에 가족 식사 약속을 정하고 일하던 집사람도 공부하던 딸도 일정을 중단하고

다들 약속 장소에 모였고, 술 마시던 아부지인 저도 약속을 파하고 

가족 약속 장소에 모였습니다.

아들이 별도로 친구 2명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 했었는데 약속이 중복되어

친구들과 같이 가면 안되냐고 하길래 흔쾌히 함께 오라고 해서

느닷없이 6명이 고깃집에 모이게 되었네요!

동네 친구이자 중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학교 같은 친구였던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청년이 되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네요!

만나고 보니 아들의 친한 친구는 중학생 때 저희 집으로 아들과 함께

주마다 기타 개인 레슨을 배우러 오던 바로 그 친구더군요!

 

그새 많이도 자라서 지금은 각자의 길들을 가고 있는 아이들(?) 인데

얘기를 들어 보니 아직도 군대에 있는 친구

이제 대학교 졸업한 친구들

이미 졸업해서 사회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

그동안 이름만 들어 왔던 많은 아들 친구들의 소식을 들으며 함께 소주를 마셨습니다.

 

저 놈들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제가 동네 고깃집으로 술 마시러 갔더니 저 놈들 다들 모여서

고기 구워 먹겠다고 서툰 실력으로 삼겹살을 다 태우고 있길래

제가 다 구워 주고 먹여주고 돈까지 계산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젠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함께 술 자리를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네요!

 

요즘 아이들, 아니 청년들은 무슨 일 하는지 취업은 하고 있는지 이런거 묻는게

실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특별하게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다만 중학생때 기타 배우러 우리집으로 오던 그 친구는 아들의 이야기로는

그 친구의 아빠 되는 분이 폐암 수술을 하고 회복 단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아빠는 요즘 건강이 어떠신지 물어보니 수술이 잘 되셨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역시나 대답하는 그 친구의 얼굴에는 걱정이 많은 모습을 볼수가 있더군요!

같은 아파트는 아니지만 옆 동네 아파트 조기축구도 하신다는

그 아이의 아빠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오다 가다 아마 축구 경기하면서 안면도 있는 분일거라는 생각을 했기에

나름 안스러운 마음도 들더군요!

 

두번째 친구는 키가 185나 되는 건장한 친구인데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학교도 좀 어렵게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 너가 누구구나! 이름은 많이 들었었다.!" 라며 악수를 청하니 웃으며 반겨 주던 친구였는데

역시나 사적인 이야기는 묻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지금은 작은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사회생활 잘 하고 있다는 기특한 소식도 들을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났다가 마음이 맞지 않으면 이혼은 할수도 있는거라

생각하기에, 뭐 이혼이 큰 죄겠습니까만, 오랜 기간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다 큰 청년을 통해서 살며시 엿 볼수가 있어서 마음이 아프더군요!

엄마랑 같이 사는데 6개월에 한번 정도 엄마를 만난다고 하더군요!

쌀밥에 대한 집착 같은게 있다고 하더니 고기를 먹는 중간에 된장과 함께 밥을 두 공기나

시켜서 먹더군요!

그런데도 살이 안 찐다면서.........마른 스스로의 체구에 불만이 많은 그런 친구였습니다.

 

 저의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평생 술 한잔을 안 마셔 본 분이시라

술 마시고 흐트러진 모습을 전 단 한번도 못 보며 자랐는데

전 술을 어찌 이리 잘......그것도 많이 마시는건지;;;;

아들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아들도 친구들 중에서는 탑을  달리는 수준으로 잘;;;;;;;;

(ㅠ.ㅠ)

뭐 닮을걸 닮아야지 어찌 저런걸 닮;;;;;

 

아들 친구들과 함께 한 저녁 술자리가 끝나고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돌아오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까지 건강한 것도, 큰 병 안 걸리며 잘 살아 온 것도,

인생 우여 곡절 없이 잘 살아 온 것도, 아이들이 큰 병 없이 잘 자라 온 것도

아내와 오랜 기간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살아 온 것도

집사람이 개인 사업을 하면서 맞벌이 하며 돈을 벌어 그나마 풍족하게는 아니겠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교육 해주며 지금까지 잘 살아 온 것도 참 크나 큰

복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부모는 별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 했던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저 다들 건강한게 참 큰 복이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간절하게 들더군요!

 

인생 풍파 없이 살아가는게 참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나는 어찌 이리도 복이 많았던건지.........

돌아가신 부모님께 감사 드리며 굽어 보살펴 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참 착하게 살아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뭐 그렇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어느 따뜻한 봄날 아침에 3,000원 짜리 목욕을 하고 아침에 싸구려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고 양복을 입고 담담하게 예식장에 들어섰던 바로 그 날 이네요!

 

그날은 빨간색의 쉬는 공휴일이었는데.....어느 새,

그 날 신혼여행이라며 시내 버스를 타고 강원도의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경주까지 도착해

불국사 경내에서 봤던 그 활짝핀 벚꽃을 평생 잊을 수가 없던 바로 그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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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Updated at 2020-04-06 00:13:46

어머니나 저나...

