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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저는 제 아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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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7 11:43:02 (211.*.*.203)

너무 많은 개인 신상을 담고 있는 글이라 익명으로 씁니다.

 

저는 제 아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아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제가 편히 살고자 함이 아니라, 처가 식구들과 제 아내 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 아내가 출근을 했습니다.  새로 직장을 잡아서 출근을 한 것입니다.

 

제 아내는 결혼 전엔 지역광고신문사에 다녔습니다.  결혼 후엔 저의 근무지에 따라 충남으로, 서울로, 전남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건 제 아내가 대학에 갈 때 쯤 처가에 큰 사고가 나서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교도 중퇴를 하게 되었구요.  그 후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 졸업장을 땄지만 친구들이 다 간 대학,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고졸의 불편함을 겪으며 자존감이 엄청 낮아졌습니다.

 

저는 그 때 마다 대학공부 별거 아니다. 대학을 나오고 안나오고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끊임없이 노력하며 학습을 하면 대학 나온 사람들보다 훨씬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가보지 못한 대학,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대학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은 남들보다 모자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낙인 찍고 살게 되었습니다.  저도 참 못났는지 그런 아내의 태도를 보면 화부터 내게 되더군요.

 

항상 역시 대학 나온 애들은 잘해, 역시 전공자는 달라를 입에 붙이고 사는 모습에 참 갈등도 많이 했습니다.  40세가 넘는 나이로 그 동안 해오던 편집 디자인을 버리고 새 직장에 출근해서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따가 저녁 때 퇴근하고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전 아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운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떨어져서 뭍혀버린 자존감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많이 번 돈으로 처남 혼자 낑낑매며 식구 이끌어 가는 처가 식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좋은 곳으로 여행도 보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출근하는 아내를 보면서 많은 감정이 섞여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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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4-07 11:45:24

저도 예전에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벌로 뜨거운 열등감 가진 친구 만났던 기억이 나네요. 겪지 않았기에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드라구요. 무튼 마음 따뜻하시네요. 그런만큼 행복해지실겁니다.

4
Updated at 2020-04-07 11:48:46

돈 = 자존감 이라는 공식에 너무 얽메이실 필요 없다고 봅니다.  부부만의 시간을 갖고 친구들을 좀 멀리하시는것도 방법입니다. 자꾸 비교할 필요 없거던요..  만약에 정 대학생활에 대한 갈망이 있으시면 대학에서 하는 교육원 같은데 가서 학업을 다시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합니다만.. 희망적인 말씀 많이 해 주세요.

1
2020-04-07 11:48:14

꼭 소원대로 되실겁니다. 

1
2020-04-07 11:49:15

 꼭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자존감이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글쓴님의 바램이 아내분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그마음만 전해져도 지금보다 훨씬더 행복해지실겁니다. 꼭 그렇게 되실겁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라는 말씀꼭드리고 싶네요 

1
2020-04-07 11:50:53

착한 마음은 추천..ㅜㅜ

요새 눈물이 많아져서 ㅜㅜ

1
2020-04-07 11:51:03

돈이 많으면 콤플렉스가 사라질까요? 

안타까운 연민의 마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마님이 뭔가 한계를 느끼거나 힘들어할 때 말해줍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너무 뛰어나려고도 하지 마, 너무 완벽하려고도 하지 마 

나 같은 놈이 당신 같은 사람 만난 것도 행운인데 여기서 더 잘하면 난 어떻게 하라고 

하며 빈말 같지만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합니다. 

나도 당신 뒤에서 뒷모습 말고 앞에서 뒤돌아 보며 앞모습 좀 보고 싶다. 

그럼 웃고 말아요.

1
2020-04-07 12:02:51

따뜻한 글이네요.

그렇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2
2020-04-07 12:07:56

익명 7772님, 이렇게 좋은 남편 분이 계신데 잘 되실 거라고 믿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아내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너무나 좋아라 합니다 라는 글 꼭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분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 결국 착한 사람들은 복을 받더라구요. 화이팅!!

2020-04-07 12:11:00 (59.*.*.13)

 제 아내도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자존감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데...

벌써 50이 훌쩍 넘어버렸고 본인도 포기해버렸죠

이런 저런 대학, 혹은 특정 전공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몰라서

물어볼때가 있어요. 그때 가장 가슴이 아파요. 

