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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NL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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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3 21:08:56

1986년이었을 겁니다. 

4월초인가 전방입소반대투쟁하면서 이재호, 김세진이 신림동에서 분신했던 것이. 

전 몰랐는데, 전해 겨울에 대학가 일부에서는 주체사상 공부를 한 친구들이 꽤 있었나 봐요.

 

가물가물하긴 한데 전 86년 중반에 '미제의 간첩 박헌영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읽은 게 주체사상을 처음 접한 것이었습니다. 그게 '강철서신'의 일부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런데 "이 문건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여간 이어서 소위 '품성론'을 읽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품성이 좋아야 운동도 잘 하고 혁명도 잘 한다. 그게 주제더군요. 성격 더러운 놈은 운동도 못 한다?

하나마나한 소리 아닙니까? 

 

이제까지 다들 과학적 사회주의, 마르크스레닌주의 공부하다가 갑자기 무슨 목사 설교 같은 걸 들고 와서 이게 맞다고 하는데 황당하더군요. 거기에 수령론까지... 무조건 장군님의 말씀에 따라야 한다니...

NLPDR도 그래요. 기본적인 전제 하나가, "남한은 식민지반봉건사회"란 거에요. 황당...

 

스탈린이 쓴 '레닌주의의 기초'부터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좌익소아병' 등을 읽고 있는 운동권 학생이었던 저는 NLPDR이니 주체사상이니 하는 게 가소롭기 그지 없더군요. 그리고 운동권이라면 다들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게 학생운동에 파고 들더란 말이에요. 그리고 대세를 장악하더군요. -_-;;

물론 전 그 쪽으로 안 갔습니다만...

 

오늘 NL 이야기 나오니 그 때가 생각나네요. 그 후로도 NL 친구들과 무지 싸웠더랬습니다만 일종의 종교 같아서 말이 잘 안 통하더군요. 요즘 만나면 대부분 자기들도 멋적어서 웃고 마는데, 그 때는 NLPDR 주사 같은 게 뭐가 그리 매력이 있었는지.

님의 서명
Vere tu es Deus abscondi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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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5-23 21:56:14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학과 동기가 도서관 옆자리에 앉이 책을 보길래 “너 무슨 책 보냐?” 하고 뺏어 표지를 벗겨 보니 김일성 평전이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옛생각입니다...

WR
2020-05-23 22:01:30

86년에는 아직 책은 안 나오고 A4용지 프린트물이 돌았어요. 남 댓글 보니 김일성항일무투도 읽은 기억이 나네요.

2020-05-23 22:21:50

정확히 몇학년 때인지는 정확치 않습니다. 인쇄본 평전은 확실했지요.
전방입소 반대 관련해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가, 동기 한 녀석이 전방 입소 행군 중 어깨에 메고 있던 총을 내려 숲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떨어진 쪽이 지뢰 위험 표지가 있던 지역이라 모두 놀라 엎드렸던 기억이...^^

WR
2020-05-23 22:26:14

와. 그 때는 대단했네요. 전 그 위 학번이라 전방입소 조용히 다녀왔네요. ㅎㅎ

2020-05-23 22:46:04

저와 학창시절이 일부 겹치실 것 같습니다. 반갑네요.

WR
2020-05-23 22:48:41

저도 반갑습니다. ㅎㅎ

2020-05-23 22:03:02

하나마나한 소리가 NL대중에게는 '심플해서 좋다'로 들렸다는거.

품성론도 복잡하게 이론따질거 없이 그놈이 어떤놈인가 뒷조사하는 걸로 모든걸 퉁치면 되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뭐어...이건 지금도 재연되고 있긴 하죠.

조국은 얼마나 가슴 따뜻한 사람이고 진중권은 얼마나 인성이 쓰레이기인가로 모든걸 퉁치려는 자세에서 되풀이되고 있지요. 진중권이 헛발질을 많이 함에도 정작 그 헛발질하나 지적을 못하고 맨날 하는 얘기가 조국이 잘생겨서 질투나서 그런다는......이게 품성론처럼 얼마나 가슴에 콱 박혀서 그렇겠어요.