삶의 큰 줄기가 있습니다..

 

술은 절대로 지고 가는게 아니다.. 뱃속에 넣고 가는 것이다..

 

근데 엄니는 요즈음 술을 거의 안드시네요...

입맛에 맞는 술이 없으시댑니다... ㅎ

3
2020-04-06 00:16:01

배려심이 깊은 분이시군요. 

아직 젊은 친구들에게 뭐하냐고 안물어주신거 정말 잘하신겁니다. 

요즘들어 느끼는 거지만 소박한 일상이야 말로 엄청난 행복이라고 

생각드는 하루 하루 입니다. 

-몸이 아픈데 없이 일상 생활을 하는 시간들 

-아침에 눈뜨면 할일이 있는 하루들

-가족들이 무탈한 하루들

 

이모든게 엄청난 축복 같습니다. 

약주 조금만 줄이시고 항상 건강 하세요  

2
2020-04-06 00:23:31

잔잔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

2
2020-04-06 00:33:12

저도 결혼하면 오케바리님같은 아버지가 되고싶습니다.
아드님의 전화에서 오케바리님이 평소에 아드님에게 어떻게 대하시는지 조금이라도 느꼈기에.
저에겐 이런 부자간의 관계가 부럽기만합니다.
저의 아버지가 오케바리님 같은 분이었다면 저는 또 어떻게 자랐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2
2020-04-06 00:44:09

저의 아버지는 제가 자라는동안 말로도 상처를 주셨던 분입니다.
심지어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지금까지도 혼내거나 모욕적 발언도 직접적으로 하셔서 큰상처를 만들어 주셨죠.

정작 아버지 자신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 뭐라 한마디하면 짜증내거나 화내면서 다른데로 가버리시면서 말이죠.
저에게는 걸어가시면서도 큰소리로 계속 사람들 다보는 앞에서 그러시는 분이.

명절만 되면 비교된다. 창피하다며 아무도 없는 집에 10살이던 저를 보내놓고 제사때외에는 아예 못오게 하셨습니다. 그상황은 고등학생때까지 계속 이어졌죠.
그런 분이 어느날 성인이 된 저에게 이제와서 왜 친척들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않냐고 하시더군요.
진짜 속으로 엄청 울었습니다.
기억도 못하시는 거였습니다.
아니 그때는 그때인거였죠.

그래서 오케바리님을 아버지로 둔 아드님이 부럽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2020-04-06 04:06:40

왕보이2님의 긍정적이고 따뚯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그런 마음자세를 갖고 계시니 분명 원하시는 아버님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부모들의 생각없는 언행들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저도 다시한번 되돌아 보게되고, 후회스런 부분들도 떠오릅니다.

 

부디 그당시의 아픔을 너무 담아두지 마시기 바라고 

분명 사랑으로 자식들을 대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실 겁니다.

WR
Updated at 2020-04-06 09:50:25

어떤 방법으로든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들 꼭 치유 되시길 간절하게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아버님 돌아 가시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든 화해가 이루어지길 기원 드리겠습니다.
그 화해의 크기가 컸으면 그리고 완벽한 화해가 이루어 진다면
참으로 다행스럽겠지만 행여나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아버님 모시고 아버님이 좋아하셨을 술이라도 한잔 사 드리며
따뜻한 하얀 쌀밥이라도 드시는걸 눈 앞에서 보면서 용서하게 되길 바랍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왕보이2님의 쌓이고 쌓인 분노가 치유되고 마지막으로는
평생 힘들게 하셨던 아버님에 대한 마음의 병도 치유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다행히 용서하고 치유하고 싶은 대상이 존재해 계신다는 것도 어쩌면
기회일수도 있을테고, 꿈에서라도 단 한번 만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
여기 수많은 불효 자식들도 허다하게 많이 계십니다.
기회 일수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부디 그 마음의 속병 꼭 치유되고 평안을 찾게 되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한번 조용한 절이나 미사가 끝난 성당의 빈 자리에 앉아
증오라는 단어를 버리고 용서라는 단어도 한번쯤 떠 올려 보게 되시길
주제넘게 말씀 드려보네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크신지 짐작 조차 안됩니다만
부디 왕보이2님의 일상이 평화롭게 다시 돌아 오게 되길 바라며
마음의 상처 잘 아물게 되길 항상 기도 드립니다.

1
2020-04-06 01:22:42

오랜만에 훈훈한 글 추천드리고 갑니다.

1
Updated at 2020-04-06 02:04:40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두 분 백년해로 하시길....

2020-04-06 09:08:05

축하드립니다.

항상 따뜻한 글 고맙습니다.

2020-04-06 09:26:35

축하드립니다
식목일날 나무 심으러 가야 하는 사람들 
나무심고 식장에서 국수 좀 먹었나 봅니다

나도 오늘이(4월6일) 처음만난지 32년째되는 날이네요
간단한 파티는 생략하고
밤에 추억이나 팔아봐야죠

2020-04-06 10:06:38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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