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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전북 군산에서 43사건이 벌어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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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6-01 11:45:57

전북 군산 인근에 옥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해안에 위치한 마을이고, 우리가 아는 새만금이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군산공항이 위치한 마을이며, 군산공항은 미공군기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군산비행장'은 미군기지이며, 군산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옥구쪽에 위치한 거죠. 

 

군사독재시절에는 이 기지에서 핵배낭을 보유하고 있다... 소문도 종종 들려나왔던 곳입니다.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대대로 살아오셨던 동네인데요, 어릴적 할머니집에 놀러가서 몇달씩 지내다 오곤 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굉음을 내는 제트기들의 소음이 기억납니다. 

 

어제 아버지 생신을 맞아서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옛날 생각을 하시다가...

 

"야, 군산에서도(아버지는 옥구를 군산이라고 부르십니다) 43이 날 뻔 했다."라고 하시더군요. 

 

내용인 즉 이렇습니다. 

 

같은 마을에 사시던 작은 할아버지(아버지께는 작은 아버지)댁에서 미군 병사가 사고를 친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작은 할아버지 댁 근처에서 작은 할머니(아버지께는 작은 어머니)를 보고 미군 병사가 덮친겁니다. 작은 할머니께서는 미군 병사를 밀어내고 집으로 도망가셨고, 미군병사는 집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작은 할머니는 부엌으로 피신하시고, 미군병사 역시 부엌으로 따라들어가는데... 예전 시골집 나무로 되어있는 부엌문이었는데, 이 문에 줄을 달아서 안쪽에서 당길수 있게 되어 있는 구조였답니다. 작은 할머니께서 부엌으로 피신하시면서 이 줄을 당기셨고, 미군 병사는 문 틈에 손이 끼어서 부상을 입습니다. 피가 흐를정도의 부상이었다는데요...

 

이 광경을 근처에서 보셨던 작은 할아버지가 달려오셔서 미군과 격투, 이 광경을 목격하신 고모부(아버지 기준)가 달려오셔서 합세했고, 당시 9살이던 아버지도 합세해서 짚으로 만든 끈으로 이 병사의 손발을 묶으셨답니다. 용감도 하시지...

 

병사를 묶어놓고 주민들이 모여서 미헌병대에 신고하려다가... 뭔가 쎄- 하셨봅니다. 일단 우리 경찰에 신고한 후에 미군에도 연락. 

 

소총등으로 무장한 미헌병들이 들이닥치고, 군산시내에서 트럭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오고... 

 

미군들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답니다. 해당 병사는 "한국사람들이 나에게 껌둥이라고 놀려서 싸웠다"라고 주장했답니다.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버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감선생님이 오셔서 겨우 대화...

 

무장한 미군들에 의해 험악한 분위기까지 벌어지고, 마을 주민들은 흥분하고... 대치상황까지 발전했는데...

 

문틈에 손을 다친 병사에게 부상의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납득이 되는 해명을 듣지못해서 작은할아버지, 아버지의 고모부, 아버지의 무고가 증명이 되면서... 사고친 병사는 끌려가고 사건이 일단락 되었답니다. 

 

만일 당시 작은 할머니께서 문고리를 당기지 않으셨다면... 국방부로 차를 돌리 미군에게 먼저 연락했다면... 큰 비화가 될뻔했다는... 제 집안 어르신들의 이야기지만, 우리 민족이 겪은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 이미 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에서 "껌둥이같은 표현 하지 마라"고 배우셨답니다. 참 대단하죠. 물론 당시는 인종차별을 반대해서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교육이었겠지만...)

님의 서명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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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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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11:28:05

다행히 잘 마무리되어서 그렇지 실제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네요. 먼동네 이야기 아니었네요.

군산비랭장에 전술핵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정설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군산 근처 고군산 군도 끄트머리 섬이 폭격 훈련장잉었었죠.

군산 지나갈때마다 옥구라는 지명이 생각납니다. 예전에 비옥한 토지에서 나온것이 확실한 이름도 좋았는데 군산에 통합되면서 고유한 지명을 잃어버렸죠. 채만식의 소설의 무대였던걸러도 기억합니다. 그리운 이름이네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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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6-01 11:44:19

몇번의 비극이 벌어졌다고 들었습니다.

 

한번은... 일부 주민들이 미군 항공유 송유관에 구멍내어 기름 훔치려다가... 방금 아버지께 연락드려서 정확한 내용을 알아봤는데... 구멍내어 훔친것이 아니라, 구멍으로 새는 기름을 사람들이 몰려가서 훔쳐가려다가... 불이 붙어서 난리가 나고, 그 기름이 온동네의 논밭을 오염시킨거죠.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논농사하신 쌀을 보내주셨는데, 저는 그 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쌀인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그 사건을 말씀해주시면서 "실은 별로 좋은 쌀은 아니다"라고 하셔서 나름 충격을 먹었더랬습니다.