WR
2020-05-23 22:07:43

조국과 진중권에 대해 평가하는 이들이 NL뿐만이 아니고, 현실에서는 그들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0-05-23 22:25:33

numero1님 글 보니 그래도 어느정도는 경험을 해 보신거 같네요 저는 CA(민민투)가 강한 학교여서 강하다는 소문만 무성했지 뭐가 어떻게 강했는지는 모르고 지나가버렸네요 그리고 명칭도 민민투/자민투 까지만 알았지 NL/PD는 들어도 자꾸 헷갈리더군요

WR
Updated at 2020-05-23 22:29:57

자민투가 NL, 민민투가 CA였죠. 87년에 CA는 엉뚱하게 “제헌의회 소집하자”를 메인구호로 채택해서 그것도 좀 황당했습니다. 다들 “뭥미?” 하는 분위기.
CA란 명칭도 제헌의회에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Updated at 2020-05-23 22:34:34

제헌의회 구호는 그 전에도 이미 있었던거 같아요 어쨌든 87년 6월이후 뭔가 현실화 되고보니 "이왕 이렇게 된거 국회까지 해산하고 제헌의회다!" 한건 아니었는지..
당시에 함께 투쟁 하고나서 나중에 누구는 그 와중에도 학점 잘 따고 취업도 잘 된 학우들과 투쟁만 하다가 망가질 지경에 이른 학우들.. 그런거 보면서 무엇을 위한 투쟁인가~ 를 고민하던 소시민적 학우들..
그런 시기였었죠

WR
2020-05-23 22:41:27

그게 아마 러시아혁명에서 착안한 구호일 거에요.
러시아 2월 혁명으로 짜르체제가 무너졌을 때, 다시 말해 부르조아혁명이 일어났을 때 당시 혁명세력들이 모두 요구한 게 ‘제헌의회’였거든요. 운동권 PD 계열 일부에서 거기서 착안하고 제헌의회 구호를 외치면서 CA가 된 거죠.
러시아혁명에서는 볼세비키가 2차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했는데, 그 후 제헌의회 선거가 열리긴 했습니다.
선거에서 사회혁명당이 40% 이상 먹고 1당이 되괴, 볼셰비키는 25% 내외로 소수당이 되죠.
하지만 볼셰비키는 총칼로 재헌의회를 해산시키고 소비에트 권력을 유지합니다.

4
2020-05-23 22:39:49

지나고 나면 다 헛소리지요.
김일성을 우상화하고 단순한 내용 몇 가지를 신주단지 모시듯 한 주체사상에 심취한 사람들도 이해 안 가고 멍청해보였지만,
PD에서 주장하는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통한 혁명도 뜬구름 잡는 소리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전위조직 같은 거 만들어서 어려운 용어 써가며 자기네가 뭐 되는 양 자뻑하는 것도 웃겼구요.
이론적으로 굉장히 샤프한 척 했지만 헛점투성이였구요.

양비론 얘기하고자 꺼낸 말은 아니구요.
학생시절 개인의 안락을 버리고 바르게 살고자 했던 그 자세와 마음가짐이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때 가졌던 그 치열한 성찰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어졌다고 보구요.
지금까지도 학생운동 계파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과거에 정체되어있는 느낌이 좀 듭니다.

WR
2020-05-23 22:47:45

맞아요. 레닌주의 혁명론도 문제가 많죠.
특히 밥먹고 혁명만 생각하는 운동가들이 모인 전위당이 모든 운동을 지휘해야 한다는 생각은 20세기 사회운동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음모적 조직이 자라난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 부분은 NL과 PD 공히 잘못이 있어요.

2020-05-23 23:21:54

역사학 분야에서는 이**의 '민족해방운동사'(정확한 책제목은 ?)가 김일성의 정통성을 입증하는 책이었는데(북한의 책을 그대로 낸것 말고는) 김일성의 항일투쟁  그린 역사서로서는 손색이 없었습니다. 다만, 김일성만 인정하고 다른 여타 운동세력을 폄하하고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이고 몰역사적인 인식과 서술이 문제였는데 이를 지적하면 벌떼같이 일어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술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긴 했습니다. 지금은 벗어났지만.

2020-05-23 23:55:35

수박 겉핥기.

2020-05-24 02:34:50

 그냥 비슷한 세대를 함께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반갑습니다. 80년대 중후반 정말 치열했었고 많은 청춘들이 분신과 투신으로 몸을 태웠었던 불행한 세대이기도 했었죠.  아직도 그 치열했던 캠퍼스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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