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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김어준 모친상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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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9 14:55:10

 오늘아침 갑자기 공장장이 안보여서 무슨일인가 했는데 모친상을 당하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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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김어준 모친상 고인 : 이복임 빈소 :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 : 12일(일) 오전 5시 -10일(금) 오전 11시부터 조문 장지 : 대전시정수원(화장장)->대전시 선영

 

 

엄마 - 김어준 고등학생이 되서야 알았다. 다른 집에선 계란 프라이를 그렇게 해서 먹는다는 것을. 어느날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반찬으로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 밥상머리에 앉은 사람 수만큼 계란도 딱 세 개만 프라이되어 나온 것이다. 순간 '장난하나?' 생각했다. 속으로 어이없어 하며 옆 친구에게 따지려는 순간, 환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놀리는 친구의 옆모습을 보고 깨닫고 말았다. 남들은 그렇게 먹는다는 것을. 그때까지도 난 다른 집들도 계란 프라이를 했다 하면, 4인가족 기준으로 한 판씩은 해서 먹는 줄 알았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손이 컸다. 과자는 봉지가 아니라 박스째로 사왔고, 콜라는 병콜라가 아니라 PET병 박스였으며, 삼계탕을 했다 하면 노란 찜통 - 그렇다, 냄비가 아니라 찜통이다. - 에 한번에 닭을 열댓 마리는 삶아 식구들이 먹고, 친구들까지 불러 먹이고, 저녁에 동네 순찰도는 방범들까지 불러 먹이곤 했다. 엄마는 또 힘이 장사였다. 하룻밤 자고 나면 온 집안의 가구들이 완전 재배치 되어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가구 배치가 지겹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면 그 즉시 결정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구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잦으니 작은 책상이나 액자 따위를 옮겼나보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사할 때나 옮기는 장롱이나 침대 같은 가구가 이방에서 저방으로 끌려 다녔으니까. 오줌이 마려워 부스스 일어났다가, 목에 수건을 두르고 목장갑을 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가구를 혼자 옮기고 있는 '잠옷바람의 아줌마가 연출하는 어스름한 새벽녘 퍼포먼스'의 기괴함은 목격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새벽 세 시 느닷없이 깨워진 후, 팬티만 입은 채 장롱 한 면을 보듬어 안고 한 달 전 떠나왔던 바로 그 자리로 장롱을 네번째 원상복귀 시킬 때 겪는 반수면 상태에서의 황당함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재수를 하고도 대학에 떨어진 후 난생 처음 화장실에 앉아 문을 걸어 잠그고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짝을 아예 뜯어내고 들어온 것도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파워풀한 액션이었다. 대학에 두 번씩이나 낙방하고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좌절하여 화장실로 도피한 아들, 그 아들에게 할 말이 있자 엄마는 문짝을 부순 것이다. 문짝 부수는 아버지는 봤어도 엄마가 그랬다는 말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듣지 못했다. 물리적 힘만이 아니었다. 한쪽 집안이 기운다며 결혼을 반대하는 친척어른들을 항해, 돈 때문에 사람 가슴에 못을 박으면 천벌 받는다며 가족회의를 박차고 일어나던 엄마, 그렇게 언제고 당차고 강철 같던 엄마가, 보육원에서 다섯 살짜리 소란이를 데려와 결혼까지 시킬 거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 담당 의사는 깨어나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 했지만 엄마는 그나마 반신마비에 언어장애자가 됐다. 아들은 이제 삼십 중반을 넘어섰고 마주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할 만큼 철도 들었는데, 정작 엄마는 말을 못한다. 단 한 번도 성적표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뭘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화장실 문짝 뜯고 들어와 다음 번에 잘 하면 된다는 위로 대신에, 그깟 대학이 뭔데 여기서 울고 있냐고,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며 내 가슴을 후려치던 엄마, 사실은 바로 그런 엄마 덕분에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던 그 어떤 종류의 컴플렉스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오늘의 내가 있음을 문득 깨닫는 나이가 되었는데, 이제 엄마는 말을 못한다.  

우리 가족들 중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엄마의 휠체어 앞에 엎드려 서럽게 울고 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사신거냐'고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데 말이다 

 

님의 서명
촛불을 드는 심정으로 그날 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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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09 14:54:3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2020-07-09 14:57:11

총수의 멘탈이 무적이 된 이유가 바로 어머니때문이었군요. 그런 어머니였기에 공장장의 슬픔과 비통함이 헤아릴 수 없겠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총수 역시 마음 잘 추스려서 우리 곁으로 돌아와주길 빕니다...

WR
8
Updated at 2020-07-09 15:05:46

예 저도 이글을 보고 30년넘게 시장좌판에서 과일장사하시면서 늘아프셨던 제아버지 대신 가족을 건사하시며 3형제 모두 대학까지 보내신 마치 철인같았던 아니 저에게는 종교나 다름없었던 

제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팔순도 이제 중반이신데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이 너무 두려워서요 ...

 

2020-07-09 14:57:12

저글 보고 눈물 찔끔 했습니다.
마지막 문구가 참 많은 걸 얘기해 주는거 같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00:0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06:3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07:2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09:5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13: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13:0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13:52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13:55

하늘에서 와 땅으로.. 이제 다시 우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21:44

삼가 고인의 명복틀 빕니다.

2020-07-09 15:24:1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27:4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28:1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32:2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36:2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40:0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44:1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51:56

어머님 덕분에 총수가 그럼으로 저희가 바르게 살 수 있었네요. 세상의 모든 어머님은 위대하십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53:0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55:3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5:57:0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6:11: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6:18:4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6:21:4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7:00:0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7:27:46

 위대한 어머니 셨네요.

유가족들 진심을 담아 위로르 전하며

총수도 마음 잘 추스리고 일상으로 속히 복귀하기를 염원합니다.

2020-07-09 17:39:35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7:55: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시길...

2020-07-09 17:58:4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8:51:5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8:55:2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19:23:2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20:12:5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20:46:31

마지막 문장.
고인의 깊은 삶이 있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20:48:4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23:10: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09 23:40:3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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