정말 별것도 아닌데...

1
2020-04-07 12:14:07

40세 이상이신데 지금까지 일 해오신거나
완전히 새로운 직장 나가시는것만 해도 대단하신데요.
대학 나오셨으면 오히려 이거저거 가리시다가 직장 못 구해서 전업주부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2020-04-07 12:17:44

40세가 넘는 나이에 새로운 일로 새로운 직장을 잡으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존감 올려드릴만 합니다. 그 노력과 열정, 많이 칭찬해 주세요. 가장 가까운 분께서 해주시는 칭찬이, 그 누가 해주는 말 한마디보다 더 귀합니다. 익명님의 아내분께 화이팅!!! 입니다.

1
2020-04-07 12:29:02

이리도 아내를 사랑해주고 존중해주는 남편을 만나신 것 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실지요~ 제가 마음이 뜨거워지네요. 반성도 되구요. 사모님과 익명님 앞날에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5
Updated at 2020-04-07 12:58:51

저는 이해될것같아요
얼마전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백수가 되었거든요. 남편도 직장따라왔고 아이들은 학생이라 적이 있지만 저는 한순간에 커리어 사라지고 안정적으로 벌던 수입도 없어졌어요. 막상 벌 때는 돈이 자존감과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이 사라지고 앞으로도 예전에 일하던 직업은 갖지 못하고 백수로 살 생각을 하면 착잡하기도 합니다. 웬지 작아지는 느낌이더라구요.
제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가족들의 격려같습니다. 며칠전에 남편한테 나는 무쓸모인것같아 했더니 고딩아들이 옆에서 듣고 엄마 아니면 이 집에서 제대로된 요리를 할수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우리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고 따뜻하게 돌봐주는 사람이 엄마라고 하면서 한번 안아주더라구요. 남편도 집안살림 돌봐주고 재택근무로 가족들 다 집에 있는 와중에 밥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구요. 그냥 막연하게 괜찮다는,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제가 잘하고 있는 부분을 콕 집어서 고맙다고 하는게 제게는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돈을 많이 벌어 힘을 얻으시면 좋겠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가족들로 인해 힘을 얻을수있도록 격려해주시면 좋을것같아요

3
Updated at 2020-04-07 13:38:21

전 제 아내가 자기 일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제가 잠깐이라도 다른데 갈라치면 일하다말고 "오빠 어디가????" 하며 엄청 앵겨붙습니다. 그러면 제가 무지 무서운 얼굴로 한마디 해줍니다.

 

"아 놔! 지금 설겆이 해야하잖아! 빨리 끝내고 빨래 개켜야 돼!"

2020-04-08 07:53:03

이거슨 염장글이네요.... 추천 드립니다.

2020-04-07 15:52:09

돈 많이 벌어, 가족들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고, 

그런 기쁨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그래서 직장에서 인정받고...

이런 선순환의 고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Updated at 2020-04-08 11:32:18

  글쓰신 남편분의 애틋함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저는 50대 초반으로 '상고'를 나왔는데, 당시 성적이 않좋아 대학을 진학하여 지금까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저의 절친들은 고등학교 졸업도 안했는데도 그당시 기라성같은 은행..증권,, 대기업에 모두들 취업했습니다. 물론 현재의 제 위치는 그 친구들과 대동소이 하고 제 나름대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고, 태어나서부터 자존감이 엄청 센편(남들한테 지기 싫고, 정정당당히 겨루는 성격입니다.)입니다.

 저의 집사람은 야간대학도 나왔지만, 어려운 형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본인 스스로 돈벌어 대학도.. 결혼자금도 스스로 마련한 '억척녀' 케이스입니다(저에게는 천사님).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니던 직장이 다른 잘 나가는 친구대비 다소 떨어지는 케이스라 웬지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고요.. 12년전에 애들 육아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후,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개업이 가능한 자격증 공부를 권유했습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자격증을 취득 후(저보다 머리도 비상합니다.ㅠㅠ)현업에서 몇년간의 고생끝에 지금은 개업하지 한 5년쯤 됩니다. 벌이는 둘째치고 지금은 저보다 자존감이 휠씬 높습니다.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는 크든 작던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성취가 있으면 쉽게 해결이 되는것 같습니다. 만약 아내분께서 어떤것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고 하면 최대한 내조해 주십시요, 그러면 금방 해결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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