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내게 가장 가까웠던 전쟁

 
10
  1598
2020-05-29 17:07:28

저는 전쟁을 겪지 않았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가 그럴 것입니다.
그럼 친지가 겪은 전쟁이 제일 가까운 것일 텐데 아무래도 625전쟁이겠죠.
저희 부모님 세대는 모두 겪으셨고 어릴 때부터 625에 관한 얘기, 영화, 만화, 책을 숱하게 듣고 봤으니까요.
하지만 부모님은 남쪽에 계셨기에 피난조차 가지 않으셨고
영화나 책으로 본 것들은 기계적으로 주입된 느낌이라 어떤 감정같은 것들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저는 심정적으로 베트남 전쟁을 가장 가까운 전쟁으로 생각합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연상되는 기억이나 느낌이 많기 때문입니다.


작은아버지는 베트남으로 파병 가셨었습니다.
귀국하시면서 제게 줄 장난감과 함께 군용 쌍안경, 나침반 같이 신기한 물건들을 갖고 오셨죠.
심심할 때마다 그것들을 갖고 놀았습니다.
작은아버지는 베트남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별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여쭤보지 않았고요. 거기서 찍으신 사진으로 얼추 짐작만 했을 뿐입니다.

작은아버지는 30대 젊은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고엽제 때문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어머니는 그후로 가끔씩 작은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을 애석해 하셨습니다.
늬 삼춘이 참 남자답고 성격도 좋고 그랬는데 왜 그렇게 일찍 갔다니...

람보 첫부분에 람보가 전우의 집에 갔다가 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죠.
저는 그 부분에서 작은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람보가 베트남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작은아버지에게도 저렇게 무서운 기억이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디어 헌터를 보면서 영화에서처럼 작은아버지를 기억해주는 친구분들이 계실까 생각합니다.
대학때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으면서 베트남 전쟁의 실체를 알고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작은아버지가 갔다오신 전쟁이 이런 것이었나...

제가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각별한 감정을 갖는 건 아닙니다.
여행을 가본 것도 아니고요. 쌀국수도 별 생각없이 먹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은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네요.
아까 최고의 OST 댓글을 달면서 이런저런 것들이 생각나 주절거려봤습니다.

 

9
Comments
6
Updated at 2020-05-29 17:26:38

저는 아부지가 베트남전을 다녀오셨습니다.

자라면서 베트남전 관련 이야길 자주 들었어요.

그덕분인지 남자들이라면 어린시절부터 생기는

밀리터리에 관한 환상이 좀 일찍 깨졌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만든 베트남전에 관련된 여러가지

영상물들을 볼때마다 옆에서 아부지가 현실의

적나라함을 자주 이야기 해주셔서..속된말로

영화보다 산통이 다 깨졌거든요.

 

지금도 기억나는 촌철살인같은 한마디인데...

머나먼 정글이라는 베트남전 관련 미드를 보는데

작전중에 고립된 주인공 소대를 구하려고 

귀환중이던 헬기가 구조신호를 받자마자

기수를 돌리는 장면이 나왔을때 저희 아부지가

 

미군 헬기 조종사들이 저만큼만 용감했으면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안졌을거야. 

소련에서 대공무기 지원을 빵빵하게 해줘서

그당시 미군헬기들은 추락율이 높아 

왠만하면 작전지역 근처까지 잘 안갔어~ 

 

교전지역에서 한참 떨어진곳까지 알아서

도망간뒤에 콜을 때려야 구조를 하러

올까말까 수준이었다고..뭐 그런 말씀을 하셨죠.

막...히어로물을 보는 심정으로 티비를 보다

찬물을 확 뒤집어쓴 기분이라니..

 

기관총을 한손에 쥐고 쏘는 장면 보고도

저건 한손으로 절대 못쏴~  쏴도 안맞아~

막 소총으로 기름탱크 터트리는 장면보고 

그시절 총알은 기름통을 못뚫었어~ 튕겨나와~ 

지뢰 밟고 서있는 장면보고도 그냥 밟으면 죽어~

막 부임한 소위가 하사관에게 막말 하는 장면 보고도

저러면 작전나가서 쥐도새도 모르게 아군손에 죽지~
 

지금도 아부지랑 배트남 관련된 전쟁영화 보면 

겁나 재미없습니다.

WR
2
2020-05-29 17:40:52

저는 이렇게 생생한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먼저 여쭤볼걸 왜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3
2020-05-29 17:51:31

예전에 조성모가 베트남전 배경으로 아시나요 뮤비를 찍었을때요.

뮤비속에서 조성모가 속한 부대가 베트콩에게 전멸하는 장면이

등장한적 있었는데요. 그 부대가 아부지가 나온 백마부대였습니다.

그 전멸당하는 장면때문에 백마부대 전우회가 사실왜곡이라고

우리는 용맹했기에 전멸따윈 당하지 않았다~ 이러면서

성명문도 발표하고 그랬는데요. 그거보면서도 아부지께서

뭐..초반에 파병가서 저런 교전은 맹호부대가 많이 겪었지

백마부대는 후반에가서 진지가 있다보니 저런일은 잘 없었어~

교전중 사망은 용맹하곤 상관이 없는데~ 람보도 총맞음 죽어~

이런 말씀을 하셨더랬죠. 그때 그말씀 들으면서 참...아~..한 심정

 

 

1
2020-05-29 18:18:08

생명연장의 현실적인 조언이네요.

1
2020-05-29 19:41:59

무미건조하게 베트남 장거리 정찰대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 영화 내용이랑 같네요... 순식간에 지뢰로 폭사, 어디서 날라오는지도 모를 총알에 쓰러진 병사, 스나이퍼에게 한발한발 맞으면서 결국 아군이 쏘아준 총알에 전사하는 병사 등 84 찰리 모픽의 내용입니다.

1
2020-05-29 17:46:01

제가 전쟁이라는 개념을 처음 피부로 확 와닿은게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영국과 아르헨티나랑 ㅁ싸운게 

기억나네요. 

엑조세 미사일도 나오고 

포틀랜드 전쟁이던가요. 

그거 보면서 우리나라는 참으로 평화로운 아침의 나라 라는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WR
2
2020-05-29 18:00:34

제가 전쟁이 어떤 건지 어렴풋이라도 알게 된 건 라이프지 사진집이었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한국일보였나 아는 분한테서 사신 건데요.

굉장히 크고 두껍고 사진으로 가득찬 책이었습니다.

2차대전, 태평양 전쟁, 베트남 전쟁, 한국전쟁 같은 것들이 실렸었지요.


1
2020-05-29 18:03:35

설명만으로 라도 어떤 사진집인지 알거 같아요.

그런 사진을 저도 대형 양장본 백과사전에서 봤찌요 
정말 모니터로는 표현 못할 슬픈 트라우마가 밀려온 기억이 납니다.

1
Updated at 2020-05-30 01:32:43 (112.*.*.101)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패망 후에도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어요. 제주도 출신이신데 가난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갔던 경우죠.. 거기서 목격했던 미군의 만행을 몇 가지 얘기해주셨는데, 매우 서글프더군요. 일본이라면 치를 떠는 요즘 분위기이지만 어쨌거나 제가 가장 가깝게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보니.. 피아를 떠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을 생각하면요..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