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삼꽁이의 눈과 바람이의 죽음
삼순이가 낳은 새끼 4마리는 다들 전반적으로 건강하게 잘 지냅니다.
비결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 것입니다.
다만 그중에 삼꽁이(삼순이가 낳은+꽁치 무늬=삼꽁이)는 눈 상태가 무척 좋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삼순이도 예전에 눈 상태가 많이 안 좋았는데, 아마도 엄마로부터 허피스 바이러스를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물려받지 않았더라도 여기선 쉽게 감염이 됩니다.
저도 혹시 몰라 냥이들 접촉한 후에는 손을 매우 열심히 씻습니다. 덕분에 집에만 있는 날에도 하루에 손을 7~8번은 씻는 것 같네요.
이건 작년 삼순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때도 다들 눈 관리해 주느라 바빴는데... 근데 제가 저러고 있으니 무슨 산적 내지는 불한당 같네요.
이게 작년 8월입니다.
이건 지금인데, 올해는 삼꽁이랑 삼삼이(삼순이가 낳은+삼색냥=삼삼이) 정도만 눈이 안 좋습니다.
삼꽁이는 한쪽 눈을 실명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배어나온 고름은 닦아 주고.
안약을 투여하지만, 사실 안약이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 하는 정도입니다.
확실한 거 하나는, 새끼 냥이들이 처음에는 이거 싫어서 엄청 버둥대는데, 몇 번 하면 조금씩 가만히 있습니다. 사진 속 삼꽁이도 귀엽게 가만히 있지요?
나름 안약이라도 넣으면 조금은 편안해지나 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삼꽁이 눈에 안약 넣어 주고 있는데 비비가 누가 무릎냥 아니랄까봐 올라왔습니다.
이건 뭐냐옹~ 먹는 거냐옹~~~ 삼꽁이만 주지 말고 나도 좀 주라~~~옹
..
..
이 친구는 체다입니다.
작년 삼순이와 함께 나타난 녀석으로, 삼순이, 비비, 불백이, 그리고 작년에 앞발 치료 후 바로 죽었던 차콜이와 동기입니다.
체다 역시 삼순이와 같은 날 새끼를 낳았습니다. 다만 체다 새끼들은 저희 집이 아닌, 저희 집에서 50미터쯤 떨어진 빈 집에 있습니다.
이 아이는 체다 새끼 중 한 마리입니다. 며칠 전부터 열심히 체다를 따라다녔는데, 체다는 이 친구를 챙기지 않았습니다.
아파서 골골대면 보통 어미는 그냥 도태시켜 버립니다.
저야 자주 봐서 익숙하지만, 혹시 몰라 모자이크를 했습니다. 피딱지와 고름으로 인해 얼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거든요.
기력이 없고 많이 아파 보였지만, 먹을 걸 갖다 주니 그래도 살고 싶었는지 조금은 먹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외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냥 이 시기에 흔히 걸리는 바이러스 질환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대신 저희가 며칠 돌봐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밖에서 쓰는 창고 하나를 비우고 그곳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며칠 두고 보면서 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체다는 그걸 다 보고 있었는데, 끝까지 챙기지는 않더군요.
자연에서 이렇게 어미가 새끼를 도태시키는 건 무척 흔한 일입니다. 제가 예전에 키웠던 고양이 룰루도 그랬고요.
어미로서는 한정된 자원을 낭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내리는 것이 당연할 수 있습니다.
..
..
이게 그저께까지 있었던 일입니다.
..
..
어제 아침 일어나서 새끼 상태를 확인해 보니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전날 봤을 때는 몰랐는데, 허벅지 쪽에 외상이 있었습니다. 가죽이 벗겨지고 반대쪽 다리 몇 배 크기로 퉁퉁 부어 있을 정도로 하루 사이에 상태가 심각해져 있었습니다. 뱀에게 물리기라도 한 건가 싶더라고요. 녀석도 아픈지 끼잉 낑 끼잉 낑 울어댔습니다. 고름과 피딱지로 잘 떠지지 않는 눈 사이에 눈동자가 비칩니다. 저를 바라보며 끼잉끼잉 소리를 냅니다. 제가 고양이의 마음은 알지 못하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곧바로 어제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동물 병원에 예약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길냥이를 병원에 잘 데려가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중에...
하지만 이 친구는 그런 거 따질 상황이 아닐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병원에 갈 준비를 하며, 진료 받으려면 고양이 이름을 등록해야 하니 이름을 지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가 좋을까... 얼른 나아서 건강해지라는 바람을 담아서 "바람이"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너는 바람이로 하자. 네겐 별 의미 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제가 바람아, 라고 부를 때마다 저는 이 순간이 떠오르겠지요.
그렇게 병원 갈 준비를 마친 후 이동장과 수건을 들고 바람이에게 가니 바람이는 그 사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지만, 고양이가 죽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사지의 모양을 잡아 주는 것입니다. 어쩔 줄 몰라서 우왕좌왕하면 그 몇십 분 사이 몸이 굳어 버려 나중에 더 힘들어집니다. 저는 바람이의 몸을 잘 수습해 다리의 모양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 다음은 곧바로 수건으로 싸야 하는데... 매번 이때가 가장 주저됩니다. 혹시 안 죽은 건 아닐까?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끼잉 낑하는 건 아닐까? 한참을 그 앞에 앉아서 지켜보고,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 보고, 바람아 하고 이름도 불러 봅니다.
바람이가 죽은 자리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삼순이 아가들이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
..
시골 사는 분들이야 흔히 겪는 일이겠지만,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면 그중 일부는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네 냥이들 여럿이 총 10마리를 낳았다, 그럼 그중 2~3마리는 초기에 죽습니다. 초반의 위기를 어찌저찌 넘기더라도 성묘까지 자라는 경우는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2~3년이라도 사는 경우는 드물고요.
단적인 예로, 저희 집처럼 냥이들 밥 주고 물 주고 같이 놀고 챙겨 주는 곳에서도 3년 이상 산 냥이는 단 한 마리도 없습니다.
이런 애교돌이 비비도 언젠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제 눈앞에 시체로 나타나거나 혹은 제 눈에 띄지 않는 어딘가에서 생을 마감하겠지요.
아재 몸매 매력남 불백이도 마찬가지고요.
가끔 그런 생각도 합니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 친구들은 5년, 10년, 20년 살지도 모른다고요. 어우, 진짜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녀석들에게 저는 단지 밥이랑 물 주는 삼촌에 불과할지 몰라도 제게 이 녀석들은 그 이상의 존재거든요.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오늘도 열심히 혼자서 선긋기 하고 있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나요. ㅎㅎㅎ
..
..
여러분 모두 코로나 조심하시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글쓰기 |
저두 길냥이 두마리 데려와서 병원가서 중성화 수술도 시키고 했는데요.
애네들이 심장병이 많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심장병이라
언제 급사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