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저출산 원인은 '인서울'···150조 쏟아부었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763925
"저출산 원인은 '인서울'···150조 쏟아부었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청론직설]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저출산은 고밀도·경쟁사회에 적응한 '사회적 진화'
'재생산' 보다 생존본능 우선···150조 쏟아붓고도 실패
유럽형 보육복지가 만병통치약 아냐...해답은 인구분산
인구감소는 '정해진 미래'···다운사이징 연착륙도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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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인구절벽’에 직면했다.우리나라 인구는 지난 4월까지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면서 6개월 연속 자연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로 최악의 경우 2067년 3,929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따라 2006년부터 지금까지 15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재정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지난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92명. 세계 최하위다. 2002년 초저출산시대 (출산율 1.3명 이하)에 돌입한 우리나라의 저출산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올해는 출산율이 0.8명대로 떨어지고 신생아 수도 30만 명을 처음으로 밑돌게 된다. 반대로 고령화 속도는 이미 초고령 사회(노인 비율 20%)에 진입한 일본보다 더 빠르다. 저출산·고령화는 세대갈등 차원을 넘어 미래 사회 위기론으로 연결된다. 화제작 ‘정해진 미래(2016)’를 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 전공)는 “저출산 원인 규명부터 틀렸다”고 단언했다. 기존 정책이 실패했다면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조만간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을 맡게 되는 조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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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밀도가 높아 경쟁이 치열해지면 인간의 생존 본능이 재생산(출산) 본능을 앞서게 된다”며 “저출산 현상은 복지가 부족한 탓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고밀도 경쟁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사회적 진화’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이호재기자
-코로나 19사태로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나타난다. 출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텐데.
△혼인율은 1~3년의 시차를 두고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혼인 감소가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었다면 앞으로는 경기가 안 좋아 늦췄던 결혼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내년 출산율은 코로나 19사태 이전의 예상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인구 자연감소를 당장 걱정해야 할 것은 아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60만~65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해 6만 명 감소라면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2050년부터는 매년 65만 명 가량 줄어든다. 이 정도라면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교수님이 쓴 ‘정해진 미래’를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부동산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펄펄 끓지 않나.
△책은 부동산 문제를 전국적으로 본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서울 등 수도권이다. 하지만 지방은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 부자들은 집 두 채, 세 채 팔고 서울 집 산다. 다들 서울로 자식을 보내려고 한다. 대학 입학부터 그렇다.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되다 보니 인구 밀도가 높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저출산과 수도권 집값 상승의 원인은 매우 흡사하다. 모두 인구 밀도와 관련이 있다. 저출산 문제를 풀려면 맬서스의 ‘인구론’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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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교수의 베스트셀러 ‘정해진 미래’. 조 교수는 “인구학은 미래를 기획하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DB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자원을 두고 경쟁이 심해진다. 경쟁이 심해지면 인간의 생존 본능이 재생산(출산) 본능을 앞서게 된다. 맬서스가 인구는 조절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로 대입해보면 하나같이 그 이유는 인구의 서울 집중으로 귀결된다. 물론 서울 중심의 발전이 우리나라를 초고속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방은 인구밀도가 낮은데도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나.
△지방은 절대적인 자원이 부족하다. 아이를 낳고 키울 환경이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인 서울(In Seoul) 하지 않나.
-수도권 인구밀도를 낮추자는 말인가.
△그렇다. 높은 인구밀도는 경쟁 과열로 청년 세대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초저출산 문제를 풀려면 청년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혼인과 출산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1985~96년생)는 과거 어느 세대보다 대학 진학과 취업 전선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초저출산 현상은 밀도 높은 사회에 청년들이 적응하는 과정이다. 일종의 사회적 진화라고 할까. 수도권 과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선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없다. 저출산 대책에 시동을 건 참여정부 시절 혁신도시를 전국에 흩어놓은 것은 아쉽다. 나눠먹기식 지역 안배를 할 것이 아니라 부산과 대구·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 몰아줘 서울에 필적할 각종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옳았다. 심리적 분산도 중요하다. 왜 18세에 대학을 가야만 하는가. 조금 늦게 가도 되지만 우리 사회는 강력한 연령규범이 작동한다. 이런 규범들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다. 서울로 가야만 한다는 심리도 누그러뜨리는 정책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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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열린 ‘2020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입장하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방 특정지역 몰아주기는 정치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은데.