2020-06-01 11:41:52

하마터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등에서 발생하는 댜참사가 일어날뻔 했네요.
저는 김제쌀(브랜드명이 지평선?)과 김제부터 이어지는 옥구평야쌀이 왠지 최고쌀인 느낌이었습니다. 농촌 출신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평야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T2R2님 말씀을 보니 옥구쌀은 제외해야겠습니다. ^^

WR
Updated at 2020-06-01 12:06:02

경조사등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군산을 다녀오다보면,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특히 일제시대를 직접 겪으신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가계도와 그분들이 겪으신 소소하거나 큰 사건 사고들을 들으면... 뭔가 장편대하소설을 보는 기분도 들죠. ^^ 

 

한번은 군산에서 올라오면서 아버지께 질문을 했죠.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고, 지금보다 훨 적은 사람들이 소비를 했는데... 왜 못먹고 굶으면서 살았죠?" 

 

"너, 천수답이라고 들어봤지? 예전에는 지금처럼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비가 안오면... 굶을수밖에 없었고, 품종이 어땠고... 너 할머니집 옆에 초가집 하나 있던거 기억하지? 그 집에 어떤 어르신이 사셨는데, 그분이 농사를 지으시면서... 그분의 아들은 너하고는 어떤 친척간인데... 그 어르신이 예전에..."

Updated at 2020-06-01 11:53:46

추억의 장소네요. 거기서 근무했었죠.

 

우편주소로는 전북 군산시 옥구군 선연리, 공군6822부대(38전투비행전대)

 

행정구역상으로는 California States, U.S.A , 8th Wings-Wolfpack.  

WR
2020-06-01 11:53:33

선연리... 맞습니다. 

부대찌개 많이 드셨겠네요. ^^

Updated at 2020-06-01 11:56:19

부대근처 식당은 전혀 이용하지 않았고, 군산터미널 앞에 있는 "대원회관"인가 거기를 주로 이용했었죠. 거기서 같이 나간 부대원들 모여서 저녁먹고 좌석버스타고 귀대하면 딱 맞았으니까요. 

WR
2020-06-01 11:57:45

본문의 비화도 있었지만, 거기서 사셨던 작은아버지, 고모, 고모부... 많은 분들이 부대에서 군무원, 군속으로 일하셨죠. 

 

작은아버지 한분은 전산원으로 근무하셨는데, 80년대 초반에 작은아버지 사무실 놀러가서 펀칭카드로 돌리는 컴퓨터(방전체가 컴퓨터 본체...)를 돌려보고, 사무실 냉장고에 가득 채워져있던 환타를 혼자 다 마셔버린 기억이 납니다. "편하게 먹어"하시길래 편하게 다 마시고 먹어버렸더니 다들 놀라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ㅎㅎ

2020-06-01 12:00:06

저는 가보지 못했지만 미군부대 안에 있는 BX(육군은 PX라고 하죠)에서 햄버거가 진짜 오리지널 미국산이라서 엄청 크고 맛있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달러있냐고 선임이 물어봤던 기억이 나네요.

2020-06-01 15:30:33

제가 육군레이다 근무했을때 38전투비행전대 하고 족구도 많이 했습니다..ㅎㅎ 화산쪽에 있는 공군들하구요  부대안에 버거킹도 있고 ㅎㅎ

2020-06-01 12:24:02

35사 106연대가 지원중대가 거기 미군과 함께 있었지요...

 

WR
2020-06-01 12:26:11

미군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군도 같이 있군요. 생각해보니 해안경계등은 우리 군대의 몫인것 같기도 하네요.

2020-06-01 12:43:48

그렇습니다! 오식도 소초등 해안가 근무는 106연대가 했지요!!

WR
2020-06-01 12:45:11

오래전 큰아버지 따라서 오식도 망둥이 낚시갔던 기억이 납니다. 크지 않지만 해수욕하기 좋은 한적한 해변도 있었고요. 지금은 다 메워져서 육지가 되었겠지만요. 

2020-06-01 15:28:09

헐 제가 있을때 106연대 지원중대하고 경비정하고 레이더가 같이 있었습니다...저는 레이더 근무 했구요!!

Updated at 2020-06-01 12:33:05

옥구군 자체가 엄청 큰 곳이죠.
제 큰집은 바다나 공항과는 상관없는 군산공설운동장 건너편으로 한참 들어간 농촌 어느곳에...

WR
2020-06-01 12:34:00

그쵸. 어릴때의 기억에는 시골 할머니댁 그 마을의 범위만을 생각했는데, 꽤 크더군요. 군산으로 가는 길의 큰 저수지 일대, 오식도(지금은 새만금 사업으로 섬이 아니겠지만)가는 길... 그 일대도 다 옥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Updated at 2020-06-01 15:00:17

전라북도 옥구군 임피면 금등리(?) 686번지
(참 신기하네요! 이젠 그 여학생의 이름은 기억속에 흐려졌지만
주소는 너무도 또렷이 기억속에 남아 있네요!)
몇 십년전에 저곳에 살던 중학생 꼬마가 자기 인생의 전부를 적은
일기장을 군인아저씨 였던 제게 보내 주었었고
매일 매일 꼬박 꼬박 위문편지도 같이 보내주던 친구가 살던 곳이었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그 빛바랜 일기장도
그 여학생의 이름도 가물 가물하는군요!
그때 이 군인 아저씨를 엄청 짝사랑 했던 학생이었는데,
아직도 저 주소가 유효한걸까요?
세월이 흘러온 것 처럼 지금 저곳의 지형도 많이 변했겠지요!
아파트가 들어서고ᆢ
많은 시간이 흘러 온듯 하네요!

WR
2020-06-01 15:12:09

오호~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계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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