△지역균형발전 논란은 (초저출산의 재앙이 닥치기 직전인) 1990년 말에 끝내야 했다. 인구감소로 시와 군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한데도 건재한 것은 정치 논리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인구 미래는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었다. 이대로 가면 수도권 집중도는 2070년 65%, 2100년 88%까지 오른다. 이렇게 되면 출산율이 지금처럼 0.8~0.9명 수준에 머물 것이다. 아이가 사라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연을 가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 자식들은 서울로 보내고 남의 자식만 고향을 지키라는 말인가’ 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30년 뒤 미래를 내다고 인구이동을 기획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복지의 부족이라기보다는 경쟁과 자원 부족 측면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저출산 원인을 보육복지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 2000년대 들어 때마침 우리나라에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이때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주목받다 보니 유럽식 보육복지 모델을 받아들였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파악한 번지수가 틀렸는데도 역대 정부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복지 지출을 늘리다 보니 그게 맞는 방향인양 인식돼왔다.
-보육복지 지출은 필요한 게 아닌가.
△물론이다. 저출산 복지정책을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연말쯤 4차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나오는데 정부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구학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복지 프레임에 갇혀서는 곤 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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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참고할 저출산 극복의 성공사례는 없는가.
△없다고 본다. 일본의 출산율이 다소 올라갔지만 통계적 착시가 있다. 아이를 낳을 엄마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출산율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신생아 수는 감소할 것이다.
-흔히 스웨덴을 모범 국가로 꼽는데.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 복지국가의 토양이 틀리고 인구구조도 다르다. 스웨덴 인구학자들이 ‘(벤치마킹하러) 한국 사람 이제 그만 오라’고 농담할 정도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스웨덴의 출산율은 1960년~80년대 2명 정도였다가 90년대 1.5명 떨어졌지만 2010년대 들어 1.9명으로 다시 올라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급격한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다. 출산율이 60년대 6명에서 △70년대 4명 △ 80년대 2명 △ 2000년대 1.3명 △ 지금은 0.8명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연령별 인구분포다. 스웨덴의 인구피라미드가 길 다란 통 모양이다. 이는 안정적인 복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페이고((pay as you go·번 만큼 쓴다)’ 원칙이 작동해야 지속 가능한 복지를 구현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역삼각형이다. 미래 세대가 현세대를 부양할 수 없는 구조다.
2016년 3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무상보육 재정 분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바람에 예산지원이 끊긴 어린이집이 휴원 위기에 처했다. 학부모 단체가 보육대란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의 저출산 복지대책이 유럽모델인가.
△그렇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개념은 스웨덴을 벤치마킹했다. 육아·출산 휴직, 보육·출산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 어린이집 같은 공적 보육시설 확대는 프랑스 모델이다.
-베트남에 인구정책을 자문하는데 주로 무엇을 하는가.
△베트남의 관심사는 경제발전이다. 그렇게 하려면 인구 구조를 어떻게 최적화할지를 자문한다. 베트남은 가족계획을 하다 이제 풀었다. 우리나라는 산아제한에 성공했지만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베트남 국토는 남북으로 길다. 하노이와 사이공 두 군데 인구집중률은 13%쯤 된다. 우리를 반면교사 삼아 인구 분산과 이동을 기획하는 데 자문한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탈이지 인구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인구는 2030년쯤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이다. 다시 늘리기는 불가능할 듯하다. 인구 감소시대에 잘 적응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인구감소를 어느 정도 벌충할 수 있다. 인구 감소는 예정된 미래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적응하느냐는 인구절벽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인구가 좀 적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운사이징 연착륙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년연장 문제는 뜨거운 감자인데.
△정년을 연장하려고 한다면 빨리 공론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다.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정년 연장은 차기 대선에서 이슈화할 공산이 크다. 지금부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년 연장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연공서열 파괴다. 정년연장은 노인연령 상향조정과 국민연금 개혁과 떼래야 뗄 수 없다. 한꺼번에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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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2010년 연금수급 시기를 65세에서 67세, 정년 시기를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을 앞두고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파리=EPA연합뉴스
-생산인구 감소로 이민을 활성화하는 주장도 있다. 동의하는가.
△인구가 몇 년 내 확 줄지 않는다. 2050년부터 내국인 인구가 급감할 것이기 때문에 2040년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는다.
-앞으로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 정치력 영향력이 적은 청년보다는 노인 정책이 우선되지 않을까.
△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2035년쯤 되면 여성 인구 3명당 1명이 노인이다. 해마다 90만~100만 명씩 태어난 세대다. 10여 년 후 2030 세대가 될 지금의 10대는 연간 40만 명 태어났다. 인구 크기가 워낙 차이가 난다. 만약 젊은 층의 정치적 요구가 좌절된다면 미래세대는 해외로 탈출구를 찾을 것이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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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영태 교수의 책 광고로 볼 수도 있는 칼럼입니다만, 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한 번 퍼와봅니다(중간중간 삽입된 사진은 복붙이 안되네요. 링크로 읽으시면 조금 더 쉽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많은 의견과 생각이 있겠지만, 적어도 문 정부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Et in terra pax hominibus bonae volunta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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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중에도 바른생각하는 사람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